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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정책/이슈>
경기문화권을 다시보며
"우리 모두가 경기도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창조적으로 발전시켜 
민족문화의 중흥을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경기문화를 다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노동은(중앙대학교 초빙교수)


  우리는 경기도문화가 다른 지역과 다른, 경기도만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가진 문화로 본다. 경기문화는 경기도 전체 지역의 문화를 일컫는다. 그렇다고 해서 경기도 전 지역이 하나의 문화형태로만 나타나지는 않는다. 경기도 문화는 경상도문화와도 다르고, 전라도문화와도 다르고 함경도문화와도 다르다. 분명 경기문화는 다른 도와는 다른 독자적인 문화를 가리킨다. 그렇다고 해서 경기문화가 경기도 전체 지역에 같은 문화형태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경기도 내의 각 지역마다 그 문화가 다르다. 임진강 쪽의 문산문화와 경기만 지역의 평택문화가 같은 문화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문화가 지역마다 다른 하나는 백두대간에 의하여 경기도 내 강을 중심으로 같은 유역권과 시장권은 물론 생활권과 문화권이 형성한데서 비롯한다. 

 또 하나는 조선시대까지 경기도가 왕실과 수도를 보위하고 재정과 인력을 확보하려는 국가의 정치사회적인 역사에서 비롯한다. 


1. 백두대간에 의한 경기도 문화

 한국인들은 한반도 강산에서 역사적으로 살아 왔기에 같은 문화권을 형성할 수 있었다. 이 땅 강산의 물줄기와 산줄기는 한국인들이 살아온 삶의 터전이면서 한국문화의 바탕이다. 산줄기는 지역 간 교류를 가로 막지만, 물줄기는 지역 간 문화통합을 가져온다. 물줄기[水路]는 근대에 철도부설 이후 위축되었지만, 지금까지 수백 년 이상 육로(陸路)보다 더 중요한 산업로이었다. 물줄기는 고려시대 조운제(漕運制)부터 조선시대까지 천년이상의 역사를 가졌다. 그 물줄기로 수운(水運)은 물론 조선시대 장시(場市)가 모두 연계되어 있었다. 

 물줄기는 문화전파를 동반하고, 장시는 실제적인 문화가 실현되는 곳이다. 장시는 단순히 경제기능만 있는 곳이 아니라, 의료·친지상봉·정보교환 등 문화교류의 풀을 형성한다. 자연히 형성된 시장권은 가장 기초적인 생활권이면서 멀티미디어 공간이 되었다. 따라서 강줄기가 다르면 문화권이 달라진다. 곧, 하천유역이 다르면 생활권이 달라진다. 또 반대로 강줄기가 같으면 비록 거리가 멀더라도 지역 간 교류가 활발한 것은 지역문화가 같았기 때문이다. 곧 강줄기는 지역의 말씨와 소리를 같게 하여 지역정체성을 형성하였다. 

 한국인들의 강(강줄기, 하천유역)은 유역권·시장권·생활권·문화권을 같은 유역권·시장권·생활권·문화권을 형성케 하는 바탕이었다. 한국인들은 이 땅의 백두대간으로 삶의 소리와 예술을 이루어 현재까지 역사화 시켰다. 이 땅 한반도는 1대간과 13정맥이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이루고, 이 중심에서 지역성이 독자적으로 나타나 지역음악의 정체성(正體性)을 형성케 하였다. 또한 그 정체성은 같은 ‘생활양식, 사유체계, 행동양식, 가치체계’의 공동체성까지 창출시킨다. 

 한국인들은 백두대간에 지역적으로 살아왔으므로 대간과 정맥에 따라 문화가 형성되었다. 언어가 방언권마다, 소리가 소리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간과 정맥에 따라 그 지역의 구성원들이 창조하고 공유하는 문화적 도구가 그 지역의 언어이자 소리이다. 또 그 구성원들이 사고하는 정신과 표현적 도구로서 언어나 소리가 지역인들에 의하여 생활과 학습으로 매개되고 전수되며 창조되었다. 

