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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사업>
지역문화원형 활용한 사업1파주문화유산가이드 양성사업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새로운 공간이 생산된다. 지리적으로 볼 때 그 공간은 늘 그 자리에 있어왔지만 그 곳에 누가 있었고,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에 따라 수없이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그 ‘곳’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축적되면서 ‘특별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 곳이 의미가 있는 것은 우리들의 이야기가 있어서인데, 나에게 의미있는 것은 내가 그 공간에 있기 때문이거나 그 이야기에 속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기억 혹은 추억이라고 말한다.  
 
『블레이드 러너』는  기술과 문명이 아주 발달된 먼 미래에 인간과 복제 인간이 공존하는 상황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인간보다 더 인간답게’ 만들어진 복제인간은 감성과 이성을 가지고 진짜 인간처럼 행동하지만 생명은 4년 밖에 되지 않는다. 수명연장을 요구 할 목적으로 지구에 잠입한 복제인간을 제거하기 위해 추적하는 내용이다. 추적자는 인간과 복제인간을 구별하기 위해 특별한 방법을 사용한다. 과거에 대한 기억을, 경험에서 나오는 답을 요구하는 질문방식이다.  
 
사람은 기억의 집합체이다. 기억은 이야기구조로 저장된다. 일상의 이야기들이 쌓여 나를 구성하는 추억은 나와 남을 구별짓게 하기도 하고 서로를 공명(共鳴) 하게 만들기도 한다. 일상에서 끊임없이 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모여진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이야기로 다시 재구성하는 것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첫 번째 ‘파주문화원 이야기’ 
동행, 파주문화의 전방위 안내자 “파주문화유산가이드” 


"잠시만요......"

"삼릉에 가면 물 깊이는 어때요? 앉아서 놀만한 곳은 있어? 물에 들어가서 놀아도 돼?“ 

“ 네~ 가능합니다”

서교송 사무국장은 나들이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걸려온 전화를 받은 모양이다. 때마침 경기지회 편집팀과 인터뷰하고 있던 파주 문화유산 가이드들에게 삼릉상황을 재차 확인하더니 전화 속 문의자에게 정보를 전달해준다. 
‘이런 걸 물어보려고 문화원에 전화도 하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그럼 이런 정보는 어떻게 알아야하지?’ 하는 다른 생각이 반문한다. 

전화 속 나들이 주인공이 어떤 규모의 휴식을 원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동네 나들이는 가봐서 어떻게 놀다 갈지 상황에 맞는 결정을 취하는 선행동 사후처방 형태로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찌보면 단순하고 시시한 문의전화 같지만 정작 날짜를 잡아 가족이 놀러갔는데 앉아서 놀 곳도 없다면 큰 낭패일 것이다. 나들이를 준비하는 가족에겐 결정적 단서(?)일 수밖에 없는 정보를 누군가에게서 듣게 된다면 그 보다 더 큰 서비스가 있을까? 이런 작지만 중요한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다면 더 쾌적한 쉼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파주시에 소재하고 있는 문화유적지는 물론 휴식할 수 있는 장소에 이르기 까지 파주시청에 전화하면 파주 문화원의 문화유산가이드 팀에게 연결해준다고 한다. 

파주문화원(원장 민태승)이 동네 구석구석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안내가 가능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2005년부터 파주 문화유산 답사가이드 양성교육이 경기문화재단의 문화예술진흥지원금 지원사업으로 진행된 이후부터였다. 
그러나 더 눈여겨 볼 것은 이미 파주문화원 문화학교 내에 향토문화답사반이 개설되어 진행되고 있었다는데 있다. 경기재단 지원을 위해 공모사업을 기획하게 된 것도 맨땅에서 시작된 것만은 아니었다. 이미 씨앗이 심겨져있어 꽃피울 시기를 준비하고 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향토문화답사반은 이윤희 소장의 지도에 의해 매주 한 번씩 강좌가 진행되어 6년을 이끌어왔다고 한다. 기초반과 심화반을 엄격하게 구분하여 지도와 실습을 진행하면서 해설사 양성의 기초를 다진 셈이다. 
2005년에 시작된 파주문화유산가이드 양성교육은 기존의 향토문화답사반에서 교육하고 있던 수강생과 새롭게 지원하게 된 20명이 7개월간의 교육과정을 시작하였다. 1기 과정은 사업 종료 후에도 지속되어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심화보충학습을 통해 완료되었다. 2009년 2기 과정에 참여한 10여명과 함께 본격적으로 파주문화를 가이드하는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현재는 20명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준비된 조건은 격주로 진행되는 토요 휴무제와  파주 인근에 조성된 헤이리 예술마을, 파주 출판단지, 영어마을 등이 조성되면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이 풍부한 파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됐다는 외부조건과 잘 맞아떨어졌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유적지 해설만으로 요구되는 다양한 수요에 맞출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파주문화유산가이드 양성과정을 기획한 의도이기도 하다. 경기도에서 파견된 문화해설사들이 있으나, 배치된 대표적인 유적에 대해서는 설명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동일지역 내 존재하는 다른 문화유산에 대한 해설이 미흡하다는 점과 안내 인력이 적어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점 그리고 장시간 안내가 어렵다는 것과 파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전문지식을 가진 인력확충이 시급하다는 것이 파주문화원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배경이다. 문화유적해설사가 아니라 문화유산가이드라는 말을 쓴 것도 파주문화, 파주의 일상적인 삶에 대한 안내도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의 최대 강점은 드러난 문화유적에 대한 유창한 설명이 아니라 동네마다 숨겨진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전달할 수 있다는데 있을 것이다. 
 
이들의 활동은 파주유적지 순례를 위한 가이드 뿐 아니라 청소년 유적지 순례, 향토문화체험반 운영, 율곡문화제 파주유적지 순례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는 “뛰뛰빵빵 주말버스”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파주교육지원청에서 지원하고 파주문화원에서 진행하는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한 주말프로그램으로서 선사시대와 궁시박물관, 야생화체험, 중남미문화원, 헤이리 예술마을체험, 쇠꼴마을체험, 향교․서원의 민속놀이 체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어 파주문화를 전방위로 안내하고 있는 중요한 지역의 자산이다. 

여행은 그곳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차이를 느끼는 곳에서 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문화를 이해하고 경험하면서 느끼는 낮설음을 통해 나를 대면하는 일이다. 그러나 대중화된 정보는 전국 어디를 가나 평균치를 경험하게 한다. 먹는 음식, 머무는 곳, 보이는 것... 모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을 보게 만든다. 유적지 설명도 스마트폰에 탑재된 네비게이션과 정보검색 앱으로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파주문화유산가이드들이 파주를 가이드한다는 것은 동행을 의미한다. 어떤 주제로 여행하고 싶은지, 의도된 기획이 있는지, 할애될 시간은 얼만큼인지, 책정된 예산은 얼마인지, 누가 참여하는지 등에 따라 안내의 내용이 달라진다. 또 행선지와 행선지 사이의 드러나지 않은 공간에 대한 안내도 놓치지 않는다. 삼릉의 물깊이를 알려준 것처럼.     
 
파주문화해설가이드 팀에는 별명이 ‘우리파주’인 회원이 계신다. 말을 시작할 때 마다 우리파주로 시작해서 붙은 별명이다.
“우리 파주는요~” 라는 말에서 파주는 더 이상 해석해야할 대상(object)이 아니라 내가 속한 우리의 이야기(subject)로서 파주이다. 그래서 이들과의 문화유산가이드의 과정은 즐거운 동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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