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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정책/이슈>
'경기도 메모리'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경기도 내 문화원 발간·소장 자료의 아카이빙 방향

 

이 동 준 이천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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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카이브 - 개념적 어원을 통한 접근
2. 아카이브 - ‘지역 문화’ 를 통한 접근
· 문화
3. 경기도 메모리의 아키이빙 영역
4. 인터아카이빙 영역
 
1.아카이브 - 개념적 어원을 통한 접근 
 
뮤지엄
 ‘뮤지엄’(Museum)은 그리스어의 어원을 보면 '뮤즈를 모시는 신전'(Worship Muse Place)을 뜻한다. 뮤즈는 시인과 예술가들에게 영감과 재능을 불어넣는 아홉 명의 여신들이기 때문에 복수형을 써서 무사이(Musai; Muse의 복수형)라고 불렀다. 이들은 역사(Cleio), 천문학(Urania), 음악(Euterpe), 서사시(Calliope), 서정시(Erato), 비극(Melpomene), 희극(Thaleia), 찬가(Polyhymnia), 합창(Terpsichore) 등 문화예술 분야를 각각 주관한다. 
 
 무사이는 제우스와 므네모시네(Mnemosyne)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들이다. 왜 제우스는 므네모시네를 가까이했을까? 므네모시네는 기억의 여신이다. 거인족 기간테스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제우스는 그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Chronos)이 흐르면 그의 업적도 신들의 머리에서 잊히고 말 것이다. 그래서 제우스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의 업적이 잊혀지지 않도록 기억의 여신인 므네모시네의 거처를 찾아갔다. 제우스는 아흐레 동안 그녀와 동침하여 아홉 명의 딸들을 얻었다. 그들이 바로 무사이(Musai)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뮤지엄(Museum)은 지식과 정보를 공공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로, 문화유산과 지적 자산을 대중들에게 전시하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뜻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레테와 므네모시네의 사이 
 진리는 망각을 뜻하는 ‘레테’(Lethe)와 기억을 뜻하는 ‘므네모시네’(Mnemosyne)의 사이에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 점점 희미하게 잊혀가는 것을 다시 기억 속으로 불러오는 것이 그리스인들이 생각한 진리의 개념이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진리를 뜻하는 그리스어 ‘알레테이아’(Aletheia)는 망각을 뜻하는 ‘레테’(lethe) 앞에 부정을 뜻하는 접두어 a-를 붙여서 생성된 말이다. 다시 말해서 망각하지 않는 것이 진리인 셈이다.1)
 
 플라톤은 진리를 설명하면서 상기설을 동원했다. 모든 사람은 죽어서 저승으로 갈 때 망각을 뜻하는 레테의 강물을 마시게 된다. 이렇게 기억이 리셋되고 나서야 영혼은 새로운 육신을 가지고 다시 태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영혼은 원래 이데아의 세계에 속해 있었기에 이데아의 세계를 그리워하게 되는데 이렇게 살아가면서 이데아의 그림자인 사물을 보고서 망각했던 것을 다시 상기해내는 것을 ‘앎’, ‘지식’이라고 했다. ‘상기’ (Anamnesis)라는 말의 그리스어의 어원을 보면 므네모시네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단어는 기억을 뜻하는 ‘므네시스’ (mnesis) 앞에 ‘다시 돌아간다’는 접두어 Ana-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이다. 우리가 무엇을 ‘상기’ (Anamnesis)한다는 것은 다시 기억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하며 어떤 사물을 보고 기억의 저장소에 보관되어있던 지식을 다시 꺼내어 기억하는 것이다. 
 
 진리를 설명하는 또 다른 해석도 있다. 진리는 숨겨진 것을 드러내는, 폭로의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진리의 여신은 파르메니데스를 인도하여 은폐의 길과 폭로의 길에 직면하게 한다. 하나는 감춰서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편견과 비진리의 길이다. 다른 하나는 숨겨진 것을 드러내는 것이고 폭로와 진리의 길이다. 인간은 삶 속에서 비진리와 진리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방황한다. 인간의 사회도 마찬가지다. 이와 같이 뒤로 은폐된 것을 앞으로 가져와 빛 앞에 드러나게 하는 것이 진리의 성격이다. 뮤지엄과 아카이브는 진리의 길로 인도하는 등불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늘 그렇지는 못했던 것 같다. 
   
1) M. Heidegger는 그의 저서 “Sein und Zeit"에서 진리 개념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풀어서 해석하고 있다.
 
 
라이브러리
 ‘라이브러리’(Library)는 라틴어의 어원을 보면 나무껍질을 뜻하는 ‘Liber’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나무껍질은 책의 원료를 뜻하고 그런 책을 보관하는 장소를 ‘라이브러리’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스어의 어원으로는 '비블리오'(Biblio)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도서관을 뜻하는 Bibliotheck(독일어), Bibliothèque(프랑스어), biblioteca(스페인어)라는 말이 나왔다. 
   
 라이브러리는 우선 책을 보관하는 곳이다. 책은 온갖 종류의 지식과 정보를 기록하고 저장하는 매체다. 라이브러리는 책을 통해 불완전한 인간의 기억을 보완하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에 있었던 사건과 현재적으로 만나게 한다. 라이브러리는 과거에는 수많은 책을 수집, 분류, 보관하고 책을 통해 지식을 얻는 공간 정도로만 기능해 왔었다. 하지만 책이라는 매체가 아닌, 영상과 음성 등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매체가 발달하게 됨에 따라 이제 라이브러리는 새로운 지식의 축적체계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디지털 환경의 급속한 발전으로 라이브러리는 유형의 기록물보다는 디지털 기록 형태로 생산되는 기록물과 자료들이 증가함에 따라 그 속에 있는 디지털 정보와 지식의 내용을 분석, 통합하고 연계해야 할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오늘날 디지털 라이브러리, 디지털 아카이브가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기억의 전당에 지식과 정보를 안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안치된 지식과 정보를 다시 꺼내 와서 그 시대의 생활과 문화, 역사를 생동감 있게 보여줄 수 있도록 기억을 복원하고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전통적인 유형의 공간에서 벗어나 디지털 공간 속에 새로운 상상력의 아카이브를 건축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경기사이버도서관은 이런 필요에서 시작된 대표적인 디지털 라이브러리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 내 201개 공공도서관을 네트워크하는 거점으로 도서관을 위한 도서관, 메타 라이브러리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시대적 변화에 맞는 능동적인 대응으로 볼 수 있겠다.

메모리 
 '메모리'(Memory)는 기억이란 뜻이다. 디지털 메모리는 ‘읽기 전용 메모리’ (ROM; Read Only Memory)와 ‘쓰기 가능 메모리’ (RAM; Random Access Memory)가 있다. 여기서 ‘쓰기가 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저장된 내용을 수정하여 다시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ROM 메모리의 가장 큰 특징은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오직 읽기만 할 수 있다는 특징이 그 존재에 고유성을 부여하고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게 한다. 
   
 인간의 기억은 수정이 불가능하다. 만일 인간의 기억을 부분적으로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면 정신적 고통이나 상처도 더 이상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기억을 마음대로 지울 수 있게 된다면 개인의 ‘정체성’도, 그리고 이 사회도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의 기억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희미해지고 퇴색해간다. 시간의 흐름과 망각의 힘에 저항하는 길은 오직 기억의 전당에 안치하는 방법뿐이다.  
   
