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송(파주문화원 사무국장)
문화원의 월요일 아침은 소란스럽다. 방음이 완벽하지 못한 옆 강의실에서 터질 듯 북을 두드려대는 문화학교 ‘다이어트 난타반’ 수업이 첫 시간부터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익숙해진 그 소란함속으로 수강생 한 분이 사무국을 방문했다. 용건은 난타반 학생들이 목표를 가지고 수업을 정진할 수 있게 지역의 대표축제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었다, ‘컬러 color’라는 멋진 이름으로 동아리 활동을 해오고 있는 이들은 지난해 경기도문화원연합회에서 주최한 ‘페스티벌 31’에서 열정적인 공연을 펼쳐 큰 박수를 받았으며, 지역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동아리이다. 문화원에서 운영하는 문화학교를 통해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그 분들이 활동할 무대를 확보하는 매니지먼트 역시 문화원이 기꺼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문화융성을 기치로 내 건 현정부의 문화정책이나 시대적 흐름은 도민들이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생활문화에로 집결되고 있다. 문화예술 콘텐츠를 서비스 받던 도민들이 이제는 활동의 주체가 되어 무대를 장악하고 관객을 만나고자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욕구에 비해 이를 지원할 조력자들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문화예술적 활동경험은 물론 교육과 활동을 위한 공간과 지역의 다양한 문화주체들과 교류하는 허브적 기능도 품고 있어야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여건속에서도 이같은 역할을 담당할 도내 문화단체로 지방문화원과 예총 민예총을 들 수 있겠다, 재단이나 문예회관 등도 있겠지만 이들은 보다 전문적인 역할–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배분하며 현장의 단체들을 지원하는 –을 담당하거나 또는 시민들과 일정한 거리가 존재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생활문화 융성의 실행축이 될 각 단체는 시민들 속에서 태어났으며, 예술가 집단이거나 문화활동 전문단체로 이들의 활동정도가 곧 경기도와 각 시군의 생활문화 활동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활동을 고무시키기 위한 제도적 · 정책적 지원의 인색함은 흔들림 없이 이어지고 있다.
천이백만 경기도민을 위한 문화활동을 현장에서 담당하는 위 단체들에 대한 연간 운영예산 지원액은 최고 천수백만원에 불과하다. 문화사업 예산은 다행히 소폭 증가하고 있지만 그 사업을 주관할 각 단체에 대한 예산지원은 단 한 사람의 인건비로도 부족한 것이 현실인 것이다. 각 시군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에 대한 지원도 대체적으로 열악하다. 사업활동을 위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공통적인 현실이며, 일부에서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단체의 임직원을 뒤흔드는 몽매한 일들도 발생하고 있어 단체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도민들이 문화로 흥겨운 삶 속에서 행복을 느끼도록 하려면 생활문화 활동에 매진하는 문화단체들에 대한 지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행정에서 직접 운영하는 문화예술 기관이나 조직에는 나름의 역할이 있고 한계도 있다. 민간 문화단체와 중요성의 높낮이를 논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다만 균형의 묘(妙)를 맞춰야 한다. 시민들 속에서 활동하는 문화단체들이 활성화 될수록 경기도의 각 지역의 문화가 꽃피어 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부족한 속에서도 경기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문화단체에 대한 지속적이고 견고한 지원방안을 명확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도민들을 위한 문화사업에 전력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꿀벌춤(honeybee dance)이라는 게 있다. 꿀을 발견한 벌이 집안으로 들어가면 곧 다른 벌들에 둘러싸이게 되고 그 벌은 꿀 한 방울을 뱉고는 원형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이춤에 자극받은 다른 벌들이 꿀을 찾아 나선다고 한다. 밀원(蜜源)의 위치를 알려주는 외에도 열매를 맺게 하는 수분(受粉)의 시작 또한 이 꿀벌의 춤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지방문화원과 예술단체들은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운용하거나 예술가이자 교육자로서 역할을 담당해 개개의 지역에서 생활문화 확산의 선구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꿀을 발견하고 돌아와 다른 벌들과 행복을 나누는 벌들처럼, 문화예술의 영역에서 꿀벌처럼 일해 온 개개의 문화단체들에 대한 정책 입안자들과 예산집행자들의 전향적인 관심과 배려를 기원한다. 그들의 꿀벌춤을 통해 도민 모두가 문화로 즐거울 수 있도록, 경기문화의 열매가 수분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