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계는 인공지능의 시대다. 인공지능이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면서 각종 기계와 인공지능은 서로 연결되어 더욱 힘을 키우면서 인간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데, 인간은 점점 더 외로워지고 고립되고 개별화, 분절화되고 있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도 서로 연결하고 연대해서 주체적인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도전과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각자가 주체적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이고, 혼자가 아닌 공동체적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주체적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배우면서 변화하는 세상에서 개인과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입장과 태도, 실행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가 만들어 낼 세상에서 인간이 인공지능과 기계에 지배받지 않고 오히려 그것들을 잘 활용하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필요한 역량 중 하나가‘질문하는 능력’이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합하거나 적절한, 때로는 버젓이 거짓인 답변을 바로바로 내놓을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우리들에게 의미있는 그 어떤 결론이나 행동까지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던지는 질문에 대해서만 답변을 내놓을 뿐이다. 우리는 인공지능 앞에서 궁금하거나 필요한 것에 대해 정확하고 정교하게 질문하는 능력을 키운다면 인공지능을 든든한 무기로 사용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질문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 가장 우선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자신이 모르는 것, 궁금한 것을 묻는 것이 시작이어야 하는데, 정작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기 때문에 제대로의 질문을 던질 수 없다. 자신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사전에 이미 세상에 나온 지식이나 지혜가 무엇인지부터 살펴야 한다. 세상의 지식과 지혜는 오랫동안 꾸준히 책의 형태로 만들어져 우리에게 전해졌다. 그러니 질문하는 능력을 키우려면 우선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다. 독서는 문해력을 키워 현재와 미래의 생존력 강화 역할도 한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시민들의 독서율이 떨어지고 있고, 다른 나라들에서도 독서력 저하가 문제가 되고 있어 책 읽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 사회 문해력과 관련해 꾸준히 이슈를 추적해 온 EBS가 2023년 방영한 다큐멘터리 [책맹인류] 제작진은 ‘읽기는 고도의 인지 작업’이라고 말한다.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인지능력 향상에 책 읽기는 정말 중요한 사회적 과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안남배바우도서관 [출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홈페이지
이러한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공공재이자 공간, 플랫폼은 무엇일까? 그건 도서관이다.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것이 좋다』 저자 다쓰루 우치다는 도서관이 사람들의 ‘무지’, 즉 자신이 얼마나 세상을 모르는지를 알려주는 장치이고 장소라고 했다. 즉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많은 지식과 지혜를 담고 있는 책을 가지고 시민들을 만나는데 누구에게나 공개, 공유하는 도서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앞으로 도서관이라고 하는 공적 자산을 누가 얼마나 어떻게 잘 이용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다.
도서관 역사는 인류 역사 발전과 함께해 왔지만,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된, 즉 근대적 의미의 도서관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근대적 도서관은 조선 말기, 대한제국 시대, 그리고 일제강점기 시기를 거쳐 도입되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에 빠르게 근대적 도서관 체계를 세우고 발전시키려고 했으나 6·25전쟁 등으로 인해 발전은 더디고, 사회적 우선 과제에서 밀려나 있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 들어와 지방자치제도가 본격 시작되면서 도서관도 사회의 중심 이슈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방자치는 지역주민의 민주적 역량과 방식에 의존한다. 즉, 헌법에 규정된 것처럼 ‘민주공화국’의 주체인 국민이 주권자로서 사회적 또는 정치적 이슈에 대해 바르게 이해해 판단하고 개인과 공동체에 긍정적이고 바른 방향으로의 선택을 하는 행위를 통해서만 민주공화국, 민주적인 사회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 도서관은 바로 그 지점에서 올바른 지식과 정보, 자료를 수집해 시민에게 제공하고, 시민들이 그러한 이슈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모두에게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는데 가장 공공적이고 열린 사회적 공론장으로서의 책무를 수행하는 공공재이다.
