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철(2015년9월)
들어가면서 잠시 머무는 생각
통상적으로 문화원 사업은 지역문화의 정체성 찾기를 필두로 하여, 주민 참여, 사회 교육기능 강화, 프로그램의 다양화와 질적 수준의 제고, 생활문화의 진작 등에 시선이 머물러 있다.
미래의 사회는 문화콘텐츠 산업의 융성으로, 문화예술의 경제적 부가가치와 사회통합적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다. 문화예술은 다양성과 혼융합이 심화할 것이며, 동호인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 생활화 움직임이 더욱 커질 것이다.
지방문화원에서 지방이라는 용어는 모든 것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던 시절, 문화란 대외적으로 변별성을 드러내는 일이며 그럴 듯한 문화예술 역량은 중앙에 집중해 있을 때에 지방과 주변부를 부흥시키기 위하여 쓴 용어일 것이다. 중앙집중의 시기에서 보다 분권화, 지역화의 필요성을 반영하여 지방문화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이제는 지자체가 중심이 되고, 나아가 깨어있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지자체 별, 마을 별로 독립된 주체의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화하면서 동시에 주체는 더욱 세분화하고 지역화하였다. 그러므로 문화원을 지칭하는 용어를 사용할 때에 지방이라는 상대적 용어보다 스스로를 주체로 여기는 ‘지역’이라는 용어가 더 어울릴 것이다.
1. 현대사회와 지역문화
지역 발전의 패러다임이 지식기반사회에서 창조사회로 변화되면서 다양성과 창의성을 중하게 여기고, 지역경쟁력을 국가경쟁력의 원동력으로 여기는 오늘날, 핵심 미래 발전 전략으로서의 지역문화가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한 시점임
(1) 세계화와 지역화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국경선이란 단지 선에 불과한 현대는 상업을 통하여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문화를 생산하면서 하나의 지구촌으로 점점 글로벌화하였다. 세계화의 추세란 세계적으로 통용하는 상품의 필요가 생기면서 글로벌 브랜드가 탄생하였고, 아니러니하게도 지역 문화 상품의 특화가 주요 전략으로 대두하였다.
현대 문명은 기아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면서 문화상품과 문화콘텐츠를 등장시켰다. 또한 문화상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면서 가장 지역 적인 것이 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발전하여 갔다. 다양성과 창의성을 충족시키는 특화한 지역 문화상품이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는 함축적 말이 공감대를 일으키면서, 그에 따라지역 문화 창달을 목표로 하는 문화원의 존재가 더욱 중요해졌다. 그 기대에 어떻게 부응하느냐 하는 문제가 부각되었다.
(2) 새로운 패러다임, 문화다양성
2005년 10월,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국제 협약이 이루어졌다. 현대의 문화는 지배적 피지배적 문화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문화가 동등한 가치를 부여받아 공존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우리에게 문화다양성하면 한국 내 외국인의 문화를 수용하는 개념으로서의 다양성을 우선 떠올리지만, 지구촌의 시각에서 볼 때에, 한국의 문화, 또 한국의 지역문화, 향토문화의 의미 자체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문화적 다양성의 한 부분인 것이다. 그러므로 향토문화를 발굴, 전승하는 일은 글로벌화의 중심과제이다.
(3) 문화의 역할에 대한 기대
경제적 양극화, 고령화, 다문화의 공존 등으로 사회적 불안이 증대하는 현대의 제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역시, 문화의 역할 증대로 풀어야 할 것이다. 인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통합을 이루는 기능은 문화의 중요한 기능이며, 전통문화의 발굴, 전통 가치의 복원 등의 행위는 문제 해결의 중요한 방법이 될 것이다.
2. 지역 문화원에 대한 기대(역할과 사명)
(1) 평화로운 지역 공동체 조성의 일꾼, 지역 문화원
평화로운 마을 공동체는 문화생활을 통한 공동체 지향으로 구축할 수 있다. 지역 주민을 문화활동가로 양성하여, 지역 주민들의 의식 구조와 생활양식 변화를 모색하는 문화원의 역할이 궁극적 문화원의 존재 목적이라 할 수 있다.
