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영 주 | 경기도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변명부터 해야겠다.
본 사업을 어떻게 볼 것이냐에 따라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수 있고, 저마다 나름의 논리와 합당한 명분이 있을 것이다. 본인은 어떤 탁월한 식견을 갖춘 것도 아니고, 타당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견해를 가진 것도 아니다.
이 졸고에서는 한문연과 지방문화원이 대체 어떤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본 글의 주제에 접근하는 선에서 멈출 수밖에 없음을 고백한다. 나머지는 고스란히 향후 과제로 남길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주기 바란다.
■ 서로 다른 기억들의 충돌
청와대 오찬이었다. 그렇게 이 사업은 성립되었고, 콘텐츠진흥원이다. 사업비의 일몰이다. 파행을 거쳐 이 사업이 한국문화원연합회(이하 ‘한문연)에 편성되었다.
그 때의 요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지방문화원에 자료가 많다.
- 사람과 예산이 없어 정리가 필요하다.
- 정리만 잘하면 무궁무진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특화사업을 지방문화원이 추진하겠다.
이것이 이 사업의 첫 번째 기억이다.
사업은 ‘왜 해야 하는가’와 ‘어떻게 할 것인가’가 명확히 있어야 한다.
그것이 목적이며 추진방향이다.
하지만 본 사업의 목적이 한문연에서 설정한 것이 아니었다.
몇몇 지방문화원의 요구에 의해 반영된 예산이 콘텐츠진흥원으로 가는 과정에서 콘텐츠 사업으로 변화되었고, 그 변화된 사업계획에 의해 추진방향이 수립되게 된다. 이것이 두 번째 기억이다.
2017년 2월 7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한문연 정기총회의 브리핑이 있었다. 플랫폼 구축에 대한 사업계획 브리핑이 있었다.
변화된 사업계획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지방문화원 보유자료의 전수조사 및 목록화 사업
- 지방문화원 원천콘텐츠 발굴, 지원사업
- 지방문화원 원천콘텐츠 플랫폼 구축사업 및 박람회
원장님들을 대상으로 디지털이다. 증강현실이다. 가상현실, 4차 산업혁명 등 개념어가 대량등장하고, 플랫폼이라는 적어도 원장님들에겐 생경한 용어들이 등장했지만 지방문화원에 약 4천 몇 백만원 정도 지원이 된다하니 한문연 지침에 따라 성공적으로 이 사업을 잘 수행하자는 아름다운 결론으로 안건이 승인된다. 몇몇 문화원장님은 여전히 168억 ÷ 229개문화원 = 약 7,000만원 이라는 공식이 각인된 상태였던 것 같다. 이것이 세 번째 기억이다.
2017년 3월 22일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전국사무국장들이 모였다.
이미 사무국장들은 한문연의 사업계획에는 관심이 없어보였다.
지방문화원의 각각의 주관적이기도 하지만 욕망들이 분출되었고, 저마다 다른 추진방향과 내용들이 난무한다.
한문연에서 설정한 사업의 목적과 추진방향에 대해 근본적 방향전환의 요구도 나온다. 그러나 일정과 내용에서 약간의 변화 외에 기존 사업계획에 따라, 그리고 추진일정에 따라 본 사업이 추진되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 10월이 되었다.
파행이다. 문제다. 본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갖가지 주장들이 난무했다.
한문연은 한문연대로 지방문화원의 한계를 목도하게 되고, 지방문화원은 지방문화원대로 한문연의 기획력과 추진능력에 대해 근본적 문제제기까지 하게 된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문화재청 ‘문화재야행’사업은 ‘역사를 품고 밤을 누비다’라는 한 가지 콘셉으로 전국 18개 지역에서 약 100억이 넘는 예산으로 추진한다. 한 가지 프로그램으로 말이다.
그런데 원천콘텐츠 사업은 고작 168억원의 예산을 가지고 지방문화원과 한문연의 역량과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모양새로 비치고 있다.
■ 사업을 기획한다는 것은 맥락을 잡아내는 일이다.
본 사업은 근본적으로 어설픈 기획에서 출발한 사업이다. 지난 평창연수 때 지적된 바와 같이 사업명에서 부터 혼란스럽다.
본 사업의 공식적인 이름은 <지방문화원 원천콘텐츠 발굴, 지원사업>이다.
원천콘텐츠라는 말이 생경하다. 전형적인 콘텐츠진흥원적인 사업명이다.
