피어나는 삶을 향한 작은 실천들. "안남어머니학교 수업이 있는 날 아침이면 조용한 들썩임이 작은 마을 전체를 감쌌다." 충북 옥천 안남면의 이 풍경은 오늘날 지역문화가 향하는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거대한 축제나 시끌벅적한 이벤트가 아닌, 일상 속 작은 움직임이 마을을 채우는 순간. 바로 이 '조용한 들썩임'에 우리가 찾는 답이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를 인생의 최고 목표로 삼았다. 단순한 행복이 아니라 '피어나는 삶', 즉 인간으로서 자신의 잠재력을 온전히 실현하는 상태를 뜻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타동사가 아닌 자동사의 삶, 스스로 움직이고 실천하는 능동적 활동으로 보았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 12.3 내란 이후 목도한 민주주의의 빈사 상태, 2024년 1월 역대 최고를 기록한 자살자 수, 100만 선이 무너진 통합창원시의 인구. 이 숫자들은 성장사회의 종말을 선언한다. 더 크게, 더 많이, 더 빠르게를 외치던 시대는 끝났다. 메가시티의 환상은 오히려 지역의 자기결정권을 앗아가고, 거점 개발은 생활권의 관계망을 해체시켰다. 전환이 필요하다. 이번 호는 그 전환의 구체적 방법론을 탐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