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 무엇을 하려했는가?
이 사업은 근대적 문화지평을 넘어 이제는 현대적 문화지평에 발을 딛고 서야한다는 절박한 고민위에 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현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대안 문화를 고민해야 하는 지점에 서 있다. 수없이 많은 용어들과 개념들이 생산되고 시기와 장소에 따라 적용되고 있는 무수한 사례들이 있다. 새로운 개념과 용어가 생산되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지역마다, 사람마다 원하는 것이 다양하고 지향하는 가치가 그 만큼 다양해짐에 따라 그 만큼의 그릇이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시대를 읽어내야 한다.
이제는 동일한 문화적 잣대를 가지고 해석하고, 어떤 형태의 문화가 ‘올바른 문화(?)’임을 강조하는 것은 시대적인 흐름과 맞지 않다. 다양한 문화가 이미 존재하고 있고, 저마다의 가치와 지향을 가지고 있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그리고 ‘사람’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 그 다음 ‘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 안에서 탄생되는 다양한 형태의 관계의 연결고리를 확장하고 다시 엮는 것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거기서 대안문화의 싹을 발견할 수 있다.
그동안 수많은 전문가가 결합하여 문화원 활성화, 문화원 발전방향에 대한 조언과 보고서가 제출되었다. 그러나 그 보고서는 보고서로서 책장에 얌전하게 꽂혀 참고 서적의 역할만 했을 뿐, 실제로 합의하고 함께 연구해서 활성화를 위한, 발전을 위한 구체적 실천으로까지 연결되지 못했다. 수많은 이유를 댈 수 있고, 그 이유마다 타당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문화원 활성화, 문화원 발전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논의만 있다. 서로 고민과 문제를 공유하는 기회만 있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에서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였나?문화원이 개별 독립법인이라는 이름으로 각 지역 특성에 맞게 알아서 활성화하거나 발전을 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본 기획은 경기도문화원의 중, 장기 발전방향 수립을 위한 3개년사업의 2차년도 사업의 결과물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마지막 3차년도 기획의 최종 결과물을 위한 과정이 녹아져 있는 ‘과정물’이다. 2013년도 최종년도 아젠다(Agenda)채택을 위한 사업이 이제 시작되어야 할 시점에 과정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앞서 말했듯 연합회에서 연구하고 확정한 보고서가 왜 구체적 실천으로 연결되지 못했는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 몇 가지 문제제기를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그것이 전국 229개 문화원의 합의에 기초한 산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문가가 결합하여 시대흐름을 반영한 비전과 목표 설정이 되었으나, 정식으로 보고서로 상정되어 채택되는 과정이 없었다는 점이다.
둘째, 실제로 지방문화원의 현실적 여건과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발전방향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연합회 차원의 발전방안이 정식으로 채택되는 과정과 맞물려 각 지방문화원 나름의 중장기 발전방향이 함께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 군수가 바뀌거나, 원장, 국장이 바뀌면서 그동안 추진해 온 사업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구조는 항상 질곡으로 작용하는 부분이었으며, 그것은 결국 조직의 불안정으로 연결되는 상황에서 어떤 것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단기, 중기, 장기적 비전이 개별문화원마다 달라야 한다는 점에 대한 고민이 녹아있지 않은 듯하다.
셋째, 연합회가 되었든 지회가 되었든 문화원의 발전방향에 대해 공론화하고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구체적 방법, 실행차원의 노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Ⅱ. 어떻게 하려 하는가?
이러한 문제제기 위에 229개 문화원을 아울러야 하는 연합회 차원의 노력은 노력대로 빛을 발하기 어렵다고 판단, 다음과 같은 방향을 세웠다.
규모를 축소시켜 광역단위 시, 도지회 차원의 중, 장기 발전방향 수립이다.
그래서 16개 시, 도지회 차원의 중, 장기 발전방향이 수립되면 그것들이 모여 현실적인, 그리고 합의된 방향이 도출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몇 가지 원칙을 세우게 된다.
첫번째, 현재 지방문화원의 현황을 정량적 평가 차원을 넘어선 정성적 평가를 겸한 밀도 있는 수요, 요구 조사활동 전개.
즉, 현재 지방문화원에서 겪고 있는 조직, 법제, 사업추진과정, 직원처우, 시민과의 관계맺음 등의 당면 문제를 최대한 끌어내고 그것을 기초자료로 하여 발전방향을 세운다는 원칙이다.
두번째, 현재 지방문화원이 시행하고 있는 각 사업의 심층 분석, 평가 작업 시행.