 뮤지엄은 어떤가? '무사이'(Musai)을 위한 예술의 전당은 이제 '므네모시네'(Mnemosyne)를 위한 기억의 전당으로 진화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뮤지엄은 유형적 유물의 전시와 보존, 교육이라는 전통적인 기능에만 머물러있다가는 그동안 유지해왔던 지위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가? 유물이 뮤지엄에 수장되는 순간부터 그 유물이 지니고 있는 사회적 역사적 맥락과 장소성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뮤즈의 전당에 유물을 수장하는 것 이상으로 수장된 유물에 담겨있는 인간의 영혼과 삶의 가치를 복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각을 뒤집어보자. 뮤지엄은 근원적으로 볼 때 유형의 유물을 보관하거나 보여주는 그런 장소가 아니었다. 오히려 무형의 유산과 정신적 가치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나 상징으로 그런 유물들을 유형화하여 활용하는 것이다.
 
아카이브   
 ‘아카이브’(Archive)는 ‘기록물’, 또는 ‘기록물을 보관하는 장소’라는 뜻이다. 그리스어의 어원을 보면 ‘아르케’(Arkhe)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아르케는 만물의 시원과 원리를 묻는 그리스 자연철학자들에 의해 부각된 개념이다. 예를 들어 밀레토스 출신의 탈레스는 그 아르케를 ‘물’로 보았고 피타고라스는 ‘수’로 보았다. 아르케는 이처럼 만물의 원질이나 운동원리를 가리킬 때 사용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아카이브는 근원에 대한 지식이나 기록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라틴어에서 ‘기록물보관소’를 뜻하는 ‘아키비움’(Archivum)은 역사적으로 볼 때 기록물관리를 위한 장소, 기록물보존소를 뜻하는 말이었다. 로마 시대에는 공공기관에서 작성된 문서들이 영속적으로 관리, 보존되고 조작이나 위조의 가능성을 방지하면서 문서들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아키비움이 만들어졌다. 쉽게 말해서 어떤 문서나 기록물의 신뢰성은 아키비움에 보관되어있다는 사실로 가능했다. 이런 아키비움의 뜻이 현대적으로는 ‘문서들 전체’와 문서들 내부에 형성된 ‘유기적 관계들의 전체’를 나타내는 의미2)로 발전하였다.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는 ‘아르케’라는 그리스어의 어원을 되짚어 볼 때 아카이브가 시작(Commencement)과 명령(Commandment)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권력이 시작되는 곳’이란 점을 환기시킨다.3) 즉 아카이브는 기록물, 기억을 지배하고 해석할 수 있는 독점적 권한으로 발전될 수 있는 충동과 욕망을 숨기고 있다. 기록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으로 확대되어왔고 그런 목적으로 기록물을 보존하는 보관소와 이를 관리하는 기구가 만들어져 왔다. 근대 이후 아카이브를 향한 반복적인 욕망은 사실상 이미 잃어버린 것, 사라진 것에 대한 갈망이며 기억의 고집이다. 제우스가 므네모시네를 찾아가게 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는 올림포스 신들의 승리와 업적을 영구적으로 기억하게 하려는 제우스의 권력욕이 신화시대에 그치지 않고 역사시대에도 아직 이어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카이브를 통해 이미 사라진 것을 갈망하고 있지만 실제로 아카이브는 과거의 흔적만을 보존할 뿐 과거의 기억 자체가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아카이브를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기록해두는 ‘저장고’, ‘보관소’의 개념이 아니라, 현재의 관점에서 어떻게 지나간 과거를 바라보고 재현하게 되는지,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이 어떻게 그 기억을 통해 형성되는지에 관한 ‘탐구’(Research)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연적이다. 탐구를 통해 아카이브는 특정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말하자면 탐구는 차디차게 보존된 기억의 저장소를 가동하기 위해 일종의 부팅을 하는 것이다. 
 
2) 김정하, '기록물의 개념과 용어의 정의에 관한 연구', 한국기록학연구 제21호, 2009. 7, pp.3-40
3) Jacques Derrida, Archive Fever: A Freudian Impression, Univ. of Chicago Press, 1996
 
2. 아카이브 - ‘문화’, ‘지역 문화’를 통한 접근

문화
 ‘문화’(Culture)는 라틴어의 어원을 보면 'colere'라는 동사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이 단어는 거주하다, 경작하다, 보호하다 등의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중세에는 작물을 재배하거나 가축을 돌보는 것과 같이 성장과 발육 과정을 의미하기도 했지만, 근대에 와서는 인간이 이루어낸 모든 역사적 산물4)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말로, 더 나아가 개인의 내면적 성숙과 발현과정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됐다. 현대에 와서는 문화의 개념이 정적인 개념에서 동적인 개념으로 외연이 확대되는데, 문화는 눈에 보이는 인간 활동의 산물이라는 차원에서 그러한 산물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모든 행위와 활동도 모두 문화에 포함해서 이해하게 된 것이다.
   
 2013년 12월에 제정된 ‘문화기본법’은 ‘문화’에 대한 개념을 아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문화’란 문화예술, 생활양식, 공동체적 삶의 방식, 가치 체계, 전통 및 신념 등을 포함하는, 사회나 사회 구성원의 고유한 정신적·물질적·지적·감성적 특성의 총체를 말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문화를 문화예술, 문화산업, 문화재를 중심으로 한 협의의 의미로만 사용해 왔었는데 이와 같은 협의의 정의로는 향후 변화되고 확장되는 문화의 영역을 수용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면서, 문화기본법에서 유네스코가 정의하고 있는 광의의 문화 개념을 근거로 ‘문화’를 폭넓게 규정하게 된 것이다.5)
   
4) 일반적인 정의로는 영국의 인류학자 E.B.Tylor가 내린 ‘인류의 가치적 소산으로서의 철학, 종교, 예술, 법률, 관습 등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이나 습관의 총체’(1871)라는 정의에 따른다.
5) 문화기본법 제3조에서 정의하고 있는 “문화”의 개념은 유네스코가 규정하고 있는 포괄적인 문화 개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에 따르면 문화란 ‘사회와 사회 구성원의 특유한 정신적·물질적·지적·감성적 특성의 총체로 간주해야 하며, 예술 및 문학 형식뿐 아니라 생활양식, 함께 사는 방식, 가치 체계, 전통과 신념을 포함한다.’ (유네스코 문화 다양성 선언, 2001)
 
문화유산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은 과거의 흔적이자 역사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문화유산은 재생될 수 없다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바로 문화유산의 ROM 메모리적 측면이다. 그런 특징을 가졌기에 문화유산은 자신만의 고유성을 확보한다. 오늘날 통용되는 문화유산의 개념은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것의 ‘보존’에서 더 나아가 미래세대로 물려주어야 하는 ‘상속’의 차원을 강조하고 있다. 즉 문화유산의 진정한 의미를 과거에 두지 않고 미래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관점의 변화가 있었다. 
   
