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교 송 | 파주문화원 사무국장
I. 들어가는 글
한국철학사상사를 대표하는 큰 학자이고 정치가이며, 기호학파(畿湖學派)의 조종(祖宗)으로 경기도를 대표하는 선현(先賢)이신 율곡 이이(李珥) 선생은 ‘시의(時宜)에 맞는 경장(更張)’을 강조했다.
‘시무(時務)는 어느 때나 일정한 것이 아니고 각각 마땅한 바가 있다. 그 대요(大要)를 요약하면, 창업(創業)·수성(守成) 그리고 경장(更張) 세 가지 일뿐이다. 수성(守成)할 때를 당하여 경장(更張)에 힘쓴다면 이것은 병도 없는데 약을 먹는 것과 같아 도리어 병이 생기게 될 것이고, 경장(更張)해야 할 때를 당하여 준수(遵守)에 힘을 쓴다면 이것은 병에 걸려 약을 물리치고 누워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여기서 율곡이 말하는 창업(創業) · 수성(守成) · 경장(更張)을 현대 술어로 바꾸어 표현한다면, 창조와 계승과 개혁의 의미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율곡은 창조해야 할 시기에 계승만 고집해도 안되고 계승에 충실해야 할 시기에 개혁을 서둘러서도 안되며 개혁을 추진해야할 시기에 계승에만 안주해도 안되기 때문에, 그래서 시대의 인식이 가장 선결과제가 된다고 여겼던 것이다.
율곡은 이러한 관점에 근거하여 자신이 처한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시폐(時弊)가 누적되어 변법(變法)과 개혁(改革)이 절실히 요청되는 경장(更張)의 시기로 보았다. 아울러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개혁할 것이냐 하는 문제에 대해 율곡은 의사(醫師)의 환자에 대한 진단(診斷)에 비유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지도자가 반드시 그 사회의 폐해(弊害)가 무엇인지 알아야지만, 그 시대의 정치적 중흥을 기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의사가 병근(病根)의 소재를 알아야지만 증상에 적합한 처방을 쓸 수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한국문화원연합회 경기도지회에서 추진하는 TFT의 운용(運用)은 율곡 선생이 강조하신 경장(更張)의 현대적 모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문화원 실무책임자들이 사업현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현상과 문제들에 대한 치밀한 조사와 토론 그리고 연구를 바탕으로 한 근본적인 처방을 통해 지방문화원의 현재를 진단하고, 보다 효율적인 문화원 운영의 표본을 제시하는데 TFT의 목적이 있다고 하겠다.
졸고(拙稿)는 경기도문화원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사무국장 Task Force Team의 운용과 관련해서 각 지방문화원들이 마주하고 있는 주요한 과제들에 대한 간략한 미리보기를 통해 보다 다양하고 심도있는 문제 제기와 논의의 촉발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II. 본론
지방문화원의 발전적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①지방문화원의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인식의 공유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며, ②지방문화원 운영 조직의 정비, 그리고 ③지방문화원만의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의 운영 등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실질적 제안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1. 지방문화원의 성격과 역할에 대한 인식의 정립
지방문화원은 지방문화 진흥을 위해 「지방문화원진흥법」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을 말하며, 지역고유 문화의 계발, 보급, 보존, 전승 및 선양, 향토사의 조사연구 및 사료의 수집 · 보존 · 지역문화 행사의 개최, 문화에 관한 자료의 수집 · 보존 및 보급, 지역 전통문화의 국내·외 교류, 지역문화에 관한 사회교육 활동, 지역 환경보존 등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문화 활동, 기타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을 수행한다.
「지방문화원진흥법」은 지방문화원이 시·군 또는 자치구의 행정구역을 주 사업구역으로 하며, 지방자치단체는 지방문화원을 지원, 육성해야하고 이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조례로 정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또 지방문화원은 지방문화원의 균형발전과 지방문화간의 상호협조 및 공동이익 증진을 위하여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전국문화원연합회를 설립할 수 있으며 연합회는 지방문화원의 균형발전을 위한 조사 연구 및 지원, 문화원 자료제공, 교류, 지방문화원 종사자의 자질향상을 위한 연수 등의 사업을 수행한다.
