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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사업>
문화원형 답사(투어)를 통한 브랜드화 전략
수원시 역사문화자원의 활용 사례를 중심으로

이 동 근수원시청 학예연구사


알고 시작해야 만들 수 있다.

 현대의 급격한 도시변화는 인간의 삶에 물질적 풍요로움을 주고 있다. 격변하는 도시의 변화 속에서 기술이 발전하고 외형적인 도시의 모습들은 변화무쌍하다. 하지만 그 그늘에는 인간성의 상실과 함께 오히려 이 땅의 주인공인 인간이 소외되는 현실이 우리가 풀어야할 당면과제가 되었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은 빗대어 우리들의 문화적 욕구와 충족 조건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물질의 변화만큼 문화적 수준이 쫓아가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화적 욕구와 수준은 날로 높아져만 가고, 사람들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역사와 문화를 즐기기를 원하고 있다. 그렇기에 다양한 문화적 공간을 향유하고 끊임없는 체험, 학습, 탐방 등을 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욕구는 이미 가장 중요한 곳에서 시작되었는데, 교육과정의 개편 속에서 수업의 형태들이 체험학습을 강조하고 있는 추세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내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활용한 답사(투어) 프로그램은 그만큼 전략화가 필요한 실정이며, 각 지역의 특수성을 살린 브랜드화가 절실하다. 이제 그 첫발을 내딛을 때가 되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고층빌딩을 오를 때 계단을 한꺼번에 뛰어 오를 수는 없는 것이다. 한발 한발 내딛는 걸음 속에 차근차근 하나씩 접근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의 문화수준을 높이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과정 속에서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브랜드화가 이루어진다고 본다. 그렇다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지역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역사와 문화적 자원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지역에서 답사 프로그램들이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가지고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자원을 활용한 답사(투어) 프로그램들이 단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면서 지역적 특성을 살리고 있지 못하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운영하는 기관이나 주체만 다를 뿐 대부분은 각 지역의 유명한 역사유적지나 관광지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지역의 축제일이나 관광철이라 일컬어지는 기간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다반수다. 즉 지역에 대한 정체성의 확립과 문화원형을 활용한 프로그램으로 브랜드화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수원지역의 역사를 연구하고 지역 일을 하면서 최근에 직접적으로 답사프로그램을 계획했던 적이 있다. 수원박물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인문학 답사 프로그램이 그 예이다. 수원의 인문학 답사 프로그램을 예로, 지역의 정체성과 프로그램의 브랜드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볼 까 한다. 진행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문화원형을 찾아내고 지역의 특성과 장점을 살려보려는 노력을 기울였던 프로그램으로 나름대로의 성과는 거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문화원형의 브랜드화를 위해 필요한 몇 가지를 끄집어내어 제안해 보고자 한다.

‘지역학’부터 시작해 보자.

 먼저 지역학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 보고자 한다. 지역학 연구는 그 결과가 문화원형이며 답사프로그램의 소중한 재료이자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다소 어렵지만 지역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개념부터 검토해 본다. 지역학은 굉장히 포괄적인 범위를 담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미 많은 지역에서는 지자체 명칭을 내건 지역학 연구와 활동이 활발해 지고 있다. 예를 들어 ‘천안학’, ‘용인학’, ‘수원학’ 등이 있고, 이밖에도 경기도 내에서 화성시, 평택시 등이 지역학을 막 시작하고 있다.

 지역학이 무엇인지 ‘수원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답으로 구해보면, ‘수원학’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렵다. 그만큼 수원시가 지금 추구하고 있는 인문학 도시 만들기의 ‘인문학’에 대한 개념처럼 매우 폭 넓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수원학’은 우리시민들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함양하기 위한 수원과 관련된 인문, 지리, 역사, 환경, 교육, 산업 등의 제반내용들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교육하는 활동들을 전반적으로 포함하고 있다고 정의할 수 있다. 즉 수원시가 추구하고 있는 인문정신을 수원의 역사와 문화적 뿌리, 그리고 도시변화 속에서의 사람의 가치를 통해 재창출하는 것이다. 다만 ‘수원학’의 개념 정립에 대해서는 많은 과제들이 수반되고 있어 앞으로 학문적이고 실질적인 차원에서 수원학에 대한 개념은 더 구체적으로 정립해 나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수원시의 브랜드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세계문화유산 화성’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조대왕은 이미 2백여년 전에 이 땅에 새로운 도시 ‘화성(華城)’을 건설하였다. 화성건설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바로 백성, 즉 사람에 있다. 백성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였고, 그 결과 탄생한 도시가 바로 수원이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위민(爲民)정신’과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하고자 했던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정신이 수원시에는 뿌리 깊게 존재하고 있다.
수원시가 인문학 도시를 지향하는 이유는 사람을 가장 중요한 가치에 두고 사람을 위한 도시가 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원학’은 단순한 학문적인 연구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학문적 연구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도시에서도 많은 지역학 연구들이 실행되고 있지만 수원시의 ‘수원학’은 특징적으로 정조대의 인문정신을 바탕으로 사람을 중심으로 한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이것을 바탕으로 수원학의 결과들을 컨텐츠화하고 교육 프로그램으로 개발하여 수원의 브랜드 전략을 강화할 수 있다. 수원시의 브랜드 가치 창출은 도시 경쟁력의 기반이 될 것이며 다른 도시들과의 차별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내 고장 브랜드, 사람 내음 나는 ‘인문학 답사길’

