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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직/경영>
문화기업CEO광주문화원 이창희 부원장 인터뷰

겸손과 지역사랑의 ‘토박이정신’을 말하다.

현재 인삼 재배를 하는 농사꾼으로, 광주지역 사람들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차 있는 광주문화원 이창희 부원장을 만났다.
광주문화원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한다고 경직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은 천상 농사꾼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력은 만만치 않다.
광주이씨 석탄공파 종손으로 있으면서, 경기도의원을 3선이나 거쳤고, 광주신협 부이사장을 거쳐 현재 광주시민장학회 이사장으로 취임해 있다.
(편집자 주)

어제 막 광주시민장학회 이사장 취임식이 있었어요. 폭탄주를 한 20잔은 마셨나봐. 그래도 끄떡없지 뭐. 약속한 일은 틀림없이 지켜야 하는데 익숙해져 있다구~!

경기도의원을 세 번 했지만, 제가 꼭 정치운이 있어서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야합에 워낙 서툰 성격인지라. 하지만 정치를 하면서 돈을 버는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철칙으로 생각하고 일했죠.

다만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은 확실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화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지금 남재호 원장님이 워낙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화원에 대해서는 별다른 걱정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전 열심히 따라만 다니면 되죠. 

역대 원장님이 가지고 있는 성과를 잘 이어가야 할 텐데, 좀 더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남재호(현 광주문화원장) 원장이 한 마디 거든다.
“깨끗한 사람입니다. 겉과 속이 똑같은 사람이죠. 지금 광주문화원에는 5명의 부원장이 있는데 모두 다 너무 잘 해주셔서 나는 거저 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집안은 700년 가까이 이 곳 광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광주에 대한 모든 것이 제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산, 냇물, 돌멩이 하나, 거리의 사람들 모두 남 같지가 않죠.
지금 문화원에서 부원장으로 활동한다고 하는데, 사실 문화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토박이 정신’이라고 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는 제가 살고 있는 광주의 주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광주의 주인이죠.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여기서 태어났고, 결국 저는 이 땅에 묻힐 거에요. 
제가 나고, 죽을 때까지 함께 할 곳인데 제가 어찌 애정이 없을 수 있겠어요?


토박이 정신이라고 하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광주에는 본토인이 약 20%, 외지인이 80% 정도 됩니다.
새로 광주로 이주해 온 사람들에게 내가 살고 있는 광주에 대해, 그리고 내가 왜 여기에 살고 있고 왜 이 곳에 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가에 대해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타지에 살다가 처음 광주에 오면 외롭지 않겠어요?
그러면 먼저 살고 있는 사람이 정신적이 되었건, 물질적이 되었건 기댈 언덕이 되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들도 결국 이 곳의 주인이 될 사람이니까요.
먼저 이곳에 터를 닦고 살아 온 사람이 가져야 할 책임이고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토박이 정신’이죠.

보통 성장을 해서 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부양을 하고, 부모님을 여의고, 자식들 결혼을 시키고 하는 것이 사람들의 삶의 일상적인 패턴입니다.
젊었을 때는 먹고 사는 데 빠듯해서 지역에 대한 애정이나 봉사에 대한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내기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문화생활에 있어서도 개인적인 성향을 띄게 마련이죠.
그들에게 이웃과 함께, 광주 문화 발전을 위한 무언가를 기대하기 힘든 현실적 여건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그러한 젊은 사람들을 욕할 순 없습니다. 
젊은 세대가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도록 기성세대가 사회를 그리고 문화를 그렇게 만들어 놓은 측면도 없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생업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생활에 여유가 생기게 되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고 자연스럽게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됩니다.
문화원과 저 같은 사람이 필요한 시점이 바로 이때입니다.
문화원이 찾아가야 할 대상도 명확해 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대상을 얼마나 명확히 찾고, 시의적절한 문화 사업을 어떻게 전개하는가가 대단히 중요해집니다. 때문에 지역에서 문화원의 위상과 역할이 그만큼 중요한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먹고 사느라 팍팍하게 살던 사람들이 여유가 생겨 문화생활을 즐기려고 해도 막상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토박이여서 그런지 몰라도 자연스럽게 내가 사는 땅 광주에 묻힌 내 조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결국 내가 묻힐 땅도 이 곳이니까요.
우리 조상이 묻힐 땅이기도 하고 장차 내가 묻힐 곳인데, 잘 가꾸고 아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나와 내 조상이 살아왔던 곳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고, 무엇 때문에 아파했고, 기뻐했는지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혼자 할 수는 없었죠.
어디로 가야했을까요?
예. 그렇습니다. 문화원 밖에 없더라구요.
이것이 제가 문화원에 애정을 갖고,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결국 지금이나 오랜 옛날이나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옛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내 삶을 볼 수 있고, 사회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역사를 다른 말로 ‘오래된 미래’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지역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조상에 대한 삶의 흔적을 찾는 것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곧 앞으로의 내 삶과 지역의 미래를 조망할 단초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그는 자연스럽게 깨닫고 있었다.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현재라는 시점은 언제나 과거와 맞닿아 있다.
과거를 통해 자연스럽게 미래를 예측하고 꿈꿀 수 있는 지혜는 세월의 흔적을 쌓아가면서 자연히 생기는 것일까?
이창희 부원장과의 대화를 통해 어쩌면 좋은 세상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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