1947년 강화문화원이 최초로 설립된 이후 전국 각 지역에 뿌리를 내려온 지방문화원은 해방이전 일제 강점기와 6.25를 거치며 파괴된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되살리고, 지역의 문화 활동을 주도하는 거점기관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1965년에 제정된 「지방문화사업조성법 및 동 시행령」에 의해 정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문화원의 역할과 기능이 강화되었고, 공공적 성격이 강화됨에 따라 문화원만을 지원하고 규정하는 법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1994년 1월 7일 「지방문화원진흥법」이 제정 공포되었다. 이에따라 그 동안의 사단법인 형태의 문화원에서 공익법인 형태의 문화원으로 격상됨과 동시에 독립된 문화원법을 갖게 되었다.
문화원의 연혁에 대한 장황한 설명은 현재 각 지역에서의 지방문화원의 위상과 관련한 근본적 시각의 정립을 위한 해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의 기초자치단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회단체보조금 지원제도로 인해 문화원은 지역의 다른 문화예술 단체, 심지어는 개인의 문화예술 활동과도 동일한 조건하에서 예산지원을 신청하고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는 독립법의 주체로서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받아야 하는 문화원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기초 자치단체와 그 종사자들의 문화원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문화원 종사자들의 문제인식과 해결을 위한 단합된 노력이 선행되어야할 것이다.
독립된 문화원법의 제정과 시행은 문화원을 타 문화예술 단체와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지방문화원진흥법 제1조 ‘목적’과 제8조 ‘지방문화원의 사업’과 각 지역에서 문화원과 일부분 유사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전국단위 예술단체의 정관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극명히 드러난다.
○ 지방문화원진흥법
제1조(목적)
이 법은 지방문화원(地方文化院)의 설립·운영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지방문화원을 건전하게 육성·발전시킴으로써 지역문화를 균형있게 진흥시키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8조(지방문화원의 사업)
지방문화원은 다음 각 호의 지역문화사업을 수행한다.
1. 지역 고유문화의 계발(啓發), 보급, 보존, 전승(傳承) 및 선양(宣揚)
2. 향토사(鄕土史)의 발굴·조사·연구 및 사료(史料)의 수집·보존
3. 지역문화 행사의 개최
4. 문화에 관한 자료의 수집·보존 및 보급
5. 지역 전통문화의 국내외 교류
6. 지역문화에 관한 사회교육 활동
7. 지역환경보존 등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문화활동
8. 지역문화의 창달(暢達)을 위한 사업
9. 그 밖에 지역문화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
[전문개정 2007.12.21]
○ A 예술단체 정관
제 3 조 (목 적) 본회는 예술문화인의 권익을 옹호하고 한국예술의 국제적인 교류와 나아가서 인류예술문화발전 및 창달에 기여하며 회원 상호간의 화합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 4 조 (사 업) ① 본회는 전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사업을 시행한다.
1. 10개 예술분야 및 관계단체기관과의 상호친목을 위한 각종 친목대회 개최
2. 예술인의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한 권익옹호사업
3. 한국예술의 지향성을 검토 모색하기 위한 심포지움 개최
4. 국내예술 활동에 관한 자료수집과 조사 통계
5. 10개 예술분야의 사업보고 및 국내외 예술 활동 보고대회 개최
6. 한국예술의 해외진출 및 교류
7. 한국예술을 소개하는 종합예술지 발간 보급(국내판, 해외홍보판)
8. 국내외 유명예술인 초청 순회강연회, 토론회 개최
9. 예술진흥을 위한 사회문화교육원 운영
10. 예술정보의 전산망 구축 및 운영
11. 기타 본회 설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부대사업
② 전항의 목적사업의 경비에 충당하기 위하여 필요할 때에는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지방문화원의 목적 사업에는 문화원이라는 단체나 그 구성원을 위한 사업이 없다. 즉, 스스로를 위해서가 아니라 공공의 이익, 문화사업을 통한 지역문화의 창달과 공공 문화 서비스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 같은 공익사업의 시행을 전제로 법의 지원을 받으며 사업추진에 대한 예산을 지원받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예술단체의 경우 단체 설립의 주요 목적이 ‘회원상호간의 화합을 도모함’에 있으며, 이를 위한 ‘친목대회의 개최’와 구성원들의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한 권익옹호 사업’을 주요사업으로 하고 있어 문화원의 그것과 뚜렷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아울러 전술(前述)한사업의 시행을 위해 수익사업을 가능하게 규정하고 있어 공공적(公共的) 성격보다는 사적(私的) 활동에 중심을 둔 사회단체적 성격이 강함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분별의 목적은 단체의 성격과 역할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데 있는 것이지, 비교의 예로 든 단체의 가치를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다. 어떤 단체든 각자의 기능을 통해 지역문화 창달과 문화서비스 제공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기에 대립보다는 상호협조를 통해 동반자적 관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다만 단체간 차이의 인식은 올바른 사업 목표의 설정과 지역 문화행정 및 기타 문화예술 단체와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역할 분담과 협조를 이끌어내는 바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확고한 분별이 필요한 것이다.
