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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서평> <정책/이슈>
지역, 지역문화 그리고 지방문화원둔배미 배치기 소리의 소멸 위기에 대한 유감
이현우(안산문화원 사무국장)


 안산시 초지동에 있었던 둔배미마을은 조선시대에 안산군 와리면(瓦里面) 포촌리(浦村里)라고 불리던 곳으로 원당리(元堂里), 원포(元浦), 원당포(元堂浦)라고도 불렸다. 조선시대 초지량만호가 있던 전형적인 어촌마을로, 초지진의 둔전병들이 있었으므로 둔배미, 또는 둔전병들이 농사짓던 논배미가 있었다고 해서 둔배미로 불렸다. 
  
 둔배미마을은 예부터 어업이 성행하던 지역으로 바다에서의 무사고와 풍어를 위한 제사를 지내왔었다. 둔배미마을의 수호신은 뱀신인 긴 대왕님이며 도당할아버지와 도당할머니를 모셨었다. 성어기가 되면 마을어부들은 화장만 배를 지키게 하고 선주를 비롯한 모든 선원들은 목욕재계하고 당집으로 가서 만선과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소지를 올린 후 모든 선원들이 꽹과리, 북, 징, 태평소(호적) 등의 악기를 치며 배치기소리를 하였고, 출항을 하며 배위에서는 선상배치기를 하였다. 노젓는소리, 그물의 고기를 퍼 올리는 바디질소리 등이 전승되어왔다. 
  
 둔배미 배치기소리는 경기 배치기소리의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연평도(서해안풍어굿)에서 전승되는 황해도 배치기소리가 서도소리로 여리고 여성적이고, 전북 위도에서 전승되는 전라도 배치기소리가 낮은음에 늦은 가락인데 비해 안산의 둔배미 배치기소리는 높은음이고 빠르며 힘찬 것이 특징이다. 바디질소리, 그물질소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안산시는 인구가 늘고 급속도로 팽창하였지만 전형적인 어촌이 없어지면서 배치기소리를 할 수 있었던 둔배미나 성머리 어부출신의 원로들이 모두 타계한데다 2007년 발굴자이고 연출자였던 박해일 선생이 타계하자 둔배미놀이보존회가 와해되고 남은 사람들도 모두 흩어지는 위기를 맞았었다. 필자가 이를 다시 수습하여 2008년부터 보존회를 안산문화원 부설단체로 만들어 관리하기 시작하였으나 현재 60명의 보존회원 중 어부출신이나 둔배미마을 출신은 한명도 없으며 안산 원주민도 다섯명뿐이다. 20여명의 와리풍물놀이보존회 회원들과 70세 이상의 여성 4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평균연령은 65세다. 어부역을 맡아 배에 오르고 배치기소리를 하는 남성들은 10여명에 불과하고, 직장출근 등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시연하는 날짜도 가급적 공휴일을 택해야 한다. 둔배미놀이 보존회원들에게 보상은 없다. 한번 연습하거나 공연할 때 1만원씩의 교통비 보조를 문화원에서 지급하는 게 전부다. 경기도와 안산시에서 연 600만원을 보조해주지만, 트럭위에 어선을 조립하고 해체하는데 다 소요되므로, 연 1회 공연하기에도 빠듯하다. 경기민요를 배우는 젊은 여성들과 사물놀이 등을 배우는 젊은 남자들을 회원으로 영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더이상 회원 수는 늘지 않으며, 매년 노령으로 타계하시는 노(老) 회원들만 생겨나고 있다.
  
 2013, 2014 2년에 걸쳐 둔배미배치기소리(둔배미놀이)를 경기도무형문화재로 지정받기 위해 녹음파일, 동영상파일, 구술자료 등을 모으고 정리하여 신청을 하였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전하고 전승되지 않으면 수년 내로 멸실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였다. 경기도에서 바다를 접하고 있는 시흥시, 안산시, 화성시, 평택시 중에서 유일하게 안산에서 전승되고 있는 경기배치기소리임을 인정받으려 하고 있지만 들리는 이야기는 모두 부정적이어서 암울하다. 
  
 올해는 경기 민속의 해다. 9월에 있을 경기도민속예술제에 참여하기 위해 보존회 회원들을 소집하면서 이번에는 또 어느 어르신이 돌아가셨을까 하는 무거운 마음이 먼저 든다. 더이상 둔배미배치기소리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은 없는데다가 특히 도사공의 역할을 맡아 메김 소리를 할 소리꾼을 이 도시에서는 찾기 힘들다. 더 이상 발굴되는 민속놀이가 없으니 연극배우들을 고용하여 억지 연출을 해놓고 민속이라고 우기는 일도 벌어지고, 그나마 발굴된 민속놀이도 보전하고 전승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우리고유의 민속을 보전하고 전승시키고자 갖은 애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이 민속들을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를 심사하는 제도를 두고 있는 현실도 역시 안타까웁다. 우리 전통 민속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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