 문화유산과 거의 같은 의미로 통용되어온 개념으로 ‘문화재’(Cultural Properties)가 있다. 문화재는 원래 유형의 형태가 있는 유물만을 지칭했었다. 그러다가 민속, 공예와 같이 문화적 보존 가치가 있는 무형의 문화재에까지 그 영역이 확장되었다. 유네스코에서는 특히 무형문화유산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2003년 유네스코 제32차 총회에서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Convention for the Safeguarding of the Intangible Cultural Heritage)을 채택했다. 
   
 무형문화유산은 공동체 내에서 공유하는 집단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전통문화인 동시에 사람을 통해 생활 속에서 전승되어온 살아있는 문화다. 무형문화유산은 공동체와 집단이 자신들의 환경, 자연, 역사의 상호작용에 따라 끊임없이 재창해온 각종 지식과 기술, 공연예술, 문화적 표현을 아우른다. 이는 국제사회의 문화유산 보호활동이 유물과 건축물 위주의 유형 문화재에서 무형의 문화유산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확대하는 쪽으로 변화하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식과 가치 변화가 아직 관련 법률과 정책, 제도에서는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제정된 ‘지역 문화진흥법’을 보자.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유산의 개념은 이제 기존의 문화재 개념을 넘어서 포괄적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었다. 왜냐하면, 문화재 그 자체의 보존도 중요하지만, 문화재를 아우르는 공간과 문화재가 가진 의미를 형성해온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함께 보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문화재 개념으로 담아낼 수 없는 문화유산들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화유산을 활용한 관광자원과 문화산업 등 현대적 가치 재창조가 중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해온 근,현대문화유산을 생각해 보자. 급격한 사회변동과 근대화 과정에서 남겨진 산업시설과 생산품, 모더니즘 예술과 대중문화 등 전통적으로 문화재라고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도 이제는 문화재로 이해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이런 인식의 지평 위에서 ‘경기도 문화유산’에 대한 아카이브 구축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지역 문화   
 ‘지역 문화’(Local Culture)는 지역별로 특색 있는 고유의 문화를 일컫는다.6) 한 국가 내에서도 서로 상이하고 다양한 여러 개의 문화가 존재하고 한 지역 내에서도 그보다 더 작은 지역 단위에서의 문화가 존재한다. 여기서 지역이란 행정구역 단위가 될 수도 있겠지만 지역 문화에서 말하는 지역의 의미는 단순히 지리적 개념이나 공간적인 개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성과 공동체성을 토대로 한 개념이다. 이런 토대가 없이 그저 어느 공간영역에서 모인 문화를 지역 문화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핵심은 지역 문화란 지역의 관점에서 문화를 주체적으로 바라보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행하는 활동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어느 예술인이 공간적으로 어느 지역에 주소를 두고 창작, 예술 등의 활동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지역 문화가 되지는 않는다. 활발한 예술 활동은 하고 있지만, 지역적 자기 정체성을 가지지 못했거나 공동체적 지향성이 없는, 지역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그 지역의 문화를 수용하지도 않고 과거에 자신이 습득했던 문화나 어느 지역이어도 상관없는 범용적 문화 활동을 하는 예술인은 지역 문화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 문화진흥법’에서 정의하는 지역 문화란 ‘지방자치단체 행정구역이나 공통의 역사적·문화적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유산, 문화예술, 생활문화, 문화산업 및 이와 관련된 유형·무형의 문화적 활동’을 말한다. 여기서 본질적으로 지역 문화를 규정하는 것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지역 문화유산은 지역을 기반으로 형성된 유형·무형의 문화적 자산을 뜻하며, 지역 문화예술은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의 문화예술인이 행하는 유형·무형의 활동과 예술 작품을 뜻한다. 

 그럼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은 무얼 말하는가? 단순히 지리적 위치나 행정구역 단위의 공간에서 행해지는 활동으로 충분한가? 지역 문화는 무엇보다도 한 지역에서 역사적 공동경험을 통해 형성된 동질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따라서 지역 문화에는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거기에 참여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복합적으로 지역과 문화의 화학작용이 일어나야 한다. 
 
6) ‘지역’과 ‘지방’이라는 용어는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여러 연구와 경향들을 종합해볼 때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지방’이라는 말은 국가나 중앙과의 위계적인 관계에서 주변, 변방이라는 의미로 주로 쓰여 왔으며, 이에 비해 ‘지역’은 가치중립적인 차원에서 최근에 널리 쓰이고 있는 말이다.
 
지역 문화 정체성
 지역 문화는 지역적 특성과 지역적 정체성을 내포하는 개념이다. 그럼 지역의 정체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지역의 정체성은 지역이라는 공간과 그 지역을 살아가는 삶의 주체인 주민, 그리고 그들이 이루는 공동체적 집단이 구성요소가 되어 역사적 공동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지역 문화는 이렇게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 관계를 형성하며 삶의 현장에서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단일하고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고 과정적이며 미래 지향성을 갖는 역동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지역 문화의 정체성 역시 고정된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지역적 정체성은 우선 역사성을 근간으로 한다. 지역의 정체성은 그 지역의 주민들이 겪어온 공동의 역사경험과 그 지역의 문화가 갖는 고유한 특성 위에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유산’과 ‘생활문화’는 어떤 관계에 있는가? 문화유산은 그 지역에서 발굴된 ‘과거’의 유물이자 활동의 흔적일 뿐이고 생활문화는 그 지역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주민들의 활동인가? 그래서 문화유산은 ‘문화원’이 해야 하는 영역이고 생활문화는 ‘문화의 집’이 해야 하는 영역인가? 그렇다면 생활문화와 문화유산 사이에는 절망적인 단절이 놓여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의 ‘문화유산’은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는 그 시대의 ‘생활문화’였다. 그리고 지금의 ‘생활문화’는 또 미래의 ‘문화유산’이 될 것이다. 생활문화가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가 일상적으로 참여하여 행하는 문화적 활동들이 미래의 전통문화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이 그 지역의 역사적․문화적 정체성과 지역성(Locality)의 본질을 형성하고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지역 문화는 바로 이 ‘지역성’을 기반으로 하는 유무형의 문화적 활동이요 지역적 삶의 총체이기도 하다. 이처럼 지역 문화의 핵심은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므로 지방문화원이 그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특히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지역의 문화유산과 전통문화는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근원이자 지역 발전을 위한 문화자원으로서 그 가치와 의미를 더해가고 있다.
 
3.경기도 메모리의 아키이빙 영역
 
경기문화 
 ‘경기문화’는 경기도의 문화를 말한다. 하지만 단순히 경기도라는 지리적 공간 영역에 의해서 모아두었다고 해서 경기문화가 되는 건 아니다. 경기문화는 경기도의 역사적 공동체험 과정을 통해서 형성되고 전통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경기도 주민의 현재와 미래 삶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문화를 뜻한다.  경기문화는 한국문화 또는 민족문화의 하위개념이면서 경기도 내의 여러 지역 문화의 상위개념이기도 하다. 경기도 내의 여러 지역 문화를 총체적으로 가리켜 경기문화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단순한 총합으로 보기 어려운, 경기도라는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가진 경기문화가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경기도라는 지역에서 살아가면서 역사 속에서 얻어진 공동의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이야말로 경기도 주민들에게 정체성을 가지게 하며 지역 문화의 진정한 문화적 자산이 되게 한다. 
   
