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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서평> <사업>
무천 향토자료집 제5권부천의 궁시弓矢 문화

 

 

김 대 민 부천문화원 문화사업팀장







 몇 년 전 영화 ‘신기전’과 ‘최종병기 활’이 상영되면서 우리 전통무예, 전통기술에 대한 재조명이 되고 있는 가운데 부천에서는 지난 2005년 ‘부천의 궁시弓矢 문화’라는 책이 발간되었다. 이 책은 2000년 12월 초판 이후 5년 만에 증보판이 발간되었는데 이는 그만큼 이 책이 가진 의미와 우리 문화에 대한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우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각궁(角弓)은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에 맞선 우리 민족의 진정한 최종병기였다. 특히 임진왜란 당시 각궁은 조선 병사들의 최종병기로 수많은 전장에서 활약하였다. 활을 쏘는 궁도(弓道)는 공자도 유학의 최고 이념인 인(仁)을 활 쏘는 것과 비유할 만큼 활쏘기는 군자가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이라고 여겼을 정도였다. 

 근대로 들어서면서 총의 등장으로 병기로서의 그 위력을 상실했지만, 심신단련과 함께 호연지기를 기르고, 현대에 들어 양궁에 대비되는 국궁이라는 이름의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 잡아서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궁도구계훈(弓道守則九戒訓)’이라 하여 궁도에 대한 남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부천의 궁시弓矢 문화’는 각궁에 대한 관심과 우리 전통문화를 접하게 해주는 또 하나의 기회였다. 이번 ‘부천의 궁시弓矢 문화’ 증보판을 보면 원전에 이어 궁시 문화를 더욱 알릴 수 있는 새로운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장부터 6장 1~2항에 이르는 원전을 재수록 하였는데 우리나라 활의 역사와 함께 각궁의 제작과 관리, 궁도(弓道)와 활을 만드는 사람들, 궁시관련 용어 등과 함께 거기에 덧붙여 궁시장 김박영, 부천활박물관, 육군박물관, 영집궁시박물관, 전국 국궁장 소개 등을 통해 활과 관련된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각궁에 대한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활을 만드는 재료에서부터 도구, 제작과정 및 관리 방법 등이 세세히 적혀 있어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문헌 기록이 부족한 부분을 상당 부분 해소해 주고 있다. 특히 단순한 구전기록을 문헌으로 남기는 것이 아닌 활을 만드는 장인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그들의 작업 모습에 대한 기록 사진과 설명이 깃들어져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우리 활에 대한 역사적 고찰과 우수함, 우리 활의 원형을 찾아보는 1장은 활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도와준다. 그 뒤를 이은 활의 제작과 관리, 궁도는 활을 배우고, 가르치고자 하는 사람에게 근본적인 가르침을 주고 있으며, 활을 만드는 부천 사람들은 왜 이 책이 부천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지와 부천의 궁시 문화라고 하면 비단 부천에만 국한되지 않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궁시 문화의 역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부천에서는 우리나라 궁시의 큰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중요무형문화재 제47호 활의 명장 고(故) 김장환 선생과 그 뒤를 이은 고 김박영 선생, 그리고 현재 꾸준히 명맥을 이어가는 김윤경 선생까지 부천에서 약 16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의 전통 각궁의 제궁법과 궁술을 전수해 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성무정과 부천정이라는 사정(射亭)을 가지고 꾸준히 후학들을 가르치며 전국대회를 이뤄 나가는 부천이야말로 가히 우리나라 국궁 역사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시 책 내용으로 돌아가면 후자에는 궁시와 관련된 각 박물관과 전국 국궁장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다. 이는 단지 각궁에 대한 소개에 그치지 않고 그와 관련된 저변을 한눈에 살펴 볼 수 있게 해 주어 비로소 궁시 문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어보면서 제일 와 닿은 부분이 있다면 고(故) 김박영 선생에 대한 내용이다. 여기에는 고인의 생전 인터뷰를 통해 장인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선생께선 살아생전 ‘평생을 힘들게 살아왔다. 하지만 우리 전통을 이어왔다는 자부심 하나로 후회는 없다며, 다시 태어나도 활을 만드는 장인(匠人)이 될 것’, ‘우리 전통문화 활의 명맥을 이어 간다는 것은 긍지와 책임감이 따라야 한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참고 지켜주길 바란다.’는 말을 남기셨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 전통의 맥을 이어오며, 본인 스스로도 한 사람의 궁도인으로서의 삶에 충실하였단다. 매 삶에 사랑과 덕행으로 본을 보이며(仁愛德行), 겸손하고 성실하게 행하고(誠實謙遜), 행실을 신중하게 하고 절조를 굳게 지켰다(自重節操). 또 청렴 겸직하고 용감하며(廉直果敢) 예의범절을 지켜나가고(禮儀嚴守) 몸과 마음을 항상 바르게 하였다(正心正己). 활을 쏠 때에도 타인의 활을 당기지 않고(莫彎他弓), 침묵을 지키며(習射無言) 이긴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不怨勝者)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주었단다. 평생을 활과 함께 한 그 삶 속에는 어느새 궁도 9계훈이 삶의 기초가 되었고, 이러한 그의 삶은 국내 최고의 궁시장(弓矢匠)이 되어서도 그 빛을 발했다. 