‘원천’과 ‘콘텐츠’가 합해진 말인 것 같다.
‘원천’이라는 말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지방문화원이 보유한 ‘원천자료’를 뜻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연합회가 기획한 지방문화원 보유자료의 전수조사를 통해 그것을 목록화한다는 사업은 목적과 내용이 명확하다.
문화원이 얼마나 중요한 자료(원천소스)를 가지고 있으며, 활용 가능한 자료로의 전환(리소스)을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콘텐츠’라는 말이 등장하면서 사업 기획의 어려움과 혼란이 생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리가 필요하다. 얘기가 길어지더라도 정리를 해보기로 하겠다. 최대한 짧게 요약해보자.
사업명 : 지방문화원 원천콘텐츠 발굴, 지원사업
사업명 풀이▶ 지방문화원이 보유한 자료를 전수조사, 목록화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제작된 콘텐츠를 한문연에서 구축한 플랫폼에 장착하여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서비스를 하겠다는 사업!!
질문 1 : 지방문화원이 보유한 자료의 전수조사, 목록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한문연 답변 : 디지털 아카이빙을 하겠다.
질문 2 : 지역의 원천소스를 발굴하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인가? 발굴된 원천소스를 대상으로 그것의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겠다는 것인가?
한문연답변 : 일반콘텐츠제작과 지역특화사업을 추진하겠다.
질문 3 : 한문연에서 왜 지방문화원이 보유한 자료를 다 가져가는가? 지방문화원에서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면 될 것을...
한문연 답변 : 그래서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 플랫폼에 장작해서 지방문화원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질문 4 : 이 사업을 왜 지방문화원이 해야 하는가?
한문연 답변 : 지방문화원이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서 그에 걸맞는 콘텐츠를 보유해야 할 필요가 있고, 보유된 콘텐츠를 한문연에서 구축한 플랫폼에 장착하여 대국민 서비스를 하겠다.
Q&A풀이▶ 지방문화원은 나이가 많다. 디지털이 익숙하지 않다. 최근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그것을 중심으로 변화된 모바일 환경과 디지털로 변화된 사회, 문화적 환경에 익숙하지 않다. SNS를 통한 활동도 소위 ‘짤방’을 만들어 올리는 것조차 어려워한다. 그런데 갑자기 문화원 자료를 디지털로 하라고 한다. 사회 환경이 변했다고 하니 지방문화원도 변해야 한다는 당위와 명분은 있어 보이니 어떻게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유자료의 전수조사, 목록화를 어떤 방식으로 해야하는가의 문제에서 등장한 새로운 개념어 ‘아카이브’
보유자료(주로 책)에 도서관처럼 라벨을 붙여서 관리하는 것인가?
그런데 그것을 디지털로 아카이빙을 하겠단다. 자료를 PDF화일, 즉 디지털 파일로 전환한단다. 보유물건(유물 등)도 3D프린터를 활용해 입체적으로 파일화 시킨다고 한다. 어렵다. 문화원에서는 이 일은 지방문화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전문가가 각 문화원에 붙어줘야 가능한 일이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렇다면, 보통일이 아니다. 229개 문화원에 디지털 아카이빙 전문가가 최소 1명씩은 붙어줘야 하고, 그러면 예산이 장난이 아닐텐데, 이 사업을 어떻게 추진하고, 어디까지 가능한 거지?
한문연은 사업을 왜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서 우리를 고생시키는가? 지방문화원에서 잘할 수 있는 일도 많은데, 왜 잘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 한문연에서 하고 싶어하는 일만 하려고 하는가? 지방문화원을 무시하는 것인가? 서로 동문서답이다. 그래서 나름 다른 방식으로 정리해보기로 하겠다. 질문 1~질문 4에서 본 사업기획의 맥락에 대한 한문연과 지방문화원의 혼란이 해결되지 않는 미궁으로 빠진 듯한 느낌이다.
■ 본 사업은 추진 프로세스의 맥락을 잡아가는 일이 핵심이다.
앞서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본 사업은 사업추진프로세스의 맥락을 정확히 잡고 절대적 시간의 한계와 물리적 한계(한문연, 시도연합회, 지방문화원)를 고려한 ‘공평과 존중의 원칙’하에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사업의 구도를 짜야했다.
