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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직/경영>
문화원장님의 하루용인 김장호 원장님을 만나다
"작게는 지역민이지만, 큰 틀에서는 결국 문화인으로 살아야 합니다."

 김장호(용인문화원 원장)


지방문화원장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지역의 문화적 현주소를 읽을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방문화원원장이 진단하는 현재 문화상황은 어떠하며, 그러한 문화적 상황에서 지역문화에 대한 현주소를 읽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기획된 인터뷰이다.
-편집자 주-


 첫 만남은 따뜻한 녹차와 함께 곁들인 다음과 같은 말이었다. 

“용인시는 본래 용구현과 처인현이 합치고 용구에서 ‘용’자와 처인의 ‘인’자가 합쳐 용인현으로 칭하다가 후에 양지군을 합쳐 오늘의 용인시가 되었습니다. 인구는 현재 약 92만명이에요.”

 용인문화원이 무엇을 하려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한 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역을 알고, 앎을 통해서 사랑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의 고민의 흔적을 읽을 수 있었다. 

Q. 갑작스러운 질문부터 시작해서 죄송합니다만, 문화원장이 되시면서 ‘이것만은 내가 재임 중에 꼭 하고 싶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A. 원 처우문제입니다. 경기도 문화원 직원들의 처우는 정말 제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직원들이 너무 자주 바뀝니다. 처우문제도 문제지만, 업무의 연속성을 만들어 가기가 너무 힘듭니다.
 우리가 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 중 하나가 바로 ‘지속 가능한 사업’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직원들이 자주 바뀌면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겠어요. 특히 문화원의 사무국장은 그 문화원의 사업의 성격 및 기획을 책임지고 있는 실무 총 책임자인데, 사무국장의 교체가 잦으면 그 문화원의 성격 또한 자주 변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물론 새로 들어온 직원의 능력 문제일 수 있지만, 그동안 해오던 노하우를 살려서 갈 수 없잖아요. 항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또한, 능력 있는 직원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물론 그에 따른 처우도 해 줘야 합니다. 좋은 직원을 뽑고, 그 직원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일한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주고, 문화원 차원에서 끊임없이 자기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면 금방 바뀝니다. 문화원장이 해야 할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A. 1986년 무역회사를 운영할 때 고려대 최고경영자과정을 했습니다. 그때 교수들에게 들은 겸손과 배려에 대한 강의가 내가 꽤 큰 충격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내 인생지표가 될 만한 것을 많이 얻었고, 살아온 삶에 대한 반성과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삶에 대한 지향이 싹튼 것 같습니다. 
 젊었을 때의 터닝 포인트도 잊을 수 없죠. 고등학교 때 배구선수로 활동했었습니다. 그때 받은 상 가운데 ‘명예규정상’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상은 육군사관학교에서 주는 상으로, 운동만 잘해서 주는 상이 아니라, 모든 부문에서 우수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었죠. 공부는 물론이고, 체력, 품행 등 까다로운 심사기준에 부합되어야만 받을 수 있는 상인데, 지금까지 받은 상중에서 제게는 가장 의미 있는 상이고, 그 때 받은 이후로 내 삶의 방향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또 하나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도 있습니다. 바로 1970년대 재건국민운동본부에서 전국에 중학교를 설립할 때 제가 용인지역에 재건중학교를 설립했던 거죠. 제가 졸업시킨 학생이 680명이었어요. 70년대 당시에는 일반중학교보다 재건중학교에 와서 배우는 학생이 더 많았어요. 보람도 많았고, 힘들었지만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Q. 문화원장으로서 용인문화원이 이렇게 되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나름의 포부가 있으실 텐데... 몇 말씀 듣고 싶습니다.

A. 15년 전 용인시의원을 마치고 용인문화 발전에 뭔가를 해야겠다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앞서 말한 재건중학교를 운영할 당시의 일이었는데요. 당시 충분한 지원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사재를 털기도 하고, 때로는 여러 곳에 지원을 받아 근근이 운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노트와 연필이 없어서 굉장히 곤란할 때가 있었는데, 당시 문화원 총무로 근무하고 있던 강명윤(지금은 작고하셨지만, 아직도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씨가 기증해 주셨어요. 그때 가슴 시리도록 고마웠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그 때의 진한 기억이 지금 내가 문화원장으로 용인문화원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문화원장으로 오기 이전에 문화원 이사로 있으면서 행사 때마다 준비위원으로 나만큼 많이 참여하고 함께 시간과 정성을 들인 사람도 없었을 겁니다. 물론 당시에는 이사님들이나 직원 수, 예산 등 전체적으로 체계가 안 잡혀 있을 때이기도 했어요.
 감사와 부원장을 거쳐 지금 문화원장을 하고 있는데, 당시 문화원 시스템을 정교화 하는데 많은 노력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Q. 시스템의 정교화라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A. 몇 가지 정리해서 말하자면, 적어도 그 기간(감사, 부원장으로 재직할 당시)동안 용인문화원 정관 및 관련 규정을 정비했습니다. 용인문화원의 조례 및 규정만큼 잘되어 있는 곳도 없을 겁니다. 

