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절교육의 새로운 장을 열다.
전 송 배사단법인 한국아동국악교육협회 회장
시작, 아이들의 세계를 바라보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의 모습들은 비단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정받는 어른들에게서 뿐만 아니라 그러한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자라나는 요즘 아이들의 일상에서도 언뜻 비추어진다.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진 현대의 생활문화는 우리 아이들의 노는 모습조차 변하게 함으로써, 또래집단과 어울리며 즐기는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그 사회의 어른으로 성장해왔던 놀이의 순기능조차 축소시켜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인터넷, 매스컴 등 새로운 소통의 방식들을 바탕으로 삶의 영역들이 확대되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증가하면서 ‘사람과 사람사이에서의 올바른 관계맺음’을 의미하는 예절의 중요성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즉, 어릴 때부터 동무들과 함께 놀이라는 작은 사회를 구성하여 서로의 역할과 규칙을 인지하고 그것에 충실하며, 때로는 더 나은 재미를 위하여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며 오롯한 자신들만의 놀이세계를 만드는 연습들을 통해 “관계로서의 예절”을 익혀왔던 사전 단계가 제대로 성립되지 못하는 현실인 것이다.
“경기도 전래놀이를 통한 현대예절교육”은 ‘이러한 현대사회의 급변하는 생활형태속에서 우리 아리들은 어떻게 놀며 지내고 있을까?’라는 화두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어른들의 회상 속에서 그려지듯이 동네 골목을 누비며 동무들과 숨바꼭질, 땅따먹기, 딱지치기를 즐기며 해가 저물어 가는지도 모른 채 뛰어다니던 모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친구들과 노는 동안에는 온 몸으로 흥미를 느끼며 무한한 재미 속에서 동무들과 서로 뒹굴며 자지러지는 웃음을 웃는 아이들의 모습만은 여전하리라는 믿음은 어른들의 세상과는 또 다른 아이들만의 세상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놀이 속에 숨은 예절찾기
‘아이들은 놀면서 큰다’
“경기도 전래놀이를 통한 현대예절교육”사업에서 가장 많이 언급하게 되는 배경이자 화두이다. 이는 곧 성공적인 사업수행을 위한 기본 취지이며 최종적인 목표이었기에 수없이 되새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크다=성장하다=몸과 마음이 어엿한 어른으로서 자라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은 수많은 세월을 거치며 세대에서 세대로 검증되어 온 ‘바른 말’이기에 흥미와 재미로 뭉쳐진 ‘놀이를 통한 성장’도 가능하다는 확신이 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확신과는 별개로 최초 구성단계에서는 많은 걸림돌들을 해결해야만 했다. 우선 놀이라고 해서 다 같은 놀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놀이 속에 숨어있는 관계들을 알아보면서 “예절”의 요소를 충분히 담을 수 있어야 했고,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사업이 지속되며 발전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했던 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사업의 시행을 위해 각 지역에서의 자체적인 사업 시행을 염두에 두어야 했고, 이는 본 사업이 최종적으로 도달하고자 했던 “지역을 바탕으로 한 세대 간의 소통과 지역문화의 전승”이라는 이면의 사업 목표이었기에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었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본 사업은 연차별 세부목표를 수립하고 점차적인 발전방안을 갖추어 시행하게 된다. 즉 최종목표를 분명히 하되 연차별로 그 실현 여건들을 조성하고 시행 지역의 의견 반영 등을 통해 사업의 지속성을 위한 기반을 다져가는 방향으로 전체 흐름을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1~2년차(2011~2012)의 가장 핵심과제는 바로 “사업 목표를 바탕으로 한 보편적 놀이 콘텐츠를 통한 세부 프로그램의 개발 및 현장 모니터링을 통한 전문적인 수정/보완”이었다고 할 수 있다. 향후 본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인적 기반을 “향토문화를 전승할 수 있는 지역의 앞 세대”라고 보았을 때, 경기도 지역의 향토색을 너무 구체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동떨어지지도 않은 교육 콘텐츠들로 선별/구성하여 교육의 보편적인 완성도를 구현하여야 했던 것이다.
이렇게 전문단체와의 협력을 통하여 완성된 교육의 큰 틀을 바탕으로 지역적 고유성과 향토문화로서의 독특한 문화요소의 가미, 그리고 교육을 진행하는 지역의 앞 세대(지역강사)의 역량적 특성 등을 감안하여, 그야말로 ‘지역에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손쉽게 재편할 수 있는 구성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는 곧 ‘보편적인 목표를 추구하되 지역특성과 여건이 고려된 사업형태 구축’을 통해 지역주도적인 사업 시행의 토대 형성을 위한 노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예절교육, 지역과 세대로 통하다.
