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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책/이슈>
지역문화행정가문화 강호,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양원모팀장을 만나다
예술을 통한 관계의 회복
문화 강호,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양원모 팀장을 만나다


 이번 기획은 경기도 문화정책의 철학적 기반과 정책적 방향을 어찌 보면 가장 깊이 고민하고, 실행하고 있는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양원모 팀장의 인터뷰이다.
 사실 이번 기획의 핵심은 경기문화재단과 경기도 31개 시, 군 문화원간의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한 논의와 문화정책에 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통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경기도 문화원의 가족들이 향후 더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발전적인 토론을 가능하게 함이다.

 점심식사를 앞에 두고 시작한 그의 이야기는 인문학과 예술이론의 결합을 통해 문화영역 안팎에서 교육되어야 하는 인간과 교육에 대한 생각, '예술로서의 교육(Education as Art)'이라는 개념을 통해 그것을 뒷받침하는 인지학(人智學)이 한국의 동학사상과 일맥상통함을 깨닫게 되면서 이른바 한국의 미래교육을 어떻게 실현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리고 실제로 <이것이 미래교육이다>라는 10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에 이른다.
 그와 나눈 모든 내용을 제한된 지면에 모두 게재하는데는 한계가 있어 별도의 기획을 통해 <미래교육>에 대한 깊이 있는 대담 기록을 싣기로 하고, 본 기획에서 의도한 질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로 했다.
편집자 주


경기도라는 광역 단위에서 문화 사업을 전개하려 하면 자연스럽게 정책적인 고민을 하게 됩니다. 정책이라는 것이 어떤 일관된 흐름을 가지고 전개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곧 어떤 지향과 비전을 통해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정책에 대한 그동안의 고민을 들어본다면...

 2004년도에 우리가 지향하는 바를 밝힌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건강한 문화예술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죠. 
 경기도에서 건강한 문화예술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의 종(種)다양성이 보장되고, 이종교배를 통한 다양한 문화예술이 생성되어야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잡종강세를 통해 공진화(共進化)를 촉진해야 하죠.
 ‘공진화(共進化)’란 쉽게 말하자면 더불어 함께 진화하자는 것인데, 다양한 예술적 지향을 하고 있는 주체들(작가, 예술소집단, 문예동호회)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서로 간의 네트워킹으로 지역사회 커뮤니티의 요구를 수렴하며 다양한 작업을 통해 지역의 문화예술을 함께 발전시키자는 것이죠. 

 한편 작가, 예술소집단, 문예동호회의 결합 또는 협력을 통한 활동 못지않게 그들의 단독활동 역시 중요합니다.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가지고 있을 때에는 활발하게 대외 활동을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오로지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고민과 과정이 있어야 해요. 이 과정에서 취약한 영역, 부족한 영역을 채우기 위한 시도도 있어야 할 테고... 결국 문화예술생태계는 문화예술인과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겠어요?

 경기문화재단이 광역단위 문화재단으로써 전국 최초로 설립되었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처음이라는 것은 어쩌면 매 번 새로운 것을 개척해야 하는 험난한 길을 예정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도 있는데요. 문예지원팀장이라는 포스트에서 보자면 경기도의 문화예술진흥을 어떻게 하고자 하는지...

 현재 예술가들과 주민들이 협력하는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를 넘어서서 농림수산부, 교육과학부, 행정안전부,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의 영역에서도 점차 열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면, 예술을 통한 마을 만들기와 도시 재생 사업 등은 문예 진흥을 넘어 예술을 통한 커뮤니티 비즈니스까지 시도하며 마을과 도시의 수입 증대를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들이라 할 수 있죠. 그렇다면 지금의 현실에서 작가들과 소집단, 예술단체의 창작역량과 기획역량을 강화하기위한 문예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창작역량 강화를 위한 문예진흥의 방점은 전문작가 개인과 단체에 초점을 맞추고자 함이며, 문학, 시각예술, 공연예술 영역에서는 창작과 발표, 연구와 출판 지원이 이루어집니다. 이 영역은 작품 신작 제작과 발표 중심이기에 기초예술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며, 현재 재단에서는 심화 응용단계로 두 개의 영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우리 동네 예술 프로젝트입니다. 동네와 마을을 기반으로 한 지역밀착형 예술 프로젝트로 문화기반시설 및 문화거점에서 실행되는 예술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문화원의 경우 ‘우리 동네 예술 프로젝트’에 관심을 둔다면, 문화원을 통해 생성된 문예동아리 연합이 제출한 예술 프로젝트와 문화원과 협약을 맺은 자매 예술단체가 기획한 예술 프로젝트가 지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두 번째는 별별 예술 프로젝트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작가주의 지향 예술프로젝트나 지역 틈새 문화공간을 활용한 작가집단의 레지던시 예술 프로젝트, 예술로 잡(Job) 만들기를 모색하는 아트 프로젝트 등 여러 가지 별별 예술프로젝트 모두를 지원하기 위한 것입니다.