 고인의 참 뜻은 이 책을 통해 우리 것을 지키기 위해 늘 연구하고 고민하던 고인의 장인(匠人) 정신에 긍지를 가져보며, 고인이 만들었던 ‘살아있는 활(弓)’에서 그분의 곧은 정신과, 아름답게 휘어진 곡선에서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고 김박영 선생은 본문의 표현대로 ‘활 맹그는 사람’으로 많은 시련과 아픔을 겪으면서도 올곧은 마음으로 우리 문화의 계승 발전을 위해 한평생 장인의 삶을 살았다. 선생의 깊은 뜻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우리 문화를 어떻게 가꾸고 계승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인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이 책을 보면서 아쉬운 점을 든다면 일부 사진들은 해상도가 낮아 책을 보면서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다. 증보판을 기획하면서 원전에 수록되었던 질 낮은 사진들이 개선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한 점이 아쉬웠다. 또 원고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참고문헌이나 자료 등이 별도로 명시되어 있지 않아 이를 참고로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해 보이는 점도 아쉬운 점이다. 비록 학술자료는 아니더라도 책의 서두에 실린 역사적 고찰이나 원형 고증에 있어서는 기본적인 참고문헌과 출처를 밝힘으로 원고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으로 각 박물관과 전국의 국궁장을 소개함에 있어 통일된 양식이 없었던 탓인지 각 취재인에 따라 개인적 편차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가령 부천활박물관은 내용 중간 인터뷰 형식이 첨부된 반면, 육군박물관은 단순 서술형, 영집궁시박물관은 답사기 같은 형식으로 되어 있다 보니 일괄적인 흐름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국 국궁장의 소개 역시 앞쪽은 사진이 첨부되면서 연혁이 수록되었지만 후반부에는 단순한 도표로 나열되는 등 세밀한 취재와 기록 정리가 아쉽게 느껴진다. 

 이 책을 보면서 느끼게 된‘부천의 궁시弓矢 문화’의 발간 의의는 우리 전통문화의 소중한 가치를 알리고 그 문화를 지켜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데 있지 않았나 싶다. 또한, 그동안 궁시문화가 우리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비해 그에 관련된 문헌자료나 유물자료는 극히 희박하다는 점을 상기해 볼 때, 이 책에 실린 활에 대한 역사적 고찰과 제궁법, 궁시 관련 용어 등은 각종 연구에 대한 결과물과 장인(匠人)들의 증언을 토대로 기술된 매우 소중한 자료이며 이를 토대로 관련 분야의 다양한 연구의 가능성을 열어 준 것이 아닌가 싶다. 

 오늘날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전통문화는 비단 소수의 사람이 그들의 기술을 일부 후계자에게 전수하는 데 의미가 있지 않고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그 가치를 인식할 때 진정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글 서두에 거론한 영화의 개봉은 그 관심의 일부를 표출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사회적 현상이 그저 스쳐지나가는 일시적인 바람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우리 전통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절실한 마음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궁시 문화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며 ‘궁도구계훈(弓道守則九戒訓)’처럼 몸과 마음을 수련하고 우리 선조들의 기계를 이어 후대에도 널리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마친다.

궁도구계훈(弓道守則九戒訓) 

정심정기(正心正己) 몸을 바르게 함이 그 마음을 바르게 함에 있고 
인애덕행(仁愛德行) 어짐과 사랑으로 덕스러운 행실을 하고 
성실겸손(誠實謙遜) 정성스럽고 참되고 실속 있게 남에게 나를 낮추어 순하게 대하고  
자중절조(自重節操) 자신의 품의를 소중하게 하고 절개와 지조를 굳게 지키고  
염직과감(廉直果敢) 곧고 청렴하며 용감하고 결단성을 강하게 가지며  
예의엄수(禮儀嚴守) 예를 차리는 절차와 몸가짐을 엄하게 지키며  
습사무언(習射無言) 활 쏠 때는 말하지 말 것이며  
불원승자(不怨勝者) 나를 이긴 사람을 원망하지 말 것이고  
막만타궁(莫灣他弓) 남의 활을 당기지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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