3년차에 접어든 ‘2013 경기도 전래놀이를 통한 현대예절교육’은 이러한 전년도의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지역과 세대간의 유기적인 소통과 전승에 초점을 맞추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2년에 걸친 프로그램 개발 및 완성 단계를 거쳐 이제 직접 지역과 지역세대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칠 시기가 온 것이다. 이를 위하여 이천문화원과 오산문화원이 본 사업을 공동주관하여 노력하였다.
우선 올 해의 사업은 복층적 구조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즉 이천과 오산문화원을 중심으로 본 사업에 참여하여 교육진행을 담당할 강사를 모집/양성하는 ‘강상 양성 프로그램’ 운영과, 이를 통해 양성된 강사들이 직접 모집된 지역 학생들을 교육하는 형태로 구성된 것이다. 본 사업의 1~2년차의 단계에서 개발되어 현장보급과 모니터링을 통해 보완된 프로그램으로 지역별 강사를 양성하고, 양성된 강사들은 보편적 색채의 교육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지역적 특성과 문화적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으로 재편하여 지역의 학생들에게 교육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2013, 예절교육에 지역문화의 색을 입히다.
‘지역의 문화를 통한 예절교육’
예절에 대한 보편적인 가치를 담되 그것이 지역의 역사성과 문화적 특수성을 통해 구현된다면 이는 자연스럽게 지역문화의 전승이라는 또 다른 목표 구현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지역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면서 또한 인성교육을 함께 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표적인 예로써 이천문화원을 중심으로 한 이천지역의 강사들이 새롭게 구성한 프로그램을 살펴보자. 이천지역에서 전승되어 오는 전래놀이 중에는 “거북놀이”라는 것이 있다. 이천문화원을 중심으로 이 놀이에 대한 보존을 위해 애쓰던 지역의 강사들은 ‘2013 경기도 전래놀이를 통한 현대예절교육’에 참여하게 되면서 ‘놀이 속에 깃들어 있는 예절’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로 예절교육의 장면에 거북이가 등장하게 되고, 이천의 고유한 전통문화인 거북놀이를 통해 다양한 예절과 미덕들을 함께 알아보는 알찬 시간으로 꾸며지게 되었다.
2013, 예절교육을 통해 세대 간의 눈높이를 맞추다.
이와는 달리 오산문화원에서는 또 다른 교육의 장면이 펼쳐졌다. 오산문화원을 중심으로 모집된 강사들은 자발적 의사를 가지고 전통문화를 공부하는 모임을 갖는 학부모님들이셨다. 본 사업의 취지에 너무나 공감하여 강사로 지원하게 되었다는 이 분들은 강사 양성프로그램에 다뤄진 내용을 바탕으로 각자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분야를 선정하고 주강사와 보조강사의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짜임새 있는 교육을 만들어 갔다. 교육이 진행하는 동안 함께 참여하는 많은 강사들의 나름의 애정과 노력은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대본을 탄생시켰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소품을 제작하게 하였고,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춤을 추게 하였으며, 전래놀이로 함께 꺄르르 웃을 수 있게 하였다.
교육을 진행하는 선생님의 마음으로, 때로는 따뜻한 품을 내어주는 엄마의 마음으로, 또는 함께 웃고 놀이하는 친구가 되기까지 서로를 바라보는 눈높이 교육의 장면이 화사하게 펼쳐진 것이다.
경기도 전래놀이를 통한 현대예절교육, 내일을 꿈꾸다.
사람들은 누구나 놀이를 즐긴다. 놀이를 즐기는 까닭은 재미있고 즐겁기 때문이다. 놀이의 즐거움은 일상생활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힘찬 내일을 시작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다만 놀이 자체가 부담이 되면 그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너무 놀아서 내일이 피곤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예절은 누구나가 지켜야하는 것이다. 어른이나 아이나 누구나 할 것 없이 상황에 따라서, 장소에 따라서, 상대방에 따라서 지켜야 할 예절이 있다. 이러한 예절을 잘 지키고 실천하는 이는 모든 행동이 자연스럽고 격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예절을 지키는 가운데 어색하거나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나타나는 이도 분명 존재한다.
경기도 전래놀이를 통한 현대예절교육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놀이와 예절을 알아본다. 놀이를 할 때는 재미있게 논다. 땀도 흘리고 교육장이 떠나갈 정도로 소리도 난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음날 피곤하지가 않다. 또한 놀이 속에 숨은 예절, 놀이와 함께 표현되는 예절학습에서는 어색함이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가 마음을 다해 즐기는 것이 놀이고, 그 속에서 함께 배려하고 양보하며 보다듬어주는 따뜻한 관계를 맺는 것이 곧 예절의 근본임을 알기에 ‘경기도 전래놀이를 통한 현대예절교육’에서는 오늘 배운 내용들을 다른 친구들과 함께할 기대에 가득찬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있을 뿐이다.
2013 경기도 전래놀이를 통한 현대예절교육에 참여하신 이천문화원과 이천지역 강사님들, 오산문화원과 오산지역 강사님들께 뜨거운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