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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사업>
백투베이직이천문화원
백 투 베이직( Back to Basic )


 

이천은 행복한 지역이다.

 땅 좋고 물 좋기를 타고난 곳이라, 이천하면 바로 임금님 진상미로 유명한 쌀이 떠오르고  세계도자기축제로 유명해진 캐릭터 ‘토야’가 떠오르니 말이다. 물론 지금도 왕릉이 뒷동산처럼 웅장하게 자리한 경주나 산세가 빼어난 전라도와 견준다면 좀 그렇겠다만 생각해보라, 급속히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애매하게 지역이 나뉘어진 도시에 비하면 행복하다 말다뿐일까. 도대체 뭘로 문화관광업무를 봐야할지 모르겠다는 수도권 인근 도시들도 제법 있기 때문이다. 도시마다 그 도시를 대표할 브랜드나 도시 상징으로서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하는  도시에서 볼 때 이천은 문화자산이 풍족한 도시다.    

 이천이 쌀과 도자기 도시로 유명해진 데는 이천문화원의 공이 크다. 
 1987년부터 설봉문화제를 이천문화원이 주관하면서 민속행사, 문예행사, 청미문화제를 아우르는 문화예술축제를 진행해왔다. 이 안에 도자기축제는 일부를 담당하는 작은 축제였다가 1995년 9회 때부터 문화체육부 시범축제가 되면서 독자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2001년 세계도자비엔날레로 확대되면서 국제축제로 확대되었다. 2010년에는 공예분야에서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되면서 도자와 관련된 역사와 생활을 담고 있는 고장으로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가을이 되면 이천 쌀문화축제가 열린다. 멍석만들기, 새끼꼬기, 짚신삼기 등 짚풀공에 체험과 쌀가마니 지게지기, 재래식 탈곡하기, 가마솥 햅쌀밥짓기, 임금님 쌀 진상행렬 등 다양한 전통농경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코너를 마련하고 있다. 

 지리적 자산이라는 혜택과 함께 역사와 전통이 덧대어져 훌륭한 도시의 정체성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또한 이런 축제들이 흥겨웠던 것은 삶의 결실을 나누고 자축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깊게 생각해봐야할 것은 이러한 전통들이 우리의 생활 그 자체였지만 도자기 구워 그릇을 만들고, 멍석과 짚신을 삼아 실생활에 유용한 생필품을 만들었던 행위가 지금의 ‘내 일’은 아니다. 지금을 사는 지역 젊은이들이 느끼는 진상미와 토야에 대한 체감은 분명 다를 것이다. 내 지역을 대표하는 일련의 행사들이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구체적 행위와 멀어지면서 나타나는 이런 소외현상...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메워가야 할 것인가?    

지역문화에 대한 고민

그래서 이제는 지역문화자산에 접근하는 방식을 달리해보고자 한다. 주어진 환경을 소중히 여기고 이것을 기본으로 주체적 입장에서 문화를 해석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 지역문화를 나와 연결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인 것이다. 이천문화원 이동준 국장은 여기에 대해 구체적 실천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끊임없이 재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한 지역문화,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과 매체를 통해 활발하게 소통하는 방식은 어떻게 시작될까? 이동준 국장은 이렇게 말한다.  

첫째, 질 높은 문화교육, 문화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한다. 
 
 1998년 한국문화학교로 지정된 이래 이천 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문화적 욕구를 채워가며 성장해 가기 위한 정보제공과 지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둘째, 시민들에게 충실한 문화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온라인, 오프라인 문화정보 서비스 기반을 마련해서 문화원 내부의 업무효율화와 체계화를 위해서 뿐 아니라 이런 자료들을 시민들이 쉽게 검색하고 찾아 활용하여 창의적인 문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DB화를 추진한다.

셋째, 지역의 문화창달을 위해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

  단순업무지원이나 자원봉사체계가아니라 문화지도력 육성체계를 갖춘 인력을 양성한다. 지역문화가 성장하기 위해 문화마인드가 있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문화원 내부에서는 기초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밖으로는 이천문화원이 자랑하는 탐방프로그램에 대한 정교화작업을 추진하고자 한다. 올해로 10년째 맞는 주말문화탐방 프로그램은 나를 알기위해 남을 보면서 지역의 정체성과 이천이 갖고 있는 지역문화의 본질을 더 선명하게 알게 하고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동준 국장이 말한 것처럼 홍운탁월법 즉 이것을 그리고자 저것을 그리는 방식같이 다른 지역을 보고 우리지역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느끼고자 주말탐방프로그램을 운영했다면, 이 과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형성된 시민의식을 이제는 본격적으로 확인하고 정리해보는 후속작업을 해보고자 한다. 그래서 주말 문화탐방의 ‘학습적 효용가치’를 확대하려는 노력과 함께 가족에서 아동대상으로, 어르신과 문화소외계층 등으로 특화시켜나가려고 한다. 그리고 우리고장 알기 프로그램을 세부화시켜 진행하고자 한다. 유적의 발굴과 정리 단계를 넘어 교육, 문화체험, 자연생태, 예술, 청소년문화 등 다양한 문화영역에 걸쳐 현대를 접목한 문화창출의 단계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래서 이천만의 독특한 문화콘텐츠,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긴 우리들의 문화를 만들어 지역사회가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기 위해 지역사회가 함께 논의하는 장을 마련해야한다. 시민들의 문화욕구에 대응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실천하려면 각 시설과 단체 등 이천시에 있는 여러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여야 한다. 지역사회의 물적, 인적 자원의 결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항상 있어왔던 내용들이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역사회의 자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을 해야 한다고... 언제는 이런 얘기 안했나? 하는 자조어린 말도 나올 것이다. 맞는 말이다. 지역사회 여러 조직들이 한자리에 모여 잘해보자고 말하고 그걸로 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 아니 차선도 될 수 없다는 것은 무엇보다 확실하다. 
 
 이천이 눈에 보이는 확실한 지역적 자산에 비해 보이지 않는 훌륭한 인물들에 대해 알리는 작업은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이천에 서당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서원이 있었다는 것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와 중요성은 세월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법이다. 성리학의 대가 모재 김안국, 남당 엄용순, 규정 강은 등과 같은 인물들에 대한 자료에서부터 이천지역에 글쓰기 위해 오신 이문열 선생님까지 기록할 것은 정말 많다. 

 전통은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원료(material)가 충실해야 훌륭한 물건(object)이 만들어진다. 우리의 것들을 모아야 우리지역만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그래서 기초자료의 데이터베이스 작업은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하다 중단하면 안한 것만 못하다. 길고 오래도록 인내하면서 가야하는 작업이다. 단지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왜 하는지에 대한 목표와 활용방안을 지역에서 충분히 논의했으면 한다. 인터넷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은 데이터베이스 작업 자체로 가치를 획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문화원에서 시작한 데이터베이스 작업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그러나 시작이 있다면 끝을 꿈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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