본 사업은 지방문화원이 보유한 자료의 전수조사, 목록화 사업추진을 통해 무엇이 중요한 자료인지 찾아내는 일(원천소스의 발굴)이 핵심이다. 그것이 1단계이다.
보유자료가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를 찾아내는 일은 인문학적 성찰을 전제로 하는 일이다. 그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낯설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새롭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자의적’, ‘주관적’이 아닌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성찰을 말한다.
그 과정과 동시에 그것을 활용해 무엇을 만들어 낼 것인가가 지역별로 정리되어야 한다. 즉 ‘리소스’ 과정이다. 그것이 2단계과정이고 이 과정에서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지역정서를 찾아내 콘텐츠화 하는 작업이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한 일련의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콘텐츠의 ‘사후적 분석’을 통한 활용, 보급, 홍보, 마케팅하기 위해 한문연은 ‘플랫폼’사업을 추진했어야 했다.
본 사업의 목적은 ‘플랫폼 구축’을 통해 지방문화원이 보유한 원천소스를 활용(리소스)한 콘텐츠의 대국민서비스가 최종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최종목적은 ‘지역특성화’여야 했다.
다시 말하자면 “지방문화원이 보유한 원천자료를 발굴, 재해석, 재구성하여 지역의 색깔을 명확히 드러내는 콘텐츠로 제작, 그것을 지역에서 활용하여 지방문화원을 통해 지역문화가 살아있기에 ‘자랑스러운, 살기좋은 고장’만들기”가 목적이어야 했다.
그리고 각 지역에서 만들어진 개성 있고 특성화된 콘텐츠를 어떻게 엮어내어 홍보, 마케팅 할 것인가를 한문연은 고민했어야 했다.
■ 지역을 특성화시킨다는 것은 지방문화원에 어떤 의미인가?
‘사회는 구성되어가는 것이다’는 가설을 세워보자.
사회는 완성된 어떤 형태를 향해 나가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회는 다양한 변화를 겪겠지만 결국에는 어떤 하나의 형태로 나아가는 경향을 갖는다는 말이다.
사회가 하나의 형태로 구성되어 가는 과정 속에 있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그 형태로 귀속될 수 없는 이질적인 것들이 여전히 뒤섞여 공존하고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한 사회에 단일한 보편법칙을 상정하는 경우에도 각각의 사회는 그 보편성으로 환원되지 않는 ‘특수성’을 갖게 된다.
사회를 구성되어 가는 것으로 본다는 것은 어떤 사회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이질적인 요소들이 하나의 완성된 형태를 향해 나가가는 ‘경향’을 갖는다고 본다는 것이다.
식민지 조선과 제국주의 일본, 동양인 한국과 서양인 미국은 결코 등가화 할 수 없는 이질성을 갖고 있지만 그 세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라는 형태로 점차 수렴되는 것처럼 말이다.
1960년대의 서울과 동경, 뉴욕은 아주 다른 도시였겠지만 지금은 형태나 작동방식, 나아가 시민들의 생활방식마저도 아주 비슷한 형태로 되어 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가 발전한다.’, ‘사회가 완성된다.’라는 말이 담는 함의는 다른 시각에서 보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동질성이 확대된다는 것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발전’이라는 것은 이질적인 것들이 해체되고, 이질성의 폭이 축소되어 가는 과정을 뜻한다.
사회가 발전한다는 것은 특수하고 이질적인 것을 축소시키고 제거하는 방향으로 되어 간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아이러니, 즉 모순이 발생한다.
지방문화원이 지역문화를 발전시킨다는 것은 우리 지역이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특이한 점을 부각시켜 지역민들의 애향심을 고취하고, 다른 지역사람들과 다른 색다른 점들이 ‘내가 이 곳에 살게 하는 이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것을 ‘지역특성화’사업이라고 본다면, 자본주의 사회가 전사회적으로 완성되어가는 것을 지향하는 것과 지역을 특성화시킨다는 것과의 모순을 어떻게 극복, 해결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대두된다.
갑작스러운 결론일지는 모르지만 지역문화를 활성화, 특성화시킨다는 것은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일이다.
현재의 삶을 다시 보게 하는 일이고, 현재의 삶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일이고, 재구성하여 내가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어가는 일을 뜻한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지방문화원 원천콘텐츠 발굴, 지원사업은 ‘내가 살기 좋은, 좋아하는, 좋아했던 지역 만들기 사업’, 즉 ‘지역을 특화하는 사업’이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최종목적이어야 했다.
