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채 수 | 초암교육예술연구소장
배움과 일
배움은 그 과정 안에 신비와 놀라움 그리고 기쁨이 함께 합니다.
그것은 아이들의 눈동자를 보면 어느 순간에 그냥 알게 됩니다.
배움을 강요하고 고통으로 느끼게 하는 순간 우리는 기쁨과 놀라움과 신비를 느낄 소중한 기회를 아이들로부터 빼앗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또 하나의 폭력입니다.
성인학습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주로 교실 안에서 배움을 접합니다.
교실 안에서의 배움은 대부분 책을 통한, 활자를 통한 간접경험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간접경험의 사례를 책을 통해 접하면 빠른 시간 안에 더 빨리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어느 정도까지’ 입니다.
작은 바늘과 실을 가지고 옷을 만든다고 합시다. 어디부터 어떻게 마름질하고 ...어디는 자르고.. 어디는 꿰매고.. 책의 면을 이리저리 읽어서 머릿속에서 옷을 만들었습니다. 이것과 직접 천을 사서 마름질과 자르기, 꿰매기를 하면서 만든 과정과 어떤 차이가 있겠습니까?
실제경험과 간접경험, 내가 직접 시행착오와 함께 접하거나 경험한 ‘실제의 내 것’과 ‘다른 분들의 먼저 노력해 구축해 놓은 배워놓아야 할 것’ 사이에서 적절하게 균형잡힌 ‘배움과 앎’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배우는 이들은 자기 손으로 한 일이 자신과 함께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경험을 하면서 일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인 안정감과 뿌듯한 성취감과 충만감도 가슴에 함께 담습니다.
인간으로서 꼭 배워야 하는 유용한 일들이 지금의 교육제도 안에서는 대부분 무시되고 있습니다.
옛날 프랑스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세 젊은이가 돌을 가득 실은 손수레를 끌고 비탈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무얼하고 있냐고 물어보았더니 첫째가 퉁명스럽게 대답했어요. “바보라도 내가 뭘하고 있는지 알텐데 뭘...” 둘째는 좀 더 공손하게 대답했죠.“벽을 만들거예요.” 셋째는 눈을 반짝거리면서 노래부르듯이 말했죠. “성당을 짓고 있습니다.”
우리는 교사를 선택할 때 그 사람의 교사로서의 됨됨이를 보려고 노력하기보다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무엇을 배웠는지에만 신경을 씁니다.
그런데 실은 교사로서 가장 중요한 점은 그가 가르칠 사람들을 진정으로 좋아하는지, 자기가 가르칠 과목을 진실로 재미있어 하는지, 그래서 가르칠 분들에게 진정으로 배움의 즐거움을 안내할 수 있는 적임자인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또한 과목에서의 자연스러운 통합이 가능해서 예술을 통해 역사를 가르친다든지, 반대로 인문학을 통해 예술을 가르칠 수 있는 그런 부분이 가능해야 합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공부하느냐 하는 문제는 어떻게 공부하며 어떤 분위기에서 공부하느냐하는 문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배우는 분들을 위해 풍족한 분위기를 제공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말과 교재가 풍족한 것도 좋지만 경험과 감성, 이유를 묻지 않는 용인, 넉넉한 사랑도 중요합니다. 다른 말로 그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이며 ‘충분한 보살핌’ 이고 ‘배려’입니다.
인간의 정신은 가장 값진 보물이며 가장 값진 소유물입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가정에서 대부분의 노인들은 존중받지 못하고 무시되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살아온 과정 속에 쌓아온 귀중한 삶의 지식과 지혜는 요즘의 빨리빨리 그리고 기능적으로 전해지는 지식으로는 전할 수 없는 귀중한 것들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짧지 않은 삶의 과정에서 쌓아온 지식과 지혜가 바르게 전수될 수 있도록 그들을 존중하며 감사의 맘으로 그분들을 대하여야 할 것입니다.