Q. 용인문화원이 이것만큼은 참 잘한다는 것이 있을 텐데요.

A. 예! 참 많습니다. 먼저 <찾아가는 향토사 교육>이라는 사업입니다. 용인 시내 30개 초등학교 3학년 교과과정과 연계하여 실시하고 있어요. 교육청과 MOU도 체결한 상태입니다. 현재 주5일제 도입 이후 토요프로그램으로 운영 전환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어요. 또한 예능교육과 함께 향토사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있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입니다. 지금은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전 학년 대상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기관과의 사업 연계를 강화하고 네트워킹 하는 일이 있습니다. 2011년에는 용인경찰서와의 MOU체결로 경찰서장, 전투경찰, 의경, 경찰 직원에게 향토문화교육을, 2012년에는 육군 제55사단과의 MOU체결로 군인들에게 향토문화교육을 시작하였습니다.
 또 굉장히 가슴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이 사업은 경기도 31개 시,군 문화원이 함께 추진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2012년 6월 28일, 용인시 문화발전과 죽전관리역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서를 체결했죠. 용인문화원과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죽전관리역)이 체결했는데, ‘죽전관리역’이라는 것이 14개 역사를 관할하고 있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이곳을 용인시민이 이용하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하여, 공연장, 전시공간을 조성해 보려고 합니다. 구체적인 사업명은 <역사를 활용한 문화거점 조성을 위한 사업>으로 현재 운영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Q. 중점사업은 무엇인가요?

A. 용인에는 2000여명이나 되는 공무원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문화원에서 개발하고 기획한 시민문화대학을 수료하게 하고, 그것이 경력사항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긴밀하게 시와 협의 중에 있습니다. 적어도 용인 지역에 있는 역사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소양을 공무원들이 갖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위해 현재 다양한 역사자료를 개발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소책자 발간>입니다. 그동안 문화원에서 발간한 책을 보면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학술서적 위주였습니다만, 과감하게 조정해서 분량도 적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자료집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대단히 실용적이어서, 호응이 좋습니다.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질 높은 소책자가 되도록 연구, 개발하고 있죠. 또한 역사문화해설사 교육이 가능하도록 교재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문화원장으로서 또는 인간으로서 김장호의 삶, 앞으로의 포부 등을 말씀해 주세요.

A. 문화원장으로써 작게는 지역을 보지만, 큰 틀거지에서 보면 결국 문화를 볼 수밖에 없어요. 용인시는 지금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고, 그에 따라 시민과의 접점 마련이 어렵습니다.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이기도 하죠. 이미 문화 분야가 대단히 세분화되어 있어서, 예술의 장르별, 계층별, 문화적 성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것을 합쳐야 합니다. 용인시의 정체성 확립 및 옛 문화의 보존, 발굴도 문화원의 중요한 역할이지만, 각 분야를 아울러 서로 힘을 모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문화원입니다. 
 문화원은 일반 사회단체가 아닙니다. 법에 기초를 둔 조직이며, 용인 문화발전, 진흥을 위한 기관입니다. 마을지를 다 냈으니까 문화원의 역할이 끝난 것 아닌가? 하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절대로 아니죠. 저희의 경우, 마을지의 성과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용인학’이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지역학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고자 용인 내 대학교에 ‘용인학’강좌를 개설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지속적인 발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조심스럽지만, 전국의 문화원장들이 지역문화발전을 위한 소신을 가지고 그에 기여하는 것으로 만족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정치적 진출을 위한 목적이 끼게 되면 문화원은 침해를 받게 됩니다. 한 개의 문화원이 그렇게 되면 전국 문화원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문화원이 너무 젊어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것은 문화원의 위상이 시 행사 의전 때 먼저 소개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자연스럽게 존경받는 위상을 가질 수 있도록 문화원이 체질개선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문화원장이 되면 문화원에 전념해야 합니다. 같이 밥 먹고, 술 마시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소통하고 화합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가 그들을 책임져 주고, 보호해주는데 오해가 쌓일 일이 없지요.
 마지막으로 평생을 봉사하면서 살아온 것이 지금 내 인생의 전부입니다. 남을 위해 사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삶의 기쁨입니다.
 인터뷰하면서 내가 벅차게 한 세상을 달려온 것 같은 느낌이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명확하게 분리해서 사고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과거를 알고, 현재를 이해하면서 미래를 준비해나가는 자세가 몸에 베인 듯한 인상이다.
 문화원장으로서 직분을 자랑스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문화원이라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더 자랑스러워하고 있는 듯하다. 문화원장이 되면서 이미 임기 후를 준비하는 모습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쉽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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