즉, 지방문화원 사업이 현재 시대적, 문화적 흐름의 어느 지점에 있는가를 면밀히 검토하는 작업이다. 그것도 어느 특성화된 하나의 사업이 아닌 전반적인 점검과 개선방향 도출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실질적 개선이 가능하도록 컨설팅 과정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전문가만으로 구성된 연구진을 꾸리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무국장 중심의 논의구조로 간다.
네 번째, 사업 시행 도중, 각 문화원 임, 직원에게 실행과정을 홍보, 공유하는 과정을 전개한다.
즉, 임·직원 교육과정을 개설, 현재 무엇을 하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어떻게 갈 것인지에 대해 공유하는 과정이다.
다섯 번째, 수요·요구조사를 통해 각 부문별 아젠다(Agenda)를 도출, 최종적으로 문화원장과 함께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결정하는 최종보고서를 채택함으로써 아래로부터 만들어진 단기, 중장기 발전방향을 수립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과제를 넘어야 했다.
첫째, 경기도지회 사업의 전면적인 개편.
그동안 서로 독립적으로 시행되던 사업을 하나로 카테고리화 하는 작업이 필요했고, 또한 경기도지회와 각 지방문화원과의 관계 회복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이에 따라 경기도지회 사업의 방향을 다음과 같이 상정하게 된다.
1. 지방문화원 간 긴밀한 네트워크 시스템 구축을 통한 시너지의 극대화
2. 소통의 구심체로서의 역할
3. 경기도 차원의 문화정책과 각 시·군 문화정책과의 접점 만들기.
둘째, 경기도 31개 시, 군 지방문화원의 구체적인 현황파악.
셋째, 경기도지회 단독사업의 최소화, 지회-지방문화원 간 협력사업의 확대.
경기도지회를 새롭게 하기 위한 세 가지 방향에 의거, 모든 사업의 목표, 추진방향, 구체적 추진계획 등을 재배치하게 된다.
2011년부터 경기도로부터 지원받은 예산이 약 2배 이상 증액되면서, 사업은 탄력을 받기 시작했고, 드디어 정책사업 3개년 사업이 시작하게 된다.
경기도지회가 연합회로서의 자기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했는데, 첫째로, 경기도지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 또는 그 방향에 대해 지방문화원이 과연 신뢰하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다시 말하자면, 사업 추진에 있어 각 지방문화원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는가의 문제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두 번째로, 각 문화원 직원의 환경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하고 있는 일에 추가로 더 해야 함을 의미하는 데, 효과적으로 직원들이 움직여줄 것인가의 문제이다.
세 번째, 사업추진에 있어 그 구성원들이 얼마나 대표성을 갖고 움직일 수 있으며, 사업추진결과 그 성과를 어떻게 공식화할 수 있을까의 문제이다.
1) 사전준비단계
이 TF팀을 만드는데 있어서 도지회 차원에서 고민한 내용을 열거해보면 다음과 같다.
Question
‣ TF팀이 왜 필요한가?
‣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일인가?
‣ 시작한다면 단계별 어떤 목표를 가지고 움직일 것인가?
‣ 시작하기에 앞서 추진 가능하게 하는 제반 여건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가?
‣ 공식기구화 추진이 가능할까?
‣ 역할과 권한 부여를 위한 제반 여건 마련을 위한 방법은?
‣ 현실적으로 필요한 예산 확보 방안은 있는가?
‣ 실무적 과제 (자료집적, 정리, 분류, 분석)를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가?
2) TF 구성과 추진 방향
중요한 것은, 애초에 이 사업이 목적하는 바와 같이 경기도 문화원의 중, 장기적 발전방향을 도출하는 것이 Top-Down 방식이 아닌 Down-Up 방식의 추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절한 붐업과 함께, 도출되기까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제반 조건의 구비가 필요했다.
그것을 위해 두 가지의 방향을 설정하게 된다.
1. 중, 장기 발전방향 수립을 위한 TF팀 가동과 함께 제반 여건 마련을 위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한다.
1) 실태, 요구조사 사업 가동
2) 경기도 문화원 사업 분석
3) 문화원 직원을 위한 문화예술경영 및 실무교육마스터플랜 개발
4) 기초자료 D/B화 집적을 통한 향후 발전 가능성 모색
- 현재 인프라를 활용한 OS 활용방안 마련
2. TF팀 구성을 두 단계로 나누어 구성. 구체적 목표를 다시 설정한다.
1) 1차 TF팀의 역할
* 사업 추진 방향 설정 및 실태, 요구조사 추진을 위한 구성
2) 실태, 요구조사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한 2차 TF팀 재구성.
위의 고민에 의거, 다음과 같은 진행프로세스를 작성하게 된다.