어른들은 대부분 일을 하며 삽니다. 아이들은 일하고 있는 어른을 흉내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일 할 때의 그대는 플루트이니
그대 가슴을 통과하여
시간의 속삭임은 음악으로 변한다.
노동을 통해 삶을 사랑하는 것은
삶의 가장 은밀한 비밀과 친밀해지는 것이다.
사랑이 깃들지 않은 일은 모두 텅 빈 것이니,
일이란 눈에 드러나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 칼릴 지브란
일이란 인간의 삶을 가능하게 해 주는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입니다. 고된 일이 힘들 뿐이지 일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보여줄 역할 모델이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아이들이 일을 즐기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 자라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을 자발적으로 맡아 즐기면서 한다면 일은 또한 자신을 발전시키는 흥미로운 학습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일을 즐기는 원숙한 어르신들의 아름다운 모습은 어린 세대에게 성숙한 어른이 가질 수 있는 여여하고 창조적이며 편안한 면모를 훌륭하게 보여줍니다.
정말 아름다운 본배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 연령층에서 잠자고 있는 잠재된 개개인의 능력들이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열정과 꾸준함 그리고 믿음을 가지고 인간정신의 성장과 발달을 추구해야 합니다.
어르신과 문화예술교육
지금 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2011년 노인청춘대학에 저희 연구소 프로그램 ‘인형과 함께 들려주는 그림책, 돌북 돌북(Doll book, Doll book)’ 이 선정되어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간 수업을 하였습니다. 수업을 하면서 같은 영역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강사들과 의견을 나눌 자리가 종종 있었는데, 우리 사회에서 노인에 대한 인식이 의외로 낮다는 사실에 매우 당혹했습니다. ‘노인들은 하나 하나를 입에 넣어드려야 한다.”, “노인들은 아기같다.”, “노인들은 자기만 알고 다른 이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등등의 많은 말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않다며 얘기를 하자 “아직 쓴맛을 못봐서 그렇다”는 모진 대답도 들었습니다.
물론 그런 말들이 나름의 상황에서 나온 경험치이겠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지금의 어르신들, 그들 60대, 70대, 80대 분들은 정말 귀하신 분들입니다. 왜냐면 그들은 우리 역사의 가장 굴곡진 부분을 그분들의 삶으로 함께한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일제 치하에서 태어나 광복을 맞고 골육상쟁의 6.25를 거쳐 4.19와 5.16을 지켜보고, 잘 살아보자는 깃발아래 한국 산업화의 도약을 만들어 지금의 한국을 만든 분들 입니다. 어려운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내신 귀한 분, 장한 분들이십니다.
그러한 그분들이 이제는 편안히 존중받으며 쉬실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을 그렇지 않습니다. 전화를 하면 집에서 편안하게 받으시는 분이 거의 없습니다.
그분들은 지금도 너무나 바쁘십니다.
그분들이 지금 어르신으로 가정에서 존경받고 사랑받기보다는 너무나 빠른 시대의 흐름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컴퓨터사용법 익히기, 핸드폰사용법 익히기에 여념이 없고,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고 정신이 맑아 다른 이들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해 수영과 댄스, 건강관리에 부단히 노력하시느라 하루 종일 바쁘십니다.
예전에 어르신들은 사회의 방향을 가르켜주는 지혜의 모델이었습니다. 젊은이들은 어려운 문제에 부딪치면 마을어르신을 찾아가 상의하고 그의 지혜를 청했습니다. 마을이나 지역에서 오래된 삶의 지혜를 전해받은 젊은이들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고 그러면서 신․구세대가 함께 서로의 존재에 대해 든든함과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지금 컴퓨터로 대변되는 정보화시대에는 어르신들 개개인의 경험을 한꺼번에 그것도 어느 내용이 더 정확하고 올바른지 컴퓨터 지식검색에서 한 번에 전해주니 어르신들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금은 속도의 시대인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빨리 배워버리고 배움이 기능이 되어버리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노인에 대한 여러 가지 정의가 있습니다.
