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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조직/경영>
지역에서 주민센터와 문화원의 역할은 어떻게 다른가?

 

나 명 철 과장 용인문화원 



용인시 인구가 100만 명을 넘었다. 예전에 ‘동사무소’ 혹은 ‘면사무소’라고 부르던 곳이 있다. 주민센터다. 민원을 처리하는 곳이라면 주민센터는 우리 동네에 자리 잡고 우리의 생활을 가장 가까이서 돕는 공공 기관이라 볼 수 있다. 요즘에는 주민센터에서 주민들을 위해 여러 가지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주민센터 운영 프로그램


용인에서 비영리 특별법인 공인단체로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기관이 있다. 용인문화원이 바로 그곳이다. 용인시청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향토문화의 전승, 발굴 창달선양사업, 향토사 발간사업, 지역의 특색을 개발한 향토축제의 토착화, 평생학습의 사회교육프로그램인 문화학교 운영, 향토문화 고취사업, 문화예술창달사업 등 다양한 문화 사업이 그 임무다. 또한 지역민의 문화적 향수와 욕구를 충족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지역문화의 발판에서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는 중요한 기관으로 발길을 내딛고 있다.

주민센터란 일정한 지역에 생활터전을 갖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 복지, 편익시설과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복지를 향상시키는 구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따라서 주민센터가 올바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 

주민센터의 공공행정서비스는 짧게는 수 백 년, 길게는 수 천 년에 걸쳐서 이어져 오는 행정업무다. 기본적으로 국가기관에 의해서 주민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수단의 형태로 진행되어 왔다. 즉 주민센터는 국민을 관리, 통제하는 국가권력이 행해지는 주민과의 접점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접점에서 이뤄지는 행정업무는 주민에 대한 인적정보 관리, 주민의 주소정보 관리, 건물. 토지의 관리, 재산의 관리, 병역관리 등이다. 이러한 업무는 행정문서의 형태로 관리되었기 때문에 동사무소는 국가정보, 국민의 정보를 보관하는 중요한 물리적 시설이라는 측면이 강했다. 그러므로 여기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이러한 행정문서를 정확하게 관리하고 주민들과의 관계에서 이러한 행정정보를 엄밀하게 집행하는 집행자의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주민센터의 모습이 바꾸기 시작한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1990대 초반부터 진행되기 시작한 정부의 행정전산망구축사업이 이러한 관행에 일대 변화를 근본에서부터 가져오기 시작했다. 그 동안 종이의 형태, 혹은 종이문서의 형태로 관리되던 주민정보와 국가정보들의 관리체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었다. 일차적으로 시작했던 것들이 그 동안 종이로 관리되던 행정문서, 정보문서들을 사진의 형태로 전환시키는 작업들이 진행된 것이다. 토지정보 전산화, 주민등록 정보의 전산화, 건물정보의 전산화, 주민 재산 정보의 전산화, 등이 본격적으로 1990년대부터 이뤄진 것이다. 국가 및 주민에 대한 중요 정보에 대한 행정문서의 관리라는 동사무소의 역할과 사명에 있어서 근본적인 변화가 행정전산화라는 작업을 통해 이뤄지게 시작한 것이다. 

행정전산화가 진행되면서 동사무소 공무원들의 기존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속도에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종이문서를 찾아서 대서하거나, 복사해서 나눠주던 기존의 업무방식에 비하면 전산화된 정보를 찾아서 프린트해 주는 형태의 업무방식은 동사무소 공무원들의 업무강도와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행정업무에 소요되는 절대적인 시간소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행정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 동사무소 직원, 공무원들에게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민센터를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노력은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주민센터를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할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시설과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할애하는 것은 적절하다. 이 공간을 통해서 주민들이 마을과 지역에 대한 주인의식을 함양하고, 스스로 좋은 마을로 만들어 가는 활동의 중심이 되도록 하는 것은 적절하다는 것이다.