(2) 지역 문화 허브로서의 지역문화원
지역 내 문화예술 단체에, 기획과 실행 주체로서의 문화활동가를 지원하며,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또한 지역 문화원은 문화거버넌스의 중심체로 작동하여 공동체 회복을 지향하며 지역 문화 사업발굴조직으로서의 문화원의 역할이 있다.
(3) 지역 정신적 뿌리로서의 문화원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근간으로 하여, 지역의 정체성을 해석하여 주민에게 심어 주고, 주민이 자주적으로 생활 문화로서 새로운 지역문화 정체성을 일구는 역할을 한다.
(4) 아마추어 문화활동의 산실
문화원은 지역내 인간적 커뮤니케이션을 회복하는 활동을 통하여 다양한 동아리 문화활동을 진작시키는 곳이다. 동아리 회원을 전문예술인이나 학자와의 소통 등을 통하여 수준을 이끌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3. 지역 문화원의 역사
1945년 해방과, 1950년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미국 공보원(USIS)의 지원을 받아, 국혼수호와 민족문화재건 운동의 일환으로 시작하였다. 국정홍보활동을 수행한 문화관, 문화원공보관 등의 민간문화기관이 1950년대 말까지 전국적으로 78개 설립되었다.
1960년대에 문화원이 정부의 공인기관이 되며, 1970년대에는 향토문화 창달의 사명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기 시작한다. 1961년 말 공보부와 민간문화기관 연석회의를 열고, 1962.1.23일 대전에서 한국문화원연합회 총회를 하여 8월8일에 비영리사단법인체로 출범하여였으며, 1964년까지 전국의 사설 문화원을 사단법인화 하였다. 1965.7.11일에는 <지방문화사업조성법>이 제정 시행되어 정부 지원을 받는 법적 단체가 되었으며, 1969년 말에는 117개의 지방문화원이 조직되었다. 1974년에 문예진흥기금을 지원받고, 1970년 말에는 126개의 문화원을 조직화 하였다.
1980년대와 1990년대는 전국적으로 문화원 조직을 확장하고, 문화학교 운영 및 회원확장운동을 펼쳤다. 1989년에는 모두 166개 지방문화원이 설립되었다. 1990년대 문화부가 독립 출범하여 문화발전 10개년 계획을 세우고 지방문화원을 지역문화의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정책을 펼쳤다. 1994.1.17일 <지방문화원진흥법>을 제정하면서 새로운 법인 체제로 발전하였다. 1999년 전국의 문화원은 205개가 되었다. 그리고 2001년을 지역문화의 해로 지정하고, 2007년 문화비전선언과 지방문화원의 날을 제정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현재 전국의 문화원은 229개이다.
4. 지역 문화원의 현안 문제
(1)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2) 재정 규모가 작고, 재정 자립도가 낮다
(3) 정치권의 영향으로 역할의 축소와 확대를 반복한다.
(4) 지역내 문화단체의 허브 역할의 사명을 부여받았지만,
때마다 새로이 부상하는 다양한 문화단체와 경쟁을 해야 한다.
(5) 주부, 여성, 어르신을 주 대상으로 하며, 청소년과의 접촉이 어렵다.
(6) 향토문화 조사, 연구, 발간, 행사로 축적한 문화콘텐츠의 재창조 활동이 미약하다.
재창조 활동이 미약하다.
5. 정부의 문화행정 인식 과제
문화원이 지속적으로 혁신을 전개하고 사회적 약자와 문화적 소외계층을 포함한 전체 시민에게 문화적 혜택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문화원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법과 제도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이미 법규정으로 충분히 존재의 필요성이 명문화하였는데도 행정가들이나 정치가들의 인식은 아주 낮은 단계에 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인식 제고가 절실하다. 또한 지역 내 문화단체가 다양하고 많아지는 것은 시민 문화욕구의 다양화를 충족과 함께 정치적 인식의 소산과도 연결되어 있다. 문화원은 이러한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관단체와의 차별화를 도모하면서, 연대를 통한 사업모델을 지속적으로 펼쳐가야 한다.