보통 노인이라 함은 연령은 65세 이상이며 사회, 경제적으로는 노동현장에서 은퇴하여 역할 과 소득을 상실하고 심신이 쇠약한 생애에 있는 인구층이라 합니다.
새들러(Sadler 2000) 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생애주기를 네 단계로 나누어 퍼스트 에이지(first age), 세컨 에이지(second age), 서드 에이지(third age), 포스 에이지(forth age)로 구분하고 있다고 합니다. 퍼스트 에이지(first age)는 배움의 단계로 학습을 통해 1차성장이 이루어지는 10대, 20대 시기를 말합니다. 세컨 에이지(second age)는 일과 가정을 위한 단계로 생산과 출산을 통해 자신만의 생산성을 발휘하고 가정, 직장, 지역사회에 장착하는 시기이며 30대시기를 말합니다.
서드 에이지(third age)는 ‘생활’을 위한 단계로 청년기인 제1연령기대의 학습을 통해 이루어지는 1차성장과는 다른 2차성장을 통해 자기실현을 추구해가는 시기입니다.
40대에서 70대 중후반의 시기를 서드 에이지 단계로 구분하는데 서드 에이지(third age)는 생애주기상 가장 오랜 기간 지속되는 단계이자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 단계이지만 이전세대에서는 없던 연령기로서 삶에 대한 새로운 흥미와 열정, 생산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새로운 가능성에 눈뜨는 재탄생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포스 에이지(forth age)는 서드 에이지(third age)이후 연령대의‘노화’단계를 지칭합니다.
즉 노인은 서드 에이지(third age)와 포스 에이지(forth age) 두 시기에 걸친 인구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네소타주 의학협회의 정의에 따르면 노인이란
- 배울만큼 배웠다고 생각한다.
- “좋았던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 늙었다고 느낀다.
- 듣기보다 말하는 것이 좋다.
- “이 나이에 그깟 일을 뭐하려고 해” 라고 말하곤 한다.
-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고 느낀다.
- 젊은이의 활동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
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생애주기를 언급한 히포크라테스는 처음으로 7년주기에 대해 말했습니다.
이후에 교육사상가이자 인지학자인 루돌프 슈타이너는 사람의 생애를 7년주기로 밝혔습니다. 그 주기 안에서 탄생부터 하나하나 기본적인 하강과 상승과정이 보여진다고 하였습니다. 7년주기가 계속되어 56~63세 시기에는 원숙함의 시기가 온다합니다.
63세에 이르면 인간은 그의 성숙을 완성할 수 있으며 시적으로 표현한다면 “신의 아이로 다시 태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인간적인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그에게 어떤 가능성이 존재한다, 즉 자유정신으로서 인간성에 봉사하는 시대정신의 동반자로서, 물론 이것은 진심으로 희망사항이며 개인이 스스로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스물다섯해 전, 대한투자신탁 도서자료실장으로 일 한 적이 있습니다. 결혼 후엔 초기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사회부활동을 하였습니다. 1990년 안성 노곡리에 살 때 책을 기증받아 마을회관에서 마을문고를 운영한 바 있습니다.
그때 제가 좋아했던 책이 그림책이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재미로 보고 웃고 하였던 것이 그후엔 그림책의 주인공들을 천인형으로 만들어 교육인형으로 가르쳐 보기도 하였습니다.
2009년 한국문화복지협의회에서 저희 초암교육예술연구소에 60대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한 ‘책 읽어주는 실버문화봉사단 북북(Book Book)’ 프로젝트 개발을 의뢰하여 서울지역에서 시범 운영하였습니다. 2010년엔 수원 희망샘 도서관에서 북북(Book Book) 프로젝트를 12차시로 실행하였으며, 금년 2011년엔 서울 도봉노인복지관에서 ‘인형과 함께 들려주는 그림책, 돌북 돌북(Doll book, Doll book)’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30차시로 개발하여 실행하였습니다.
노인의 주름진 이마만큼 아이의 맑은 눈도 소중합니다.
이 맑은 눈에 존경심을 가져야 합니다.
보드라운 이마와 아이다운 노력과 믿음을
존중해야 합니다.
