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숙 과장 용인문화원
연규자 과장 시흥문화원
윤미순 과장 포천문화원
어떤 직업, 직종이든 동료들보다 맡은 일을 능숙히, 요령껏 잘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생활의 달인’이라는 방송프로그램이 있다. 지게차나 포크레인을 세심하게 운전하시는 분들이 있는가하면, 어떤 물건을 빠른 속도로 정확하게 박스에 포장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심지어 순대를 썰고, 포장하는 속도가 남들보다 배로 빠르신 분도 주인공이시다. 전문기술을 요하는 일도 있지만, 박스포장처럼 '누구나 할 수는 있겠다.' 싶은 일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손길은 남다르다. 칼질 한 번, 손가락 하나하나의 움직임이 정확하고 세심하다. 멀리서 보면 열심히 자기 일을 하고 있는 주인공들이지만, 그들의 손을 클로즈업해보면 감탄이 절로난다.
문화원에서도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직원들 중 누구보다 능숙한 달인들은 누가 있을까
“아~오랜만이에요. 정말”
“네~우리 언제 마지막으로 봤던가요?”
“도지회 사무실도 정말 오랜만이에요”
"왜 이렇게 문화원에만 있어요. 연수도 참가하고 우리 행사에 놀러도 와요."
"가고 싶은데 저희도 일이 많네요."
용인문화원 주인숙 과장, 시흥문화원 연규자 과장, 포천문화원 윤미순 과장은 세 사람이 함께 만났다는 반가움에 상기되어 있었다. 세 과장님은 2008년도 한국문화원연합회에서 주최했던 일본연수에서 만났었다고 한다. 그때 일본가는 배 안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이 통했다고 한다. 서로 동년배이기도 하지만, 문화원을 생각하는 애정도의 무게가 남달라서이지 않았을까 싶다.
"문화원 있으면서 제주도랑 일본으로 연수 갔었던 기억이 제일 좋아요~호호호호"
"이런 추억 만들 수 있게 도지회에서 직원들을 위해 좋은 기회 만들어 주세요."
<사진 1. 용인문화원 주인숙 과장 (1997년 입사) >
<사진 2. 시흥문화원 연규자 과장 (1997년 입사) >
<사진 3. 포천문화원 윤미순 과장 (2007년 입사) >
가장 중요하고, 애착이 가는 사업이 있다면?
용인 주인숙 과장 : 애착이 가는 것은 문화학교 사업이죠. 옆 강의실에선 난을 치고 있고, 위층에선 댄스교실이 열리고, 규방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고... 문화생활을 하고 있는 수강생들을 보면 참 행복해보여요. 전 그 마당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뿌듯해요.
경연대회를 진행할 때, 문화원에서 주는 상장이 금박지 박힌 비싼 상장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할머니는 한복까지 곱게 차려 입으시고, 온가족들이 와서 장려상 상장 한 장 들고 가족사진을 찍는 것은 보면 상은 받은 아이에게, 그 가족에게 좋은 추억을 준 것 같아요. 그럴 때도 뿌듯하죠.
시흥 연규자 과장 : 저도 아무래도 문화학교 사업이에요. 축제도 중요하지만 문화원에 사람을 모이게 하고, 문화원 공간에 활력이 넘치게 하는 일은 문화학교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새롭게 시도를 많이 해요. 새로운 강좌를 기획해서 모집하고, 모집 인원이 안 되면 폐강하고 다른 강좌를 기획하고...그런데 공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진행할 때 힘들기는 해요. 한 수업 끝나면 전 직원이 다음 강좌에 맞춰서 책걸상을 밀었다 다시 배치했다가...
포천 윤미순 과장 : 저희 하모니카반이 있어요. 아시다시피 전국실버하모니카 연주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어요. 대상을 받았다고 전화가 왔었을 때,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어요. 우리 실버악단이 전국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할 만큼의 실력인지는 몰랐거든요. 가만히 보니까 다른 분들은 하모니카를 정석에 가깝게 불려고 노력을 하세요. 그런데 우리 실버악단 어르신들은 스스로 연주를 즐기시는 거예요. 아! 저희 하모니카반 선생님이 굉장히 유명하신 분이에요. 다들 그렇게 유명하신 분을 포천에서 섭외를 어떻게 했냐며 부러워하시고, 궁금해 하시고 그러세요. 그런데 사실 섭외 전화를 할 때, 선생님께서 포천을 부천으로 들으시고는 수락하신 거예요. 댁이 일산이고 연세도 많으셔서 매년 힘들어서 그만두시면 어쩌시나 걱정하는데, 힘들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열심히 가르쳐 주셔서 감사해하고 있어요.
