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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직/경영>
나는 문화활동가다하루 24시간, 일주일 7일 문화생활
이천문화원 
이 미 경 과장

 올 초 경기도문화원 직원 실무연수에서 직원들과 함께 하며 지방문화원의 개성만큼이나 문화원 직원들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을 느꼈다. 갓 입사해서 문화원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는데 인근 문화원 직원들과 친해야한다며 보내어진 직원들이 있었고, 20, 30대를 문화원과 함께 보내며 만들어진 노련함으로 타 문화원 직원들이지만 큰 언니처럼 힘듦을 보듬어주고 힘을 실어주는 과장님들도 있었다. 문화원 근무 이전에도 문화예술 기관에서 근무를 했던 직원들도 있었지만, 색다른 이력을 가진 직원들도 있었다. (그 중 최고는 전직 간호사였다는 직원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근무 기간, 경력, 지역 상황, 문화원 근무 환경이 다르지만 심지어 문화에 대한 생각도 다르지만 직원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이 있었으니 "나는 문화활동가다", "나는 문화원 직원이다"라는 것이다. 한 달에 한 번도 채 못 만나지만 웃을 수 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웃지 못할 이야기도 함께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이 이 때문이리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듣고 싶어졌다. 지역에서 문화활동가의 삶을 산다는 것, 문화원의 직원으로 산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가 말이다. 

 처음 전화로 인터뷰 요청을 했을 때, 이미경 과장은 아직은 자기 차례가 아닌 것 같다며 거절했었다. 하지만 경기도지회 사무처장님까지 나서서 요청에, 요청을 거듭한 끝에 이미경 과장님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편집자 주)

▶2005년 가을에 입사하셨다니 벌써 6년차이시네요. 과장님의 입사 동기가 궁금합니다. 현재도 그렇지만 과장님께서 입사하실 땐 문화원이 더 낯선 기관이었을 것 같아요. 어떤 인연으로 문화원에 입사하게 되었나요? 

  문화원에 입사하기 전에 다른 사회단체에서 10여년을 근무했어요. 일반 회사에서도 근무 해 봤는데 저는 사회단체가 적성에 맞는다는 걸 느꼈어요. 사회단체라고 해서 다 그렇지는 않지만, 전 직장의 업무 방식은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하고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업무 체계였어요. 또 그 단체에서 펼치는 사업 자체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어요. 개인적인 이유로 그곳을 그만두게 되었지만요. 막연하게 사회단체란 틀 속에 문화원을 포함시켰었고 문화원을 선택하는 것에 큰 고민이 없었습니다.


그럼 혹시 입사 전에 문화원을 알았었나요? 문화원에 대한 느낌은 어땠나요?

 아니요. 전 이천에서 학교를 나왔는데도 문화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어디에 있는 지도 몰랐어요. 문화원이란 이름 자체의 느낌이 좋았어요. 그래서 그 느낌 하나만으로 문화원에 대해 알아보았고 지금까지의 인연이 되었네요. 비슷한 계통에 근무했던 저도 문화원을 알게 되는 계기가 이렇게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알게 되었는데……. 생각해 보면 일반 시민들은 문화원을 더욱 모를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문화라는 말은 참 멋진 것 같아요. 이 세상에 어느 것 하나 문화라는 테두리 안에서 생성되지 않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문화원에 입사하면 저도 한 층 더 차원이 높은 문화인이 될 것 같았어요.
 

문화원의 업무 소개를 하려면 끝이 없죠. 그 많은 업무 중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지역민과의 소통일 것 같아요. 이천문화원은 특히 회원제도가 잘 되어 있잖아요. 혹시 과장님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말씀하신대로 이천문화원의 회원운영제도가 잘 되어 있습니다. 현재 회원수가 1,130여명입니다. 이천문화원만의 특이점이라면 한 사람이 가입을 하면 그 가족이 회원으로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한 가정을 3명으로 보아도 이천문화원에 대해 알릴 수 있는 사람은 3,390명이 됩니다. 

 회원들은 이천시민의 대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들을 통해 문화원 사업을 알리고 지역민들의 문화예술 욕구를 파악합니다. 특히 문화예술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는 방법으로는 문화학교가 제격이라고 봅니다. 수강생들은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고, 배우고 싶은 욕구를 실천으로 옮긴 능동적인 분들이기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주십니다. 

 이천문화원은 평균 300명의 문화학교 수강생들이 있습니다. 300명의 수강신청이 이루어지려면 적어도 1,000여명의 문의 전화와 방문자가 있습니다. 또 수강 신청 방법이 문화원 직접 방문이기 때문에 그들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그 분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출 수 있는 그 짧은 시간이 참 소중합니다. 문화원 사업과 회원운영 제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수강신청서를 받으면서 주민들의 욕구를 수렴하는 기회도 갖게 됩니다.

 회원관리를 하고 문화학교 수강생들과 만나다보면 '나도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그렇기도 하구요. 그래서 저만의 노하우가 있다기보다는 시민의 눈높이에서 문화원을 알리려고 노력합니다. 



문화원에서 진행하는 모든 사업이 중요하고 재미있겠지만 혹시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프로그램 있을까요?

 문화원문화가족 주말문화탐방을 좋아합니다. 5월까지 54회차를 다녀왔어요. 입사 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였는데 우리나라 어느 곳이든 다 멋지고 아름답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획하고 탐방지로 문화가족들을 인솔하여 다녀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여행가기 전에 계획할 때가 가장 설레잖아요. 그 설렘을 자주 느낄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어요. 부러우시죠? 다시 탐방지를 떠올리니 행복한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언젠간 그 동안 다녀온 탐방지에 대한 책을 쓰고 싶어요.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능하지 않겠어요?