2. 지방문화원의 조직 구성에 대한 재고(再考)
지방문화원의 조직은 크게 총회와 이사회, 그리고 사무국으로 구성된다. 총회와 이사회의 효율적 운용, 그리고 사무국의 사업능력에 따라 각 문화원의 활성화 여부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각 조직의 운용 방향에 대한 점검과 쇄신의 노력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1) 수혜적 회원제도의 개편
한국문화원연합회의 지방문화원 정관(定款) 표준안을 보면 ‘회원은 총회를 통하여 문화원의 운영에 참여할 권리를 갖는다’고 하고 있다.
총회는 지방 문화원 운영의 최고 의결기구이다. 민법은 ‘사단법인의 사무는 정관으로 이사 또는 기타 임원에게 위임한 사항 이외에는 총회의 결의에 의하여야 한다.(제68조)’고 규정하고 있으며, 지방문화원 정관에서는 ‘총회는 다음 각 호와 관련된 사항을 의결한다. 1. 임원 선출에 관한 사항 2. 본원의 해산 및 정관의 변경에 관한 사항 3. 재산의 처분·매도·증여·담보·대여·취득·기채에 관한 사항 4. 예산 및 결산의 승인 5. 사업계획의 승인 6. 기타 중요한 사항’을 총회에서 다루도록 정하고 있다. (제24조)
이처럼 총회의 권한이 막중한 만큼 총회의 구성원인 회원의 역할과 위상은 곧 지방문화원의 성쇠를 좌우하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문화원들은 적게는 백여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기도 하다. 회원의 숫자가 많다는 것은 그 문화원의 활발한 활동과 노력을 대변하는 것으로 높게 평가할 수 있으나 실제 문화원 운영에 있어서 플러스적 요인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소수의 회원들이 가지는 친밀도와 끈끈한 결집력을 가지기 어려우며, 회의 정족수 등 정관에 규정된 각종 기준의 충족을 위해 많은 노력을 소모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악의 경우는 임원 출마를 염두에 두고 문화원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전무한 특정인들을 대량으로 문화원에 가입시킨 경우이다. 이들은 오직 한가지 목적만으로 문화원 회원이 되었기 때문에 그 목적 행위가 사라지면 회원 명부 이름만 올라 있을 뿐 실제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회원들이 되어버린다.
이 같은 사례는 몇몇 지방문화원에서 보여진 바 있는데, 문화원의 실체인 회원들의 역할이 막중함에도 불구하고 정관상 회원의 가입과 탈퇴에 관한 지나치게 관대한(?) 규정으로 인해 유사한 행위가 계속될 수 있어 이를 제어할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방문화원 운영에 적절한 회원수를 설정해야 하며, 아울러 문화원에 대한 또는 지역 문화활동에 대한 관심과 기여를 보인 이들만이 문화원의 회원이 될 수 있고, 그 사실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회원제도가 개편되어야 한다.