사전단계 |
인식의 공유 추진기구 시스템화 추진방향 수립 및 사업 세팅 - TF팀 구성 |
1단계 소통, 수렴의 과정 |
팀별, 권역별 논의 - 경기도 지방문화원 각각의 의견수렴 및 논의내용 소통 - 향후 추진방향 도출 |
2단계 공유, 협의의 과정 |
TF팀 구체적 논의 및 협의 정리 및 D/B화 작업 |
3단계 추진 및 평가 |
구체적 사업 추진 결과물 도출 - 경기도 지방문화원 중, 장기 발전방향 수립 |
위의 알고리즘에 의거 구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서, 1차 TF팀이 구성되어 활동을 하기 시작한다.
3) TF팀의 역할에 대한 논의
역할 1. 경기도 문화원 발전방향 수립의 핵심그룹
- 경기도 문화원 발전방향을 위한 정책연구 사업의 핵심그룹으로 11년 실시되는 ‘경기도 문화원 실태 및 요구조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경기도 문화원의 중장기 발전방향 및 아젠다 개발, 제시
1단계(2011) | 2단계(2012) | 3단계(2013) |
31개 시군문화원 실태
및 요구조사 실시
→ 공동 과제 및 목표 설정
|
실태요구조사를 기초로 한 경기도문화원 공동 아젠다 개발 및 공동사업 모색
|
아젠다 실천 및 모니터링
|
<경기도 문화원 중장기 발전방향 과정(안)>
역할 2. 31개 시, 군문화원의 소통 통로
- 도지회와 31개 시, 군문화원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연결고리
역할 3. 도지회 사업방향 및 실무진행 관련 자문
- 지방문화원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사업 관련 실무진행에 대한 자문
ex) 정책토론회, 문화원형 심포지엄. 민속예술제, 합동연수 등등
위의 과정을 통해 향후 경기도문화원연합회가 추진해야 할 미션과 비전 수립을 위한 키워드와 슬로건이 설정되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4개 집중 Key Word 도출
1. 조직, 법제
2. 문화예술교육
3. 축제와 문화사업
4. 향토문화연구 및 네트워크
경기도 지방문화원 주요사업의 카테고리 도출
1. 마을만들기 사업
2. 문화원형 연구, 조사 사업
3. 지역적 특수성에 근거한 지역브랜드화 사업
4. 지역 정체성 확립을 위한 마을조사사업
1,2차년도 사업의 결과 추출된 4개의 키워드와 주요사업 카테고리는 향후 중, 장기 발전방향 수립과 추진에 있어 선택될 아젠다를 훨씬 구체화시킬 수 있는 주요 기제였다.
그리고 직원연수, 사무국장연수, 분야별 TF회의, 권역별 TF회의, 국장직원협의회, 각종 워크숍, 연수 등을 통해 수집된 다양한 의견들을 반영 드디어 2013년 경기도문화원차원의 중장기발전방안이 수립되기에 이른다.
Ⅲ. 결 :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문화원은 지난 50년 동안 해방공간과 더불어 지역의 문화적 구심체 역할을 했다고 자부해 왔다. 문화원장은 지역의 가장 덕망 있고 존경받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리였다. 시대가 변해가고 또 이미 많이 변했다. 휘몰아치는 논리의 홍수 속에서 문화원은 어떤 논리와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깊이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회의와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그동안 여러 차례 마련되었고, 보다 더 진지하게 현재를 성찰하고 반성하고 향후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했다.
그렇게 등장한 네 가지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문화의 거점으로서 문화원의 자기 위상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렇다면 문화원이 지역문화의 거점인가 하는 고민과 문화원의 위상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가의 두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고민되어야 하는 질문이다.
둘째, 문화원이 현재의 시대적 흐름에 걸 맞는 문화 사업을 개발, 시행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지금 시대적 흐름은 어떠하며 그 흐름에 적합한 지표는 개발되어 있으며 그 지표에 따른 각 지방문화원마다의 평가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라는 복합적인 의미의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문화원이 현재의 시대정신을 담보하는 문화담론을 생산하고 있는가?
문화원은 지역의 문화정책을 생산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넷째, 문화원이 그 대안 문화를 고민하고 있는가?
가치와 지향의 문제이다. 목표설정의 문제이며 비전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문화원은 어떤 가치를 가지고 무엇을 지향하며 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하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다시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는 고민의 흔적이다.
어떤 것이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이 아닌, 어느 하나의 길만을 합의하고자 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원 마다 저마다 특색을 가지고 있고, 그 특색들이 모여 다채로운 문화의 빛깔을 만들어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문화원이 발전한다는 것은 내 주변에 있는 돌멩이 하나,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역사적 맥락에서 새롭게 의미를 가지며 새로운 가치로 재탄생하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핵심은 지방문화원이다. 그것을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하게 하기 위한 지원이 연합회에서 해야 할 일이다. 중심은 ‘지역’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