문화원에서 오래 일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시흥 연규자 과장 : 제가 시흥문화원 개관하면서부터 근무했어요. 직원들이 바뀌고, 국장님도 바뀌고, 원장님도 바뀌는데, 7~8년차일 때까지는 문화원에서 오래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자부심이고 자랑이었어요.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다니까 내가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괜히 미안하고 나도 문화원을 그만둬야하나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서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사실 그 동안 문화원에서 겪은 이런 저런 일 얘기하면 눈물나는 일도 있어요. 문화원 상황 상 잠시 컨테이너에서 근무했었어야하는 시절이 있었어요. 여름엔 실내온도가 50도까지 올라가서 도저히 안에서 일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책을 들고 계단에 앉아있고는 했었죠. 예전 합동연수 때 이천문화원 부원장님이신가가 절 보시더니 컨테이너에서 일할 때 절 보기가 안타까웠다고 열심히 잘 하고 있어서 보기 좋다고 그러셨어요. 전체적으로 문화원이 제 성향이랑 맞아요. 그리고 시나 수필을 쓰는 문학 활동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용인 주인숙 과장 : 문화원이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남편 소개로 갔었어요. 처음에 정산서 복사하는 일을 시키더라구요. 그 때 당시엔 일이 많지 않았었기 때문에 국장님과 저 두 분만 있고, 어르신들만 사무국에 찾아오셨었죠. 그래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컴퓨터학원부터 등록하고, 사무실에서 일을 스스로 찾아서 했어요.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다보니 정말 문화원 주인이 나 같아요. '내가 문화원의 주인이다'는 마음을 갖고, 시민들과 만나는 것이 즐겁고 신나고, 이게 저의 원동력인 것 같아요.
문화원에 대한 이미지가 젊지는 않잖아요? 지역에서 어떤가요?
시흥 연규자 과장 : 정체성이라는 말이 참 어려운 말인데, 정체성을 쉬운 말로 본래 모습이잖아요. 그럼 '문화원의 본래 모습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돌아가는 거죠. 문화원다운 것을 지키면서 현대와 소통을 해야지 문화원의 본래 모습을 잃고 시류만을 따라갈 수는 없잖아요. 저는 문화원이 지역의 정신적인 구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화원만이 할 수 있는 일, 예를 들면 시료, 역사책, 사료라던가 인기가 없고, 돈이 안 되는 책이니까 아무도 안 만들잖아요. 좋게 안 보는 사람들은 누가 본다고 이런 책을 만드냐라고 하지만 뒤집어서 생각하면 문화원이 아니면 이 책을 만드는 곳이 없다는 뜻이거든요. 하지만 누군가는 필요로 하고 찾는 자료이기는 하죠. '문화원다운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젊은 세대들에게 우리의 역사문화를 전달하려면 지금의 방법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문화원에 젊은 피가 있어야해요. 저희 직원 중 3명이 40, 50대이고 30대 직원이 1명인데, 이 직원 덕분에 페이스북 등을 이용해서 온라인으로 문화원을 알리고 있어요. 젊은 세대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젊은 시각의 창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젊은 직원들이 기획하면 사업도 젊어져요.
용인 주인숙 과장 : 문화원을 외부에서 보는 시각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현대 문화와 관련된 강좌나 행사를 해서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고 공존해야하는데, 사실 전통 문화 외의 것을 하면 '왜 문화원에서 그런 걸 하지?'라는 시선이 있어요. 현대와 전통을 균형을 이루면서 사업을 해야 전 세대를 위한 문화를 아우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포천 윤미순 과장 : 저희는 조금 상황이 달라요. 주민자치센터에도 문화강좌가 있으니까 저희는 전통문화에 집중해요. 사실 스포츠 댄스 같은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강좌까지 운영할 여력이 없어요.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을 해도 지역의 특성 상 이용층의 변화가 크지 않아요. 예전에 밸리댄스를 시도를 해봤어요. 역동적인 활동인데 여름에 냉방시설이 잘 안되어 있어서 힘들고, 공간도 한정적이어서 잠정적으로 중단했어요. 얼마 전에 설화 그림책을 발간했는데, 이 사업을 계기로 어린이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어졌어요.