해돋이와 해넘이가 똑같이 아름답고,
아침기도와 저녁기도가 똑같이
소중하듯이
새로운 세대가 자라고 있고,
새로운 물결이 밀려옵니다.
노인은 아이들을 통해 웃고 활력을 찾습니다. 어린이는 엄마, 아빠의 권위나 보호에서 벗어나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서 포근한 사랑과 넉넉함을 느낍니다. 자라나는 새로운 세대와 저물어가는 세대는 서로가 서로에게서 아늑함과 편안한 믿음을 가집니다. 그들 사이에서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 자신만의 인생경험을 누군가에게 남기고 싶은 강한 바람을 갖게 되는데 이것은 자식세대에게보다는 손자, 손녀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전해주기가 쉽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자, 손녀와 시간 보내는 것을 즐기고 또 함께하는 동안 노인은 아이가 되고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서 깊이있는 체험과 지혜를 얻습니다. 두 세대가 나이 차이는 있지만 서로 교감할 수 있는 건 서로를 강하게 연결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면서 서로를 강하게 연결시키는 이 힘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저는 이 힘이 세대간에 이어지는 든든한 연대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르신과 아이가 함께 이 연대감을 키워갈 수 있는 일로 ‘이야기 들려주기’를 떠올렸습니다.
옛날에는 아이들이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할머니, 할아버지께 매달렸습니다.
그때 어르신들은 알고 있는 옛이야기를 아이가 조르니까 어쩔 수없이 해 주었을 겁니다. 그러나 듣는 아이에게는 그 이야기의 세계가 신비하고 이상하고 재미있는 즐거운 상상의 세계였습니다. 또한 어르신 역시 귀여운 손자, 손녀, 이웃 아이들과 이야기로 소통하는 이 교류의 시간동안 할머니,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옛이야기를 듣던 그 시절의 아이처럼 그러나 이젠 그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하는 즐거운 입장에서, 맛깔나게 이야기를 해 주셨지요.
그러나 시간이 많이 흘러 요즘 현실 속에서 옛이야기를 많이 기억하고 계시는 어르신들도 드물고 아이들은 다양한 정보매체와 접하면서 이야기만으로 아이들과 소통하기에는 어려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초암교육예술연구소에서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그림책과 인형을 책읽어주기와 결합시켜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어준다’는 ‘같이 책을 읽다’와 ‘같은 공간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책이 함께하는 사람간의 소통에 중요한 매개체로 의미를 갖게 됩니다. 책읽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의 시대는 책 역시 소통과 나눔을 펼치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읽기’를 통해 축척된 개인의 문화적 자산이 아이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방식으로 소통하고 나눠지기를 바랍니다.
특히 훌륭한 예술적 자산일 수 있는 그림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합니다.
그림책은 글을 담당한 작가와 그림을 담당한 화가와 책의 디자인과 제본을 담당한 편집자가 함께 한 예술창작물입니다. 이러한 그림책은 미술교육이나 다양한 예술체험교육의 혜택을 받기 힘든 어린이들에게 좋은 예술적 자극제가 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어주는 방법도 다양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눈으로 읽어가며 소리 내어 읽는 방식, ‘인형’ 등을 만들어 내용을 보여주는 방식, 그림책의 내용을 희곡 대사화하여 소리와 눈을 통해 보여주고 들려주는 방식이 있으며 북아트를 만들어 보여주는 등 다양한 시도도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들은 책읽기를 단순한 지식축적의 의미보다 즐거운 예술놀이로 변환시키고 있습니다.
‘그림책 읽어주기’는 어린이의 제한된 경험을 그림책을 통한 상상체험으로 보다 풍부하게 해 주는 것이 그림책 읽어주기의 목적입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사람과 듣는 어린이가 하나의 세계를 공유하면서 공감이 자연스레 형성되는 것입니다.
