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문화원 영파워 4인과 함께한 이야기
고 아 름 평택문화원
정 민 정 남양주문화원
이 병 권 시흥문화원
황 수 근 평택문화원
문화원에는 어르신들 밖에 없다.
어르신 문화사업이 있고,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일과 중에 진행되기 때문에 수강생들 대부분이 중년 이후, 어르신들이기는 하다.
문화원 직원들도 나이가 많다.
대부분의 문화원이 직원 1~2명, 국장 1명, 원장 1명이기 때문에 평균 나이가 높기는 하다. 그래도 20대 직원들 많다. 30대 초반 직원들도 많다.
문화원이 젊어져야한다.
무엇이 젊어져야 한단 말인가!
지역의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이 문화원이다. 지역과 함께 세월이 흐름이 당연한 것이다.
우리 문화학교 어르신들 맘은 청춘이시다!
스마트폰도 쓰시고, 온라인 카페 활동도 하신다. 할머니들의 소녀 같은 맘을 느껴보신 적 없으신가? 어르신들 섭섭하게 그런 말 말아라! 나이가 다는 아니지 않나.
직원들?
앞서 말했지만 문화원에 2030 직원들 많다.
그들은 청소년기에 대중문화를 주체적으로 소비하던 ‘서태지 세대’, ‘HOT 세대’이다. 여가시간엔 화려하고 다양한 문화컨텐츠를 소비한다. 그래도 대중문화보다 지역문화가 더 재미나서 문화원에서 일한다.
경제적인 위기를 겪으며 ‘IMF세대’, ‘88만원 세대’ 또는 ‘삼포세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친구들이 연봉이 높은 직업을 선택하고, 대기업에 입사하려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 문화원에 입사했다.
그들은 모험심이 없고 현실에 안주하려고 하는 요즘의 그냥 그런 젊은이들이 아니다.
남양주문화원 정민정
이젠 읍면동단위로 체육문화센터, 도서관, 주민자치센터에서도 강좌가 운영되니 주민들이 문화원까지 올 필요가 없다. 문화원에서 하던 강좌나 유사 사업이 다른 기관에서도 시행되면, ‘문화원은 차별성 있는 것을 해라’ 라고만 하니 매번 새로운 것을 고민해야한다. 아이디어가 막 샘솟으면 좋겠다.
시흥문화원 이병권
한류라고 하며 대중가수의 인기 혹은 드라마 수출을 성과로만 치켜세워준다. 그리고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문화가 발전하기 위한 실제적인 인프라 구축은 안 되고 있다. 연합회가 있기는 하지만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문화원들의 연대 사업이 필요한 것 같다. 대안 교육 쪽에서는 교육기본권 죽, 교육받을 권리 그리고 교육을 선택할 권리가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문화원에서도 문화기본권, 문화복지에 대해서 강조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시흥도 시흥문화원 인근에 체육문화센터가 생겼고, 그 쪽에서 체육 외의 문화강좌를 진행한다. 차별성 있는 강좌를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평택문화원 고아름
다른 곳들도 그러겠지만 평택문화원은 일이 정말 많다. 문화예술회관에 문화원이 있는데, 관리하시는 분들이 밤늦도록 퇴근 안한다고 야단이시다. 이 정도로 직원들이 일이 너무 많아 바쁘고, 시민 대상 프로그램을 주말에 진행하느라 제대로 쉬지를 못하니까 어떤 분들은 저희를 위해준다는 뜻으로 외부 공모 사업을 하지 말라고 하신다. 몸이 피곤하지만 시민들을 만나다보면 뿌듯하고 감동받을 때도 있다. 일을 많이 하지 말라는 말보다는 고생했다는 격려의 말과 도와주겠다는 말이 더 듣고 싶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문화원 직원들이 모이면 힘들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하소연을 나누곤 한다. 표현은 힘들다 인데 가만히 들어보면 문화원에 대한 애정이 있다. 문화원이 너무 좋으니까, 계속 있고 싶은 곳이니까, 불편한 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정말 싫으면 진작 그만뒀을 꺼다. 이렇게 애정을 가진 직원들이 재미있게 일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연수에서 만났는데 1년 뒤에 ‘그 직원 그만뒀어요’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안타깝다.