내년 사업 계획을 구체적으로 할 때인데, 각 문화원의 내년도 전망 어때요?
용인 주인숙 과장 : 직급이나 근속년수에 관계없이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예산에 따라 매년 월급이 달라지니까 속상했어요. 그래도 몇 년 전부터 지자체에서 인건비와 경상비가 지원되니까 처음에 비해 많이 안정이 되었어요. 올해 획기적인 것은 사회단체보조금으로 편성되어있던 문화원 예산이 본예산으로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경상비를 사회단체보조금으로 지원받았었는데, 그러다보니 지자체의 예산 변동에 따라 경상비가 깎이기도 하는 거예요. 제가 문화원은 다른 사회단체와 다르다고 원장님과 지자체에 계속 설명을 했었어요. 그래서 올해부터 본예산으로 편성이 됐어요. 사회단체보조금이 줄면 당연히 저희 예산도 줄었는데, 이젠 그렇지 않을 것 같아요.
포천 윤미순 과장 : 사회단체보조금으로 일부, 본예산에서 일부 받았었는데 이번에 사회단체보조금으로 다 받았어요. 예산은 똑같은데, 양쪽에서 받으니 문화원이 다른 단체에 비하여 예산을 훨 많이 받아가는 것으로 생각되나 봐요. 그래서인지 이번에 편성이 바뀌었어요. 다른 문화원들은 어떻게 예산 편성이 되어 있는 지 궁금하네요. 지자체별로 기준이 있는가요?
오래 일을 해오시고 계신데 혹시 문화원에서 일을 해서 아쉬운 점이 있어요?
이구동성으로 "우리 문화원의 강좌를 듣지 못하는 것이요!!"란다. 항상 문화예술이 숨쉬는 곳, 문화예술 감수성을 지닌 회원들을 보며 생활하다보니 스스로 배워보고 싶은 욕구가 크다고 한다. 하지만 근무시간에 진행 중인 강좌를 직원이 수강할 수는 없다. 용인의 주인숙 과장님은 한 번 시도를 해봤지만 과장님이 없으면 안되는 일들이 발생을 하니 수업에 집중을 할 수가 없고, 계속 들락거리는 것이 다른 회원들에게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스스로 포기했다고 한다. 다들 "우리 지역에서 우리 문화원만큼 좋은 강좌가 없는데, 우리 것을 못 듣는 다"며 아쉬워 하셨다.
도지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용인 주인숙 과장 : 인터넷이 발달되기 전에는 공문을 우편으로 주고받고, 전화도 자주했었는데 요즘엔 이메일로 많이 일을 하다 보니까 인간적인 교류는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원장님들과 사무국장님들은 행사나 회의가 많아 교류가 잦은데, 직원들끼리는 만나기가 힘들잖아요. 그래서 도지회가 직원들의 모임을 비롯해서 문화원 전체 임직원이 모이고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널에 직원들이 관심 갖고 읽을 수 있는 기사를 많이 내줬으면 좋겠어요.
시흥 연규자 과장 : 저희 얼마 전부터 문화학교 회비를 카드로도 받고 있어요. 그런데 세금 관련해서 좀 궁금한 점이 많아요. 세무사무소에서는 문화원의 일을 잘 이해 못해서 답을 명확하게 해주지 못해요. 세금이나 회계 관련 교육이 있으면 좋겠어요.
포천 윤미순 과장 : 이렇게 만나서 서로 얼굴보고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네요.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역시 문화원에 대한 고민의 지점이 다르다.
그들의 말에 무게가 실려 있다.
그만큼 문화원에 대한 생각도 무거우리라.
그 무거움에 비례하는 만큼 긍정적이다.
용인 주인숙 과장님이 "나이가 들어 문화원을 그만두게 되면, 우리 문화원에서 강좌 듣고 봉사하면서 살고 싶어요."라는 말에 두 분도 고개를 끄덕이셨다.
4시간동안 나눈 많은 이야기보다도 이들의 문화원에 대한 애정을 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