 수원시는 인문학 도시를 표방하고 있고, 지금의 현실 속에서 ‘인문학’을 통해 삶의 가치 회복을 위한 시대적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고 있다. 수원시는 이미 앞서 말한 것처럼 정조대왕때의 전통가치를 매개로 시민들의 내적변화와 참다운 삶을 지향하는 인문학 도시 수원으로서의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고, 인문학을 통해 인간미 넘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였다.

 그 과정에서 수원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발굴하여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공동체를 회복하고, 또한 21세기 글로벌화 속에서 세계도시들과의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다고 본다. 때문에 이미 풍부하게 인문학적 기반을 갖추고 있고,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수원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한 인문학 콘텐츠 개발이 우선적으로 진행 되어야 한다.

 그 방법적 모색의 하나가 문화원형을 활용한 답사 프로그램이다. 우리의 전통적 가치는 ‘충(忠)’과 ‘효(孝)’이다. 이 가치를 가장 소중하고 중요하게 간직하고 있는 역사문화도시가 바로 수원이다. 수원이 가지고 있는 ‘충’과 ‘효’의 기본 정신을 바탕으로 인문학 답사길을 구성해보면 수원지역의 정체성이 분명해 지는 것이고, 이것은 역사문화도시이자 인문학 도시를 추구하고 있는 수원의 도시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브랜드 가치 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충’과 ‘효’를 기본정신으로 하는 인문학 답사길을 역사적 전통위에 세가지로 구분하여 제시해 본다.

 첫 번째는 성곽 답사길이다.(코스 : 길성리 토성 → 당성 → 독산성 → 화성) 수원은 굳이 세계문화유산 화성만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역사적으로 성곽의 도시였다. 수원지역의 성은 멀리 4세기경의 백제의 성이라 할 수 있는 수원지역 내 최대 규모의 길성리 토성이 있다. 그리고 백제때 당항성으로 불렸다가 고구려에 정복당한 뒤 이름이 바뀐 당성이 있다. 당성은 신라가 고구려를 몰아내고 난 뒤 중국과 교류하는 유일한 항구로 기능하게 되어 삼국의 중요한 요충지가 되었다. 이후 임진왜란때 왜적을 물리쳐 권율장군이 승기를 잡았던 독산성, 그 이름은 세마대로 더 알려져 있다. 독산성은 화성이 축조되기 전까지 수원지역의 구읍치를 외호하는 중요한 역할과 함께 삼남의 요로에서 적을 방어하는 중요한 군사시설이었다. 수원지역의 대표적 문화 브랜드인 ‘화성’은 ‘화성성역(華城城役)’이라 이름할 정도로 정조대의 신도시 건설로서의 의미를 담고 있다. 화성은 조선의 문화적 능력과 세련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역사적 사업이었다. 이렇듯 수원지역에는 백제의 토성, 신라의 산성, 조선 중기의 산성, 조선후기의 읍성 등 시대를 대표하는 성곽의 역사를 한 번에 만나 볼 수 있다. 성곽을 중심으로 이 지역에 살았던 민중들은 성과 함께 전쟁을 치렀고, 중국과 중요한 교역을 행하였으며, 임금과 백성이 함께 즐거움을 나누었던 것이다.

