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본래 윤석열 정부 3년 차인 2025년의 문체부 예산안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담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2025년 12월 20일 이른 새벽) 윤석열 정부는 사실상 소멸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등과 관련하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찰, 경찰 등의 내란죄 피의자가 되었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정부의 국무위원들 역시 일부는 이미 구속수사를 받고 있으며,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다수의 국무위원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법적,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할 운명이다. 문체부 예산안의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어떠한가. 불확실한 정국 속에서 문화정책의 안정적인 운영은 고사하고 소속 기관인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대한 비상계엄 휴교령 사태와 거짓 해명 논란으로 인해 사회적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 심지어 유인촌 장관은 이와 관련된 사과 브리핑 자리에서 엉뚱하게 “2025년도 예산을 신속히 집행해 문화·체육·관광 분야에 대한 비상계엄 여파를 최소화하겠다”라며 “문체부는 내년 예산 7조 672억 원 중 70%에 해당하는 약 4조 9천470억 원을 상반기에 집행한다는 방침이”라고 야심에 찬 계획을 밝혔다.*1) 정말, 헛웃음만 나온다. 결국 우리는 문화예술계 116개 단체로부터 내란죄로 고발당한 유인촌 장관의 2025년 문체부 예산 조기 집행을 비롯하여, 문화예산 정책의 파국을 우려해야 하는 시국과 마주하고 있다.
문체부가 2024년 예산을 문화정책의 방향과 기준 없이, 전례가 없는 무더기 삭감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유인촌 장관이 직접 나서서 2024년 내내 “올해 삭감된 문화예산, 내년 모두 회복”*2)하겠다는 호소를 반복했어야 할 정도로 문체부의 2024년 예산은 심각했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문화예산을 갑자기 “대폭 삭감”했던 정부가 불과 차기 연도 예산안 수립 과정에서 “모두 회복”하겠다고 강조할 정도로, 정부의 문화예산이 최소한의 일관성과 지속성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즉흥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왜 예산을 삭감했는가?”, “무리하고 일방적인 예산 삭감으로 사업의 연속성이 실종되고,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같은 정부에서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다시 몇 개월 만에 모두 회복하는 예산정책의 원칙과 기준은 무엇인가?”라고 되물을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의 2025년 문화예산 역시 제대로 수립되었을 리가 없다. 문체부는 지난 8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아래와 같이 2025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하여 문체부는 “2025년 문체부 예산안이 7조 1,214억 원 편성됐”으며, “이는 2024년 대비 1,669억 원, 2.4% 증가한 규모로, 윤석열 정부의 세계 문화 강국 도약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문화예술 부문의 경우 “2024년 예산 대비 407억 원 증가한 2조 4,090억 원, 가장 큰 비중”이라고 강조했다.
구분 | 2024년 본예산 | 2025년 정부안 | 전년 대비 증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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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액 (A) |
비중 (%) |
정부액 (B) |
비중 (%) |
(B-A) | % | |
합계 | 69,545 | 100 | 71,214 | 100 | 1,669 | 2.4 |
문화예술 | 23,683 | 34.1 | 24,090 | 33.8 | 407 | 1.7 |
콘텐츠 | 12,800 | 18.4 | 12,995 | 18.2 | 195 | 1.5 |
관광 | 13,161 | 18.9 | 13,479 | 18.9 | 318 | 2.4 |
체육 | 16,164 | 23.2 | 16,751 | 23.5 | 587 | 3.6 |
기타 | 3,737 | 5.4 | 3,899 | 5.5 | 162 | 4.3 |
문체부는 7조 원을 넘어섰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오히려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총계 기준의 규모 자체가 줄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일반회계와 다르게 기금의 총계 규모가 줄었기 때문이다. 기금은 속성상 적립한 재원을 가지고 사업을 통해 지출도 하지만 다른 회계나 기금으로 전출함으로써 내부적 재정조정을 하는 기능도 있다. 적어도 2025년 문체부 예산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기존에 기금을 융통성 있게 운영함으로써 그나마 필요를 충족했던 편성 방식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4) 심지어 영화발전기금은 2023년 1,670억 원 수준이었던 규모가 2024년에 1,377억 원에서 2025년 936억 원으로 32%나 감소하였으며,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일반회계 전출금은 전년 대비 무려 70%가량 감소했을 정도로 문화재정의 위기는 심각하다.
