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진(성남문화원 사무국장)
1995년부터 본격적인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지역마다 특색있는 문화와 역사를 발굴하고 이를 축제프로그램이나 관광자원화 하는 노력이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시대가 열렸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할 정도로 지방문화의 중요성은 높아졌다. 이것이 해당 지역에 관한 학문적 성찰로 이어져 대학에 지역학 학과목이나 학과의 개설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학’이라고 하는 용어가 아직은 생소하기도 하지만 한국학, 서울학, 인천학, 충남학, 천안학 등의 지역관련 학문이 확산되어 가는 중이고, 경기지역에서도 용인학, 성남학, 평택학, 안산학 등 지역 명칭을 사용한 학문체계가 정립되어 가고 있다.
지방문화원은 지역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해 문화적인 관점에서 이를 연구하고 활용하는 중심이 되어야 한다. 성남문화원은 22년 전, ‘향토문화연구소’를 개소하였고, 2014년에 ‘성남학연구소’로 명칭을 변경했다. ‘성남학’은 성남의 역사적 전통, 문화적 배경을 기반으로 경제, 사회 등 우리 고장이 살기 좋은 복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모든 관심분야를 문화적 관점에서 감싸 안는 주제이다. 과거에 향토사라고 불리던 명칭으로도 민속, 지명유래, 전설, 설화, 인물, 역사 등을 다룰 수는 있으나 보다 더 포괄적이면서 미래 지향적인 의미에서 ‘성남학’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다.
성남문화원의 부설기구인 성남학연구소는 (1)〈성남문화연구〉 논문집 발간 (2)학술회의 및 학술토론회 개최 (3)성남의 전통문화 관련 출판 및 문화유적 발굴 성과에 대한 사업 (4)성남시의 전통문화 관련 자문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성남학연구소는 1994년에 『성남문화연구』 창간호를 발행한 이후 현재 21호까지 300여 편의 향토문화 관련 연구 성과를 거두었다. ‘남한산성도립공원’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운동을 추진하여 역사적 현장을 성역화 하는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지난해 세계문화유산이 되기까지 첫걸음을 뗀 곳이 성남문화원이었다. 1996년 10월 10일~11일(2일간) 「남한산성의 현대적 재조명」을 주제로 제1회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였고, 그 이듬해 역시 남한산성을 주제로 한 학술회의가 개최되면서 해마다 향토사 관련 학술회의를 개최하여 지금까지 19회의 학술회의를 개최하게 되었다. 광복 50주년 기념행사 추진, 학술세미나 개최, 의병기념탑 건립 등을 주도적으로 추진하였고 전국 지자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광복절 경축식을 단독으로 거행하기 시작하여, 2012년부터는 성남시에서 주관하는 기념식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성남 3·1만세운동기념식, 성남3·1만세운동기념탑 건립 성과를 이루었고, 〈성남금석문대관〉, 〈성남인물지〉, 〈성남시40년사〉, 〈남한산성일대 독립운동사 자료집〉 발간 등의 사업이 문화원을 중심으로 진행되었고, 현재 성남 항일의병기념탑 건립공사가 진행 중이며, 4월 말중에 완공 예정이다. 그밖에 천림산 봉수터 복원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성남시 향토유적 1~14호 중 1호부터 10호까지의 지정에 있어 학술적 근거를 성남학연구소에서 주도적으로 밝혀낸 것이다.
성남학연구소의 다양한 연구 성과는 그대로 시민교육에 활용되었다. 또한 역사인물 재조명을 통한 백일장 등의 문화행사는 성남시 지역을 넘어 중국 동포사회로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한·중 문화교류의 콘텐츠로도 활용되고 있다. 2007년부터 성남시와 국제자매도시인 중국 심양시 조선족 동포 학생 500여명을 대상으로 둔촌백일장을 개최하여 장학금을 수여하는 한편, 시낭송회를 개최하여 조선족문학회 회원들과 우의를 다지고 학술토론회를 개최하여 양국 간의 문화교류를 연례행사로 진행해 오고 있다. 이 행사는 현재 중국 정부 측의 동북공정 등에 의해 붕괴될 위기에 처한 조선족 사회에 대한 한글의 보존과 전승에 기여하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지방문화원은 지역에 관한 제반 분야를 포괄하여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와 활용방안을 제시하는 데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며, 경기도와 도내 지방자치단체들도 적극적인 예산지원과 관심이 중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