 1769년의『산경표』(山徑表)에 의하면, 19세기 「대동여지도」까지 고유의 지리학이라 할 수 있는 백두대간을 하나의 대간과 13개의 정맥으로 구분하고 산줄기를 통하여 물줄기를 구분한다. 산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흐름이 산줄기이다. 수경(水經)이라 함은 강줄기이자 물줄기이다. 물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흐름이 물줄기이다. 

 그러나 이러한 산줄기와 달리 근대의 ‘산맥도’는 일제 강점기 시기에 일본인 학자들에 의해서 지금까지 정설처럼 굳어있는 산맥그림이다. 이 산맥도는 땅 속의 지질구조를 바탕으로 산줄기와 강줄기를 잘려 나간 채 그려졌다. 산맥도는 산경도가 땅 위에 실제로 존재하는 산줄기와 강줄기를 그리고, 실제지형과 일치하는 지도와 다르다.

 경기도가 우리나라 문화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백두대간의 이서(以西) 중심부에 있었음이 그 계기가 되었다. 경기도는 예성강문화권․임진강문화권․한강문화권․경기아산만문화권들이 모아들어 다양성이 주어졌다. 그 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 중심이었던 서울을 에워 쌓았으며, 서해의 북과 남, 그리고 중국과 해로의 중심지로 자리 잡을 수 있는데서 그 풍요로움이 한국문화에 깊은 영향을 미친 지역이다. 

 경기도는 백두대간의 예성남정맥 以西와 한북정맥 以西, 한남정맥의 以東, 금북정맥의 일부를 행정구획상 포함시킨 지역이지만 북한강과 남한강, 특히 서울〜충주간 남한강의 수운 종점의 대부분이 충주이고, 그 남한강의 가항수로(可航水路)가 영월이라는 점에서 남한강의 수운을 중심으로 경기도를 구획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경기도 以南은 한남정맥의 칠현산에서 안성-평택을 축으로 경기만으로 빠지는 경계선을 이루고 있지만 생활문화권은 금북정맥 以北에 있는 내포 10지역까지를 포함한다(지도 1 참고). 

 경기도를 조선시대 행정구획도인 8도로 구분하면 백두대간의 4개의 유역이 포함한다. 경기만유역․예성강유역․임진강유역․한강(북한강-남한강)유역이 그것이다.   

가. 경기만유역

 경기만 유역은 북으로 한남정맥이 끝나는 문수산의 경기만과 강화도, 남으로 금북정맥 이북, 그리고 임진북예성남정맥 이서쪽, 한남정맥 이서쪽으로 서해안 경기만을 에워싸고 있는 지역이다. 북에서부터 인천․안산․수원․오산․평택․수원․안성․천안․온양․당진․합덕․예산․홍성이 있는 지역이다. 행정구획으로 보면 충청남도 일부지역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지도에 표시하면 다음 <지도 2>와 같다. 
          

 <지도1> 조선시대 8도 중 경기도

 곧, 가야산 중심의 10개 지역인 당진․면천․서산․태안․해미․결성․덕산․홍주(홍성)․신창․예산 등 내포10읍을 비롯하여 천안․온양 등은 금북정맥 이북지역으로서 경기만을 끼고 있는 안산․수원․오산․평택이 같은 생활문화권이다.

나. 예성강유역

 경기도문화권의 두 번째 영역은 예성강유역이다. 임진북예성남정맥 이서쪽과 해서정맥 이남쪽으로 예성강의 중심문화권이다. 다만, 이 지역이 경기도에 편입되어있는 개성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예성강을 중심으로 생활하여 왔으므로 개성의 말과 해주의 말이 같고, 예성강이 끝나는 신계․수안까지도 같은 방언권에 있다. 행정구획으로는 황해도 황주와 해주가 같은 지역에 있기 때문에 같은 방언권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백두대간의 해서정맥이 해주를 가리키기 때문이며, 오히려 평안남도에 속한 평양과 황주가 같은 방언인 것은 두 지역이 청남정맥 이남과 해서정맥 이북에 있기 때문이다. 

