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경기문화저널 웹진 원고)
바빴습니다, 즐거웠습니다, 행복했습니다.
경기도문화원연합회와 경기일보가 공동기획한 ‘경기도문화원에서 노올자’, ‘경기도 문화원의 시대공감’을 2년 동안 진행하면서 느낀 바를 정리하자면 ‘very busy’, ‘very enjoy’, ‘very happy’였다. 공동기획 1년차에는 경기도 문화원을 속속들이 알기까지 무척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2년차에 접어들면서 즐거웠다. 왜냐 경기도 문화원 중에는 소위 말해 ‘잘난’ 문화원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잘남’의 기준과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다. 경기도 문화원은 자신들의 독특함이나 잘남을 드러내지 않고 오로지 열정과 양심에 따라 올바른 일에 몰두하기 정신없었다. 경기도 문화원의 숨은 ‘잘남’을 이끌어 내는 작업은 행복했다.
지방문화원은 문화콘텐츠의 보고다. 그리고 지방문화원은 그 어떤 여건에 있든지 간에 그 지역의 문화적 구심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것은 과거의 방식, 즉 자치단체에 의지한다든지, 또는 지역의 문화단체들과 편편치 않는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이제는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 추구에 맞춰 그에 부응하는 문화정책을 모색해야 하는 절박감과 맞물리면서 오늘날 다시 한 번 변화를 요구한다고 할 수 있다. 변화는 발전을 의미한다. 변화는 마침표가 없다. 경기도 문화원이 지역사회, 지역문화와 한 몸이 되는 데 있어 경기도 문화원이 앞으로 더 바빠지고, 즐겁고, 행복해지길 바란다.
사업개요
이번 기획은 전 세계의 문화예술이 시시각각 밀려드는 문화 홍수의 시대 속에서 경기도 지방문화원들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사는지를 가감없이, 꾸밈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신개념 리얼 생존기다.
우선 2012년 1차년도(경기도 문화원에서 노올자)에는 과연 경기도 문화원들이 뭘 하는지 속속들이 살펴봤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경기도 문화원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다양한 사업이 지역의 문화적 흐름에, 경기도의 문화적 흐름에, 한국의 문화적 상황에, 세계적 문화 흐름 속에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절실했다. 1년차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각종 문화제, 문화원형발굴, 교육 및 체험프로그램, 향토사 연구 등 나름 문화원들은 티 나지 않게, 티 내지 않고 많은 일들을 해내고 있었다는 텍스트를 얻을 수 있었다.
2013년 2차년도(경기도문화원의 시대공감)에는 경기도 문화원 사업이 지역 문화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으며, 문화적 패러다임의 어느 지점에 있는가를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즉 지방문화원의 전통적 가치를 현대적 가치로 공감하게 되는 지점을 발견함으로써 문화원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지방문화원은 50년대 자생적으로 생겨나 60년대 근대화 추진시기에 법적 근거를 마련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성장하기 시작했다. 지방화, 정보화 그리고 세계화가 시작된 90년대 들어 다시 법 개정 등을 통해 우리나라 문화발전 및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해 왔다. 외형적으로 지방문화원의 수, 독립원사의 마련, 재정적 지원 내용 등에서 이미 적지 않은 성장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도민들은 문화원에 대해 잘 모른다. 아니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문화원에 대해 궁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문화원을 알고 있는 경우에도 다소 진부한 곳으로 알고 있거나, 관 주변 기관 정도로 알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다시 말해 문화원의 존재에 대해 필수불가결한 기관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는 것.
그러는 가운데 지역사회에서 비판적인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역 문화 활동 지원을 독식한다든지 혹은 지역의 문화단체 활성화에 소극적이거나 심지어는 장애로 인식하는 경우조차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문화원을 둘러싼 안팎의 현실은 급변하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에 비춰 오늘날 문화원의 현실이 무척 험난한 것은 사실. 이번 기획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그 동안 묵묵히 일하며 우리나라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한 사실을 제대로 알리고자 했다. 문화원의 실체와 역할론을 재정립시키기 위해서 경기도 문화원들의 시설, 인력, 프로그램, 그리고 재정의 차원에서 심도 있게 다뤘다.
진행과정
이 기획은 첫 번째 현장 취재를 기본으로 삼았다.
2012년 1차년도에는 의정부문화원의 역사문화원형인 ‘의순공주’ 프로젝트 사업을 처음으로, 하남문화원의 ‘도미설화’를 주제로 한 역사적 콘텐츠를 개발 사업까지 총 31개 도내 문화원의 주요 핵심 사업을 집중 조명했다.
2013년 2차년도에는 남양주문화원의 ‘천마산 산신제’부터 시흥문화원 ‘군자봉 성황제’까지 30개 문화원의 사업을 취재했다.(안양문화원 제외) 매주 한 곳의 문화원을 방문해 단일 사업에 대해 취재하고 기사와 사진을 매주 전면으로 보도했다.