이러한 도서관의 역할을 주목한 시민들은 꾸준히 도서관에 대한 요구를 분명히 해 왔다. 그러나 빠르게 도서관이 확보되고 제대로 운영되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1990년대 들어와 민간 부문에서 어린이 대상 도서관을 중심으로 많은 사립의 도서관(작은도서관)이 전국 각지에서 만들어졌다. 2000년대 들어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까지도 작은도서관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가짐으로써 크게 확대되었다. 이런 도서관들 가운데에는 충북특별자치도 옥천군 안남면에 2007년 만들어진‘안남배바우도서관’은 지금까지도 존속하면서 한 지역사회 안에서 주민과 공동체에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민간 주도 작은도서관들은 서로 연대하면서 지역사회 안에서 주민과 함께 단단한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또한 시민단체와 공영방송이 함께 한 ‘기적의 도서관’프로젝트도 도서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크게 높였다. 이러한 민간 부문의 노력과 함께 지방자치제도 확대에 힘입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빠르게 공공도서관을 늘려 왔다. 교육부나 교육청도 초·증·고등학교 내에 있는 도서관(학교도서관) 공간과 서비스를 개선했다. 이를 통해 국민 누구나 원할 때 언제든 가까이에 있는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 학교도서관은 2만여 개관에 이른다.
공공도서관들도 시민들의 요구와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시대, 시민들의 독서와 문해력 증진, 새로운 지역사회 만들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예전 도서관이 주로는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한 시험공부방 역할을 해 왔다면 지금은 지역사회 안에서 주민 개개인은 물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환대와 배려의 지역사회 공동체성 회복 또는 강화에 중요한 사회적 기반이 되고 있다. 특별히 질문하는 능력과 관련해서 경기도 용인시에 자리한 ‘느티나무도서관’(사립 공공도서관)과 같이 도서관이 먼저 지역사회 문제나 이슈에 대해 질문하고 필요한 책과 자료를 펼쳐 보이는 활동(사회를 담는 컬렉션)을 하는 도서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한 서울특별시 성북구처럼 도서관이 지역사회가 직면한 과제에 대해 주민들이 참여해 함께 토론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공론장(마을in수다)을 펼치기도 한다. 많은 지역 도서관들이‘한 도시 한 책 읽기’ 프로젝트를 통해 시대와 지역의 핵심 이슈에 대해 주민들이 함께 관련한 책을 골라 읽고 토론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공동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도서관이 지역주민과 공동체의 기억을 수집하고 기록함으로써 지역의 역사성을 튼실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곳도 적지 않다. 경기도 파주시나 평택시 등 여러 지역 도서관은 자기 지역의 지리적, 문화적 기억들을 수집하고 기록하고 있다. 충북특별자치도 청주시 이외 여러 도서관은 시민들이 자신들의 이야기와 생각을 책으로 써 남기도록 독려하고 돕고 있다. 이렇듯 도서관은 자기 지역 내 주민들의 주체적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우고, 단단한 공동체를 만드는데 책과 독서는 물론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 추진함으로써 지역사회의 든든한 기억과 지식, 정보, 자료의 보고이자 공동체 활동의 핵심적인 사회적 기반(플랫폼) 역할을 확장, 강화하고 있다. 물론 모든 도서관이 다 이러지는 않는다. 그러나 주민들이 더 나은 도서관을 원한다면 그렇게 만들어 갈 수 있다. 적극 도서관을 이용하되 개인적 욕망을 해소하는 곳으로서가 아니라 더 나은 인간으로서의 성장은 물론 나와는 다르지만 함께 살아가는 이웃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다름과 차이를 넘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데 필요한 사회구성원이자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순천기적의도서관 20주년 기념 포럼. 2023년 11월 10일 오후 순천기적의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기적의도서관 20주년 특별 포럼. 이용훈 한국도서관사연구회 회장은 기조강연에서 ‘우리 사회는 정보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인간성 상실, 불평등 심화, 저출생과 초고령화, 민주주의 사회의 공동체성 상실 위기 등의 전대미문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기적의도서관은 초기 표방한 운영원칙 등 제반 이념을 유지하면서도, 어린이도서관을 넘어 전 지구적인 공공도서관의 사명과 목적을 공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느티나무도서관 사회를 담은 컬렉션 (홈페이지에서 갈무리)