남양주문화원 정민정
예전에는 문화원 일을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사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계속적으로 시민들의 수준이 변하고, 문화 환경이 변하고, 새로운 기획을 요구해서, 문화원 일은 하면 할수록 더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고, 그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
시흥문화원 이병권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신입직원 교육 필요하다. 당장은 실무교육이 중요하지만 신입직원이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도록 비전훈련, 문화원 직원들간의 네트워크 형성도 필요하다. 지방 문화원은 작은 규모이지만 경기도 문화원, 전국 문화원은 큰 조직이다. 이 큰 조직의 직원들이 실질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으면 더 큰 에너지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직원 연수나 직원회가 있다고는 하지만 모든 직원들이 참석하기는 힘들고, 자기 지역을 벗어나 문화원 직원들과 자주 만나기 어렵다. 권역별 모임이 있어도 좋을 것 같다.
평택문화원 황수근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문화원에 직원이 많다’라고 하는 것이 그 지역에서 문화원의 역할이 크고, 일을 잘 하고 있고, 예산이 많아 사업이 많다는 것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직원이 많은 문화원의 한 구성원으로 보면 일에 대해서 논의할 동료가 있다는 것이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일은 같이 고민하고, 신나는 일은 함께 즐길 수 있다. 옆에서 열심히 일하는 동료가 있으면 자극이 된다. 그래서 더 의욕이 생긴다. 특히 또래 동료들과 생각을 나누다보면 시야가 더 넓어진다.
남양주문화원 정민정
직원들의 경력을 기준으로 나눠서 그 경력과 직급에 필요한 학습을 집중 교육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강의실에서의 이론수업도 필요하다. 하지만 사례 연구 수업은 현장에서 진행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고 와 닿을 것 같다. 강사는 주로 기획자의 입장에서 강의를 하기 때문에,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기획자의 입장에서만 사업을 보게 된다. 그런데 현장에 가면 ‘나라면 저런 부분을 활용했을 텐데’, ‘우리 지역에도 저런 게 있는데, 비슷하게 활용할 수 있을까?’ 등, 강사가 이야기 하지 않는 부분을 볼 수 있다. 더 좋은 점은 현장을 봄으로써 관광객 또는 주민으로서의 입장도 느낄 수 있다. 이래서 이 사업, 축제가 재미있는거구나를 몸소 체험하게 되면, 에너지가 생긴다. 그래서 난 답사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특히 관광책자에 나와 있지 않은 소소한 동네이야기가 재밌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강릉의 팸투어는 흥미로웠다. 혹시 향토 답사 장소 때문에 고민 중이라면 강릉의 팸투어 추천하고 싶다.
평택문화원 고아름
직급별 교육, 신규 직원 교육 중요하다. 또한 직원들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계속 자극을 받아 새로운 아이디어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장기근속 근무를 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비전훈련, 문화 정책 흐름이나 문화 환경 변화에 대한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올해 국장님들은 대상으로 진행했던 워크숍을 직원 대상으로도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정민정 팀장님의 말처럼 현장 교육도 필요하다. 합동연수에서 권순석 선생님이 정선의 딱지박물관 같은 사례를 말씀해주실 때 실제 현장에서 교육이 진행되면 더 와 닿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또 강사들이나 커리큘럼이 다양하면 좋겠다. 가만히 보면 강사나 강의 주제도 유행을 따르는 것 같다. 연합회나 재단,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다양한 실무 워크숍을 찾아보는데 2~3년은 비슷한 주제, 같은 강사들이 강의를 한다.
그 밖에도 인기 있거나 향토사적인 의미 있는 축제 현장에도 다 같이 가고 토론하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강릉 단오제에 가보고 싶은데, 평택도 단오제를 준비하기 때문에 매년 놓치고 있다.
그런데 연합회나 지회에서 좋은 교육을 마련해도 직원들이 오지 못하면 소용없다. 평택 같은 경우 한 명은 꼭 가려고 한다. 다른 지역들은 직원이 한 명 뿐이어서 그런지 못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모든 직원들이 교육에 참석할 수 있으면 좋겠다.
평택문화원 황수근
실무에 매달리게 되면 어느 순간 혼란이 온다. 문화원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내가 문화 기획자인지, 운영자인지 회계담당자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래서 나를 중심에 잡아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인문학교육, 철학교육, 비전훈련이 될 수도 있겠다.