 두 번째는 효의 답사길이다.(코스 : 지지대비 → 화령전 → 용주사 → 융․건릉 → 최루백효자비) 주지하다시피 수원지역은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효심으로 태어난 ‘효원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가지고 있다. 우리시대의 전통적인 인문학 정신을 ‘충’과 ‘효’로 본다면 아주 오래전부터 수원지역은 효의 도시였다. 고려시대 유명한 효자로 오륜행실도에 실려 효의 근본이 되었던 최루백이 있다. 최루백은 나이 15살 때 아버지가 사냥을 나갔다가 호랑이에게 잡아먹히자,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자 단신으로 도끼를 들고 호랑이를 때려잡아 배를 가른 뒤 아버지의 뼈와 살을 꺼내어 홍법산 서쪽 기슭에 안장을 하고 3년간 시묘살이를 한 인물이다. 현재 화성시 봉담면 분천리 일대에 최루백 효자비각이 세워져 있고, 그 일대를 지금도 효자골이라고 부른다. 지지대비에서 정조대왕의 사당인 화령전, 원찰로서 기능하고 있는 용주사와 사도세자와 정조대왕이 묻혀있는 융릉과 건릉, 그리고 고려시대 효자 최루백 효자비까지의 답사길은 세계문화유산 화성과 함께 ‘효’를 통한 의미있는 답사길이다. 또한 이 길은 1795년 정조대왕의 능행길과도 연결된다. 정조대왕의 능행길은 아버지를 찾아뵙는 길이고 현재 수원과 화성을 아우르는 ‘효 탐방로’이다.

 세 번째는 타오르는 항일의지와 굳건한 민족성과 지역성을 가지고 있는 3․1운동 답사길이다.(코스 : 방화수류정 → 화성행궁 → 탄운 이정근의사 창의탑 → 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 → 수촌교회 → 쌍봉산 → 화수리 3․1독립운동기념비(화수초등학교) → 송산면사무소) 수원지역의 3․1운동은 3월 1일 수원면 화홍문 방화수류정의 만세운동을 시작으로, 4월 중순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일어났으며, 많은 천도교도와 기독교도, 유학자들, 그리고 대부분의 농민들, 학생들, 상인들과 기생들까지 수원군의 전계층이 참여하면서 독립의 의지를 불태웠다. 수원군의 3․1운동은 산발적이고 평화적인 시위도 있었으나, 송산면․우정면․장안면 등의 시위는 사전 계획에 의해 조직적으로 격렬한 투쟁양상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면사무소와 주재소를 파괴하고, 갖은 악행을 일삼고 있었던 순사들도 처단했다. 수원지역 3․1운동은 일제강점기 민족해방운동의 선봉이었다. 이렇듯 수원지역은 민족정신이 강한 지역으로서 많은 지식인들과 지역 주민들이 하나가 되어 식민지 체제에 저항하며 실력 항쟁을 해나갔던 곳이다. 이러한 민족정신과 충효사상을 중심으로하여 3․1운동 유적지를 탐방하는 길은 오늘날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중요한 교육의 장으로서 기능하기에 충분하다.

 수원은 수원천이 서해를 만나기까지 넓은 영역을 아우르고 있었다. 경기만을 통과하는 군사적 중심지이자 경기남부지역의 문화적 중심지였다. 수원의 역사적 전통과 수원 지역 사람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옛 수원지역의 즐거운 답사길을 통해서 찾다보면 시민들에게는 우리 지역에 대한 자긍심이 생겨날 것이다.

 역사적으로 수원은 한반도의 중심부인 경기도의 수부도시로서 기능해오며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이끌어 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이러한 역사와 문화의 전통이 오늘에도 계승되어야 하며, 현재의 인문학 콘텐츠 개발과 답사 프로그램 등의 활발한 진행 속에서 세계적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도시적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며, 수원의 인문학 도시 완성과 브랜드 가치 창출에 성큼 다가설 것이다.

 수원지역의 역사와 문화, 즉 문화원형을 활용한 인문학 답사길을 소개해 봤다. 다시 한 번 정리해 보면, 먼저 각 지역마다 문화원형이 무엇인지를 알고자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결과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지역학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대중화하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며, 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콘텐츠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문화원형을 활용한 답사는 지역의 콘텐츠화 작업이며,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각 지역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전락사업이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문적 영역에서 열심히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컨텐츠를 개발하여야하고, 결과물을 내야한다. 그리고 기관과 단체는 그것을 스토리텔링화 하면서 자원화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 내용과 의미를 이해하면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실행화 되어야 한다. 모든 것은 박자가 잘 맞아서 열정과 함께 모두가 즐거울 때 성공할 수 있다.

수원박물관 인문학 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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