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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업>
문화원지킴이우린 멋진 인생이야!

구리문화원 전래놀이동호회 검정고무신

 

 지방문화원에는 아이돌 가수들의 열성 팬 부럽지 못지않게 열렬히, 정열적으로 문화원을 사랑해주는 이들이 있다. 바로 문화원 회원들이다. 우연한 기회에 문화원을 알게 되고, 일주일에 1~2번 문화원을 찾던 문화학교 수강생, 문화답사으로 시작하였다가 문화원 일이라면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선다. 어떨 때에는 직원들보다 더 문화원에 대해 잘 알고 문화원을 사랑하는 그들. 그들에게 문화원에 대해, 지역 문화에 대해, 그들의 문화적인 삶에 대해 듣고자 한다.

 구리문화원의 '전래놀이동호회 검정고무신'은 이미 여러 번 언론에서 소개되었고, 다양한 축제에서 수상을 한 경력도 있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동호회'이다. 게다가 구리시의 각종 행사 섭외 0순위는 물론 전국에서 전래놀이 체험부스를 맡아달라고 연락이 쇄도할 정도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궁금했다. 검정고무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지역에서 신뢰도 100%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지. 그래서 경기도지회에서도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전래놀이는 이미 어릴 때부터 해오던 것이라 익숙한 것이잖아요. 악기나 댄스 스포츠같은 새로운 것을 배워보고 싶으셨을 것도 같은데, 전래놀이연구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부회장 이춘자 :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등록을 했던 것은 아니에요. 딸이 문화원에서 전래놀이 강의가 있다며 엄마에게 잘 맞을 것 같다고 추천해줬어요. 옛날에 우리가 놀았던 기억을 더듬어 놀아보고 싶었고, 전문 강사가 오신다고 하시니 색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왔어요. 전 강원도가 고향인데 강원도의 놀이와 다른 점들도 있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의에 빠져들었죠. 

 프로그램 끝난 후에, 전래놀이가 참 좋은 데 우리만 알고 있기는 너무 아까웠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라는 생각에 봉사를 시작했어요. 봉사를 하다보니까 아이들에게 주는 도움보다 제가 더 즐기고 느끼는 것이 많았어요.

 

김봄이 : 저는 우리 아이가 어릴 때 '닥종이 인형의 생활사'같은 책을 아이에게 보여주고는 했었는데, 요즘 아이들에게 우리 전통의 것을 직접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구리문화원에서 전래놀이 양성과정을 하는 것을 알게 되었죠. 프로그램이 끝나면서 동호회가 결성이 되어 벌써 5년째 같이 하고 있습니다. 전래놀이를 통해서 잊혀져가는 우리 전통놀이를 찾다보니까 정말 무한하더라구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감사하게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 또 문화원에서 교육을 시켜줘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보람 있습니다. 

 

박원순 : 전 바깥 활동을 잘 안했어요. 어쩌다 여성회관의 노래 교실을 다녔는데, 여성회관 엘리베이터에서 홍보 전단지를 봤어요. 처음에는 할까 말까 많이 망설였어요. 사실 내가 뭘 하겠나 싶었고, 손주랑 놀 때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우리 손주랑 노는 것보다 남의 손주랑 노는 것이 더 재밌어졌어요.

 

황성희 : 여기 세 분은 1기이시고 저는 2기에요. 구리문화원에서 다른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이 1기 선배들이 몸으로 뛰면서 열심히 활동을 하셨었어요. 그 활동에서 저도 얻고 느끼는 것이 있었죠. 그러다보니 2기로 참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전래놀이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즐기며 같이 놀아야할 것 같아요. 아이들과 놀이를 할 때 어떠세요? 놀이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부회장 이춘자 : 구리 대장간마을에서 전래놀이를 했었는데 아이들도 신났었지만 아빠들이 더 신나했었어요. 아빠들이 새총을 쥐고는 아이들에게 주지 않으려는 것이에요. 아이에게 주고 나서는 아빠들이 아이에게 "나 한 번만, 나 한 번만"이라며 졸라요. 그러면서 아빠들이 자기 어렸을 때는 날아가는 새를 새총으로 맞추면 우리 집 개가 물고 왔었다며 허풍도 떨지요. 아빠들이 아이들에게 자기 유년 시절의 기억을 나누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아이들이나 아빠들이나 놀이의 신남으로 무언가로부터 해방이 된 거 같았어요. 우리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 같은 기계화된 놀이에서 해방이 되고, 방과 후에도 빡빡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서  제멋대로 운동장도 뛰어 다니고 소리도 지르고 할 수 있는 이런 놀이를 학교에서도 하면 좋겠다라는 바램이 있어요.

