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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서평> <정책/이슈>
전통문화인가, 향토문화인가
최영주 경기도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이 글은 경기향토문화연구소가 향후 어떤 원칙과 방향, 즉 어떤 로드맵을 가지려 하는지에 대해 경기도문화원연합회의 구상을 공유하고, 협의하고자 개최한 2018년 7월 2일~3일 ‘경기도문화원연합회 부설연구소 경기향토문화연구소 워크숍’에서 발표한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경기도문화원연합회 산하 향토문화연구소 워크숍이 개최되기까지 약 5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경기도문화원연합회가 참 열악한 환경이었고, 그것을 극복하고자 지금까지 지방문화원과 함께 협력구조를 만들어내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무엇보다 대외적(특히 경기도에서의) 위상 확립을 위한 브랜드 사업 개발에 우선적으로 공을 들여왔다. 그러다 보니 ‘문화원’이 가진 본연의 브랜드 가치, 향토문화 연구에 힘을 덜 쏟았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경기도문화원연합회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도 했다.

5년 전 지역연구, 향토문화, 역사연구의 큰 틀을 잡고 드라이브를 걸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경기도문화원연합회의 체력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는 자체 평가를 바탕으로 어쩌면 때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안정적인 조직, 직원들의 역량, 문화원 간 네트워크 구축, 문화단체(특히 재단)와의 협력구조 마련, 경기도청과의 관계 개선(역량 평가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문화원의 안정과 역량 강화가 전제 조건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아직 해결하고 개선해야 할 것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문제의식 그리고 합의해야 할 문제


포럼 아젠다 31 2017 페스티벌in안성 전야제 포럼 [아젠다31]에서 도출된 약속 5가지

문제의식 그리고 합의해야 할 문제들

더 많은 문제의식이 필요하겠지만, 우선은 위의 5가지 고민부터 해결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위의 5가지 질문에 대한 합리적 합의구조가 그동안 문화원에 없었다는 것이다. 첫째, 지역학, 향토문화연구 관련 용어를 개념 정리하기 전에 ‘지역인가, 지방인가’ 정답을 찾는 과정에서도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다. ‘지역문화원’이라는 개념을 선택했을 때, 지방문화원진흥법을 지역문화원진흥법으로 명칭부터 바꿔야 한다. 그리고 법을 바꿨을 때 기존 지역문화진흥법과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즉,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면서 그 법을 집행하기 위한 대표법인인 지역문화진흥원이 만들어졌고, 그 법에 근거하여 광역단위, 기초단위 문화재단 설립의 근거가 마련되었다. 지방문화원진흥법을 ‘지역문화원진흥법’으로 개정한다고 가정했을 때, 경기도문화원연합회가 지역문화진흥원과 경기문화재단, 기초(수원, 화성, 부천 등) 문화재단과 동일한

지역 내 위상과 법적 힘을 가지면서 대등한 협력관계 및 기획이 가능할까? 지방문화원의 조직 구조나 역량이 아직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문화원연합회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지역’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맞다’라고 주장하는 순간, 법 개정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지금 지방문화원은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부터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이견이 존재한다. 각자 다른 의견들이 논쟁 과정을 거쳐 합의 과정을 도출해야 하는데, 그 구조가 없다는 것이 그동안 지방문화원의 한계를 노정한다. 개념이 반드시 진실이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중요하다. 어떻게 개념 설정을 하느냐에 따라 목적과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다양한 개념 또는 논리가 합리적 논쟁을 거쳐 원만한 합의 과정이 지금 문화원에는 필요하다.

지방문화원, ‘전통문화’ 활성화인가 ‘향토문화’ 활성화인가


전통문화개념



위 질문이 이분법적 선택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어느 것에 방점이 찍히느냐에 따라 문화원의 향후 방향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한국에서 전통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은 국가 브랜드, 이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한국적’이라는 개념에는 ‘전통’이라는 개념이 함의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지역(지방)문화원이 전통문화 활성화의 기치를 건다는 것은 지역 단위를 넘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국가 단위, 민족 단위의 사업 구상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지점이 그동안 지역(지방)문화원이 ‘다 빼앗겨 왔다’는 피해의식이 작동하는 지점이다. 즉, 국가의 문화적 브랜드는 지방문화원이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향토문화