 경기도의 문화적 정체성은 사회·역사적으로뿐만 아니라 지리·환경적으로도 끊임없이 유동적으로 변화해 왔다. 경기도에는 하위 행정단위의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존재하고 다양한 지역 문화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따라서 경기문화는 여러 상이한 지역 문화들이 서로 충돌하고 만나면서 형성되어온 역사적 과정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2015년은 ‘경기 민속문화의 해’다. 경기도는 경기도 내 각 지자체에서 발간해온 역사, 민속, 전통문화 관련 간행물과 자료들을 파악해서 목록집을 만들고, 그 목록집을 지금 사이버도서관에 올리는 중이다. 목록집만 만드는 게 아니라 더 나아가 그 자료들을 가지고 어떤 방법으로 콘텐츠를 개발할지, 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그런 것까지 생각하는 중이라고 한다.
 
경기도 메모리 
 ‘경기도 메모리’는 경기사이버도서관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경기도 메모리’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경기도 메모리’는 경기도의 역사와 문화유산기록에 대해 과거, 현재, 미래가 함께 소통하기 위한 정보의 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경기도 메모리’는 경기도에 관한 기록정보, 경기도가 생산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기록정보 중 보존 및 이용가치가 있는 정보들을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이를 디지털화, DB화하여 아카이브하려는 작업이다. 이런 아카이브를 통해 경기도에 관한 디지털 지식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포털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도 메모리’의 초기 화면을 보면 역사적으로 반복되어온 아카이브의 근원적 욕망이 표출된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우려스러운 내용을 목격하게 된다. 바로 ‘역대 도지사 이야기’7)다. 아카이브의 권력과 욕망을 되돌아 볼 때 정보의 독점과 통제적 관리 쪽으로 쉽게 기울어지는 아카이브의 원초적 경향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카이브의 설계와 구축 방안에 대해서 초기 단계부터 열린 논의구조가 형성되어있어야 한다. 기록물의 공개와 공유뿐만 아니라 기록물의 생산, 수집 과정에 대한 참여, 재구성에 대한 비판적 요구와 실천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고 필요한 지식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고려되어야 한다. ‘아카이브의 구축과정과 구축된 아카이브, 그리고 아카이브의 해석과정에 시민이 처음부터 참여하고 접근할 수 있으며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야말로 아카이브가 정당하게 그 지위를 회복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7) 이 테마는 경기도의 과거모습을 찾아보기 위해 기록물 속에 남아있는 도지사의 발자취를 살펴본다는 취지인데, 경기도의 과거 모습을 굳이 도지사의 행적을 통해 조명해보아야 하는 것인지 의문시 된다. 이는 기존에 보관,저장된 기록물이 공공기록물에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라 사료되지만 이는 기록물의 수집 범위를 민간기록물에 까지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주제나 분류를 통해 더 생동감 있게 경기도의 과거 모습을 조명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다음 단계의 아카이브는 이러한 분류와 주제 자체를 시민들이 창의적으로 구성하여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경기도 메모리의 선행과제
 경기사이버도서관은 2002년 정보화 DB사업, 2005~2010년 경기도 공공기록물 DB구축, 2011년 경기도 e-추억상자(민간기록물 DB), 2012년 경기도 OAK(Open Access Korea; 지식저장소)8) 도입에 이어서 2014년 ‘경기도 메모리’ 포털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기도 내 행정기관과 도서관, 사회․문화․역사 분야의 공공기관, 그리고 경기도 내 31개 시․군 문화원을 연계하여 관련 자료와 정보를 수집, 분류하고 원문 DB화 구축을 통해 ‘경기도 DB’ 서비스를 개선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경기도 DB’는 어떤 수준인가? 대부분 행정자료와 인쇄발간물 위주이고, 중앙집중형 DB에 따른 업로드의 한계가 있으며, 경기도 지식정보의 체계적 관리가 미흡하고, 쌍방향적 소통과 참여채널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경기도 메모리’ 아카이브 구축시 이에 대한 개선방향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지식정보 포탈, 디지털 아카이브, 또는 디지털 지식정보 네트워크로서의 ‘경기도 메모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진행단계가 선행적으로 필요하며 그에 따른 구체적인 계획과 설계가 진행되어야 한다. 
   
 첫째, 경기도가 보유한 정보와 자원들은 무엇이 있는지 구체적인 ‘현황’을 파악하고 어떻게 수집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단계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료와 정보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또 어떤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자료들을 더 수집해야 하는지에 대한 반성이다. 
   
 둘째, 그것들을 어떻게 분류하고 체계화할 것인지 정보에 대한 ‘접근’ 방식을 고민하는 단계다. 특히 이제까지의 전형적인 분류방식을 버리고 새롭고 창의적인 분류방식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아카이브를 어떻게 특성화하고 활용할 것인지 그 활용 가능성을 다양한 ‘시각’으로 탐구하는 과정이다. 여기에서 강조해야 할 것은 아카이브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과 사고의 확장이다. 그와 같은 문화적 전망과 가치 지향적 방향성이 제시되어야 한다. 
   
 넷째, 인접한 다른 아카이브들과 어떻게 상호 ‘연계’ 시킬 것인지를 고민하는 단계다. 경기도 아카이브와 하위 지역 단위 아카이브 간의 연계체계와 연계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아카이브에 대한 단순한 접근이나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1차적인 정보가공, 활용 수준을 넘어서서 아카이브 간의 연계를 통해 새롭고 독창적인 결과를 산출할 수 있도록 아카이브의 적극적인 활용을 촉진하는 작업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8)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지원으로 경기도에서 생산된 지식정보를 국제표준에 맞게 수집, 보존, 공유하여 전 세계적으로 통용, 활용될 수 있도록 아카이빙화 하는 사업으로 경기도 공공기록물의 활용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지역 문화 아카이브의 방향 
 2003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사업9)은 전국 지방의 향토문화 자료 발굴 분석, 향토문화 관련 인적자원 교육 등의 활동을 통해 지방문화에 대한 총체적인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사업이다. 이는 조선 시대부터 국가 주도하에 이루어졌던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대규모 편찬사업들과 그 맥을 같이하는 사업이다. 향토사료의 보존과 계승을 위해 지방적 시각에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지방문화를 디지털화하여 정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향토문화전자대전에서는 시·군·구별 향토문화를 삶의 터전(자연과 지리), 삶의 내력(지방의 역사), 삶의 자취(문화유산), 삶의 주체(성씨와 인물), 삶의 틀1(정치와 행정), 삶의 틀2(경제와 산업), 삶의 내용(종교와 문화), 삶의 방식(생활과 민속), 삶의 이야기(구비전승과 어문학) 등 8개 범주로 분류하여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문화자료를 기초로 다양한 지역 문화콘텐츠, 지역 문화사업과 활동들이 기획되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유형화된 디지털화 작업보다는 새로운 관점의 아카이브화 작업이 요구된다. 그것이 디지털 라이브러리와 디지털 아카이브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지역 문화 아카이브의 핵심은 아카이빙을 통해 지역 문화자료를 사용자 중심으로 유용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를 '자원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방적으로 분류, 정리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 사용자 중심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검색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해당 자료의 의미와 다른 자료와의 연관성을 도출해서 원하는 내용을 분류, 분석할 수 있도록 메타데이터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한 디지털화를 넘어서는 이와 같은 아카이브화 작업은 지역 문화와 인문학적 상상력, 그리고 기술이 결합한 융합적 지식과 콘텐츠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기도 하다. 그래서 경기도 메모리의 구축을 위해서 우리가 과제로 삼아야 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스토리텔링과 미디어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촉발할 수 있는 아카이빙은 어떤 방식이어야 하는가?’
9)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은 교육부의 국책사업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추진해온 사업으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비롯하여 정치, 경제, 사회의 변화 발전상 등에 관한 모든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쉽게 검색,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형태로 활용할 수 있게 되어있다.
 
