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안(김포문화원 사무국장)
우리나라에 문화원이 등장한지 60년이 넘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문화원은 무엇을 하는 곳입니까”라며 그 정체성마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원의 뿌리는 미국이 자국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만든 공보원에서 시작됐고, 60~70년대 문화시설은 문화원이 거의 유일했다. 하지만 현재 문화는 셀 수 없는 다양성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더불어 문화적 컨텐츠를 제공하는 기관 단체도 셀 수 없이 늘었다. 평생학습센터 주민센터는 물론 대형마트에서까지 문화강좌에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 지방문화원은 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행사에서도 수적으로 밀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원은 존립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한국문화원연합회를 비롯한 광역단체별 연합회와 전국 229개의 문화원 네트워크를 활용해 아카이브 구축 등으로 문화와 역사기록에 대한 큰 그림을 세밀하게 그릴 수 있다. 둘째로 지방문화원의 설립·운영·지원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지방문화원진흥법이라는 큰 무기를 가지고 있다. 셋째로 향토사를 연구, 발굴하고 그 자료를 축적해 온 곳이 문화원이고 앞으로도 이를 진행할 기관은 문화원이 가장 희망적이라는 것이다.
지역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어느 단체든지 마찬가지겠지만 역시 인력풀과 재정이다. 어떤 일이든 사람이 끌고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고급인력을 확보할수록 창출해 내는 결과의 질은 더욱 올라간다. 행사 참석, 총회 참석 등에 불과한 문화원 임원과 회원들은 인력풀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전문가 활용도 그때 그때 맞는 인물을 고용하거나 자문을 얻는 정도다. 전문가를 고용할 때는 해야겠지만 아이디어나 지역의 필요한 문화컨텐츠 개발은 문화수혜자가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향토사에 관한 정보나 자료도 주민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다. 이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각 세대별 자문위원을 구성하는 방법을 제안해 본다. 청소년·청년·장년·노년층 등 계층으로 구분해 각 세대별 자문위원을 구성하고 정기적으로 아이디어 회의를 가진다면, 문화원 운영에도 빠듯한 인원으로 지역을 뒤지고 다니면서 향토문화 자료 조사나 문화컨텐츠 아이디어를 일일이 발굴하고 다니는 수고를 덜 수 있다. 매회 참여에 대한 적절한 수당을 지불한다면 가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직원들 업무의 질도 중요하다. 대부분 문화원 직원들의 급여 및 신분의 불안정은 문화원의 운영 불안정으로까지 이어진다. 국가경제 불안과 높은 물가 속에서 열정만으로 생활을 꾸려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문화원의 운영에서 사업비보다 경상비가 낮은 수준이다보니 자연스레 따라오는 결과다. 그래서 더욱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이 재정이다. 물론 국고지원 사업을 비롯한 기관별 공모사업이 상당수 있고, 지자체의 지원이 있다. 하지만 공모사업은 연속성이 불안정하고, 공모주최자의 입맛에 맞게 사업이 변형돼 각 문화원이 의도하는 중장기적인 그림을 그려나갈 수가 없다. 또 지자체의 지원은 문화원이 끌려다니는 빌미가 된다.
이에 연합회는 우선 지방문화원이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과 회비, 찬조금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정해져 있는 법률을 대폭 수정하고, 각 문화원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공동사업을 개발해야 한다. 지방문화원 수익사업 컨텐츠 공모 등 적극적인 방법을 전개할 필요도 있다. 문화원을 이용한 수익사업은 문화원에 대한 홍보효과까지 불러올 수 있다. 물론 수익차에 의해 각 문화원 사이에 괴리감이 발생하거나, 높은 수익을 내는 문화원이 폭주하지 않도록 독립적인 사업은 막아야 한다. 또 원장이나 국장, 직원들의 재정 유용 등을 막을 규정은 확실하게 만들어 규제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은 심장이 힘껏 뛰고 심장에서 나온 피가 혈관을 강력하게 돌기 때문에 힘 있게 움직일 수 있다. 안정적인 수익사업은 심장이고 자금은 피다. 문화원을 이용한 컨텐츠를 개발해 지방문화원 별로 자체 수익을 내도록 하면 건강한 활동을 지속할 수 있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