 예성강유역은 경기도 경계의 특성상 개성이 대표한다. 그리고 개성 위 예성강 중심으로 금천․남천․신계․수안이 있고, 연안․해주․장산곶까지 이른다.


<지도2> 경기만과 예성강 유역

 임진북예성남정맥을 以東의 울타리로 삼고 바로 예성강 유역으로 감싸고 있는 개성은 해성정맥 以南의 연안․해주․장산곶까지 같은 생활문화권을 대표한다. 

다. 임진강유역

 세 번째의 유역은 임진강유역이다. 이 유역은 백두대간의 이남과 임진북예성남정맥 이동쪽, 그리고 한북정맥의 이서쪽에 있는 지역으로 임진강이 백두대간에 이르는 임진강유역이다. 경기도내 임진강유역으로 고양․양주·파주·장단·연천·동두천·포천·문산이 대표지역이다. 경기도내 임진강유역으로 고양·양주·파주·장단·연천·동두천·포천·문산이 대표지역이다. 


<지도3> 임진강 유역

 경기도를 벗어난 임진강유역은 철원·갈말·김화·평강 등 지역이다. 임진강유역의 고양·양주·파주·장단·연천·동두천·포천·문산 등은 무속극 ‘양주소놀이굿’ 지역이기도 하다. 

라. 한강(북한강-남한강)유역

 네 번째 유역은 한강(북한강-남한강)유역이다. 이 유역은 한북정맥 이남과 한남정맥 이서쪽, 한강의 서울·의정부·성남을 비롯하여 경기도 행정경계로서 북한강의 가평, 남한강의 이천·여주·장호원 지역으로 한강-북한강-남한강유역을 대표한다. 

 용인·이천 방언은 수원·오산·평택과 다른 대신 성남·광주와 같음으로 나타나며, 이 지역(성남·이천·여주 등)은 수원과 달리 서울과 비슷하게 나타난다. 모두 한남정맥으로 구분된다. 




<지도4> 한강-북한강-남한강 유역

 곧, 성남·이천·여주는 한남정맥 이동(以東)쪽으로서 한강유역권으로 같은 생활권을 이루기 때문이다. 한남정맥 이동과 백두대간의 이서(以西)쪽은 한강유역이 북한강과 남한강으로 이어지며, 북한강은 춘천의 소양호, 남한강은 충주의 충주호까지 있으므로 강원도와 충청북도를 아울리고 있다. 

 이처럼, 경기도의 임진강유역․예성강유역․한강유역․경기-아산만 유역은 같은 행정구획내의 지역일지라도 방언과 소리가 다른 문화로 나타난다.  

2. 행정구획으로서 경기도문화 

 경기음악은 나라의 중심지역 음악이라는 점에서 다른 지역음악과 다르다. 원래 경기(京畿)의 경(京)이 천자가 도읍한 왕도(王都)이고, 기(畿)는 그 왕도를 중심으로 주변 5백리 지역이란 뜻이 있다. 고려시대에는 개경을 에워쌓는 주변 지역을 경기라 하였다. 이후 경기도를 경기좌도와 경기우도로 나누기도 했다. 조선 초기는 경기좌우도를 합쳐 경기도라 하였다. 한양 주변지역이 경기도이다. 더욱이 근대에 한성부가 경성부로 개칭되면서 경기도에 소속되기도 하였다. 크게는 왕도문화를 제외한 한양문화까지 경기문화 안에 있는 셈이다. 