 
지역 문화 메타 자료 - 지역 문화 자료에 대한 기록
 경기도 내에는 31개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지방문화원이 설치되어있다. 이들 문화원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지역의 문화유산에 대한 조사, 발굴, 연구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고 이를 기초로 역사․민속문화자료집, 무형문화유산 조사보고서, 시군지 등의 발간사업을 수행해왔다. 따라서 문화원이 그동안 발굴하고 수집한 자료들과 다양한 형태로 생산해 왔던 기록정보, 간행물들을 체계적으로 아카이브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향토사 자료를 중앙사 중심의 역사를 보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면, 중앙사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한 지역의 역사와 지역 주민들의 삶의 내용이 갖는 가치에 주목하고 그런 시각에서 수집, 발굴, 정리된 사료와 유물들을 기초로 지역 중심의 역사를 주체적으로 바라보고 지역의 역사를 복원해보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지역사'라는 개념이다. 따라서 그 지역 사회의 공동체가 갖는 실질적인 모습과 역사적 변화과정을 알 수 있는 유물이나 사료들은 지방관청이나 향교, 서원에서 생산된 기록물보다 그 형식과 내용에서 훨씬 다양하고 풍부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역의 문화원이 갖는 장점 가운데 하나는 이런 유형의 자료들, 즉 정형화되지 않은 다양한 형태의 유물과 민간기록물을 조사, 발굴하거나 찾아가서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방문화원은 지역 문화와 관련해서 가장 많은 자료를 발간․보유하고 있는 기관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료는 서적 형태로 출간된 것이거나 일부 디지털화가 되어있는 수준이며, 출간된 것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1차적 기록물들을 수집, 보관하는 경우는 드물다. 
   
 문화원들이 이런 1차적 자료들을 직접 보유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지역에 있는 향토사료들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기록하거나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1차적 자료들이야말로 지역 문화를 생동감 있게 전달해주며 주체적으로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하는 원천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 지역에서 기존의 문화재 개념으로 분류되지 않는 형태의 유물이나 기록물, 그리고 비지정 무형문화유산 등에 대한 조사, 정리작업을 통해 메타 자료화 하는 것이야말로 문화원이 당면한 과제 중의 하나다. 경기도 내 시군 문화원이 그동안 발간·보유하고 있는 자료 현황은 <표>과 같다.