6.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문화원
오래 전부터 자본주의 체제는 전통과 인간애와 대립하는 가치인 자유와 쾌락, 경쟁과 승부, 효율과 성취, 등의 가치를 확산시켜왔다. 그 결과 공동체에 유해한 문화콘텐츠를 양산하고 멀티미디어를 통하여 보급하여 사회적 약자들이 그영향으로 약자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양질의 문화를 보급하고, 저질의 문화콘텐츠를 차단하는 것도 문화원 사업의 하나이다. 현대인의 주요 덕목인 창조성과 공감능력은 양질의 문화콘텐츠 경험 속에서 배태된다. 그러므로 문화원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문화 수혜를 스스로의 의무로 여겨야 한다.
7. 세계화에 따른 지역 문화원 역할의 중요성
막스 베버는 산업사회의 등장으로, 효율과 성취의 도구적 가치가 과거 전통사회가 갖고 있던 인간애의 가치(조화,연대, 포용,관대, 정의, 평등, 사랑, 친교, 자연친화, 전통, 존중, 충직, 박애)인 목적적 가치를 배격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로 물질적 풍요를 이룬 서구사회는 공허와 삭막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고, 행복도가 떨어졌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전통사회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 세기와 달리 인구수가 폭발적 증가하였기에 과학의 도움으로 물질적 발전을 도모하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다.
자유, 도전, 성취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브랜드 가치는 지역 공동체의 유대, 전통가치를 해체하고, 사랑, 평등의 위기를 초래한다. 이는 가치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전통사회나 청소년, 일반 대중의 정신세계에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로 기존의 공동체가 무너진다. 무너져서 사회 개조가 이루어지면 경제적 성장도 이루지 못하고, 전통사회의 행복도 되찾을 수 없다.
드 무이는 성장과정의 국가들은 생산성 지향적 가치를 추구하지만, 일정한 성장을 이루어 3만불 소득을 이루게 되면, 다시금 자아정체성을 찾는 전통과 인간애의 가치를 추구하는 변화가 일어난다고 하였다. 하지만 한국처럼 3만불이 되기 직전의 정체기에 처한 국가들은 문화적 가치의 혼란이 더욱 첨예하여진다고 한다. 성장 정체는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킨다.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계층이 급증하고, 전통적 가치로의 회귀 현상과 생산성의 가치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자살률과 이혼률이 증대한다. 세계화 과정에서 중동국가에서는 종교공동체의 부활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이러한 문화적 가치의 혼란이 커질수록 사회는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렵다고 한다. 그러므로 문화원이 그 간극을 메워야 할 것이다. 3만 불 시대에 갖추어야 하는 가치관을 가지는 운동을 통하여, 3만 불 시대로 이끌어 올려야 할 것이다. 극심한 대립과 혼란은 모든 가능성을 마비시키는 때문이다. 바로 문화의 힘과 문화원의 역량이 필요한 부문이다.
세계화에 적응하는 일이란 인문학과 예술적 창의성을 기반으로 혁신하는 일이다. 마크 베코프는 미래 사회는 공감능력에 의존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조지 레이코프는 공감하는 능력은 감정이입에서 비롯된다고 하였다. 누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관계를 중시하며, 배려하는 사회는 공감과 감정이입 능력의 신장을 필요로 함을 알 수 있다. 사이먼 배런코언은 잔혹행위가 일어나는 것은 공감과 감정이입의 결핍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문화원에서 인문학적 정신을 구현하고 지역문화를 창달해야 하는 이유이다.
8. 지방 문화원의 재정 현황
(1) 근거
헌법 9조 :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
지방문화원진흥법 제3조 :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방문화원을 육성하여야 한다.
지방문화원진흥법 제15조 :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의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문화원과 연합회에 그 활동과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보조할 수 있으며, 필요한 재산과 시설을 무상으로 대여할 수 있다.
(2) 문제점
- 안정적인 자체 재원의 빈약
- 불안정하고 한시적인 시, 군비 보조금에 의존
- 법 규정은 선언적 의미로, 실제 지원까지는 무수한 의사결정을 거쳐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