한편 향토라는 개념은 아직 사전적 정의가 없다. ‘향토’라는 개념이 독일어 하이마트쿤스트(Heimatkunst)의 일본식 번역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태어난 곳(birthplace), 토속적(native), 고향(hometown), 특정 지역(Local)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지역(지방)문화원이 지향해야 할 지역 특성화와의 연결 지점이 생긴다. 향토문화를 활성화한다는 것은 특정 지역(District)의 토속적 고향의식을 고취한다는 의미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문화와 향토문화를 비교해서 말하고자 하는 맥락은 전통문화의 영역이 지역(District)의 범위를 넘어서는 자연환경, 한국적 이미지, 신화, 역사유적, 역사문화인물, 문화재 등이라고 한다면,

향토문화의 영역은 지역의 풍속사, 생활사, 민담 설화의 영역이 중요하다. 지역(지방)문화원은 문화유적, 문화재, 역사문화인물 등이 교집합을 이루는 부분에 집중해 왔고, 그동안은 지방문화원 차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 (예를 들면 수원 화성, 구리 동구릉 등)가 되면 지자체나 정부 단위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소위 전문가들이 ‘전통문화’적 맥락에서 국가 브랜드화, 콘텐츠화 되지만 그 과정에서 지역(지방)문화원은 배제되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이 점이 그동안 지역(지방)문화원이 느끼는 피해의식의 근원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통문화 전통문화와 향토문화의 사업 영역


현재화



지역(지방)문화원은 항상 ‘과거’를 다룬다: 시간의식을 재정립하자

“현재는 만약 언제나 존재하는 현재이고, 과거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이미 현재[시간]가 아니고 영원이다. 그리고 현재의 시간은 마음속에 아로 새겨진 것으로서, 과거의 현재인 기억, 현재의 현재인 직관 혹은 지각, 미래의 현재인 기대로 이루어진다.” - 에그문트 후설, 『시간의식』 중에서
그동안 지역(지방)문화원은 과거를 전제로 하는 전통문화를 말해왔다. 그렇기에 지역(지방)문화원은 항상 ‘과거’를 다뤄왔다. 브랜타노는 이렇게 말한다. “시간술어들은 비실재적 술어들이며, ‘지금’이라는 규정만이 실재적이다. 과거나 미래는 관념적이고 비실재적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지역(지방)문화원은 그동안 실재하지 않는 환상, 관념을 부여잡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을 살고 있기 때문에 바로 이 지점에서 ‘향토문화’를 말하고자 한다. 현재를 통해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기대하는 것. 전통문화와 향토문화 담론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바로 ‘지금, 여기’에 의미부여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현재는 끊임없이 과거가 되는 개념으로 설정하고, 현재를 기록한다는 것은 다음 세대에게 ‘고향’을 만들어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므로 향토문화연구를 한다는 것은 ‘지금, 여기’ 살고 있는 사람에게 집중해야 하며, 과거를 현재로 소환(현재화)해서 과거의 기억이 ‘지금, 여기’에 어떤 의미로 작용하며, 지역 사람들의 공동체 회복에 기여하며,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커뮤니티가 지역을 어떻게 디자인하게 될 것인가를 기대(미래)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특성화’라는 키워드가 중요하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개헌의 중요 포인트는 ‘분권과 자치’다. 권한을 나눈다는 것과 지역 스스로 자기 결정권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앙집권형에서 지역분권형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지역을 연구한다는 것은 다른 곳과 구분되는 어떤 지역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지역의 향토문화를 연구한다는 것은 그곳에 살고 있었던, 그리고 지금도 살고 있는 사람, 그리고 삶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향토문화연구는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Region) 특정 지역(Local)에서 태어나 토착(native)의 문화를 연구하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지역 사람에게 ‘애향심’을 고취시키는 것을 말한다. 정리하자면 향토문화연구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 미래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를 현재화하고, 현재를 축적하여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각 지역의 ‘지역다운(지역특성화한)’ 것들을 생활권, 문화권을 연결시키는 일(네트워크), 그것이 경기도문화원연합회. 그리고 경기향토문화연구소의 미션이다. 세계 속의 대한민국이라는 어쩌면 공허하게 들리는 슬로건에서 이제는 ‘세계’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속’에 집중하고, ‘대한민국’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구성하는 ‘지역’에 집중하는 것이 현재의 패러다임이다. 다른 나라와 구별되는 특별하고 좋은 문화, 다른 장소와 구별되는 특별하고 좋은 지역문화를 일구는 것, 이것이 지역향토문화연구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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