 경기도 내 문화원의 향토자료 발간목록(2012년 기준)
 문화원
문화원 향토자료 발간목록 
가평
 가평반공투쟁사, 가평독립운동사, 가평군향토지, 청음조록, 가평의 자연과 역사, 가평역사인물지, 가평의 사랑방 이야기, 가평의 지명과 유래(상, 하), 가평금석문집, 6.25동란 중 가평지구전투사, 가평 중등교육 50년사, 석봉실기, 가평 초등교육 100년사, 가평의 얼과 인맥, 박장호실기,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난 가평의 모습, 가평 관련 신문기사 자료집, 가평 향토역사여행, 아름다운 고을 가평 
고양
 고양시 민속대관, 고양군 지명유래집, 고양 시사, 고양의 얼과 역사, 문봉서원과 고양 팔현, 고양금석문대관, 고양 민요론, 문헌소재 고양 관련 사료집, 고양시 문화재대관, 권율전기, 고양시민의 생활예절, 석주 권필 논총, 추강 남효온 논총, 고양향교지, 행주서원
과천
 과천의 민요·민담, 愚山晩稿(번역), 愚山詩稿(번역), 서울 가려면 과천에서부터 간다(민담 동화), 敎英義塾 同筵錄(번역), 果川拓本資料集(번역), 果川風雅(번역), 寒溪吟詠(번역), 果川의 옛 詩文(번역), 果川邑誌集覽(번역), 과천 향토자료집(보고서), 함열남궁씨 과천파 자료(보고서), 문원총보(文苑叢寶), 한계일기(寒溪日記) 상, 과천시의 분묘석물과 금석문(보고서)
광명
 학온동지, 만화로 보는 오리 이원익, 광명의 문헌자료, 오리 이원익, 아방리 줄다리기, 소설 이원익, 역사 속에서 만나는 민회빈 강씨, 경산연보, 경산정원용 가승 고문서 해제, 광명지역 삼일운동과 항일농민항쟁사, 돌에 새긴 광명의 얼굴, 광명농악의 이해와 경기농악, 광명의 오래된 미래 - 첫 번째 설월리, 광명의 옛 지명을 찾아 떠나다, 만화로 보는 민회빈 강씨, 기형도 시 세계로 만나는 광명 
광주
 남한일기, 내가 사는 광주, 순암 안정복, 광주 향토사료집, 신익희 평전, 효의 고장 광주, 남한비사, 태허정 최항 선생 문집, 광주와 실학, 광주 지명유래집, 광주 금석문대관, 중정 남한지, 산성일기, 충정공 정뇌경 전기, 그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광주 설화집, 너른 고을 옛이야기, 현절사지, 회안 한시집, 숭열전·현절사·정충묘 전례 보고서, 해동화놀이와 장승제의 전승 양상과 활용방안, 광주 시사 9권, 정충묘지, 광주시사요약본, 광주지역 항일의병항쟁 및 3·1 독립운동 학술발표, 광주 설화집, 너른 고을 옛이야기Ⅱ 
구리
 구리시의 민속문화, 우리 고장 역사탐방, 구리시 개발예정지역 향토문화자료 보고서 
김포
 김포 실록, 김포항일독립운동사, 김포도 역사가 있다
남양주
 다산 정약용, 남양주문화원 10년사, 대은 변안렬과 그 후예들, 고산유고 영인본, 고산유고 한글 해석본, 남양주의 문화유적, 남양주의 금석문대관 제1집, 석실서원 지표조사 보고서, 남양주 문화관광 길잡이, 남양주시 수해체험수기 모음집, 퇴계원산대놀이, 남양주시 역사문화길잡이, 우리 고장 남양주, 남양주의 전통사찰, 남양주의 글씨와 서화가, 남양주 사찰의 주련과 의미, 남양주의 문화유산과 명승, 남양주문화원 20년사, 다산사상 논총, 남양주의 능원지, 남양주역사인물연구논총, 남양주 근대 100년사, 남양주사릉과 춘원 이광수, 다산사상 논총 Ⅱ, 목민심서 영문판, 남양주시 지명유래집, 남양주문화 천마산의 맥, 남양주문화원 30년사 
동두천
 내행동지, 소요의 맥, 시사 30년사 발간, 동두천세거성씨, 미군기지에 갇힌 우리 땅 
부천
 자랑스런 궁도 문화와 부천, 부천문화의 재발견, 부천의 민속과 문화, 찌르릉찌르릉 비켜나셔요, 부천의 궁시弓矢문화, 부천의 땅이름 이야기, 복사꽃이여 복숭아여, 부천 역사문화 투어, 부천의 궁시弓矢문화(증보판), 수주 변영로 詩 전집, 부천시 향토사 연구자료, 대장동 설화 말무덤 이야기, 활과 함께한 인생 궁시장, 수주 변영로 연구, 마을 誌, 부천시 향토유적 ‘인물편’, 歪曲된 朴震 歷史 硏究, 富川地域 祭天儀禮 考察 Ⅰ 
성남
 성남향토문화총서 1, 성남향토문화총서 2, 성남향토문화총서 3, 성남향토문화총서 4, 성남향토문화총서 5, 성남향토문화총서 6, 성남향토문화총서 7, 성남향토문화총서 8, 성남향토문화총서 9 
수원
 수원학연구 창간호, 수원학연구 제2호, 수원학연구 제3호, 수원의 마을굿, 수원학연구 제4호, 수원학사료총서 1-1집, 수원문화원 50년사, 수원학연구 제5호, 수원학사료총서 2집, 수원학사료총서 3집, 수원사람들의 삶과 문화, 수원학연구 제6호, 수원학연구 제7호, 수원학연구 제8호, 수원학사료총서 5집 
시흥
 시흥문화(14호), 신현동지, 시흥 월미 두레 풍물놀이 고증조사보고서, 시흥문화원 소장 유물자료집, 시흥 군자봉 성황제, 시흥시 지명유래지, 시흥삼해주 전승사업 자료집, 시흥의 생활유물 자료집, 시흥향토민요가사집 
안산
 안산 시사, 반월동향리지, 대부도향리지, 상록수문학 심포지엄, 성호사상 학술논문집, 내 고장 안산, 안산 성태산성 지표조사 보고서, 계간 안산문화 '푸른 뫼', 안산 시사 
안성
 안성문화유적총람 
안양
 안양문화(창간호), 안양문화(제2호), 안양문화(제3호), 안양문화(제4호), 안양문화(제5호), 안양문화(제6호), 전통예절, 만안 답교놀이, 안양문화(제7호), 안양문화(제8호), 국조 단군 받들고 조국관 확립하여 민족정기 드높여야, 안양문화(제9호), 안양문화(제10호), 전통예절, 생활예절교본, 안양 금석문, 청소년 예절, 안양의 구비문학, 안양의 역사와 문학, 안양 삼성산 불교유적지표조사보고서, 안양문화사랑, 안양지역 관리록, 안양교육총람, 안양문화원 30년사, 안양의 역사와 문화유적, 향토체육사, 안양의 민속놀이와 세시풍속, 안양 집성촌 자료집, 안양의 옛 사진 모음, 안양의 종교총람, 안양의 금석문, 안양문화원 40년사, 안양문화(합본), 안양 관련 역사지리지, 안양문화(제11호) 
양주
 양주 군지 상·하, 양주의 문화유적 관광, 향토한시명감, 문화원 십년사, 비문으로 본 양주의 역사ⅠⅡ, 생활의례전서, 양주의 옛 소리, 임꺽정 김삿갓 양주에서 태어났는가?, 양주의 땅이름의 역사, 양주 항일민족운동사, 양주 인물지, 사마방목과 양주, 양주의 세거성씨 
양평
 향맥 제1집, 향맥 제2집, 향맥 제3집, 향맥 제4집, 향맥 제5집, 향맥 제6집 양평의병운동사, 향맥 제7집 한국사 속 양평사, 향맥 제8집, 조선왕조실록 양근 지평 초록, 향맥 제9집 벽계연원록, 향맥 제10집 백운문유, 향맥 제11집 화서 이항로의 현실 대응론과 실천운동, 향맥 제12집 양평사론, 향맥 제13집 화서 학파의 충의효열록, 향맥 제14집 양평 독립운동사료집, 향맥 제15집 충장공 양헌수 대장 유집, 향맥 제16집 한국전쟁 양평 전란 사략, 향맥 제17집 양평인물지(상), 향맥 제18집 한시양평명감, 향맥 제19집 지평리를 사수하라, 향맥 제20집 양평의 지명유래, 향맥 제21집 일성록양근 지평 초록, 향맥 제22집, 일제강점기 양평 관계사료 집대성, 가례 해설 전서, 운계서원지, 화서 이항로의 삶과 학문 세계 
여주
 다시 보는 명성황후 Ⅱ
연천
 연천문화
오산
 공자와의 행복한 만남, 오산의 뿌리를 찾아서, 오산 향토사료집, 독산성(창간호), 독산성, 궐리사 성적도 발간, 오산의 마을신앙, 오산의 역사와 독산성, 오산의 문화유산을 찾아라, 오산의 구비전승 1, 오산의 민속 2, 오산신문 잡지기사 자료집, 오산의 문화유산을 찾아서, 오산시 향토문화사, 오산을 노래하다 
용인
 내 고장 민속, 내 고장 민요, 내 고장 옛 이야기, 내 고장 용인 금석문총람, 내 고장 용인 독립항쟁사, 내 고장 용인 문화유산총람, 내 고장 용인 인물총람, 내 고장 용인 지지총람, 내 고장 용인 지명·지지, 내 고장의 얼 (유물유적 편), 내 고장의 얼 (인물 편), 서성3세대 동인문학집, 용인군 시사연표, 조선시대 용인․양지 사료집, 용인군지, 용인지역 구비전승, 내 고장 용인, 구성 면지, 기흥 읍지, 양지 면지, 수지 읍지, 모현 면지, 포곡 면지, 원삼 면지, 백암 면지, 남사 면지, 이동 면지, 수여지, 꼼돌이와 함께 떠나는 <용인문화답사>, 용인 시사, 용인의 옛 절터, 고려시대의 용인, 용인의 도요지, 용인의 분묘문화, 처인성주변지역지표조사보고서, 용인의 불교유적, 용인의 마을의례, 용인서리고려백자요지의재조명, 용인의 역사지리, 용인 처인성, 용인의 옛 성터, 정몽주, 조선지지자료, 용인시 우회전집, 전국한시백일장추모시집, 용인향토사료 항목목록, 용인석성산봉수, 역사문화수첩, 용구문화(계간지), 용인문화(계간지), 용인의 분묘문화 2집, 구술생애자료집 1집, 구술생애자료집 2집, 구술생애자료집 3집 
의왕
 의왕문화
의정부
 회룡문화, 지명유례집, 의정부문화유산이야기, 우리 고장 바로알기 
이천
 이천의 민간신앙, 이천 거북놀이, 이천사람들의 생활과 의례, 이천사람들의 삶과 놀이, 이천의 옛이야기, 이천의 문화재, 이천의 의병항쟁과 독립운동, 이천의 인물, 설봉문화, 다시 그리는 설봉산수도(47호), 이천의 할머니(48호), 이천의 시장(49호), 구만리뜰(50호) 
파주
 파주문화연구지, 큰 스승 율곡 이이의 삶과 사상, 명재상 방촌 황희의 삶과 사상, 해동명장 대원수 윤관, 파주의 역사와 문화, 파주 문화재대관, 파주의 향교와 서원, 파주의 인물, 파주 실록 
평택 
 평택의 마을과 지명이야기, 평택시 문화유적안내, 내 마음 네 마음(조성락 한시집), 문명의 교류 평택에서 세계로, 지금 우리에게 백두산은 무엇인가, 정도전연구논저목록, 지영희와 한국사회, 교운일기(이택화 한시집), 팽성 읍지, 평택 민속지(상,하), 평택학 정립학술대회 자료집, 평택 문화유산의 현황과 활용, 평택인물지 1-충렬공 이대원, 안중 읍지, 기억과 전승(평택 보훈학술대회 자료집), 2011 Korean-American summer school, 평택의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한 문화전략,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 평택(2011), 제1회 평택사료전시회 도록 및 해제, 제2회 지영희 학술대회 발표집, 알파탄약고의 평화적 활용을 위한 평택반환미군기지 공간재생운동의 성과와 과제, <역사 속 평택의 숨은 보석 찾기!> 교재, <역사 속 평택의 숨은 보석 찾기!> 결과보고서, 사진으로 보는 평택 근·현대사(2011), 문학의 향기, 사진으로 보는 평택근현대사(2012), 새로 쓰는 평택 3·1 운동 학술세미나 자료집, 평택의 역사인물-원균 장군 책받침 제작, 인사이드 평택 자료집, 정월 대보름 사진집, 소사벌 19호~26호, 2008~2011 평택시 문화관광안내, Guide for Foreigner-Living in pyeongteak
포천 
 포천의 독립운동사, 향토문화유적사료집, 포천의 지명유래집, 포천의 서원, 포천의사.단.정려, 포천의 암각문, 포천금석문대관, 포천의 설화, 포천의 문화유산, 포천의 인물지, 포천향토사료총람(상권)-삼국사기,고려사,조선왕조실록, 포천향토사료총람(하권)-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포천향토사료총람(승정원일기편)-고종1~10년, 포천향토사료총람(승정원일기편)-고종11~20년, 포천향토사료총람(승정원일기편)-고종21~44년, 포천향토사료총람(승정원일기편)-인조1~5년, 포천향토사료총람(승정원일기편)-인조6~10년, 포천의 지명유래집(증보판), 포천을 빛낸 인물연구(제1~7집), 포천의 민속, 포천의 옛 사진, 문화유적답사 안내자료집, 우리 포천의 옛날이야기
하남
 하남시 사료집, 하남 지명지, 하남금석문집-금석문대관, 위례문화 