또 그림책은 우리의 영혼을 맑고 편안하게 해 주는 이상한 마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그림책은 가까이 두고 몇 번씩 반복해서 보고 싶어집니다. 힘들 때는 그림책을 펼쳐 들고 그 안에서 위안을 받기도 합니다. 마치 좋은 음악을 생각날 때마다 몇 번씩 듣고 또 듣고 하듯이...
그림책에서 그림은 의미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글의 의미를 더 명료하게 해주고 나아가서는 글의 자리를 차지하기도 합니다. 또 오늘날의 그림책에서는 글이 점점 더 적게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는 글 없이 그림으로만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어린이는 그림책의 그림이 먼저 보이고 어른은 그림책의 활자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고 합니다. 그림책은 원래 홀로 읽는 책이 아니고 어른이 읽어주는 책입니다. 어른과 어린이의 책읽기의 특성을 서로 잘 이해하고 살려, 함께 보고 들려주는 그림책 읽어주기는 서로에게 만족과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그림책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을 간단한 판자인형으로 만들어 읽어주며 보여주는 작은 공연은 아이들에게 호기심과 재미를 선사합니다.
책으로 하는 예술놀이
홀로 맛보는 책읽기도 즐겁습니다. 하지만 함께하는 책읽기도 재미가 쏠쏠합니다. 책을 읽어주며 다른 이와 함께하는 책을 통한 새로운 예술놀이의 발견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성세대들 대다수는 책을 많이 읽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듣고 자랐습니다. 그런 부추킴이 독서운동에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책을 가지고 하는 다양한 방식의 문화적 예술적 접근이 시도되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 많은 어른들은 그림책은 글자를 모르는 아동들만 보는 책으로 인식했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 서점에 가면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갈래의 그림책이 많이 눈에 띱니다.
글과 그림이 함께하는 그림책에는 활자를 뛰어넘는 흥미로운 상상력과 이미지들이 있습니다. 또 다양한 예술적 그림책들과의 만남과 우리나라 그림책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풍부한 문화적 예술적 즐거움을 맛볼 수 있습니다.
‘예술그림책과 인형을 통한 이야기 들려주기’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그림책과의 즐거운 만남과 이야기 들려주기 과정을 통해 세대간 소통과 나눔의 새로운 문화적 경험이 축적되기를 바랬습니다.
‘이야기 들려주기’는 전통적으로 문화적 유산을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전하는 수단이었으며, 세대간의 의사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이야기 들려주기’는 비디오 등 다양한 볼거리에 익숙한 요즘 비주얼세대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예술성 높은 그림책을 중심으로 인형극적 요소를 결합시켜, 예술놀이로 새롭게 책읽어주기 방식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어린이들이 그림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됩니다. 어린이들은 그림책의 전체적인 이야기전개에 끊임없이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이야기를 이해해야합니다. ‘그림책 속 인형이 등장하는 이야기 들려주기’ 방식은 아이들에게 친근한 이야기와 예술적인 그림으로 몰입을 유도합니다. 그래서 이미 전체줄거리를 알고 있는 이야기일지라도 색다른 호기심을 가지고 끝까지 참여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과정에서 어르신은 다양한 그림책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림책 속의 새로운 세계이기도 하죠. 그림책마다 지구상의 많은 나라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때로는 많은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도 그림책은 아주 쉽게 그림으로 단박에 이해하게 해 줍니다. 또 인생의 의미를 전하는 경우에도 그림책은 과장하지 않고 진솔한 그림과 이야기로 깊이있게 그 의미를 전달합니다. 나라가 달라도 언어가 달라도 공통으로 느끼는 공감을 그림책을 통해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림읽기의 재미에 빠지시면 작가와 화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림에 대한 관심이 많으신 어르신들은 다시금 그림에 대한 열정이 일어나실지도 모릅니다.