주민센터는 지역이슈를 해결하는 중심축으로 전환돼야 한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들은 요즘 많은 해결할 이슈들을 안고 있다. 이를테면 고령화 문제, 아이들의 교육 문제, 범죄 문제, 지역 경제 활성화 문제, 일자리 창출 문제, 재래시장 활성화 문제 등 다양한 이슈들을 안고 있다. 지금까지 중앙정부나 지자체들이 이와 같은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정책을 통해서 노력을 해 왔다. 이러한 정책의 집행과정에서 주민센터는 최종의 접점에서 상부 정책을 실행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적극적 의미에서 ‘지역의 이슈’를 지역을 중심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민센터의 역할과 의미를 새롭게 규정하면서 기존의 행정서비스를 넘어서는 새로운 행정서비스를 발굴하고 설계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제기했던 고령화 문제, 아이들의 교육 문제, 범죄 문제, 지역 경제 활성화 문제, 일자리 창출 문제, 재래시장 활성화 문제 등의 문제에 대해서 지역을 중심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행정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다양한 형태로 주민센터 중심의 지역문제 해결 활동의 노력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요즘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서비스디자인이라는 접근법을 공공행정에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전통적으로 물체에 대한 사용자들의 심미적 가치를 창조하는 작업으로 인식되어 왔고, 실제로 이러한 부분에 초점을 두고 지금까지 디자인 작업들이 이뤄져 왔다. 대부분의 디자인은 그 동안 시각디자인, 제품디자인, 산업디자인, UI, UX등의 전문분야로 나눠져서 그 전문성이 발휘되어 왔다. 최근에 이러한 흐름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서비스디자인이라는 개념이다. 디자인이라는 전통적인 방법론을 사용하여, 공공분야의 서비스를 새롭게 설계하는 방법론이 바로 서비스디자인이라고 보면 된다. 

서비스디자인의 과제들이 주민센터와 어떻게 연결이 될 것인가?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주민센터의 변화는 공공행정의 유구한 역사의 흐름과 괘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와 같이 행정전산화가 이뤄진 상황에서 전통적인 역할의 주민센터가 아니라 새로운 서비스를 창조하는 주민센터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서비스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즉, 주민센터는 지역이 직면하고 있는 제반 문제와 이슈들을 해결하는 지역단위의 중심축으로 변모를 해야 한다는 것이며, 주민들의 참여 속에서 지역의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개념의 지역활성화 프로그램과 방법론들이 도입될 필요가 있으며, 그 방법론이 서비스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민센터가 새롭게 지역의 공공행정서비스를 디자인하는 활동들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을 기대해 본다.


주민센터의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문화원은 해방 이후 급속하게 이행되어가는 산업화의 과정 속에서도 전통문화의 보존과 계승이라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 왔다. 전국 200 여개가 넘는 문화원은 그동안 지역 주민의 애향심을 고취하고 자긍심을 일깨우는데 앞장 서 왔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문화원이 처한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아 보인다. 무엇이 문화원이 처한 오늘의 현실인지 몇 가지를 이야기해 보기로 하자. 

먼저 문화원의 정체성 문제이다. 전통적으로 문화원의 활동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것들이 다양한 문화단체의 출현으로 축소되어가고 있고 지역적 편차에 따라 문화원에 부과되는 역할이 분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천 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에 유적이 아닌 곳이 없고, 유물이 아닌 것이 없지만, 보다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문화담당자들이 배출됨으로써 한정된 인력으로 업무를 수행해 왔던 문화원의 전문성이 쇠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율적 운영의 어려움이다. 현재 문화원은 국고보조나 지방정부의 보조금으로 사업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또한 일정부분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 교육 사업이나 기타 부대사업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한정된 인력으로 전통적인 문화원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독립채산제에 입각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이 문화원의 정체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으며 자칫 실적주의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민간기구화 되면서 지역문화 분과를 두고 지역에서의 다양한 문화 활동과 예술의 현장성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활착시키려 하고 있음은 눈 여겨 봐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와해된 지역 공동체 문화의 재생과 확대 재생산에 새로운 시각을 가진 신진 활동가들이 지역주민들과의 유대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 결코 문화원의 역할과 무관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문화유산의 발굴과 보존, 연구 활동 등의 고유한 문화원의 업무가 대학 박물관, 연구소, 문화예술단체 등의 업무와 중복, 충돌됨으로서 자칫 문화원의 역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를 뒤집어 본다면 문화원이 과거의 영역에서 탈피해서 새로운 문화원의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시대의 변화와 민중의 욕구를 감지하고 선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 하느냐의 여부가 앞으로 문화원의 중요성을 가늠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양상은 이미 문화원 내부에서부터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에 그치고 있지만 문화에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인력이 문화원 내로 유입되고 있고 문화원의 역할을 바꿔 보려는 시도가 감지되고 있는 것은 위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

문화원은 지금보다 더욱 확대된 조직과 독립적인 운영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지방정부가 주관하고 있는 축제가 600개가 넘는다. 모든 축제의 동기는 지역의 특성을 살리고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려는 데 있다. 그러다보니 지역의 특색을 살리고 지역주민의 자긍심을 고취하려는 큰 목표는 실종되고 전시적이고 소비향락적인 행사로 전락해버리는 예를 허다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방정부의 편향을 바로잡을 수 있는 하나의 희망을 제시해 보자. 




