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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정책/이슈>
평택문화원 팽성생활사박물관 공공위탁 사례를 중심으로 휴먼 네트워크 활용을 통한 지방문화원의 역할 재정립
황수근 | 평택문화원 학예연구사
1. 지방문화원의 위기

지방문화원은 지역사회에서 점차 존재감이 약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위기의식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문화원마다 서로 다른 환경과 조건을 가지고 있어 이를 일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명확한 해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서는 평택문화원의 사례를 통해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사례가 모든 지방문화원에 적용될 수는 없지만, 휴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역할 재구성이라는 측면에서 참고할 만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 평택문화원의 현황

평택문화원은 원사를 보유하지 않은 문화원이다. 문예회관 내 사무실 하나와 약 30석 규모의 소규모 강의실 하나가 전부이며, 임원이자 회원의 정원은 50명이다. 문화학교는 2개 강좌만 운영하고 있고, 전체 수강생 수도 20여 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조건만 놓고 본다면 평택문화원은 위기에 처한 지방문화원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운영 현황을 들여다보면 다른 관점도 가능하다. 현재 평택문화원에는 13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웃다리문화촌이라는 복합문화공간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팽성생활사박물관을 공공위탁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평택시티투어를 포함해 크고 작은 사업 약 30여 개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평택문화원은 지역 내에서 일정한 역할을 확보한 기관이기도 하다.

이처럼 평택문화원은 외형적 조건만으로는 취약해 보이지만, 실제 운영과 역할 측면에서는 오히려 확장성을 갖춘 문화원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2. 원사 없는 문화원과 현장 중심의 확장

평택문화원이 지역에서 일정한 역할을 갖춘 기관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원사가 없다는 조건'이 작용했다. 원사를 활용한 문화학교 운영이나 내부 프로그램 확대에는 한계가 있었고, 원사 시설 운영에 따른 고정 업무 역시 미미했다. 그 결과 평택문화원은 자연스럽게 사무실 안이 아닌 지역 현장으로 나갈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평택문화원은 외부와의 교류, 현장 중심의 사업 수행, 지역 자원과의 연계를 통해 스스로의 역할을 만들어 왔다. 원사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으로 확장한 전략은 결과적으로 문화원의 존재 가치와 역할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네트워크를 축적하고, 이를 다시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평택문화원의 회원 네트워크 자체는 규모가 크지 않다. 그러나 이를 보완하는 다양한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부설 평택학연구소에는 지역 기반의 자문위원과 학술 중심의 연구위원 등 약 40여 명이 소속되어 있으며, 각종 사업 통해 형성된 하부 조직과 네트워크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3. 팽성생활사박물관 공공위탁과 네트워크

이러한 네트워크는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그중 한 사례가 팽성생활사박물관 공공위탁 과정이다. 팽성생활사박물관은 2024년 4월 개관하여 초기에는 평택시가 직영으로 운영하였고, 2025년 1월 1일부터 평택문화원이 공공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시설이다.

박물관의 핵심 주제는 '생활사'로, 이는 유물 확보에 있어 일반적인 박물관의 구입 방식으로는 한계를 지닌다. 결국 박물관의 유물 확보는 마을 현장으로 들어가 실제 생활 유물을 어떻게 수집하고, 주민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이 역할은 평택시의 요청에 따라 평택문화원이 수행하였다. 2023년 개관 준비과정에서 평택문화원은 부설 평택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조사단을 조직하여 마을 현장으로 들어갔다. 자문위원은 조사단과 마을을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수행하였고, 연구위원은 현장에서 유물 조사와 기록을 담당한 뒤 원고 작성까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유물이 기증으로 확보되었다. 이러한 조사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평택문화원이 그동안 축적해온 마을조사, 구술사업 등의 경험과 다양한 사업을 통해 형성된 휴먼 네트워크가 있었다.

유물 및 마을 조사 사진1. 팽성생활사박물관 건립을 위한 유물 및 마을 조사(2023)

 

조사 결과물 사진2. 유물 및 마을 조사 결과물 - '팽성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왔나'(2023)

4. 공공위탁 이후 운영과 네트워크의 확장

2024년 박물관 개관 이후에는 평택시가 직영으로 박물관을 운영하였다. 그러나 지역과의 관계 형성, 박물관 운영에 필요한 전문성, 지속적인 조사·수집 체계 구축 등에서 한계가 드러났다. 이에 따라 박물관 운영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졌고, 위탁 운영이 대안으로 논의되었다.

이 과정에서 민간위탁도 검토되었으나, 지역성이 강한 단체는 전문성이 부족하고, 전문성을 갖춘 외부 단체는 지역성과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결국 지역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갖춘 기관으로 평택문화원이 적합하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여러 행정적·제도적 난관을 거쳐 공공위탁이 결정되었다.

2025년 1월 1일부터 박물관 운영을 맡은 평택문화원은 가장 먼저 자문단을 조직하였다. 이는 단순한 형식적 기구가 아니라, 박물관 운영에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을 참여시키기 위한 운영 방식이었다. 유물조사를 통해 확장된 기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읍장, 시의원, 지역 유관기관 관계자 등을 위촉하여 박물관 운영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였다.

더 나아가 상인회, 마을회관 등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며 박물관 운영의 지역적 기반을 추가적으로 확장하였다. 박물관은 점차 지역 네트워크의 중심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시작하였으며, 향후에는 시민 중심의 참여 조직도 확대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팽성생활사박물관의 경험은 개인의 인사 이동을 통해서도 확장되었다. 당시 박물관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 팀장이 면장으로 승진하면서, 팽성생활사박물관과 유사한 마을박물관 조성을 추진하게 되었고, 다시 평택문화원에 연구조사를 요청하였다. 이 역시 기존에 형성된 휴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자문위원 위촉식 사진3. 팽성생활사박물관 자문위원 위촉식 및 간담회

5. 휴먼 네트워크를 통한 지방문화원의 역할

지방문화원의 역할은 더 이상 공간이나 제도, 형식에 의해 규정되지 않는다. 오늘날 문화원의 경쟁력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얼마나 조직하고, 유지하며, 확장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뿐 아니라, 비예산 영역에서 형성되는 신뢰 관계와 현장 경험의 축적이 문화원의 핵심 자산이 된다. 이는 기술이나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며, 결국 문화원이 수행해야 할 고유한 역할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에서 문화원이 수행해야 할 역할은 지역문화의 첫 번째 대안이 되는 것이다. 문화·역사·민속·지역학 영역에서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기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거창한 시설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휴먼 네트워크이며, 이를 통해 문화원은 지역문화 생태계 속에서 지속 가능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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