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문화원 한춘섭 원장을 만나다
지방문화원장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지역의 문화적 현주소를 읽을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방문화원 원장이 진단하는 현재의 문화상황은 어떠하며, 그러한 문화적 상황에서 지역문화에 대한 현주소를 읽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기획된 인터뷰이다.
(편집자 주)
말투에서도 삶에 대한 성찰과 진지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의 삶의 방향이 얼마나 성실한 지 인터뷰를 하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그를 통해 나뭇잎을 본다.
그 나뭇잎이 만들어 낸 거대한 나무를 본다.
처음부터 당돌한 질문이라고 느끼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문화원에서 일하신다는 것이 원장님께는 어떤 의미이신가요?
저는 젊은 시절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였습니다.
그리고 국내에 몇 안 되는 시조시인이기도 하지요.
저는 성남문화원의 산 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학교 교편을 잡고 있을 때에도 문화원을 만들기 위한 발기인 중 한 사람이었고, 향토문화연구소를 만들고, 연구위원으로 성남의 향토문화역사를 연구하고 자료를 발굴하고 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성남문화원 부원장으로 문화원 일을 계속하다가 원장직을 맡고 지금까지 하고 있죠.
문화원장이라는 것은 어떤 특별한 위치에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문화원이 해 나가야 할 지역사 자료 보존과 뿌리찾는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것 뿐이죠.
그렇다면 문화원이 해야할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아무래도 성남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발굴하는 일입니다.
이것은 문화원에서 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문화원은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보존, 발굴, 연구하는 것이 기본적인 역할입니다. 그것이 문화원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죠. 그것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다만, 시대적 흐름에 맞는 코드를 찾아내고, 그것을 역사적 바탕위에서 문화 사업을 전개해야 합니다.
문화원이라는 구조는 대단히 힘있는 구조입니다.
각 지역마다 하나씩 있고, 각 문화원마다 저마다 특색있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그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는 일에 매진하고 있죠. 특히, 그 지역 사람들과 밀접하게 관계를 가지고 있고, 그 지역 사람들이 살아 왔던 삶의 흔적을 찾아내는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 지역 사람들이 그 지역을 사랑하게 하며, 삶의 긍지를 느끼게 하는 대단히 중요한 일을 바로 문화원이 앞장서서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31개 시, 군문화원이 원장, 사무국장을 중심으로 긴밀하게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성남의 경우, 광주문화권 협의회 운영과 가평과도 자매결연을 맺고 있지만, 사업 노하우의 상호교환, 회원과의 긴밀한 친목 강화 등 대단히 큰 시너지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비단 성남뿐만 아니라 31개 시, 군이 사업적인 측면 뿐 아니라, 교육적, 역사문화적, 회원 간 공동체 구축 등에서 보다 더 긴밀한 네트워크를 이룬다면, 경기문화의 이 힘은 정말 대단할 겁니다.
그것은 단순히 세(勢)를 과시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경기도의 문화적 흐름을 만들어 갈 수 있는 힘을 의미합니다.
즉, 문화원이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지역문화의 흐름이 변화하고, 31개 시, 군문화원의 방향이 일관된 방향으로 나아갈 때 그것이 곧, 경기문화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각 문화원마다 일을 단순하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죠. 물론, 지금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그렇게 노력하는 만큼 많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문화원이 가지고 있는 역할과 위상이 그만큼 남다르다는 것이고, 자긍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셨던 일 중에서 특별히 의미가 있는 일이 있으실텐데, 몇 가지 소개를 해 주신다면....
성남문화원의 사업은 보통 10년 이상 된 사업이 대부분입니다.
먼저, 성남은 남한산성을 중심으로 세 도시가 모여 있습니다. 성남, 광주, 하남시가 그것이죠.
남한산성은 조선의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경기도 차원에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노력을 하고도 있죠.
앞서 말했듯이 문화원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남한산성을 중심으로 세 개의 문화원이 협동해서 무언가 만들어야 하지 않은 가하는 논의를 계속해 가고 있습니다.
남한산성에서 매월 11월 <순국선열추모제>를 3개 도시가 연합해서 개최하며, 학술토론회가 그렇고, 향토문화연구소에서는 매년 <성남문화연구>라는 책을 발간하고 있는데, 18년 전인 1994년 1호 발간을 시작으로 올해 18호가 발간되었습니다.
또한 <성남향토문화총서>를 2001년부터 발간하기 시작하여, 마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책을 보면 알겠지만, 결코 가벼운 책이 아닙니다.
각 연구필진의 면모를 살펴보면, 상당한 수준의 학식을 겸비한 학자들이 참여하여 만든 학술지입니다.
그만큼의 학문적 성과에 마땅한 대우를 못해드리고 있습니다만, 결코, 수준이 떨어지는 글이 아니죠.
아마도 성남의 역사와 문화 관련해서 이만큼 학술적으로 연구된 그것도 수준 높은 연구 자료가 집적된 곳은 문화원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방자치시대에 시 정부의 집행부가 바뀌더라도 성남문화원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또한, 국제교류행사로 둔촌 이집 선생을 기리는 <둔촌 한시, 시조백일장>사업이 있는데, 중국 심양시 교육국과 협력하여 매년 중국 심양과 성남을 번갈아 가며 한시, 시조시 백일장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성남문화원에서 강정일당을 시작으로 향토문화유적을 지정해 왔는데 지금 향토문화유적 제9호(청주한씨 청연공파 묘역)까지 지정해 왔습니다.
몇 가지만 들어봐도 성남문화원이 무엇을 중심으로 일하고 계신 지 맥락이 잡히는 것 같습니다. 향토문화사업 관련해서는 별도의 기회를 가지고 세심하고 심층적인 인터뷰를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시조시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문학인으로서의 삶을 간단하게 말씀해 주신다면....
시조는 엄격한 한국의 문학장르입니다.
정해진 운율과 격식이 있죠. 그 안에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담아내야 합니다.
때문에 시어로 사용되는 단어의 함축적 의미가 대단히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에 운율에 맞추어 한 편에 담아야 하니까요.
시를 쓰는 것뿐만 아니라, 대학 출강 외 문화원도 매일 출근을 합니다만, 집에 가서도 거의 매일 집필활동을 하고 삽니다.
2012 새 해 頌詩
시작 하기 좋은 날
한 춘 섭 | 시조시인, 성남문화원장
산이란 산 많아도 강이란 강 많아도
금수레 굴리면서 새 날이 여기 온다.
곱은 손
한데 잠 자던
이웃들도 돌아 온다.
나이테 한 금 긋기 누군들 쉬웠으랴
눈자위 붉은 채로 버텨 온 엄동설한
숨소리
거친 숨소리
팽팽한 몸 저 소나무.
돌 城 안 칼바람을 잠 재운 호걸들이
都邑地 한성백제 정한 뜻 알겠나니
다시금
이름을 떨칠
성의 남쪽 城南이여!
시작하기 좋은 날은 여문 씨앗 묻어두라
몇 代를 살고 지고, 살림 늘여 살고 지고
壬辰年
첫 장에 쓰는
창창한 歷史日記
고려의 오백 년도 조선 開國 오백 년도
왕조는 ‘한 오백 년’ 노래가 되었지만,
이 땅에
살으리랐다
천만 년 또 살으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