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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서평> <정책/이슈>
지역문화지원 체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강현조 | 前 지역문화진흥원 팀장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은 문화정책의 패러다임을 ‘중앙 통제형’에서 ‘지역 자율형’으로 전환할 것을 예고했으며,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을 계기로 ‘문화자치’와 ‘분권’이라는 새로운 방향성 제시하였으나 10년이 지난 지금도 지역문화지원 체계는 여전히 중앙정부 중심의 전달 프레임에서 많은 부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방이양일괄법’이 시행되고 중앙기관 주도의 중앙집중형 사업이 준비없이 지역으로 형식적인 이관으로 그침에 따라 지역문화재단(기초포함)도 실질적 기획 역량 없이 사업수탁기관으로 기능하는 데 그치고 있다. 또한 「문화예술지원정책의 전달체계에 관한 연구」조사 결과를 참고하자면, 정책의 전달체계는 전문성과 일관성이 부족하고, 지역 간 편차 및 중복지출 문제가 심각하며 이러한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인력 확보와 정보력, 재정운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중앙-광역-기초 간 역할 분담과 효율적 거버넌스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생활문화, 청년, 디지털 기반의 창작, 인프라 불균형 등 변화하는 수요에 적응이 미흡해 문화현장과의 괴리는 더욱 커지고 있음을 누구나 공감하는 바일 것이다.

전달체계의 한계
(중앙 위주의 기획과 통제) 문체부 중심의 공모·기금사업이 지역문화재단의 주도권을 제한.
(전달체계의 비효율) 중앙-광역-기초 간 중복 사업과 다층적 행정 절차로 인해 행정력 낭비와 수요자 피로도 증가.
(정책 대상의 비현실성) 창작자 중심 지원은 여전히 전업예술가 중심에 머무르며 지역별 편중현상, 생활문화, 청년, 디지털 기반 창작 수요 대응에 취약.
(거버넌스의 형식화) 지역 예술인 및 시민참여 구조가 자문기구 수준에 머무르고 실질적 기획력·재정 편성력 부재.

이러한 지역문화 지원은 어떤변화로, 문화적 생태계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을까 정책적 변화에 있어서 ‘중앙→지역’의 권한이전, ‘정부(Government)→거버넌스(Governance)’로의 방식 전환, 그리고 ‘조정적 담론→소통적 담론’으로의 확장으로 문화주체들의 인식과 참여가 제도변화를 이끄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현재의 지역문화지원 체계는 여전히 ‘보조재’ 적 시혜 모델에 머물러 있으며, 다양화되고 혼종화되는 문화현장과 괴리되어 있고 지원체계는 단순한 재정 이전이 아니라, 문화자치 실현을 위한 구조적·담론적 혁신이 필요하다. 정책지원은 더 이상 “지원은 예술가의 권리”, “공모사업 수탁 운영” 등 관념에 머무르지 말고, “지역이 기획하고 지역이 평가하는” 구조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은 지역 주체들이 제도 내 '참여자'가 아닌 '설계자'가 되는 과감한 분권적 재설계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이는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닌, 문화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치적 실천이 될 것이며, 문화뿐 아니라 지역문화가 아울러야 하는 정치, 경제, 산업, 사회, 인구와 더불어 사회적 기능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한 시점으로 자치의 근간이 될 것이다, 물론 지역문화정책 지원이 모든 공공정책을 이행하고 지역의 다양한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지만, 사회문제와 지역문화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통합적인 방향으로 모색되어질 때 지역에서 당면한 과제를 풀어내는데 실마리가 되리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지역이 기획하고, 중앙은 지원한다.” 지역문화지원 체계 개편

현 정부는 복지·경제·분권·공정을 핵심 국정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지역 균형발전과 문화분권은 “지역이 스스로 기획하는 자율과 책임의 구조”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한 기회 보장과 지역 자율성 확대”에 부응하기 위해, 지역문화지원체계는 단순한 권한 이양이 아닌 정책 설계권의 지역 이전을 핵심으로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칸막이식 비효율적 지원구조와 전달 체계를 혁신하고 민간시장, 분권, 융복합, 수요자 중심의 관점에서 분산된 지원기관과 지원사업을 일부 이관하거나 통폐합하고 기관별 기능을 미션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이러한 지역기관들이 각각의 역할과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중앙에서는 한정된 자원을 놓고 경쟁하게 할 것이아니라 협력과 연대를 강화하여 광역은 우수한 지역문화 자원과 소통에, 기초는 지역의 특화된 문화(자원)를 발굴하고 주민 친화적인 문화서비스로 역할을 분담해 생산과 공급의 균형적인 체계 지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부족한 재원에 대한 보조가 아닌 지원의 공정성을 가진 실질적 기회를 지원하는 공정의 관점으로, 지역의 목표와 성과에 맞는 전략적인 투자의 관점으로, 다년간 지원 사업은 자율성을 보장하되 성과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파급효과를 거둘 수 있는 지원의 신청과 심의, 평가의 시기도 사업별로 다양화 해야 할 것이다.