탐방이 일이 아니라 가족들과,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처럼 생각하시고 일하시는 과장님과 함께 탐방을 가시는 이천 시민들은 참 즐거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야외 활동이니까 문화원 안에 있을 때보다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아요. 

 사실 매 번 작은 사건들이 발생해요. 노후된 차가 오르막길을 못 올라가서 모두 내려 걸어 올라가고 다시 탔던 일도 있었고, 버스가 갑자기 시동이 걸리지 않아서 급하게 현장에서 다른 차를 섭외해야 했던 적도 있었지요. 아! 사전답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전화로 90명 좌석이 된다고 해서 식당을 예약했는데, 막상 가보니 앉을 자리가 모자라 사이사이 끼어 앉아 밥을 먹어야 하는 회원들을 고개 숙여 달래기도 했던 일도 있었답니다. 2010년 51차 강원도 정선 문화탐방 때는 아침 8시에 출발했는데 가는 길에 첫눈이 내렸어요. 첫 눈이라 낭만적이었을 것 같죠? 아쉬운 듯 흩날리는 첫 눈이었다면 좋았겠지만 폭설이었답니다. 평균 1시간 거리의 평창을 5시간 걸려갔어요. 가는 길에 이미 목적지는 포기하고 휴게소에 겨우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다시 6시간에 걸쳐 되돌아왔답니다. 그때 고속도로엔 40중 추돌사고가 있었고, 소소한 접촉사고도 가고 오는 내내 목격했어요. 우리 문화원 식구들 모두 무사히 되돌아 온 것을 다행으로 여겼지만, 정선이 아니라 고속도로 탐방을 11시간을 했죠.   

 참! 답사 때 일은 아니지만 우리 지난 번 경기도직원연수 때 말이에요. 저만 114상담원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종종 회원들이 문화원으로 전화해서는 지역 내 다른 공공기관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는 하시거든요. 모두들 같은 경험을 한다니 재미있었어요. 사실 저도 모르는 곳이나 문화원과 소통하지 않는 곳은 연락처를 찾아야 해서 바쁠 때는 조금 번거롭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역민들이 '문화원=지역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기쁘기도 하네요. 



이긍정 과장님으로 불러야 되겠는걸요. 대부분 문화원의 근무환경이 열악한 편이지만 그래도 '문화원에서 일하니 이런 것이 좋다~!'라고 자랑하고 싶으신 것이 있나요?

 문화원이니만큼 아무래도 문화생활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근무지에서 하는 사업과 업무가 모두 문화와 관련된 일들이니까요. 공연, 문화역사탐방, 축제 등 일반인들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해야 하는 것을 우리는 근무 자체가 문화생활이니 이보다 좋을 순 없죠! 그리고 회원들에게 더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항상 문화트렌드나 지역 소식, 심지어 다른 문화원 사업까지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어요. 전국의 문화원을 비롯한 문화, 예술 단체나 기관에서 보내주시는 발간물 등의 자료는 아무래도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데, 문화원에 앉아서 편하게 받아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자료 정리하는 일이 만만치는 않지만요. 



말씀하신대로 문화원 발간물은 시중에서 구하기가 힘들죠. 문화원 소식지나 향토사 서적을 읽다보면 깜짝 놀랄만한 것들이 있습니다. 학술적 수준이 높기도 하고, 정말 이건 문화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다 싶은 내용도 있고, 색다른 기획을 하는 곳도 있구요.  

 맞아요. 전국의 문화원에서 문화콘텐츠에 대한 성과는 대단히 높습니다. 각 문화원들이 이루어낸 결과는 어느 문화원을 찾아가 알아본다고 해도, 어느 곳 하나 뒤지지 않는 높은 성과를 이루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열정은 높으나 경영에 대한 마인드를 지닌 리더와 실무자들은 많지 않습니다. 전국문화원은 지자체에서 어느 정도의 사업비와 운영비를 지원받고 있는 반면 독립적인 수익으로 문화원을 이끌고 있는 곳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독립적인 재정이 이루어 지지 않으면 각 문화원에서 추구하는 방향의 사업방향 보다는 지원되는 사업의 성격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창의성과 열정이 사라지는 악순환이 이뤄지게 된다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보급하기 위해 문화원들이 많이 노력해야하는 부분이죠.



마지막으로 다른 문화원 직원들 또는 국장님들, 도지회에 바라는 것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해주세요.

 문화원에서 3년 이상 되신 분들은 근무 조건을 떠나 문화원에 대한 애정이 있는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때론 더 근무를 하고 싶어도 그렇지 못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그만둬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연합회에서 지원되는 관리규정을 따르지만 세세한 업무와 근로조건은 각 문화원마다 너무 다릅니다. 조건이 다른 문화원들을 모두 평준화 시킬 수 없겠지만 도지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표준규정을 제시해 주시면 그것을 토대로 조금은 평준화 된 시스템 개선이 점차 가능해 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문화원은 분명한 정체성을 지닐 수 있는 단체라 생각합니다. 정돈된 정체성을 기본으로 프로그램 진행을 하면, 시간이 지나고 실무자가 바뀐다 해도 문화원만의 색깔 있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관적 정체성이 아니라 전국문화원의 공통된 목표와 방향성에 대한 기본 매뉴얼이 있다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차도녀같은 외모와 말투의 이천문화원 이미경 과장.
하지만 그녀의 딱 부러지는 말을 듣다보면 키득키득 웃게 된다. 특별히 개그를 하시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녀만의 매력을 보고 싶으시다면 이천문화원을 방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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