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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서평> <정책/이슈>
문화발언대문화인의 길
이범재(광주문화원 사무국장)


 문화는 여러 사람이 함께 삶을 이룩해 가려는 뜻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사람이 없다면 과연 문화란 말이 있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문화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물론 동물들도 나름의 생각으로 생활을 한다. 하지만 동물들의 생활을 문화적이라 보기는 어렵다. 문화는 본능을 벗어난 형이상학의 개념인데, 동물들의 행동은 본능적 행동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똑같은 방법대로 살다가 죽는다.
    
 그러나 사람은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의 삶이 더 나아져야 한다는 소망과 희망을 간직하고 산다.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소망과 희망이 있는 까닭에 서로 문화를 이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는 서로 함께 이루고 함께 나누며 공유하는 삶의 세계이지 소유되는 소유물 대상이 아니다. 그러므로 문화는 서로 함께 하기를 사람에게 요구한다. 이런 문화의 요구를 만족 시켜주려는 사람을 문화인이라 한다. 문화생활을 하면서도 문화인이 아닌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도 많다. 배움이 많고 학식과 명성이 자자하다 해서 문화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돈이 많고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옷을 입고 사회활동을 많이 한다고 해서 문화인이 되는 것도 절대 아니다. 비록 배움이 없고 가진 것이 없을지라도 문화인에게는 서로 이해하고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의식이 항상 몸에 배어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권세와 명성, 재산, 인기 등등이 문화인을 결정하는 요소가 아니다. 문화인은 배려하는 마음과 양보하는 마음이 강하다. 나보다 먼저 남을 생각해서 행동하는 마음씨를 일러 배려라 한다. 그러자면 남을 존중하고 나를 살피는 겸손한 마음가짐이 있어야 문화인이 될 수 있다. 문화인으로서 산다는 것은 함께 더불어 사는 큰 뜻을 실천하며 사는 것을 말한다. 과시하며 오만하고 방자하게 사는 사람을 일컬어 졸부라 하는데 졸부보다 더한 비문화인은 없다. 아마 짐승만도 못하다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소위 졸부를 소인이라 일컫는 까닭은 비문화인이기 때문이다. 비문화인이란 문화적이지 못한 인간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니 비문화인은 짐승보다 못한 인간이란 말이다. 문화인은 나만 사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하고, 내 가족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이웃도 역시 소중함을 깨닫고 서로서로 위하고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 문화인은 베푸는 마음이 넉넉한 주인이다. 돈이 많아야 넉넉한 것도 아니고, 물질이 풍부하다고 주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옛말로 콩 한쪽이라도 반으로 나누어 먹을 줄 알아야 한다는 말과 백지장도 서로 맞들면 더 가볍다는 말이 있다. 이 이치를 몸소 실천하며 사는 사람은 돈 많은 재벌회장보다 더 넉넉한 사람이다. 남아돌아서 베푸는 마음씨보다 아쉬운 가운데서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베풀 줄 아는 마음씨가 더 훈훈하고 감동적인 법이다. 문화인은 사치스럽고 요란하게 등장하는 주인공이라기보다 남몰래 서로 행복한 삶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하여 드러나지 않게 기꺼이 봉사하고 헌신하기를 즐거워하는 당사자이다. 진정한 문화인은 무슨 대가를 바라고 봉사하지 않으므로 아무런 구김살 없이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어울리며 함께 사는 길을 트려고 노력한다. 남을 벗으로 끌어않는 마음씨는 시비를 걸기보다 시비가 일지 않게 하며 제몫을 크게 하려고 공치사를 하지 않으면서 나와 너를 우리가 되게 한다.
  
 문화인은 이러한 정신의 힘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우리 모두 함께 잘살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치는 주인이다. 그러므로 배려와 양보하는 의식이 박약한 사람은 아무리 유명하다 할지라도 문화인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공자는 왜 군자가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고 했을까? 군자야 말로 문화인의 이상형인 까닭이 아닌가 싶다. 문화인이 많을수록 살맛나는 세상이 된다. 마침 올해 문화융성의 해를 맞이하여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문화인다운 행동과 실천으로 스스로가 문화인 이라는 자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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