 기획을 한다는 것은 그것을 왜 하는가, 무엇을 하는가가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에 대한 사유의 깊이를 충실히 하기에는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과 올해에 걸쳐 재단에서 행해진 다양한 사업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싶은데요. 특히 <굿 음악제>나 <그렇고 그런 사람들의 위대한 콘서트> 등은 재미있게 참여하고 또 관심이 가는 기획이었습니다. 무엇이 그런 기획을 가능하게 하는 것 일까요?

 상보적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룰 때 상호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그래서 한 쪽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간담회나 크고 작은 미팅을 통해 여러 성향의 예술가나 예술단체의 바람과 지향을 듣고자 합니다. 그럼으로써 바람은 같이 키워가고, 부족한 것들은 함께 채워가며 더불어 가치창출을 위한 지혜를 모으고자 하는 것이죠.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러한 태도는 단체 간의 협력을 통해 부족함을 채우고, 상호 접촉을 통해 자극하며 촉진의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즉 협력, 비평, 격려 등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특히 비평이 중요한데, 시각예술 영역이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이 부분에 대한 비평가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에 반해 공연예술 영역에서는 비평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적습니다. 비평을 통해 예술가나 단체들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다면, 아마도 더 빠르게,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술을 통한 관계의 회복’이라는 말이 이 인터뷰를 통해 전해지는 큰 핵심축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현재 상황에서 향후 어떤 전망을 세울 수 있을까요?

 저는 예술인 공동체, 그리고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지역을 재생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연극마을이든, 미술마을이든, 레지던시 기관이나 미술관, 소극장 밀집지를 중심으로 해서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 것이죠. 
 일본의 경우 이러한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예술촌들이 곳곳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진흥 기금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예술가들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 이뤄져야 하고, 자치정부와 재단은 적정수준의 역할만을 해야 해요.
 문화재단에 있는 동안 예술촌이 형성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그 과정을 열어주기 위한 서포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한국에는 국·공립, 사립기관들은 많지만 민립은 없어요. 지금은 민립기관이 생겨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별별 여러 가지 예술협동조합의 생성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지금 예술가들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것이 기금 못지않게 컨설팅과 공간에 관한 것인데요. 이미 그들 스스로가 공부하고, 변화하기 위한 욕구를 가지고 있어요. 
 공간을 가지고 있는 문화원들 역시 이런 점을 잘 활용한다면 시민 예술촌을 만들기에 적합한 환경으로 문화원을 이끌어 갈 수 있다고 봅니다. 결과적으로 경기도의 문화예술계가 지금보다 훨씬 풍성해질 수 있는 것이죠.

 문화원의 사업을 통해 지역과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나름의 의미 있는 사업들이 경기도 31개 시, 군에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재단의 입장에서 문화원의 사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요. 
 공식적인 재단의 입장이라고 하기에는 민감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평가가 가능하리라 보고 또 그러한 이야기가 각 문화원에는 자극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문화원은 지금까지 향토사와 관련해서 다양한 연구를 추진해왔는데요. 이 자료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사업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첫째로는 문화원이 지역사회의 커뮤니티 교육센터 같은 역할을 했으면 하는 거죠. 예를 들자면, 문화원이 자랑할 만한 향토자료를 활용하여 인문학적 문화교육의 장을 본격적으로 펼친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몰라요.
 또한 지금까지 문화원이 담당해 온 향토자료, 그 영역을 21세기형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작업도 반드시 문화원이 진행해야 할 사업이라고 봐요. 다른 영역들과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죠. 실험이라는 단어가 맞을까요? 이런 실험적 시도가 예술가 뿐 아니라 인문학자, 교육자 등 복합구성으로 이뤄진 프로젝트 팀과 결합된다면, 현재 문화재단의 지원 프로그램인 ‘별별 예술프로젝트’를 통해 만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청장년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기 위한 노력이나, 마을과 동네로 들어가 문화공동체를 육성하는 사업도 문화원이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이겠죠?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당돌하게도 내가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은 채, 그리고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이렇게 얘기했었다.
 “지금 문화에 대한 시대적 담론이 없습니다. 그것은 문화에 대한 고민과 성찰의 노력이 그만큼 없다는 것이 아닐까요? 팀장님이 앞으로 그것을 만들어 주십시오.”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당돌함이었으나, 그와의 첫 만남이 그렇게 시작된 것은 그에게서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사유의 깊이가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곳곳에 숨어 있는 문화 강호의 고수를 더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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