경기도내 31개 문화원은 광범위했다. 취재 현장도 다양했다. 강의실, 산꼭대기, 산성, 갯벌, 야외수영장, 한옥, 화성, 문화촌, 박물관, 사료관, 학교, 체육관 등 사람이 있는 곳, 역사가 있는 곳, 문화가 있는 곳에서 도민들과 조우하고 있었다.
두 번째는 인터뷰. 문화원 사업은 문화원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만큼 문화원장, 사무국장, 학예사, 실무자 등 문화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문화원 사람들은 인터뷰를 싫어했다. 그리고 두려워했다. 나름 이유는 있었다. 문화예술을 도민들에게 전달하는 중간 매개자 역할에 익숙했던 문화원 사람들은 취재기자가 문화원을 방문하는 것 자체를 불편해했고, 문화원의 살림살이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내비쳤다. 특히 기획 첫해 그 불편함과 거부감의 크기가 컸다. 오죽하면 기자의 취재요청에 “돈을 얼마 준비해야 하냐?”고 묻는 문화원 사람도 있었다. 그만큼 경기도 문화원 사람들은 순진했다. 1차년도에 이 기획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바로 ‘닫혀 있는 문화원’을 어떻게 ‘지역사회 밖으로 이끌어 낼 것인가’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무조건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공통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변화하는 현실에 대한 유연성 부족, 중장기적인 미래 비전 설정의 부족, 지역의 다양한 문화 활동 주체의 통합 및 연결부재 등 경기도 문화원들의 증상과 고통은 비슷했다. 외부인 입장에서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었다. 문화원 사람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많은 위안을 받았다. 그러면서 서서히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2년차 사업을 진행할 때는 확 달라진 경기도 문화원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름 사랑받고 있다는 안정감과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조금씩 채워지면서 문화원 사람들은 본인들의 목소리를 작게나마 냈다.
세 번째, 이번 기획을 진행하면서 문화원의 진정한 주인,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는데 집중했다.
문화원의 사업과 프로그램은 일정 부분 공급자 입장에서 운영돼 왔다. 수요자 입장에서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이고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등 소소한 의견들을 수집하는데 있어 다소 미흡했던 점이 있다. 이에 취재 현장에서 각 해당 프로그램과 사업을 즐기는, 체험하는 시민들의 체감도와 만족도, 그리고 시민들이 원하는 문화원상에 대해 최대한 다양하게 경청하고자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경기도 전역에 산재한 많은 문화원들의 개별 현실을 일일이 파악하고 심도있게 조망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1차년도에는 시간적인 제약으로 인해 심층적인 취재와 인터뷰, 전문가 조언 등의 취합이 다소 미흡했던 점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시·군 문화원 사업의 유형별, 내용별 카테고리를 보다 정교하게 구조화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
평가결과
이 기획은 앞서 밝힌 대로 경기도 문화원의 다양한 사업을 심층 보도하면서 문화원이 당면한 문제를 발견하고, 극복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작은 방안 마련에 목적이 있다. 그런 만큼 기획의 기대 효과 역시 그러한 발전 방안 마련을 통해 현재 정체성의 위기에 직면한 지방문화원이 그 역할과 기능의 확보를 통해 분명한 공동의 정체성을 얻을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한다. 경기도내 문화원들은 전문 인력 부족, 예산부족, 시설 및 기자재의 열악함, 위탁사업 위주의 사업진행 등 다양한 문제점으로 안고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 와중에서 진주는 숨어 있었다. 없는 살림에도, 없는 인원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문화원 사람들은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민을 위한 알토란 같은 사업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허나 이들의 노력과 열정을 알아주는 이가 없었다. 그냥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 버렸다. 누구나 칭찬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모든 상황에서 모든 이들이 칭찬만을 바라는 건 아니다. 경기도 문화원도 칭찬만을 바라지 않았다. 단지 문화원이 지역사회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 당위성을 인정받고 싶어 했다. 솔직히, 문화원측에선 ‘당근’ 없이 ‘채찍’만 휘두르는 문화원 밖 사람과 시선에 대해 아쉬움이 없을 리 없다.
그래서 이번 기획에서는 다소 부족하고, 미흡한 점도 있지만 나름 고군분투하는 문화원 각각의 현재 모습을 조명하고 더 나아가 문화원이 현재 지역사회와 지역문화에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런 점에서 경기도 문화원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이며 단점은 어떻게 극복해 발전적인 방향과 과제를 택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단련된 고수는 채찍을 달게 받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칭찬을 원한다. 특히 계속된 채찍을 감당하기는 버겁다.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은 고수보다는 하수에게 더 필요한 덕목이다. 경기도 문화원의 경우도 그렇다. 각 문화원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당근과 채찍은 달리해야 한다. 채찍도충분한 당근이란 뿌리가 있은 뒤의 일임을 이번 기획을 통해 환기시켰다.
마지막으로 개별 문화원 차원에서는 문화원을 둘러싼 변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개별 문화원에서 요구되고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는데 도움이 되는 효과를 기대한다.
글_강현숙 기자(경기일보 문화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