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준 용 연천문화원 사무국장
전란으로 인한 피폭(被爆)과 소실(燒失)위에 건립된 연천의 유적
연천지역은 지정학적으로 삼국시대부터 전략적 요충지이다. 삼국시대에는 신라와 백제, 고구려가 국경을 맞대고 각축을 벌이었던 지역으로 당포성과 호로고루성, 은대리성 등과 같은 고구려성이 아직까지 현존하고 있다. 6.25전란 중에는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진 전장의 중심이었으며, 한반도 중 유일하게 전쟁 전 38선과 전쟁 후 휴전선이 공존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안보의 목적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 민통선과 군사지역은 전후 반세기가 지나도록 우리가 안고 있는 전쟁의 흔적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민족이 아픔을 겪으며 만들어진 슬픈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연천의 문화유적
연천을 방문하고자 하는 분들께 연천의 문화유적과 함께 투어 코스를 알려드리고자 한다. 연천은 수도권과 그리 멀지 않아 서울 어느 곳에서든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 연천을 오는 길은 2가지인데, 하나는 의정부를 거쳐 동두천으로 오는 길이고 또 하나는 자유로를 타고 문산을 거쳐서 오는 길이다.
이곳에는 자유로를 거쳐 문산 쪽으로 오는 길을 중심으로 설명을 드리고자 한다. 문산을 지나 37번 국도를 따라 오다보면 장남면으로 빠지는 나들목이 있다. 이곳에서 빠져 나와 장남교를 건너 고랑포구 쪽으로 오면 국가사적 제 244호인 경순왕릉을 관람할 수 있다. 신라의 마지막왕인 경순왕의 능이 왜 연천 그것도 민통선 남방한계선에 있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은 경순왕릉 문화해설사가 재밌고 자세히 설명을 해 주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경순왕릉을 관람하고 해설을 듣는 시간은 약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경순왕릉에서 약 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사적 제467호인 호로고루라는 고구려의 성이다. 남한 내에는 총 3개의 고구려성이 있는데 이 3개의 고구려성이 모두 연천에 있다. 아차산이나 기타의 장소에서 발견되는 것은 성이라기보다 보루(초소)에 가깝다.
3개의 고구려성 중에서 가장 큰 것이 호로고루성이다. 광개토대왕이 백제의 관미성을 함락하기 위해 이 성에서 약 2개월간 머물렀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군사 요충지로서 아주 중요한 곳이었다. 성터에서는 모두 네 차례에 걸쳐 보수한 흔적이 발견되었다. 판자를 측면에 대고 성을 쌓는 초기 백제계의 판축(版築)에 이어 판축 바깥에 돌을 쌓고 자갈로 다진 고구려계의 석축(石築), 그리고 석축 바깥쪽 하단에 돌기단을 쌓은 신라계의 축성법이 차례로 나타나 백제·고구려·신라가 이 지역에서 각축을 벌였음을 알 수 있다. (안내 해설사는 상주하지 않는다.)
호로고루성을 둘러본 후 점심시간이 가까웠다면 장남면의 매운탕촌을 들러보자. 맑고 깨끗한 임진강에서 잡아 올린 민물고기 매운탕이 일품이다. 점심시간이 좀 이르면 국가사적 제223호 숭의전을 관람한 후, 숭의전 입구에 있는 식당에서 버섯전골로 점심을 해결하면 된다. 버섯전골에 연천율무막걸리로 목을 축이면 피로가 싹 가신다.
숭의전(崇義殿)은 남한 내에 있는 고려문화를 상징하는 유일한 유적지로 고려왕실의 종묘이다. 숭의전에는 고려의 태조·현종·문종·원종 4위 왕의 위패와 고려 16공신의 위패가 모셔져 있으며 봄과 가을에 각 한 번씩 제례를 올린다.
