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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서평> <조직/경영>
지역문화원의 역할시흥문화원 사무국장 하세용

하 세 용 시흥문화원 사무국장


현대사회를 일컬어 ‘문화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문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받았을 때 선뜻 대답하기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문화는 워낙 폭넓은 개념이라서 학자마다 정의가 다르고, 일상생활에서도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는 인류가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한 경험과 생활양식, 그리고 지적 양식을 통칭한다는 것에는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영국의 인류학자 타일러는 “문화, 또는 문명이란 지식, 신앙, 예술, 법률, 도덕, 풍속 등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이 획득한 능력과 습관의 총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즉 문화의 개념을 거칠게 표현하면, 사회에서 습득된 행동양식과 그 결과의 총합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문화의 구성요소는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합니다. 오늘날 사람들이 향유하고 있는 문화는 수많은 구성요소 중에서 각 구성원이 나누어 간직하고, 또 서로에게 전파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전파된 문화를 축적하고, 걸러내고 유지하는 역할은 국가뿐 아니라 모든 단체와 개인에게 주어진 의무이자 권리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역할을 하는 단체는 수없이 많지만, 각 지역에서는 문화원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지역문화원의 역할을 특정한 분야에 한정시키거나 관변단체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그동안 지역문화원이 제대로 기능해왔는가 하는 회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지역문화원은 그 설립목적을 ‘지역문화의 계발, 연구조사 및 문화진흥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전국의 각 문화원이 이와 같은 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지만 지역문화의 ‘계발, 연구조사, 진흥’이라는 지역문화원의 설립 목적은 어휘의 해석이나 지역 여건에 따라 그 실천 방법이 다를 수 있습니다. 지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전통문화 분야에서는 계발과 연구조사 활동이 비교적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문화진흥’에 지역문화원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접하면 난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68년 문화공보부가 발족되면서 추진한 문화발전계획의 목적은 “고유한 한국의 철학과 주체성에 기반한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예술유산을 계속해서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민족문화를 창조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취지에 따라 1972년 8월 14일 ‘문화예술진흥법’ 이 공포되면서 이를 위한 ‘문화예술진흥기금’이 도입되었습니다. 

1974년에는 주체적인 민족문화 창달을 핵심 골자로 하여 ‘제1차 문예진흥 5개년계획’(1974~1978)이 입안되었습니다. 이 계획은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그 바탕 위에서 새로운 민족문화를 창조함으로써 문화 중흥을 달성하는 것을 기조로 하고 있습니다. 그 중점목표는 첫째 올바른 민족사관을 정립하고 새로운 민족예술을 정립하는 것, 둘째 예술의 활성화와 대중화를 이룩하는 것, 셋째 문화예술의 국제교류를 적극 추진하여 문화한국의 국위를 선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문화’의 개념을 ‘문예’로 좁게 해석함으로써 문화발전의 거시적 방향을 왜곡시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문화진흥’의 의미가 ‘문화예술 진흥’이라는 좁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늘날 많은 시민들이 문화원에 대해 어느 정도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문화원에 대한 일반시민들은 전통문화예술인들이 활동하는 곳, 또는 지역의 역사문화를 계발 전승하는 곳 정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인식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활동 역시 문화원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러한 인식들로 인해 문화원의 역할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국의 수많은 문화원이 스스로의 역할을 ‘문예’라는 협의의 틀에 가두어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예술은 문화의 한 부분일 뿐, 예술 자체가 문화의 전부가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에 기초하여 문화원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대부분의 지역문화원들은 문화교실 등을 운영하며 수강생들을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업이 폐강되거나 종료되면 회원이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교실 운영을 통해 회원을 확보하는 방안은 전체 회원 수를 예측하기 어렵고, 회원들의 충성도도 약하여 회원 유지가 지속적이지 않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지역문화원이 많은 시민들이 교류하며 소통하고, 다양한 문화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이들이 문화원에 애정을 갖고 참여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회원이 없는 문화원, 시민이 동참하지 않는 문화원은 몇몇 문화계 인사들만의 단체로  전락할 수도 있으며, 시민의 참여가 부족한 문화원은 편향된 목적만을 추구하는 조직으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시민이 문화원 활동에 동참하고, 상호 소통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나름대로 몇 가지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첫째, 시민사회단체와의 원활한 소통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시민사회단체 간 사무국장 연대회의를 발족하였습니다. 민관 협력체인 시흥의제 21과 협력하여 월 1회 정기적인 회의를 시작하였습니다. 각 단체의 성격상 처음에는 지지부진하였으나 만남을 지속할수록 신뢰가 커짐을 확인할 수 있었고, 상호간 사업을 공유하면서 행사일정을 겹치지 않도록 조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서로의 조직을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하였습니다. 지역 내 서로 다른 조직간 소통의 문화가 생성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지역 현안이 발생했을 때 단체의 성격상 같은 목소리를 낼 수는 없었지만 충분히 교류하며 협조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사무국장 연대회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합니다. 

 둘째, 문화원 회원의 확대입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와의 교류로는 회원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문화원 회원이 되고자 한다면 약간의(3,000원/월) 회비를 부담해야 하는데, 정기적으로 회비를 납부해야 하는 것에 대해 시민들이 부담스러워하였습니다. 대부분의 단체들이 회비를 받는 만큼 사단법인인 문화원도 회원들을 확보하여 회비를 받아야만 본래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회비 납부가 아니라, 회비를 납부한 회원에 대해 문화원이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은 자신이 소속된 단체에 특별한 혜택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회비를 내고 있다는 것, 그 단체의 구성원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싶어 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문화원이 회원들을 충분히 배려해왔는가에 대한 반성이 들었습니다. 그동안의 관행을 돌아보건대 상호호혜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원에 가입하면 어떤 이점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만족할 만한 답변을 주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문화원 자체 프로그램들이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하기엔 무언가 부족하였던 것입니다. 뭔가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시흥은 부천, 인천, 안양, 안산 등 비교적 규모가 크고 문화적 인프라가 풍족한 도시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쇼핑은 인접한 도시들의 대형 백화점에서, 문화적 욕구는 인접도시의 문예회관, 영화관 등을 이용하는 등 인접도시의 베드타운으로 머물러 있었던 것입니다. 

몇 년 전 시흥에도 유명브랜드의 영화관이 입점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영화관이 그리 붐비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 언젠가 몇몇 지인들과 영화를 관람하였을 때는 우리가 관객의 전부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점에 착안하여 불문곡직 영화관을 찾아가 신분을 밝히고 대표를 면담하였습니다. 

시흥시민이 인접 도시로 영화를 보러 가지 않고 지역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또 영화관 운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였습니다. 또 영화관도 지역의 문화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습니다. 그것은 다양한 계층이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문화원 회원에 대해 영화 관람료를 할인해주면 영화관의 공석률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 문화발전과 문화원 회원 확대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삼조의 방안이었습니다. 

몇 개월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영화관 관람료에 대한 ‘문화원 회원 할인제도(2,000원/회당, 동반자 1인 포함)’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이 제도로 인해 상당수의 회원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연차적으로 지역 내 각 체육센터 레슨비, 병원의 진료비 할인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향후 문화원 회원들에게 다양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회원 수가 증가할수록 이러한 혜택들이 더 늘어나고 문화원의 협상력도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원 자체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문화원이어야만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그래서 더욱 문화원다운 문화원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개발하고 정착 시키는 것이 앞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일 것입니다.
끝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시는 전국 각 지역의 문화원 직원 여러분들의 노력에 감사드리며, 저의 작은 경험이 각 문화원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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