 경(京)과 기(畿)의 음악으로서 경기음악은 그 밖의 지역과는 또 다른 관계에서도 다르다. 원래 국가가 경기(京畿)를 설치하는 목적이 왕실과 수도를 보위하고 재정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경기음악은 군영의 세악수와 취고수의 음악 뿐 아니라 국가적인 산대(山臺)음악과 연희에서도 다른 지역과 다르다. 조선시대 5군영이나 속오군, 그리고 진무영 편제에 취수․취고수․세악수 등이 편성되어 경기도가 수도방위체제의 군영음악으로 발달되었다. 특히, 5군영 중 남한산성을 진지인 삼은 수어청(守禦廳)이나, 북한산성의 총융청(摠戎廳)의 편제가 도성 외곽을 수비하기 때문에서도 경기도의 각 읍을 속진으로 삼고 있었다. 또 국가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권에서 가장 자랑한 줄타기 등 산대공연에 경기 정재인呈才人이 동원되었다. 경기도 광주·수원·통진·파주·잠두·고양·부평·안성·양주·교하·강화·풍덕·용인·김포·양성·개성·죽산 등에서 동원된 정재인들은 그 지역의 재인청 중심으로 활동하며 최고의 기량을 가지고 대비하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국가적인 나례 행사가 있을 때마다 경기도의 팔라(釟羅)․강쟁(强錚) 등 음향기기[響器]류는 양주 회암사․삭녕 용복사․장단 화장사․금천 삼악사․고양 나암사 등 경기 사찰에서 동원되기도 하였다. 또 경기감사가 지정한 진장목․ 횡결목․ 축목 등을 통진․광주․여주․남양․이천 등에 배정하여 진상하였다.

 곧, 경(京)과 기(畿)의 음악, 그 경기음악의 생산지이자 창조지역이 경기도이다. 그것은 경기 언어로 생활하고 행동하며, 사유와 가치체계를 창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3. 새로운 경기문화를 위하여 

 경기문화는 오늘에 사는 우리들 삶이 자존적으로 살기 위한 정체성을 가진 경기문화여야한다. 

 그동안 우리들은 남부문화, 중부문화 또는 경기도의 동부·남부·북부·서부 등의 문화로 구분하여 막연하게 지역을 지칭해왔다. 우리 모두가 경기도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창조적으로 발전시켜 민족문화의 중흥을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경기문화를 다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백두대간에 의한 경기만유역, 예성강유역, 임진강유역, 한강의 북한강유역과 남한강유역으로 접근하는 것이 훨씬 구체적이고 지역문화의 정체권을 바라볼 수 있다. 또한 왕도(王都)의 경(京)과 그 5백리 지역의 기(畿)로서 고려시대의 개경과 경기도, 조선시대의 서울과 경기도의 관계로서 경기문화를 다시 보아야 할 것이다. 고려시대 한양은 그 주변이 경기지역으로서 적현(赤懸)·기현(畿懸)을 두고 다른 지역과 구별하였다. 또 조선시대는 한양 주변 배도(陪道)로서 개성·강화·광주·수원 등 4도가 설치 운영한 바 있다. 조선초기의 개성과 달리 조선후기에 활용된 유수부는 화성(수원)이다. 경기도는 왕도 한양을 보위하고 재정과 인력을 확보하려 했던 지역이다. 

 이와 같이 백두대간과 행정구분으로 경기문화를 접근해야 정체성을 가진 새로운 경기문화가 확립될 것이다. 

 경기음악의 경우에도 경기민요·경기좌창·경기입창·경기풍물·경기동요·경기예인집단음악·경기재인청음악·경기굿음악·경기시나위·경기판소리·경기산조·경기실학으로 경기실악(京畿實樂)·경기군영음악·경기관아음악, 그리고 경기신민요·경기기생음악을 비롯하여 근대의 모든 분야의 양악이 백두대간과 행정구획으로 구체화하리라 본다. 

 이처럼 우리들은 백두대간의 경기만·예성강·임진강·한강(북한강·남한강) 영역과 함께 주·부·군·현·의 행정구획으로 접근하여 새로운 경기문화의 정체성과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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