 

김봄이 : 전래놀이엔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전래놀이의 효과를 이야기하자면 일단 두뇌 개발에 좋아요. 놀이를 하다보면 상황에 맞게 규칙을 바꾸기도 하잖아요. 아이들이 놀다가 현 규칙에서 무엇이 불편한 지 상황 판단을 하고, 어떻게 바꾸어야 다른 규칙과 부딪치지 않으면서 서로에게 공평한 지 논리에 맞게 만들 줄 알게 되죠. 땅따먹기 같은 것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전략도 세워야 되요. 그 다음은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요. 놀이를 하다보면 내 것만 할 수 없잖아요. 자연스럽게 양보하고 배려할 줄 하고, 내 몫을 한 다음에는, 다른 사람의 몫 차례라는 것을 익히게 되죠. 또 신체 발달에도 좋아요. 잣 치기, 제기차기, 하다못해 술래잡기도 움직여야 하잖아요. 일부러 시간내어 운동하지 않아도 놀이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 속에서 놀 때 아이들의 심성이 달라지는 것이 느껴져요. 놀이 기구도 인위적인 것보다 자연물을 그대로 접하는 것이 좋아요. 

 

  




놀이라는 것이 또래 집단을 통해 놀면서 익혀지는 것이었잖아요. 동네 언니, 오빠들에게 배우고 난 다시 동생에게 가르쳐주고 하면서요. 그런데 요즘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놀이를 알려줘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김봄이 : 그래서 우리가 또 다른 바람이 있다면 항상 아이들이 와서 놀고, 우리 회원들이 아이들과 활동할 수 있는 마당같은 체험장이 구리에 있으면 좋겠어요. 

 

황성희 : 두 분이 주로 아이들과의 놀이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사실 저희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요. 저희는 어느 누구하고도 놀이를 할 수 있어요. 얼마 전에는 사회복지관 노양원에 가서도 했었어요. 다른 문화원의 양성 수업도 했었어요.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이 예전 추억을 떠올리며 굴렁쇠 굴리면서 신나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해드리는 것이 아니라 그 즐거움을 우리가 받고 와요. 아이들과 있을 때는 아이들의 순수함과 천진난만함 때문에 우리도 아이처럼 놀게 되구요. 부회장님이 창을 잘 하셔서 어르신들과 놀 때는 장구치며 창도 부르죠. 지금까지 어디에서 누구와도 재밌게 해왔어요.

 

박원순 : 제 나이또래 어른들도 가만히 보면 고집이 있는 사람이 많아요. 자기만 생각하는거지. 그런데 이 분들도 함께 어울려 놀다보면 그 고집을 꺾을 줄 알게 되더라구요. 어울려 노는 것이 다른 것이 아니고 남을 배려할 줄 알고, 내가 양보를 해야겠다라고 느껴지는 것이에요. 우리가 4세~80세까지 다양한 연령층과 놀지만, 노인들은 함께 놀다보면 사람의 기를 받아서 그런지 건강해지는 것 같아요. 저도 집에 있으면 맨날 아픈데 나오면 기가 생겨요.

 

 

 

 

 

 

 

선생님들께서는 사람과 관계 맺으면서 오히려 힘을 얻어가는 것 같아요.

 

부회장 이춘자 : 애기들하고 만나게 되잖아요. 그건 수업이 아니에요. 보고만 있어도 너무 즐겁고 가슴이 막 뛰어요. 그런 분위기에서 전래놀이를 하면 우리에게 활력이 생겨요. 노인요양원에 갔었을 때는 나도 언젠가는 저런 모습이 될 것이라는 걸 느끼게 되니까 이렇게 건강할 때 좀 더 봉사하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업이 없는 날 집에 있으면 하루가 너무 긴데, 나오면 너무 시간이 짧아요. 그만큼 즐거움 속에서 사는 거 같아요. 