모든 지역을 서울식 문화표준에 적용할 것이 아니라, 지방문화원이 보유한 160만건의 자료를 발굴, 재해석, 재구성하여 서울과 다른, 그러나 달라서 더 좋은 OO지역을 꿈꾸는 일.
그것이 문화원이 존재하는 이유이고, 존재해야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방문화원은 비합리주의적 아비투스로 구성된 연고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다. 행정과 조직의 강점이 기획으로 연결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 마무리로
문화원은 근대적 문화지평을 넘어 이제는 현대적 문화지평에 발을 딛고 서야한다는 절박한 고민위에 있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대안 문화를 고민해야 하는 지점에 서 있다.
수없이 많은 용어들과 개념들이 생산되고 시기와 장소에 따라 적용되고 있는 무수한 사례들이 있다.
새로운 개념과 용어가 생산되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지역마다, 사람마다 원하는 것이 다양하고 지향하는 가치가 그 만큼 다양해짐에 따라 그 만큼의 그릇이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시대를 읽어내야 한다.
이제는 동일한 문화적 잣대를 가지고 해석하고, 어떤 형태의 문화가 ‘올바른 문화(?)’임을 강조하는 것은 시대적인 흐름과 맞지 않다.
다양한 문화가 이미 존재하고 있고, 저마다의 가치와 지향을 가지고 있다.
‘문화다양성’이라는 키워드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그리고 ‘사람’이다.
그리고 ‘관계’다.
그 안에서 탄생되는 다양한 형태의 관계의 연결고리를 확장하고 다시 엮는 것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거기서 대안문화의 싹을 발견할 수 있다.
그동안 수많은 전문가가 결합하여 문화원 활성화, 문화원 발전방향에 대한 조언과 보고서가 제출되었다.
그러나 그 보고서는 보고서로서 책장에 얌전하게 꽂혀 있고, 참고 서적이었을 뿐, 실제로 합의하고, 함께 연구해서 활성화를 위한, 발전을 위한 구체적 실천으로까지 연결되지 못했다.
수많은 이유를 댈 수 있고, 그 이유마다 타당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문화원 활성화, 문화원 발전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논의만 있다. 서로 고민과 문제를 공유하는 기회만 많았다.
자!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에서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지금까지는 문화원이 개별 독립법인이라는 이름으로 각 지역 특성에 맞게 알아서 활성화하거나 발전을 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을까?
문화원은 지난 50년 동안 해방공간과 더불어 지역의 문화적 구심체 역할을 했다고 자부해 왔다.
문화원장은 지역의 가장 덕망 있고 존경받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리였다.
시대가 변해가고 또 이미 많이 변했다.
휘몰아치는 논리의 홍수 속에서 문화원은 어떤 논리와 비전을 가지고 있는가를 깊이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회의와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그동안 여러 차례 마련되었고, 보다 더 진지하게 현재를 성찰하고 반성하고 향후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였다.
첫째, 지역문화의 거점으로서 문화원의 자기 위상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렇다면 문화원이 지역문화의 거점인가 하는 고민과 문화원의 위상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가의 두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고민되어야 하는 질문이다.
둘째, 문화원이 현재의 시대적 흐름에 걸 맞는 문화 사업을 개발, 시행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지금 시대적 흐름은 어떠하며 그 흐름에 적합한 지표는 개발되어 있으며 그 지표에 따른 각 지방문화원마다의 평가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라는 복합적인 의미의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문화원이 현재의 시대정신을 담보하는 문화담론을 생산하고 있는가?
문화원은 지역의 문화정책을 생산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넷째, 문화원이 그 대안 문화를 고민하고 있는가?
가치와 지향의 문제이다. 목표설정의 문제이며 비전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문화원은 어떤 가치를 가지고 무엇을 지향하며 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하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다시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이 아닌, 어느 하나의 길만을 합의하고자 함이 아니다.
문화원 마다 저마다 특색을 가지고 있고, 그 특색들이 모여 다양한 문화의 빛깔을 만들어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자는 것이다.
문화원이 발전한다는 것은 내 주변에 있는 돌맹이 하나,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역사적 맥락에서 새롭게 의미 지어지고 새로운 가치로 재탄생하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핵심은 지방문화원이다.
그것을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하게 하기 위한 지원이 연합회에서 해야 할 일이다.