문체부가 이번 예산안 발표에서 강조했던 “문화예술 부문의 경우 2024년 예산 대비 407억 원 증가한 2조 4,090억 원”이라는 주장 역시 본질적으로는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실질적인 문화예산이라고 할 수 있는 문체부 소관 기금 등을 포함한 문화․체육․관광 예산안으로 접근하면, 문화예술 부문은 문체부 주장과 달리 실제 199억 원이 오히려 감소*5)한 것으로 확인된다.
윤석열 정부가 “지방시대”를 선언했다는 것이 허무할 정도로 문체부 지역문화 진흥 예산은 급격하고 위험하게 삭감되고 있다. 문체부 2025년 예산안에 따르면, 지역문화 진흥 정책 사업 예산은 16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2023년 결산 기준 476억 원 대비 불과 4%에 불과한 예산 규모만 남았다. 이제 대놓고 문체부가 지역문화 진흥 정책은 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한 셈이다.
지역문화 사업 주무부서인 지역문화정책관 예산 역시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기 시작한 2023년부터 급격하게 감액되기 시작, 2025년 예산안까지 3년 연속 감소하며 2022년 예산의 절반 수준(2021년 5,890억 원에서 2025년 3,315억 원)으로 급락 중이다.
더욱 위험한 것은 지역문화 예산의 위기가 단순히 예산 감액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의 지방이양 정책에 따라 지방이양 사업 폐지와 축소가 무차별적인 예산 부담 떠넘기기로 진행되면서, 지역문화 생태계를 구성해 온 핵심 사업들이 사라지고 있다. 2024년, 2025년 문체부 예산안에서 최대 이슈였던 학교문화예술교육 사업이 대표적이다. 문체부는 지방이양 사업을 핑계로 해당 예산을 72% 삭감하며 사실상 지역 내 학교문화예술교육 사업에 대한 폐지를 강요하고 있다.*6)
구분 | 2021년 | 2022년 | 2023년 | 2024년 | 2025년 정부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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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 5,890 | 5,807 | 4,630 | 3,917 | 3,315 |
증감 | - 83(1.4) | - 1,177(20.2) | - 712(15.4) | - 602(15.3) |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지난 8월 27일 2025년 예산안과 국가재정운용계획(2024~2028)을 발표하였다.*7)문화․체육․관광 분야의 2025년도 예산안 규모는 8.8조 원으로, “전년도 예산 8.7조 원 대비 0.1조 원(1.3%) 증가하여 2019~2023년 연평균 증가율(4.5%) 대비 상승세 자체가 둔화”*8)되었다. 주목할 점은 문화․체육․관광 분야 지출의 2019~2023년 연평균 증가율이 4.5%로 같은 기간 정부 총지출의 연평균 증가율(7.8%)보다 낮다는 사실이다. 총지출 내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비중은 1.5%에서 1.3%까지 하락했다.
정부의 중장기 재정 계획의 측면에서는 더욱 우울하다.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해당 기간 문화․체육․관광 분야 총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은 1.0%로, 정부 총지출 연평균 증가율 3.6%보다 2.6% 낮아 2028년에는 총지출 대비 비중이 1.2%까지 하락할 예정이다. 이는 2023~2027년 문화․체육․관광 분야 연평균 증가율은 2.1%, 정부 총지출 증가율은 3.6%로 그 차이가 1.5% 낮았던 것과 비교하면,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연평균 증가율이 더욱 감소하여 총지출 증가율과의 차이가 더욱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전 중기계획 대비 문화․체육․관광 분야 투자 계획이 지속해서 축소되고 있는 경향만 확인한 셈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관광 부문 2.3%, 체육 부문 2.2% 수준의 낮은 연평균 증가율도 문제지만, 심지어 문화예술 부문은 연평균 0.3% 감소할 전망이다. 문체부가 2025년 예산안에서 강조했던 “윤석열 정부의 세계 문화 강국 도약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말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물론 지금은 ‘그 의지’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어졌지만.
[표] 국가재정운용계획 상 문화․체육․관광 분야 지출 추이 및 계획
※ 출처 : 국회예산정책처, [2025년도 예산안 12대 분야별 재원 배분 분석], 2024.