더해서 문화원 회원들의 역할에 대한 의문과 개선의 방향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현재 대부분의 지방문화원에서 회원들의 역할은 총회에서의 의결권 행사와 각 문화원에서 시행하는 유적답사 프로그램 또는 교육 강좌 프로그램, 축제 프로그램에 초대를 받고 약간의 우대를 받는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문화원에서 시행하는 사업의 수혜자일뿐 능동적인 역할이 거의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그만큼 문화원에 대한 소속감이나 충성도가 떨어지고, 이는 지역의 문화활동이 점점 분화되고 다양해지는 현실속에서 지방문화원이 지역의 문화 중심 조직으로서 위치를 고수하는데 근본적인 문제점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회원조직을 정관상의 회원과 문화가족으로 이분화 하는 방안, 회원의 문화사업 자원봉사 활동 의무화 등의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즉, 정관상 책임과 의무를 지는 회원은 지역문화 사업과 관련해 지역별, 분야별, 연령별 대표성을 가지는 인정받는 이들로 구성해 정예화하고, 단순히 문화적 향유의 대상이 될 문화가족들을 최대한 모집하여 문화원 사업의 수혜 그룹이자 지원그룹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수립할만하다.
또 문화재지킴이 활동, 지역축제 자원봉사 등의 지역문화 활동을 문화원 회원의 의무 규정으로 삼음으로써 문화원 사업에 대한 회원들의 참여를 이끌고 자부심도 고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요약하면 현재의 수혜적 회원제 운영방안을 개선해 문화활동의 주체와 문화향유의 주체로 구분되는 이중적 회원 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2) 임원 구성의 탄력적 운용과 직원 업무 능력의 개선
지방문화원 표준정관을 보면 ‘이사회는 원장과 이사로 구성’하고, 이사는 ‘5인 이상 ~ 30인 이내로 구성할 수 있다.’ 고 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문화원이 30명의 수준에서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지방문화원의 중심체인 이사회의 기능이나 역할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다만, 임원의 선출이나 임원 등기 등 법률적 형식적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관점에서 보면 보다 효율적이고 탄력적인 운용체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2명 또는 3명의 직원이 대부분인 지방문화원의 실정에서 30여명이 참석하는 임원회의를 수시로 개최하는 것 자체도 업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사안의 논의나 협의에 있어서도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수적 조정을 검토해볼만 할 것이다.
또한 이사의 등기 및 변경 등 법률적 절차 이행의 어려움과 원장의 선출 또는 연임 여부를 결정하고 감사를 선출해야 하는 총회에서 표준 정관에서 제시하고 있는 수(數)의 임원을 선출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사를 등기(登記) 이사와 비등기 이사로 구분해 운영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등기 이사의 수를 적정선에서 정해 법률적 요건을 철저히 이행하고, 문화원 운영에 관한 일반적 기능들은 비등기 이사들과 함께 진행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이사의 수를 최소화하고 운영위원을 별도로 선출해 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임원회의를 통해 문화원을 운영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문화원의 실행 조직인 사무국 구성원들의 업무 능력은 곧 그 문화원의 활성화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따라서 직원들의 능력개발을 위한 교육 시스템이 꼭 필요하지만 현실적 여건은 그렇지 못하다.
기본적으로 사무국 인원이 적기 때문에 출장이 불가피한 교육의 진행이 어렵고 예산상으로도 교육관련 예산의 확보가 쉽지 않은 현실이며, 문화원 실무책임자인 사무국장의 빈번한 교체와 고정된 업무패턴도 직원들의 발전적 업무능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주요한 원인이다.
연합회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시대적으로 부각되는 문화사업 프로그램들을 소개하고, 워크샵을 통해 사업 기획능력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운용되고 있지만 사업적 측면에만 집중하고 있어 문화원을 내실있는 조직체로 강화하는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연합회에서 진행하는 전문인력 양성 과정도 수료 후 문화원 내적인 교육과정 수료라는 이상의 가치를 발하지 못한다.
따라서 문화원 신규 직원들을 대상으로 문화원의 탄생과 역할, 지방문화원진흥법 등 법령과 정관, 보조금의 성격과 집행 실무 등의 실질적인 업무교육이 필요하며, 교육의 대외 활용도가 높고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적은 디지털대학 등의 교육비 지원, 나아가 대학내 최고위 과정 개설과 직원 참여 등을 통해 교육에 대한 자기개발의 노력을 사회적으로 공인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3. 지방문화원 사업의 공동화와 차별화
1940년대 후반 태동한 지방문화원은 일제와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상처받고 훼손된 민족정기와 민족문화의 재건을 목표로 하고 있었으며,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문화시책들을 대행하는 역할을 담당했었다.