그리고 마케팅과 홍보와 관련된 교육도 실무자에게는 꼭 필요한 것 같다. 문화원에서 잘 하지 못하는 분야가 아닌가 싶다. 우리가 아무리 잘해놓고도 시민들에게 알리지 못하면, 소용이 없지 않냐. 작년에 향토사료 전시 준비를 정말 열심히 했었는데, 관람객이 몇 없어서 속상했다. 홍보 부분을 놓치고 있었던 탓이기도 하다. 요즘엔 SNS를 활용하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비영리단체에서 할 수 있는 마케팅과 홍보, SNS 활용법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이제는 사업공모제안서에 대한 것보다 마케팅과 홍보에 대한 컨설팅을 받고 싶다.
시흥문화원 이병권
역사 전공이라 문화원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문화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입사해보니 생각보다 문화원의 역할이 크고 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 거기에 비해 문화원의 존재, 역할과 성과는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것 같다. 문화원 존재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것 같다.
평택문화원 황수근
문화원에서 발간한 책이 경매싸이트에서 팔리고 있다. 어느 곳에서도 발간하지 않는 내용이기 때문에, 비매품이기 때문에 즉 직접적인 관계자가 아니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어서 더 가치가 있다고 한다. 소문을 듣고 책이 팔리고 있는 경매싸이트를 직접 봤을 때는 황당하고 속상했다. 좋은 목적을 가지고, 힘들게 제작하여 무료로 배포하는 책인데 누군가 경제적인 이득을 얻는 것 같아서이다. 그런데 그 책은 누군가에게는 비매품이라도 돈을 지불하고 살만큼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향토사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들은 왜 그런 책을 만드는데 세금을 쓰냐고 한다. 어찌 보면 그 경매싸이트가 우리가 향토사 관련 사업을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시흥문화원 이병권
학생이었을 때 향토사 자료가 필요해서 지방문화원에 찾아갔던 적이 있다. 문화원에 직접 연락을 하고, 찾아가면 직원들도 친절하고 필요한 자료도 쉽게 제공해 주지만, 겉으로 보이는 문화원 서고는 닫힌 공간처럼 느껴졌다. 문화원만큼 향토사 자료를 많이 가지고 있는 곳도 없다. 향토사료관을 대중에게 공개 운영하면 좋을 것 같다. 하드웨어를 어느 정도 갖춰야하고 인력이 들어가야 하지만 향토사 특화, 전문 기관으로서 향토사 아카이브를 만들고, 자료를 보급, 공유하는 일은 해야만 하는 일 같다. 덧붙여서 문화원들이 문화해설사 양성사업을 하는데, 문화해설사 외에도 향토문화컨설팅, 향토문화 기획자 등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남양주문화원 정민정
문화원에서 일을 하면 지역을 잘 알게 된다. 정말 구석구석 잘 알게 된다. 이런 저런 지역 사람도 많이 알게 된다. 왠지 난 ‘남양주네이버지식인’이 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애향심도 생긴다. 내가 살고 있는, 일하고 있는 지역을 잘 알고, 사랑하게 되는 것만큼 좋은 장점은 없는 것 같다.
평택문화원 황수근
전국 네트워크가 잘 되어 있어서 좋다. 답사를 갈 때 미리 해당 지역 문화원으로 문의를 하면 반가워하시고, 관광책자나 인터넷에서 얻을 수 없는 정보를 받을 수 있다. 그쪽 직원들도 정민정 팀장님처럼 그 지역 지식인이니까 말이다. 나도 이제 지역사회에 대해서 쪼~~끔, 아주 쪼~~끔 알게 된 것 같다. 예전에는 경기도 신문도 안 봤다. 이제는 매일 평택 지역신문부터 찾아본다. 그 다음에 경기도 신문에서 평택과 관련된 기사를 찾아보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주소지, 행정적인 의미의 거주지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구성원이 된 기분이다.
계속되는 대화에 끼어들기 어려울 만큼 진지하고 재미있다.
젊다. 밝다. 에너지 넘친다. 유쾌하다. 생기 있다. 그리고 그만큼 진지하다. 고민한다. 해도 너무 많이 해서 탈이다.
오늘도 전국 방방곳곳에서 날아오는 향토발간물 정리하며, 강의실 책걸상을 옮기고, 문화학교 수강 문의 전화를 쉴 새 없이 받은 문화원 직원들에게 ‘수고했어요. 오늘도’ 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