현 정부의 자율 분권형 문화행정의 전환에 대한 의견

▶ 정책기획 권한의 이관
기획의 분권화: 중앙은 기준과 지원만, 지역은 기획과 실행 책임
성과 중심 지원체계: 실적·지표 위주 보조금 배분 탈피 지역과 함께 지표 개발
수요자 맞춤 설계: 지역문화 수요 빅데이터 기반 지원체계
디지털 전환 대응: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와 유통 인프라 강화

▶ 전달체계의 단순화와 기능적 통합
재정 전달체계 모델을 마련하여 사업 규모와 성격에 따라 중앙 직접 운영, 광역, 기초를 기능별로 나누어 기초는 생활문화-시민참여 분야의 집중 권한 부여.
광역은 전략적인 예술, 융복합, 국제교류, 지역의 사회적 가치 등에 집중
▶ 재정 성과급 등 제공

기획력 있는 지역에 성과와 연계한 성과급을 도입하고 파급력, 지역성, 참여 등 다양한 지역적 지표에 적합한 평가로 재정적 차등 반영 필요
정형화된 공모형 사업계획보다는 광역과 기초의 통합형(기획-실행-평가) 공모를 신설 필요
▶ 문화 거버넌스 재정비

지역주민의 기획자문단이나 연간 지역의 문화계획 수립과 집행 과정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현 시점의 재정비와 지역재단은 조정과 중재로 역할을 강화하여 네트워크를 지원
▶ 인구 소멸 및 지역 소멸에 대한 모색

현실적인 대안이 많지 않지만,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광역과 기초가 협력해 대안책을 모색. 정부와 인구소멸에 대한 지역별 단계적 방안 모색하는 데 문화의 지원 필수

그간 현장 담론을 종합해 보면, 지금이야말로 지역문화지원 체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1) 역할 재정의와 구조 조정
중앙정부는 지역의 문화 자율성을 보장하고 지원기능에 집중하되, 세부 사업 기획은 지역이 주도해야 한다. 광역문화재단은 중간지원조직으로서 지역 간 연계를 조율하며 기초문화재단과 문화원, 문예회관 등을 지원한다. 기초는 생활문화 중심의 사업과 주민 참여 기반의 기획 사업을 전담하며, 시민문화 생태계의 실질적 기획자 임무를 수행한다.
*지역문화진흥원,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등 중앙의 지원 조직은 중앙을 보조하는 것이 아닌 전문지원조직으로 중앙·광역과 함께 조율·연계를 강화하여 지원의 다양화 방안 모색으로 지역 균형발전에 기여

(2) 전달체계의 통합과 유연화
중복되고 칸막이식인 지원체계를 통폐합하고, 중앙-광역-기초 간 사업 추진 체계의 일원화 필요하며, 보조금 중심의 복잡한 전달체계를 간소화하고, 성과책임형 공모제 및 민간위탁제도 확대 적용과 성과협약형 포괄보조방식의 도입 등 다양한 재정 구조에 따른 지원으로 유연화 제고

(3) 정책 수요자 중심 전환
공급자 중심의 일방적 사업설계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지원 구조 도입.
특히 청년예술인, 생활예술인, 예술복지 수요자(지역민과 관광객 등)에 대한 정책 세분화 필요.

(4) 전문인력 양성과 지속 가능한 생태계 조성
지역기관 내부의 전문인력 확보(전문성 강화를 위한 업무 기간 확보 등) 및 직무교육 강화로 경직된 조직문화의 혁신 도모
예술창작자, 기획자, 행정가 간의 생태적 순환을 유도할 수 있는 통합지원 플랫폼 구축과 활용(지역문화통합시스템, 광역통합시스템 등 이미 구축된 플랫폼 활용)