1970년대에는 향토 고유문화의 전승과 지역문화 창달을 문화원의 사명으로 하여 새로운 방향을 정립하게 되었으며, 80년대 들어서는 이 같은 목적 실현을 위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사업을 전개하였다.
최근에 이르러서는 문화활동을 전제로 한 노인, 다문화가정, 탈북자,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적 차원의 사업이 문화원의 주요한 사업군으로 부상했으며, 문화강좌 사업을 중심으로 한 기존 문화원 사업에 더해 사업분야가 매우 다양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문화원 오랜 중심이 되었던 향토문화 전승 관련 사업은 상대적으로 정체되고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 같은 현상은 다양화되는 문화관련 단체들의 출범과 정부의 문화정책 기조, 문화 향유자들의 욕구 변화 등 다양한 요인에 따른 것으로 무한경쟁의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연합회와 지방문화원들이 치열한 경쟁속에서 고군분투(孤軍奮鬪)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주목할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경쟁구도 속에서 전국의 문화원이 단합하고 통일적인 모습을 지키지 못하고 서로 다른 색으로 나가는 것이 아닌지, 50년에 가까운 역사를 거치며 다져온 정체성의 약화를 무릅쓰고 레드오션을 향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이 같은 우려(憂慮)는 문화원이 독립된 지원법을 갖게 되고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게 된 배경이 어디에 있느냐에 대한 성찰(省察)에서 비롯될 수 있다. 문화원이 정부와 지방행정 기관이 담당해야 할 문화분야의 공적활동을 대신하고, 민족적 정체성을 담고 있는 전통문화와 향토사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전승활동을 통해 국민과 시민들의 자긍심을 지켜왔으며, 또 이 같은 의미있는 사업추진에 있어 문화원의 개척자들이 자비를 털어가며 헌신적 봉사적 활동을 펼침으로써 문화원의 발전이 지속될 수 있었다고 본다.
특히 문화원이 가지는 차별성을 지켜가려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는 사회의 어느 분야에서든 문화적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수도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문화사업 주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문화원이 기존 독점해왔던 고유사업 영역이 대부분 일반화되어 지방문화원만의 기득권을 주장할 수 없고, 지방문화원 역시 문화적 측면을 내세우며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기타 영역에 진출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문화원만이 가지는 특별한 영역을 더욱 강화하고, 나아가 전국의 지방문화원이 공통의 특화된 모습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며, 이를 통해서 지방문화원의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고 국민들의 신뢰도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지방문화원이 가질 수 있는 공동의 사업, 전국의 어느 지역을 가도 이 사업만은 문화원에서 추진한다는 영역을 개발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 민족정기 선양사업
우리민족의 역사를 알고 전통과 문화를 계승하며, 나아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신 선현들의 넋을 기리고 추모하는 일은 무엇보다 가치있고 중요한 일이지만, 그간 오직 지방문화원들만이 체계적이고 지속으로 관심을 쏟았던 부분이다.
일부 문화원에서는 이미 실시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3.1절 기념행사, 현충일 추념행사, 광복절 축하행사 등 민족정기를 바로세우는 일에 문화원에 앞장서야 한다. 기념식을 주최하든가 아니면 문예 행사를 개최하든가 해서 어떤 형태로든 전국의 지방문화원이 함께 해 국가적인 정신문화 교육 사업을 이어가야한다는 소명의식을 가져야할 것이다.
○ 전통문화 전승사업
전통문화의 보존 계승사업은 문화원의 핵심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고 현대와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전통문화 부분을 완전히 포기하자는 의견은 없다. 오히려 문화원의 상대적 내실화와 오랜 전통이 전통문화의 전승이라는 부분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신년 단배례, 대보름축제, 성년례, 단오축제, 기로연 등 우리 역사를 통해 내려온 미풍양속과 전통문화는 지역을 막론하고 문화원에서 주력해야 할 고유사업이라 하겠다.