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어르신은 아이들과는 또 다른 재미와 기쁨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그림책을 즐기시면 이것을 어떻게 맛나게 활용하실지도 어르신들이 고민을 하시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이 손자손녀들에게 그림책 읽어주기를 해 보시면서 아이들과 재미있게 볼 좋은 예술그림책에 관심을 가지시고 다음엔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들려줄 작은 공간, 어린이집에 관심을 가지고, 문화자원 봉사자로 아이들에게 그림책 읽어주기를 하신다면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갖으실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발전하게 되면 어린이교육에 관심있는 어르신들이 모여 서로 귀한 경험을 나누시게 되리라 봅니다. 그림책 읽어주기가 조금 더 활성화된다면 홀로 사는 외로운 어르신과 부모가 바빠서 아이와 함께하지 못하는 가정, 따뜻한 사람의 기운이 필요한 곳에 가서 그림책 읽어주기로 사회와 소통하는 일자리 창출과도 연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르신들이 어린이집과 보육시설을 찾아가 펼친 ‘인형과 함께 들려주는 그림책, 돌북 돌북(Doll book, Doll book)’ 활동에 대한 어린이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마주보고 들려주는 그림책, 움직이는 인형과 함께한 인형극 즐기기, 모든 것이 끝나고 달려와 안기는 어린이들을 품으며 어르신들은 기뻐하셨습니다. 물론 어르신들은 처음에는 아이들과의 만남에 긴장하시고 활동에 대한 불안 및 우려를 나타내셨지만 진행하시면서 아이들의 반응에 고무되시고 그 과정에서 자신감과 보람을 느끼셨습니다. 또 첫 번 아이들과의 만남 이후에 더 잘하시고 싶은 마음에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리와 움직임 등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였습니다. 또한 아이들과 더 가깝게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 많은 배움에 대한 욕구로 바뀌어 그림책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다음은 인형과 함께 들려주는 그림책 돌북 돌북(Doll book, Doll book)’ 이 사회공헌활동을 나간 어린이집에서 보낸 후기입니다.
돌북 돌북 관람 후기
1. 도봉구청 직장 어린이집
그동안 복지관과 연계하여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가운데 어르신들의 열정에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동화자료를 만드시고 동화구연을 연습하셨을 시간들을 생각하니 정말 멋진 어르신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화선정을 전래 동화로 하셔서 더욱 맛깔나게 표현하신듯 합니다.
마치 친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를 듣듯이 친근하게 들려주셨습니다.
동화에 집중했던 아이들은 동화 할머니가 계속 오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희 어린이집으로서는 너무도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렇듯 지역사회와 연계된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저희 아이들에게 동화뿐 아니라 어르신들만의 특색있는 활동을 더 많이 준비해주셨으면 하는 욕심어린 마음을 가져봅니다.
공연을 마치시고 돌아가시는 뒷모습에서 만족해하시는 행복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어르신들이 앞으로도 건강하셔서 더 많은 연계 활동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2. 방학2동 어린이집
2011년 유아들에게 다양한 활동을 제공한 시민문화예술교육사업, 우리 어린이집은 도봉노인복지관을 통해 시민문화예술교육사업에 대해 경험하고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돌복, 돌복 활동 참여는 처음, 신청에서 제외 되었을 거란 이야기에 아이들과 교사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며칠 뒤 연락이 왔을 때에는 참여 신청이 완료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아이들은 하루하루 일전에 도봉노인복지관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전달해주셨던 동화배달을 생각하며 기다렸습니다. ‘과연 어떤 내용일까? 과연 어떤 흥미로운 것들을 가지고 오실까?’ 기대와 함께 아이들은 매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그 날이 되었습니다! 교실에 앉아 세팅을 하고 봉사활동 선생님들을 기다렸습니다.
스르륵 문이 열리고 단아하고 고운 옷차림에 얼굴엔 함박 미소와 함께 등장하시는 봉사활동 선생님들... 아이들 한 명 한 명 눈 맞추시며 상냥한 목소리로 인사도 건네셨습니다. 아이들은 할머니 선생님하며 친근함을 표현하기도 하고 장난치기도 떠들기도 하며 활동하였지만 모두 환하게 웃어주시며 다정한 이야기로 집중을 도와주시는데 교사인 내가 보면서도 그 단아함과 곧으신 모습에 반하였습니다.