 오늘 아침에 우연히 '멋진 인생'이라는 노래를 들었는데, 진짜 우리가 멋지게 사는구나 싶었어요. 자부할 수 있어요. 그래서 오늘 아침에 나오면서도 남편에게 "여보, 멋진 인생 나가!"하고 왔어요. 

 

  


대외적인 활동에 대해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가족들과도 전래놀이 하시나요?

 

부회장 이춘자 : 남편이 처음에는 밖에 봉사만 하지 말고 집에 봉사도 하라며 불만이 있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친구들에게 '부인이 아파서 휠체어를 밀어줬다', '부인이 집 앞 슈퍼 다녀오는 것도 힘들어 해서 내가 장을 봐야한다' 같은 얘기를 들었나 봐요. 이제는 건강해서 고맙다면서 오히려 지지해 줘요. 우리 딸은 아이가 크고 나면 자기도 봉사를 하겠다고 할 정도로 저의 활동을 좋아해요. 가끔 우리 딸이 그래요 "전래놀이 누가 가라 그랬어?"냐고 유세 부리죠. 

황성희 : 저도 집에서 이해를 많이 해줘요. 축제의 경우에는 며칠 동안 아침 일찍 나와서 밤 10시나 되야 들어가잖아요. 저뿐만이 아니라 여기 선생님들 댁에서 외조를 많이 해주죠. 

 

박원순 : 가끔 아들네 가면 며느리 부엌일을 도와줘요. 그런데 손녀들이 와서 "할머니, 일 하지 말고 놀아줘. 놀아줘"라고 조르곤 해요. 손녀들하고는 윷놀이나 칠교놀이도 하고, 주위에 있는 아무거나 활용해서 놀아줘요. 할머니 오신다 그러면 손녀들이 좋아서 하루 전부터 잠을 못잔데요. 

 

김봄이 : 저는 아이들과 어릴 때 윷놀이, 팔씨름 많이 했어요. 요즘에 조카들을 만나면 칠교놀이를 많이 권해요. 칠교놀이는 아이들 두뇌 개발에 도움이 되요. 나폴레옹이 헬레나 섬에 유배갔을 때 밤새 할 정도로 재미도 있어요. 상가지 놀이도 권하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수 개념을 심어줄 수도 있어요. 성냥개비 5~60개 가지고도 모형 만들기 놀이도 좋아요.

 

 

 


 

 

 


전래놀이를 통해 바깥 활동을 하면서 선생님들께서는 활력을 되찾으셨잖아요. 혹시 아직까지 취미가 없고 집안에 계신 분들에게 '문화생활, 여가생활은 이렇게 시작해라'라고 조언을 해 주신다면?

 

김봄이 : 역시 우리 구리문화원으로 오시면 됩니다. 문화원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혹시 구리문화원까지 오시기 여의치 않으시면, 시에서 운영하는 평생학습, 주민자치센터에서도 문화학교가 있습니다. 그런 곳에 참여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부회장 이춘자 : 문화원을 꼭 거쳐서 가야지.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원을 거쳐서! 거쳐서!"

 

김봄이 : 그리고 우리처럼 평범한 여자들을 좋은 기회를 만들어 교육을 시켜준 구리문화원에 많이 감사하고 있어요. 그거 꼭 써주세요. 

 

부회장 이춘자 : 아마 구리문화원이 전국에서 날리는 문화원이 될 거에요. 지금 또 비밀리에 멋진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에요. 지금 말씀 드릴 수는 없고, 잘 기억하셨다가 다음에 또 인터뷰 오세요.

 

 

 대나무로 만든 물총, 짚으로 만든 조리개, 나뭇잎과 들꽃으로 만든 꽃다발, 나뭇잎으로 만든 왕관, 배 등 자연의 재료로 무엇이든 뚝딱 만드는 손재주 그리고 놀이 레퍼토리만 무려 200여 가지를 보유!

 행사장 사전답사는 기본, 의뢰받은 축제의 목적과 주최 측의 의도에 따라, 장소에 따라, 시간에 따라, 대상에 따라 맞춤형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검정고무신"은 열정과 실력을 갖춘 구리문화원의 또 다른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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