중심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도문화원연합회에서 설정한 방향은 참고가 될 만하다고 본다.
그림 1 연합회 본연의 역할 모색 및 그에 따른 사업의 배치
지방문화원 지원
- 문화원 현황 고급 데이터 확보를 통한 행정, 경영지원 시스템 확립
- 단위 사업 브랜드화 추진을 통해 지방문화원 역량 대 내외 홍보, 마케팅 지원
1) 문화원직원역량강화를 위한 지원
① 교육이력관리 시스템 개발
② 다양한 연수프로그램 개발 (워크숍, 해외연수 등)
③ 세미나 조직 및 cop 활동의 강화
2) 조직, 법적, 제도적 지원
① 지방문화원 현황, 실시간 공유시스템 정립(정량평가를 넘는)
② 2차 고급데이터 분석 자료의 지속적 확보 (현황분석자료)
③ 제반 규정 정비와 보급, 확산 : 표준화 사업
3) 지방문화원 위상 강화
① 지방문화원 주도의 사업추진 지원
② 지방문화원중심의 문화자원아카이브사업 추진
③ 문화원 중심의 지역학협의체 출범
네트워크 연계
- 한국문화원연합회 사업네크워크
- 경기문화재단 및 지역문화재단사업네크워크
- 지방문화원 간 네트워크
1) 한국문화원연합회 _ 도연합회 _ 지방문화원간 네트워크
① 지원사업의 경기도차원의 프로젝트화 추진 (어르신, 생문공 등)
② 전국단위, 광역단위에서 지역문화원 지원방안 모색
2) 경기문화재단 및 지역문화재단 사업 네트워크
① 문예지원사업 _ 공모사업, 기획사업 추진
② 바우처사업의 확대 _ 지방문화원 재원구조의 포지셔닝 확대
③ 문화예술교육의 강화 _ 시민역량 강화를 통한 문화원 외연확대
3) 지방문화원간 네트워킹
① 경기도 문화원간 공통사업의 기획 및 추진
② 지방문화원 간 네트워크 사업의 확대
미래비전 제시
- 과거의 정당한 평가와 반성을 넘어 새로운 미래 비전 제시를 통한 연합회 본연의 역할 모색
1) 실질적 분석보고서 발간
① 문화원 축제, 문화예술교육 등 부문별 성과관리분석보고서 발간, 공유
2) 정책토론회 및 워크숍의 다각화
① 문화원 발전방향 토론회 학술 심포지움의 확대
② 원장, 국장, 직원협의회의 조직 정례화 및 포럼 개최
③ 상시적 협의기구 마련 및 아젠다 회의 개최
기획사업개발 및 시범 사업 추진
- 한국 문화 정책과 맞물린 기획 사업 추진을 통해 한국 문화 선도
- 인문학 사업, 도시 재생 등 문화 정책 개발 및 기획 사업 추진
1) 페스티벌31 _ 경기도문화원 공연예술 부문 지원
① 융복합콜라보레이션 기획공연을 통한 동아리활성화
② 미술, 공예부문의 전시 기획 지원
③ 새로운 콘텐츠 생산을 통한 문화원 기획사업의 발굴
2) 미래의 유물전 _ 지역의 현재적 재구성을 위한 아카이브 기획전시
① 향토사와 구술사 연구의 가시적 성과 보여주는 기획전시
② 생활문화를 통한 공동체 형성의 새로운 전형 보여주기
3) 경기문화저널
① 사업분석 및 정책개발
② 한국문화정책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발 빠른 대처와 대안마련
4) 전통문화예술부문 개발 및 지원
① “전통문화예술은 문화원의 손으로 지켜나간다”는 슬로건
② 우수전통민속예술보존단체 지원 사업의 추진
문화원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연합회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말의 상찬’이 아니라 구체적 아젠다(Agenda)가 설정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단기, 중기, 장기적 방향이 합의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명확한 실천이 담보되어야 한다.
사업과 사업의 연계 구조를 찾고 각 단위사업의 맥락을 다시 잡아야 한다.
이제는 예전에 문화원은 이랬는데...하는 말을 되풀이 하지 말자.
이제 문화원 직원으로써 지역문화전문가로써 인정받기 위한 일련의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이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가 현실적 성과를 내기 위한 근거와 논리를 개발하고, 그 기획이 왜 필요한가, 이 기획을 통해 지역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에 대한 객관적 전망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