이러한 지역문화지원 체계의 전환을 통해 지역의 파급효과와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지원방식인 성과협약형 포괄보조 방식을 광역과 지자체에 도입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우려하는 한계점은 있으나) 재정지원을 넘어 지역 문화와 발전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기회 제공으로 문화 정책의 효과성을 높이는 방안 중 하나로 시도해 볼만하다. 성과 기준을 지역과 연계된 지표로 개발하고 지원 체계를 구축해 지자체의 맞춤형 지원 방식으로 정기적인 평가(평가의 방식은 점수를 매기기 위한 것이 아닌)와 피드백으로 보조금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성과협약형 포괄보조방식은 문화적 자치를 실현하는데 방향성을 두고 유연한 보조금 운영 방식으로 광역지자체 간 협력관계가 만들어진다면 지역 문화재정의 실효성을 높일 것이다.
광역과 기초의 지역협약체계를 통해 각 역할을 분담하고 지역 밀착형 지원체계로 국민의 최저수준의 문화향유권을 지켜낼 수 있도록 하며 자치단체 간 협력 활성화 지원과 광역과 기초 간 협약제도를 통해 기초에 포괄 지원을 하는 방식 등으로 전략적인 계획과 실행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면 어떨까. 최근 지역문화의 영역이 다양화되고 복잡해지고 있다 보니 기초를 더욱 튼튼히해 시대적인 현상(돌봄, 관광, 소멸 등)을 잘 활용해 지속적인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게 전략적인 계획으로 지역의 문화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지역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지역은 생활문화(마을만들기 포함), 문화도시, 타 부처 사업(도시재생, 로컬, 창의도시 등) 등으로 문화생태계를 만들어 가는데 기반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그렇기에 지역은 사업의 성패를 떠나 그간 다양한 지원으로 지역문화 기반을 만들고 지역의 역량을 키워왔다. 비록 문화산업과 관광처럼 표면적인 성과는 보이지 않았을수는 있으나 이러한 작고 큰, 실험적이고 다양한 사업들로 지역의 힘이 길러졌다.

다시 시작되어야 하는 거버넌스

지역문화지원체계는 주민 참여와 네트워크 형성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목표와 수단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문화도시 사례에서도 나타나듯, 이는 주민들이 자신의 문화적 요구나 선호를 정책에 반영할 기회를 제한하고, 결과적으로 지역문화 정책의 효과성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주민 참여가 단순한 절차적 요건으로 전락할 경우, 실제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상황도 발생한다. 따라서 지역문화 지원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영국·프랑스 등에서와 같이 거버넌스 체계의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 또한 정책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주민의 필요와 욕구에 기반한 주민 주도 전략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의 기관(문화원, 문예회관, 재단 등)은 이제 단순한 집행기관이 아닌 지역문화 거버넌스를 이끄는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견고하고 세심하게 수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역 내 문화예술인, 시민, 교육기관, 민간 파트너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문화정책의 실행력을 높이고, 정책의 기획단계부터 실행, 평가에 이르기까지 지역 주체가 주도하는 순환적 구조를 구축해야 함을 알고 있다.
오늘날의 지역문화지원 체계는 문화민주주의 실현과는 거리가 있고 문화는 보조받는 대상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기획하고 누리는 생태계의 중심이어야 하며, 지역문화정책의 근본 혁신은 제도 개편이 아니라 역할 전환과 권한 재배분에 있지 않을까.
역할에 따른 정체성과 사업 범위, 운영 방식은 천차만별이며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문화의 모든 것은 명명되는 이름에 따라 역할의 상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지원은 동시대성을 확보하는 지원체계로 이루어져야 하며, 분권과 자치를 위한 전문성을 가지고 의사결정과 그것을 실행하는 자율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율성의 확보를 위해서는 우선 보조금, 위탁사업비, 출연금, 후원 등 재원의 출처에 따른 실행전략 필요함을 인식하는 것이다. 재원의 취약성이 있음을 인정하고 각 재원의 특성에 맞게 한계성을 어떻게 좁히고 지원을 확대할 것인가가 지역의 거버넌스를 확대하고 지속 가능하게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 정부의 문화정책 기조는 (물론 산업과 한류에 집중되어있지만) 단순한 예산 확대가 아닌, 기회의 공정한 배분과 효율적 자원 운용, 디지털·사회변화에 대응하는 실행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중앙은 ‘돈 주는 정부’에서 ‘기회를 제공하고 결과를 함께 만드는 파트너’로 중앙의 역할이 재정의되어야 하며, 지역문화 지원체계는 행정 편의의 ‘전달체계’가 아니라, 문화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지역문화 기획생태계의 복원을 위한 ‘거버넌스’로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그 시작은 중앙이 설계한 틀을 버리고, 지역이 기획하고 중앙은 이를 지원하는 역전 모델을 실행하는 것이다.

“지역이 기획하고, 중앙은 지원한다.”
이는 구호가 아닌 실행이며, 지역문화의 미래를 여는 열쇠다.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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