물론 모든 곳에서 도서관 환경이 좋은 것은 아니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아예 없는 곳도 꽤 있다. 국토교통부는 ‘기초생활인프라 국가적 최소기준’이라는 것을 정해 두고 있는데, 마을의 도서관 경우에는 걸어서 10~15분 내에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지역, 특히 농산어촌 경우에는 도서관은 멀리 있다. 최근 《부산일보》가 부산광역시 도서관 상황을 점검하면서 이러한 점을 지적한 바도 있다. 좋은 도서관을 만들고 유지하려면 적지 않은 재원과 시간,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주민들은 자기 지역 내 도서관 상황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지고, 좋은 도서관 환경을 만들어야 할 일차적 책임이 있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구체적인 요구를 통해 필요한 재원이나 인력 등을 확보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세계적으로도 오래전부터 유네스코(UNESCO)와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은‘공공도서관 선언’에서 공공도서관은 “지식의 지역 관문인 공공도서관은 개인과 사회 집단의 평생학습, 독립적 의사결정, 문화적 발전을 위한 기본 조건을 제공”하고 “상업적, 기술적 또는 법적 장벽 없이 과학적 및 지역적 지식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지식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건강한 지식 사회를 뒷받침”하기에 “국가 및 지방정부가 공공도서관 개발을 지원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권장”한다고 선언했다. 이제 지역 내 인구감소나 지역소멸을 막고 자신이나 이웃들이 계속해서 지역사회 안에서 평온하고 더 나은 삶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분명한 기반으로서 더 좋은 도서관을 가지기 위해서는 민주시민사회 주권자이자 주체자로서의 시민은 더 적극적으로 말하고 행동해야 할 때이다. 또한 더 자주, 더 잘 도서관을 활용하면서 도서관 운영자와 상호 협력하면서 함께 주어진 과제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어진 책무와 권리를 감당해 주길 바란다. 행동하는 주체자로서의 시민들이 적극 참여하고 필요한 기여나 사회적 책무 수행 노력을 통해 어디서든 더 나은 도서관, 도서관과 함께 하는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 자신과 공동체의 행복을 함께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성북구 도서관 공론장 마을in수다
유네스코/IFLA 공공도서관선언 (2022, 공공도서관협의회 번역본), 2022년 개정된 선언문을 우리나라 공공도서관협의회가 번역. IFLA 홈페이지에 여러 나라 선언문과 같이 공유되어 있음.
https://repository.ifla.org/rest/api/core/bitstreams/846a8bc8-717b-4c1c-81a1-c6899bf09534/content
[더 읽어볼 글이나 영상]
《참여사회》 2024년 1·2월호
https://www.peoplepower21.org/category/magazine/2024년-1-2월-magazine
- [이슈] 깨어있는 시민에겐 깨어있는 도서관이 필요하다 / 이용훈
- [이슈] 우리 도서관이 ‘부동산 컬렉션’을 만든 이유 / 박영숙
- [이슈] 이런 도서관이라면 매일 가고 싶다 / 남은주
‘책맹인류’ EBS 다큐멘터리 총 10부작 (2023년 8월 30일(수) ~ 9월 28일(목))
https://docuprime.ebs.co.kr/docuprime/newReleaseView/530?c.page=1#none
(9부) 도서관은 살아있다.
3. 도서관 아이디어 11 - 느티나무도서관 도서관을 더 재밌게 만드는 낯선 발상들 : 도서관학자 데이비드 랭크스와의 만남 / (김차츰 블로그, 2023.1.31.)
https://blog.naver.com/eszes/223000397376
도서관과 사서의 미래를 준비하다 - R. 데이비드 랭크스 교수 인터뷰 (국립중앙도서관 블로그, 2023.2. 8.)
https://librarian.nl.go.kr/LI/contents/L30201000000.do?schM=view&id=45103&schBcid=BBSMSTR_451
4. 사서의 레시피 '사회를 담는 컬렉션' | Librarian's Recipe (느티나무도서관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app=desktop&v=D1WnMUWbfPI
5. 《부산일보》 ‘공공도서관 리포트’(2025.9.17. ~ 11.2.)
https://www.busan.com/search/index.php?search_string=공공도서관%20리포트&start_date=&end_date=&real_search=&rescan_chk=0&type=B&search_writer=undefin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