지금까지 우리는 문화예산에 대한 질적 검토‧평가는 생략한 채, 오직 양적 성장주의만을 강조해 왔다. 그 결과 우리에게 ‘문화예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공식이 바로 ‘정부 예산 대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비율’이다. 거의 모든 집권 세력은 문화공약으로 ‘문화예산 1% 달성’, ‘문화예산 2% 달성’ 등을 상징적인 문화정책 목표로 제시해 왔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문화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정부 각 부처에서 문화 관련 사업들이 광범위하게 집행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소속 기관 예산만을 문화정책의 대상으로 접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비합리적인 재정 운용이다. 개별 사업 단위로 보면 문체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대규모 예산이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행정안전부, 지방시대위원회 등을 통해 문화의 옷을 입은 개발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지역분권 정책, 지방자치 제도의 변화 역시 ‘정부 예산 대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비율’의 정책적․제도적 한계를 명확하게 하고 있다. 중앙 정부 정책의 지방이양이 가속화되면서 문화예산이 큰 폭으로 증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문화정책은 “문화예산 몇 퍼센트(%)”식의 숫자 맞추기가 아닌 국정 운영 전반에 걸쳐 문화재정의 현실적인 운영 프로세스와 전략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지난 30여 년 동안 대한민국 정부의 문화정책이 국가‧행정 주도의 가속‧압축된 성장기였다면, 이제 정부 문화정책의 핵심 과제는 국가‧행정 주도의 성장주의‧성과주의 과정에서 왜곡된 문화정책을 정상화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재조정돼야 한다. 문화예산 역시 무조건적인 양적 팽창 중심에서 벗어나 정책 목표와 방향, 중장기 문화재정과 적정 예산 편성, 현장 중심의 민주적인 상향식 예산 지원체계 수립, 문화적 가치에 기반한 합리적인 성과평가 체계 확보 등에 주목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 탈성장, 지속가능성 등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제 “예산은 많을수록 좋다”가 아니라 “예산은 적절해야 한다” 혹은 “정책의 가치 실현과 현장 문화․예술 생태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예산 지원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10)
*1) 임순현 기자, [고개 숙인 유인촌 “계엄은 잘못된 것 ... 한예종 폐쇄 관여 안해”], 연합뉴스, 2024년 12월 18일자.https://www.yna.co.kr/view/AKR20241218076751005
*2) 권혜미, [유인촌 장관 “올해 삭감된 문화예산, 내년 모두 회복”], 전자신문, 2024년 4월 24일. https://m.etnews.com/20240424000362
*3)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2025년 문체부 예산안 7조 원 돌파, ‘문화로 행복한 하루, 풍성한 내일’ 연다], 2024년 8월 28일. https://www.mcst.go.kr/kor/s_notice/press/pressView.jsp?pSeq=21331
이하 별도의 표기가 없는 경우, 문체부 2025년 예산안 관련 수치는 본 자료에서 인용한 것임
*4) 김상철, ‘[이슈: 2025년 문화부예산①] 짝퉁이 판을 치는’, 문화정책리뷰, 2024년 9월 6일.
https://culture-policy-review.tistory.com/322
*5) 국회예산정책처, [2025년도 예산안 12대 분야별 재원 배분 분석], 2024.
*6) 이와 관련하여 문체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토론회 사업인 [늘봄학교] 사업에는 32억 원을 신규 편성하여 빈축을 사고 있다.
*7)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약자복지 키우고 미래도약 투자 대폭 늘린다 :“민생활력, 미래도약” 2025년도 예산안 및 2024~2028 국가재정운용계획 발표], 2024년 8월 27일.
https://www.xn--2025-y24rx2w.kr/html/board/view.html?bc=1&sid=14
*8) 국회예산정책처, [2025년도 예산안 12대 분야별 재원 배분 분석], 2024.
*9) 2025년 문체부 예산안의 세부 내용에 대한 분석과 정책 과제에 대해서는 [윤석열정부 문화예산 정책의 현황과 문제점](이원재,‘윤석열 정부 2025년도 문화체육관광 예산 토론회’자료집, 문화연대 외, 2024년 11월 04일) 참조.
https://culturalaction.org/85/?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24789067&t=board
*10) 이원재, [지구와 국가 차원에서 문화예산 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때], 아르코 웹진 에이스퀘어(A SQUARE) 제14호, 2025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