<표>

지역 문화 메타 아카이브 - 지역 문화 활동에 대한 기록
 전국의 많은 문화원이 창립 30주년, 50주년을 맞이하면서 저마다 문화원 30년사, 50년사를 발간하고 있다.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문화원 말고도 지역의 여러 문화예술 관련 기관이나 단체가 저마다 하고 있는 일이다. 안타까운 것은 문화원을 포함해서 지역사회의 기관․단체가 저마다 자신들의 사업에만 매몰되어있어서 서로의 강점과 전문성을 교류하거나 밀도 있게 협력한 경험이 축적되어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해온 여러 문화정책의 시행과정과 이에 따른 다양한 문화행사와 사업들, 그리고 수많은 프로그램과 여러 문화예술단체의 활동에 대한 종합적인 정리 작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장 시급한 과제 중의 하나는 그 지역의 문화 분야에 대한 발전 과정과 문화 활동 전개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담아내는 일이다. 지역 운동을 포함한 시민사회의 문화 활동에 대한 기록도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그 지역의 문화자산에 대한 활용방안과 시민의 문화 역량 개발 등 앞으로의 문화발전 방향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방문화원이 문화원 자신의 사업활동 만을 자화자찬하는 식의 기록을 하기보다는 지난 수십 년간 지역 문화의 형성과정을 기술하고 앞으로의 발전방안을 찾는 작업을 준비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바로 지자체와 문화원, 그리고 문화예술단체 등 지역의 문화주체들이 그동안 추진해온 활동을 조사․연구하고 기록․발간하는 사업이다. 여기에는 크게 다음 세 가지 내용을 담아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첫째, 지역 문화유산의 발굴과 보존 과정이다.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민속문화, 무형문화재의 발굴과정 등에 대한 조사 정리, 지역사 사료의 수집 및 시․군지의 편찬, 문화재 찾기운동 등 문화시민운동 전개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포함될 수 있겠다. 

 둘째, 지역의 주요 문화축제의 형성과정이다. 가히 축제의 왕국이라 할 만큼 대한민국의 지자체마다 축제가 넘쳐난다. 지속 가능한 축제가 되려면 먼저 지역의 주요 축제, 행사의 형성과정에 대한 자료의 조사, 정리가 수반되어야 하고 이를 토대로 끊임없이 축제를 역동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셋째, 그동안 지역에서 수행해온 문화예술분야의 사업과 프로그램의 변천 과정이다. 문화예술분야의 각종 프로그램과 사업 활동에 대한 조사, 평생학습프로그램과의 결합 등 교육콘텐츠의 발전 과정도 정리해야 할 과제다. 추가하자면, 서론에서 그 지역의 근․현대 지역 문화의 형성 과정을 기술하고, 결론적 관점에서 지역 문화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제는 지역 문화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지역 문화의 고유성을 찾고 내가 사는 지역의 지역 정신을 형성해 나가는 일, 지역의 문화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지역의 문화예술단체들이 서로 역할을 나누고 협력하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 그리고 이를 통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구체적으로 개선해가는 일 등 - 이런 방향성에서 보자면 그동안 여러 지자체들과 지방문화원들이 저마다 만들어왔던 시․군지보다는 이제는 마을 단위의 역사와 문화전통, 생활공동체의 형성과정을 기록하는 마을지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마을지가 모여서 온전한 시군지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을 것이고 이런 기초 위에서 경기도의 총체적인 모습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지 않을까 판단된다.

4.인터 아카이빙 영역 

지역학
 ‘지역학’은 지역연구(Local Studies)를 가리키는 말이다. 현재 문화원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지역학 연구는 한마디로 그 지역의 역사, 문화, 사회와 인문환경을 아우르는 지역에 관한 총체적인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역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역사를 중앙사 중심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지역의 역사는 보이지 않고 오직 전국사의 구성단위로서 ‘지방사’, 또는 중앙사의 부차적인 사료로 중앙에서 밀려난 열등감의 표출로서 ‘향토사’라는 용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10)

 이와 같은 차원에서 ‘지역’의 의미를 더 이상 국가와 중앙에 의해 주변화되고 소외된 공간으로 보지 않고 그 지역의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그들의 문화를 만들면서 살아가는 장소로, 그리고 각자의 독특한 고유성을 가지고 있는 공간으로11)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커다란 인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역사학에서도 지방을 폄훼하는 의미로, 종속적이거나 주변적인 의미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 ‘지방사’ 대신 ‘지역사’라는 용어를 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가 주도의 한국사 관점에서 역사를 기술하는 ‘지방사’나 ‘향토사’ 대신 지역이 주체적으로 국가나 세계와 관계를 맺으며 지역이 가진 역동성과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는 의미에서 ‘지역사’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어가는 것으로 이해된다. 지역사는 중앙사의 일부에 불과한, 변방의 역사가 아니다. 이제는 그 지역에 살아온 민초들이 그 지역 역사의 주인공들이요, 그 지역을 발전시켜온 주체들이다. 