△용인문화원 문화학교 발표회


지역 축제의 중심축은 문화원이 되어야 한다. 행사의 기획과 결과에 대한 비판과 반성은 문화원에서 시작해서 문화원에서 끝나야 한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몇 가지 전제가 충족될 수 있다면 성취 가능한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각 지역이 가지고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충분한 자료를 축적하고 있으며 토착민의 정서를 지니고 있는 문화원의 인력이야말로 지역 축제를 축제답게 만들고 계승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앞으로의 문화원의 활동방향과도 연관이 있는 사항이지만 지역문화 현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는 문화원이 수행해야할 문화 인력, 시설, 활동내역, 지역민의 문화 향수 실태 조사 등의 연구 활동의 활성화에 달려 있다고 본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시행하다가 중단한 ‘문화의 집’의 선례를 보더라도 새로운 시설을 건립하거나 조직을 신설하는 것은 비용절감의 측면에서나 사업의 집중도 면에서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조성되어 있는 문화원의 조직을 지역의 문화 활동의 허브로 정착시키는 일은 전적으로 지방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다. 곧, 문화원의 활성화는 지방정부의 지역문화 창달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서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용인문화원은 최근 100여명의 회원을 355명으로 늘렸으며, 용인문화원 최초로 자체 적립하는 문화발전기금을 적립하고 향후 지속적으로 적립액을 늘려나갈 계획 등 열정적이고 내실 있는 운영을 통해 활기 넘치는 문화원으로 재탄생 시키고 있다. 350여 명의 회원을 4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용인 서부지역에서 이사 및 문화위원을 확충해 동서 균형 발전을 도모할 계획이다. 더불어 경찰대 부지 활용이 어떻게 결정될지 모르지만 만일 문화원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면 서부지역을 아우르는 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한 포은문화제, 처인성예술제를 비롯해 백암 백중놀이, 시민문화대학, 찾아가는 향토사 교육, 할미성대동굿, 전국역사문화기행, 각종 세미나 및 심포지엄 등을 개최하며 바쁜 문화사업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다. 





△용인 통기타 동아리 축제


‘지역 문화활동’을 한갓 치적으로 생각한다거나 예산 집행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문화원을 지방정부의 산하기관쯤으로 여긴다면 궁극적인 지역문화 창달은 이루어질 수가 없다. 문화 창달에 관련되는 정책은 전시적이거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집행되어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반드시 문화원을 비영리단체로 인정하고 독립성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지역주민의 평판에 구애됨이 없이 지역의 특수성과 독창성을 찾아내고 존속시키는 활동 영역을 보장해 주는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 

전국 단위의 조직을 가진 문화원 연합회는 산재한 지방문화원 간의 편차를 좁히거나 아니면 각각의 특성을 살려 차별화하는 정체성 확립을 도출하는 작업을 시행하여야 한다. 표준화된 사업 매뉴얼이 마련되어야 하고 문화원 인력의 균등화와 더불어 전문화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문화원의 이념 설정은 문화원을 구성하고 있는 인력들의 성향에 끌려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작금의 문화원의 운영 실태는 앞서 지적한대로 타 문화 교육 시설 및 단체들과의 프로그램 중복, 백화점식의 프로그램의 나열로 문화원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현상을 야기하기도 한다. 국회나 중앙정부에서 원칙 없이 입안하고 있는 문화원에 관련된 법률의 개정이나 신설 시도는 이와 같은 문화원의 정체성이 흔들리는데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고 판단된다. 

진정으로 지역주민들에게 사랑받고 지역의 문화를 창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문화원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문화원을 구성하고 있는 인력들이 현재의 문화원의 위치를 냉정하고 바라보고 비판할 수 있는 용기를 드러낼 때 가능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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