이제 동이리에 위치한 국가사적 제468호 당포성을 가보자. 당포성은 현재 전곡읍의 서북쪽 임진강 북안과 그 지류에 형성된 천연 절벽을 이용하여 축조한 평지성이다. 서쪽 부분이 뾰족한 모양인 삼각형 형태로 이러한 구조 때문에 가로막아 쌓은 동쪽 성벽은 매우 높게 구축되어 있으며 단애지대를 따라 구축된 남·북 성벽은 낮게 축조되었다. 성의 전체적인 형태가 주변에 위치한 은대리성이나 호로고루와 매우 흡사하며 특히 축조방식은 호로고루와 매우 밀접하다. 서쪽 끝에서 동벽까지의 길이가 200m이며, 동벽의 길이는 50m, 전체둘레는 약 450m정도이다. 현재 잔존 성벽은 동벽 6m, 단면 기저부 39m정도이며 성내부로의 출입 때문에 동벽의 남단은 성벽이 일부 파괴되어 출입로가 만들어졌고, 북단의 경우에는 참호 건설로 인하여 파괴되어 있는 상태이다. (안내 해설사는 상주하지 않는다.)
당포성 동쪽 약 500미터 지점에 근대문화유산 제408호로 지정된 유엔화장장이 있다. 이 유엔화장장은 세계에서 유일한 전시 임시화장장으로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영연방 보병 29여단에서 금굴산의 치열한 전투로 인해 전사자가 많이 발생하자 전투지역에서 조금 떨어진 이곳에 주변의 막돌과 시멘트를 이용, 허튼 쌓기로 건립을 하였다. 마을 원로들의 전언에 의하면 시신이 이곳에 당도하면 최대한의 예를 갖추어 예식을 진행한 후 화장을 했다고 한다. 휴전 후에도 영국군에서 관리를 하다가 1954년에 철수를 했다. 현재 지붕은 없고 시신을 화장하던 화덕과 벽면만이 남아 있다.
다음으로 전곡리 선사유적지와 전곡 선사박물관을 관람하자. 선사유적지는 무료입장이었으나 최근부터 관리를 위한 입장료를 받는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인 1,000원씩이며 경로우대자, 국가유공자 등은 무료이다.
그 외에 군남면 선곡리의 군남댐에 조성된 두루미 테마파크, 왕징면 북삼리의 허브랜드, 중면에 있는 태풍전망대도 이색 관람 코스이니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취향에 따라 한 군데 정도 더 둘러보고 연천 기행을 마치면 좋다.
두루미 테마파크
군남댐으로 들어가는 입구 쪽에 자리 잡은 1만9000㎡ 넓이의 두루미 테마파크는 이 일대를 찾아오는 두루미와 재두루미를 주제로 꾸몄다. 공원 안에는 두루미의 일상, 먹이, 양육, 비행 등을 주제로 설명은 물론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20여 마리의 두루미 조형물이 잔디밭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안내판에 QR코드도 붙어있다. 그 외 이솝 우화의 '여우와 두루미'도 소개하고, 초록·파랑·분홍색 종이학 모양 조형물도 솟대처럼 서 있다. 공원에는 산책로, 벤치는 물론 강기슭을 따라 거닐 수 있도록 200m 길이의 나무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허브빌리지
군남댐에서 남쪽으로 약 4km 내려와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임진강을 건너 왕징면 북삼리의 허브 빌리지를 관람하는 것도 권해보고 싶다. 허브빌리지는 약 5만7000㎡ 규모에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허브 마을이다. 아기자기하게 꾸민 다양한 정원과 허브를 소재로 한 체험공간, 식당, 찜질방, 허브용품점 등을 두루 갖춰 인기가 높다.
태풍전망대
태풍전망대는 북한과의 거리가 약 800미터 거리로 가장 가까운 전망대로 북한 측의 초소와 마주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으며, 임진강이 휘감아 돌아가는 풍광이 볼만하다. 전망대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북한의 댐인 4월5일댐을 육안으로 볼 수가 있다. 다만 민통선 지역이어서 출입절차가 까다로워 반드시 오후 5시 이전에 신분증을 지참하여야 출입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