 지역사, 지역 문화, 지역학이란 말들은 ‘지방’이란 용어에 대한 의식적인 저항이나 극복, 대안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문화원 차원에서는 그 지역의 문화자원들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체계적인 정리를 뜻하는 것으로 통용되고 있다.  경기도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미 활성화되고 있는 지역학 네트워킹을 시도하는 것도 아카이빙을 위한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현재 전국의 많은 문화원에는 향토문화연구소가 설치되어있다. 이 향토문화연구소가 중심이 되어 지역학 연구와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지역 내에 있는 대학이나 학술․교육기관 등과 협력하여 보다 체계적으로 지역학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기관들이 함께 모여서 지역학을 위한 기반조성, 지역학 활동을 통한 다양한 콘텐츠 생산과 그 활용, 그리고 지역학의 미래 발전방향에 대해 서로 논의하고 협력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역학은 과거의 향토사와 무엇이 다른가? 향토사가 단순히 지역의 향토사료와 문화재를 대상으로 단편적인 연구의 나열에 머물렀다면 지역학은 지역인들을 주체로 하는 문화사, 생활사를 토대로 그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따라서 보존․발굴․기록하고 정리․연구해야 할 대상은 지역사의 사료와 문화재뿐만이 아니라 지역의 특성을 보여주는 독특한 관습이나 민속, 전승, 구전설화와 마을사, 개인의 구술 생애사 등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이러한 다양한 분야의 자료들을 DB화해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역학 아카이브’를 구성해야 한다. 

10) 방언도 마찬가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중앙언어에 대비되는 지방언어란 뜻의 방언은 교육수준이 낮고 사용하기 부끄러운 말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방언은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두고 그 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로 그 고유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 문화유산으로 보고 있다.
11) 김동철, 문재원, 차윤정, 하세봉, ‘한국학에서 지역연구의 방법론과 과제’, 동북아문화연구 제20집, 2009, pp.227~249


지역학습
 ‘지역학습’(Local Learning 또는 Local Community Learning)은 지역학의 전개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개념이다. 이 말은 ‘지역사회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이나 ‘지역의 평생학습공동체’와는 다르다. 또 단순히 지리적 공간으로서의 지역에 대해서 배우는 지리학습으로서의 지역학습도 아니다.12) 그럼 ‘지역학습’이란 무엇인가? 지역을 배움의 대상으로 삼아 학습한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서 지역을 학습 자원화 하여 이를 배운다는 말이다. 이제는 지역이 곧 ‘교과서’가 되고 풍부한 문화콘텐츠의 보물창고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역학습을 위해서는 그 지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역을 체계적으로 알아갈 수 있는 학습 과정이 개발되어야 한다. 지역을 알아가는 것은 그 지역 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요 세계화(Globalization)의 시대에 경쟁력의 핵심인 지역화(Localization)를 확고히 해 가는 것이기도 하다. 
   
 지역학습 과정을 개발하는 일과 더불어 직면하고 있는 또 하나의 과제는 평생학습 프로그램들을 지역학습 프로그램으로 전환해가는 일이다. 이는 평생학습의 진화와 질적 개선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강좌를 지역학습으로 바꾸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관점의 전환이다. 그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학습 욕구를 어떻게 지역학습이라는 관점에서 재배치하고 묶어내고 연계성을 높여나가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평생학습의 질적인 발전을 위해서 이제는 지역학습으로 나아가야 할 시기다. 이젠 지역이 학습의 대상이다. 세계화의 시대요, 지역화의 시대다. 이런 시대적 변화 속에서 지역을 배워나가야 한다면, 그리고 지역의 문화를 다음 세대에게 가르쳐야 한다면, 지역을 바라보는 인식의 틀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지역의 자연과 역사, 문화유산과 민속, 사회와 경제, 마을과 생업활동 등을 배움으로써 지역에 대한 애향심, 정주의식과 정체성을 갖게 하여 지역의 문화적 발전과 성숙을 이루어가는 것 - 그것이 ‘지역학습’이 필요한 이유다. 

12) 지리학에서는 이런 의미로 지역학습을 사용하며 특히 지리교사들이 효과적으로 지역의 지리정보와 지식을 전달하고자 할 때 지리교육의 한 분야로서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또 미국이나 영국 등 서구에서는 그 지역의 전통문화를 다음 세대에게 전수하고 이해시키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지역학습센터(Local Learning Center)를 운영하고 있다.

라키비움
 ‘라키비움’(Larchiveum)은 라이브러리(Library), 아카이브(Archives), 그리고 뮤지엄(Museum)을 합성한 말이다. 쉽게 말해서 위의 세 가지 기능을 통합해서 시민들에게 다양한 자료와 지식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한 다양한 문화사업과 활동들이 이루어지는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는 라키비움을 관리하기 위한 업무공간, 방문한 시민들이 쉴 수 있는 휴식공간, 그리고 다양한 문화활동을 진행하기 위한 문화공간이 추가로 조성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전국의 각 문화원이 발간, 보유하고 있는 자료나 기록물들은 아날로그 형태의 자료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원의 자료들을 아카이빙하기 위해서는 아날로그 형태로 정리된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이렇게 디지털화된 자료들은 텍스트화된 자료보다는 이미지화된 자료들이 많으므로 시민들에게 원하는 형태의 자료들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문화원이 보유한 자료들 가운데 디지털화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료의 범위, 그리고 보존과 활용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자료의 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수집된 자료들을 1차적으로 디지털화하는 작업, 자료의 성격과 유형에 맞게 분류하고 재정리하는 작업, 그리고 이를 체계적으로 DB화하여 시민들이 쉽게 자료와 관련 지식정보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아카이빙 기반을 만드는 작업을 처음부터 고려해야 한다. 

 둘째, 아날로그 자료의 특성상 디지털화 작업만으로는 제공할 수 없는 자료의 고유한 측면, 원본이 지닌 질적 수준의 정보들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이를 보존, 보유하고 있는 문화원과 연계해서 원본자료, 원본기록물들을 기초로 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장소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보존, 보관 중심의 향토자료실 운영을 지양하고 문화원에 라키비움 형태의 공간조성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13)

 그동안 여러 문화원에서 운영해온 향토자료실, 향토사료관의 경우 지역 주민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고 재해석과 대중화 작업을 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자료 활용을 통한 다양한 문화활동과 사업들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았다. 라키비움의 조성은 지역사회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던 자료들을 한곳에 모으고 이를 통합적으로 정리해 체계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지역에 대한 지식정보와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활동을 서로 연계함으로써 지속적으로 공간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최근에 제정된 지역 문화진흥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생활문화시설로서의 성격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생활문화란 바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전통적인 문화자원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미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과 시도들을 촉발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13) 권순석, ‘경기도 문화원의 향토조사자료를 기초로 한 정책 및 사업화 방안 연구’, 한국문화원연합회 경기도지회, 2012. 12., pp.116~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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