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와지시마에서 태어났고, 학업 때문에 도시에서 살다가 결혼 후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NPO(민간비영리단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아와지시마는 노령화가 심각해서 외부의 젊은이들을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했습니다. 외부로부터 ‘아와지시마에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게 주목할 만한 것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거리가 필요했습니다.
우리는 예술 장르나 문화를 기반으로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요 프로젝트는 섬에서 관광 및 투어리즘 개발, 농축수산물의 먹거리 비즈니스 개발을 테마로 ‘생업(生業)’으로서의 일거리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일거리를 확장하려는 지역 주민들과 6개 정도의 연구 모임을 진행했고, 일거리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11개의 연구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필요에 따라 외부에 있는 예술가, 전문가들을 지역 주민과 연결해주는 일도 합니다.
{아와지시마 하타라쿠 가타치 연구섬}의 로고와 활동 영역
저희가 하고자 하는 일은 ‘상품을 만든다’거나 단순히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목적은 아닙니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경제구조에서 탈피하여 지역에서 진정한 자신다움을 살릴 수 있는 ‘노동의 방법’ 찾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노동’이라는 개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노동과는 다른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노동의 목적과 수단이 동일해지길 바라는 것이죠. 여기 아와지시마에서는 ‘생업으로서의 노동’에 대한 가능성이 보다 더 선명하고, 심플한 형태로 구현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와지시마는 지금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무언가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저는 느끼고 있습니다. 생업과 지역, 커뮤니티, 관계(공동체)의 회복 등의 문제가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와지시마가 자랑하는 ‘관광’과 ‘먹거리’를 테마로 사업자와 개인을 대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 관광자원의 개발, 필요한 스킬(skill)의 습득 등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육성하기 위한 연구 모임을 개설했습니다. 2012년 12월 말 현재 34개 사업자, 연인원 200명이 넘는 주민들이 연구회에 참가했습니다. 연구 모임의 목표는 생산 방법부터 비즈니스에 이르기까지 연결을 위해 필요한 스킬을 몸에 익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참가자들을 지원하는 키워드를 ‘상품’ ‘기술(Skill)’ ‘사람’으로 삼았습니다. 연구회 강사는 디자이너, 요리연구가, 편집자, 퍼실리테이터, 호텔리어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고, 모두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활약하는 사람들입니다.
바쁜 와중에도 ‘섬을 위해서’라는 모토로 열정적으로 지도해주고 있습니다. 성과는 참가자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워크숍을 진행하는 중에 강사로부터 ‘커리큘럼 내용이나 진행 방법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강사와 참가자가 같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고생하고, 즐거워하며 충실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정착시키려면 더듬거리면서도 함께 고민하여 형태를 만들어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생업’ 만들기 연구 모임의 진행 사진
처음에는 몇 차례 목적성을 드러내지 않고, 가벼운 만남을 만들었습니다. 단순히 식사하기 위해 식당을 여러 번 방문함으로써 식당 주인과 얼굴을 익히고, 벽을 허무는 작업을 했어요. 그런 다음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이야기하고 함께 할 것을 권유했죠. 그리고 농민, 어민, 회사원 등 서로 사용하는 어휘나 어법이 다르기 때문에 만나는 사람마다 대화하는 방식을 달리했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지역 사람들이 우리를 신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랜 기간 저희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지역 사람들의 요구와 맞추어가는 과정들이 존재했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의 목적과 지역 주민의 목적이 맞지 않았던 적도 있었지만 지역 사람들에게 절대로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것을 전제로 했습니다. 지역 사람들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을 우리가 떠안아서 해결해주기도 하면서 지금의 관계가 형성되었습니다.
주민들과 만날 때는 생활언어로 자주 찾아가 대화한다.
첫 번째로 강사가 참가자에게 현재 일의 상황과 문제점을 듣습니다. 참여자의 수요와 요구를 파악하죠. 이를 통해 도출된 내용을 바탕으로 연구 모임의 방침을 정하거나 방향을 수정하면서 각각의 테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합니다. 이를 통해 신상품을 개발하기도 하고, 사업을 확장시키기도 하고, 새로운 사업으로 연결하는 실마리를 찾습니다. 지금까지 효고현 차원에서 지역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해 왔습니다만 아와지시마 프로젝트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모양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니즈(needs)를 먼저 찾고, 그것을 바탕으로 주민과 함께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려고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저는 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시작할 때는 방향을 잡는데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주민들을 이해시키기도 어려웠고 저희들 자체적으로 상당 부분 방향을 수정하기도 했어요. 1년 반 정도 지속하고 나서야 겨우 우리들이 하고자 하는 방향이나 원칙 같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연구 모임에는 기간을 두지 않고, 오랜 기간 참여자의 요구와 문제점을 파악하는데 시간을 할애한다.