우리는 구름빵 이야기와 망태할아버지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망태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입체적인 판자인형과 배경, 동화 속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 듯한 실감나는 동화 구연 목소리에 아이들은 쉽게 이해하며 매료되고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밖에 없는 듯하였습니다. 그 활동이 끝나고 나서도 요즘도 종종 동화를 들려줄 때면 아이들은 그때의 이야기를 하며 다시 또 듣고 싶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우리 선생님들도 아이디어를 얻어 응용하여 활동을 계획하거나 다시 한 번 기회가 된다면 신청하여 어린이집에 초대하고 싶다고 말들합니다.
2012년에도 이런 문화 예술 교육 사업이 계획된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우리 아이들에게 다양한 문화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3. 구립 창4동 어린이집
유아들이 평소 가정에서도 쉽게 접하고 또 좋아하는 동화인 ‘구름 빵’ 배경 그림과 등장인물이 나타나자 관심과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등장인물과 배경 그림 자료 등을 준비해오시고, 목소리도 캐릭터마다 다르게 내어 주어 유아들이 동화에 집중하며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다음 동화가 준비되는 시간 동안 그냥 기다렸다면 유아들이 분명 지루해할 수 있었을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끈 마술을 보면서 유아들이 구름 빵 동화를 들으면서 가졌던 관심과 호기심이 지속될 수 있고 또 기다리는 시간이 즐거울 수 있도록 해주셨던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과 지지가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조금 지체되었던 마술의 진행이 부드럽게 이루어진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술이 끝난 뒤에 보여주셨던 ‘똥자루’ 동화는 유아들이 평소 흥미로워 하는 소재를 주제로 한 동화였다는 점에서 유아들의 관심과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캐릭터와 어울리는 큰 목소리와 판자인형을 가지고 유아들에게 직접 다가와 질문을 하시는 등의 활동과정에서 유아들이 더욱 큰 흥미와 반응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유아들이 흥미를 가지고 동화를 듣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반응 또한 긍정적이었으며 동화를 듣고 난 후에도 동화 내용을 이야기 하는 모습에서 동화를 듣는 시간이 즐겁고 흥미로웠던 시간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사가 보기에도 즐겁고 유쾌한 동화듣기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열심히 하시는 어르신들모습을 보면서 유아들과의 활동 때의 모습을 돌아보고 마음을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즐거운 시간임과 동시에 또한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어르신에 의한 어린이교육
지금의 어르신 문화학교는 대부분 ‘노인을 위한 교육’에 치우쳐있는 듯합니다.
그분들의 건강과 문화적, 사회적 소외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지만 어르신 문화학교에 인생의 지혜와 풍부한 경험을 가진 어르신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것은 ‘어르신에 의한 어린이교육’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어르신들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회와 소통하고 나아가 예전에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던 어르신들의 위치를 다시 되살리는, 그래서 오랜 삶의 결과인 어르신 자신이 지닌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자원을 차차세대에게 증여하는 ‘어르신에 의한 어린이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르신에 의한 어린이교육’의 적임자는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과 함께하는 일을 즐기시는 분이어야 합니다.
여기에 ‘어르신에 의한 어린이교육’이 잘 진행되기 위해선 몇 가지 부분이 보완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사람의 생애주기에 대한 이해와 어린이의 발달단계에 대한 이해가 먼저 선행되어야 합니다.
둘째, 어린이들과 소통하기 위한 대화법과 상호작용을 위한 방법에 관심을 가지셔야합니다.
셋째, 어르신들 각자가 자신의 손자손녀를 대상으로 보여주거나 들려줄 수 있는 장기를 찾아내셔야 합니다.
‘인형과 함께 들려주는 그림책 돌북 돌북(Doll book, Doll book)’ 프로그램을 수행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어르신들이 지역의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앞으로 어르신문화학교가 어르신들의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하고 나아가 어린이교육과 연계되는 방향으로 펼쳐져,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가정에서 존경받는 어르신이자 동네와 마을의 정신적인 구심으로 어르신들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기반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