연구 모임을 마칠 무렵에 지역에서 많은 ‘씨앗’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관광 농원과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체험형 농촌카페’를 열기 위해 잼을 만드는 사람, 지역의 식재료인 시라스(뱅어류)를 가공해 ‘메이드 인 아와지’를 만드는 로컬푸드 음식점을 연 사람, 섬의 먹거리에 관한 잡지나 식품을 취급할 뿐만 아니라
워크숍 스페이스로도 이용 가능한 공간을 오픈하는 사람, 달걀 생산을 마친 닭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 지역 주민과의 관계를 이용해 관광 가이드북에 실리지 않는 독자적 여행을 기획하는 사람 등을 발견했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새로운 고용 창조 지원의 사례로 평가되어 경제산업성 소관 「굿 디자인상」의 「지역 만들기 디자인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야마다상이 운영하는 체험형 딸기농장의 사례로,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책 읽기, 영화 상영, 요가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야마다상은 외부의 주목을 이끌어 내기 위해 교육 참여자 중 스타를 발굴하는데, 2대 스타이기도 하다.
로컬푸드 ‘시라스’가 주메뉴인 식당으로, 하타라쿠 가타치 연구섬 기획자가 결합하여 활성화된 사례
기타사카 양계장 홍보관으로, 양계장 상품 판매 및 양계장과 관련한 지역활동 홍보관으로 조성. 기획자가 양계장 주인과 2개월간 양계장 운영법과 가업을 물려받은 이야기, 개인사를 들으며 로고를 디자인하였고,
{하타라쿠 가타치 연구섬} 연구 모임의 지원으로 상품패키지와 2차 상품을 개발하였으며 운영자가 지역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조직의 운영 방식부터 말씀드리자면 처음에는 국비를 지원받아 4년 동안 운영하였고, 지금은 민간 기업에서 프로젝트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합니다. 조직의 형태는 각자 다른 일들을 하다가 필요할 경우 일에 결합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프로젝트마다 결합해서 일하는 친구들이 다릅니다. 외부 기업에서 지원받는 프로젝트의 경우 예산이 크기 때문에 모아 두었다가 지역 내 프로젝트가 없을 때에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구모임 역시 처음에는 무료로 진행하였다가 지금은 유료로 전환했습니다. 유료이더라도 사람들이 확실히 얻어가는 것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사업 초기 멤버로 함께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취업활동 지원금을 받아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각자의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했습니다. 봉사처럼 하는 일들도 있었고요.
전업으로 활동하는 인력이 생기면서 프로젝트가 확대됐습니다. 그런데 사업 기간이 끝나면서 다시 타 지역으로 떠나는 멤버들이 많아지는 문제가 생겼어요. 이를 계기로 활동 멤버 전원이 ‘1인 기업가’가 되자는 생각으로 전환했습니다. 대부분 작가, 디자이너, 건축가 등 각자의 직업을 가지면서 이 프로젝트에 결합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저희가 직접적으로 조성금이나 기금을 받지 않고, 지역에서 기금을 받으면 저희 쪽에 의뢰를 하는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받은 기금의 몇 %는 일을 담당하는 사람의 보수가 되는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하지 않으니까 여러 가지 다른 일들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어떤 멤버는 지역의 정보지를 디자인하기도 하고, 지역 잡지의 글을 쓰는 친구도 있습니다. 대부분 지역에서 일거리를 찾아서 하고 있죠.
{하타라쿠 가타치 연구섬} 프로젝트의 멤버들, 실제로는 6명이 참여하고 있다.
연구 모임에 참가해 물건을 상품으로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생각의 단초를 얻고, 그 스킬을 몸에 익히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배운 사람은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의 씨앗을 발견하는 선순환 구조가 생겨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씨앗’은 여기 ‘아와지’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일의 씨앗’이 되고, 그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일거리가 만들어지고, 활성화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