○ 향토사료관 설립
향토사료관은 말 그대로 지역의 역사적 유물을 전시하고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박물관에 비해 전문성도 약하고 규모도 작아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으나, 지방문화원의 설립단위인 기초 자치단체 범주에서는 시민들에게 지역적 정체성을 알리고 연대감을 구축하는 근거를 제시하는 구체적인 교육의 장(場)으로 활용될 수 있다.
박물관을 설립할 경우 지자체가 감당키 어려운 대규모 예산투입이 필요하고, 박물관이라는 명칭에 걸맞은 전문적 또는 광역단위의 소장물을 보유해야 하기에 오히려 지역과는 관계없는 유물들을 사들여 내용물을 꾸며야하는 억지스러움을 가질 수 있다. 사업 규모나 예산, 전문성 등을 감안할 때 박물관은 광역지자체가 운영하고 기초지자체에서는 향토사료관을 의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테마박물관의 경우는 다르다.)
○ 지방문화원이 지역 문화재단의 역할을 담아야 한다.
박물관과 비슷한 사안이다. 경기문화재단, 서울문화재단 등 광역자치단체의 예산지원으로 설립되고 운영되고 있는 문화재단들도 재원의 한계 때문에 재단 본래의 목적을 추구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있다. 기초 자치단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문화재단의 사정은 더욱 나쁘다. ‘세금을 먹는 공룡’이라느니 ‘지역문화와 유리된 중앙문화의 지방 점령’이라는 평가가 있다.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심각한 고민에서 출발하지 못하고 지자체장의 업적쌓기 또는 중앙의 문화권력자들의 화려함에 심취해 지역의 문화예술인들과 재정적 현실을 외면하고 규모적 측면만 강조한 데서 비롯된 문제들이다.
문화재단의 긍정적 기능은 대부분 지방 문화원들이 담당해왔던 부분들이다. 문화재단 설립의 목적 기능은 광역 문화재단에 일임하고, 기초지자체 단위의 업무는 지방문화원에 이관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다. 예산의 절약 차원에서 또 기존의 지역 문화단체와 인력을 육성한다는 차원에서도 그렇다. 이미 전국화된 공공기관인 문화원을 활용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그 예산이나 기능적 측면에서 훨씬 손쉽고 효율적인 정책이 될 것이다.
지방문화원의 공동사업 추진은 전국 조직체로서 지방문화원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으며, 사업분야의 기득권과 전문성을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다.
III. 나가는 글
본론을 통해 지방문화원의 변화를 위한 몇 가지 검토할만한 사항들을 제기해 보았다. 이 같은 문제제기는 이제껏 문화원이 가져온 차별성과 지속가능한 발전성을 보여줄 수 없다면 문화원진흥법을 비롯한 든든한 울타리들을 모두 잃을 수 도 있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방문화원의 성격과 역할에 대한 인식의 정립은 문화원의 나아갈 바를 명확히 밝혀주는 횃불과 같다고 할 것이다. 또 수혜적 회원제도의 개편, 임원 구성의 탄력적 운용과 직원 업무 능력의 개선을 통한 지방문화원의 조직 구성에 대한 재고(再考), 지방문화원 사업의 공동화와 차별화 등은 나날이 더해 가는 경쟁시장 속에서 문화원의 올바른 자리매김을 위해 한번쯤은 고민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지방문화원은 뿌리 깊은 나무와 같다. 전국의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각각의 모습을 지켜가며 지역문화 창달의 소명을 일궈가고 있으며, 그들이 하나로 더해져 한국문화라는 거목을 키워가고 있다고 해도 넘침이 없다고 본다.
잘 맞춰진 퍼즐처럼 개개의 문화원이 가진 장점들을 모아 가치있는 하나의 그림을 맞추어내기 위해서는 문화원간 소통의 통로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며, 경기도지회에서 추진하는 TFT가 그 역할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첨언(添言)하자면 고정된 틀을 벗어나 변화가 자유로운 TFT여야 한다고 본다. 지방문화원의 지속 가능하나 발전 방안을 마련키 위해 분야별 단계별로 팀의 구성을 변화시키고, 사안에 따라서는 경기도내 지방문화원 전체가 TFT에 참여하는 방안도 적용시켜 볼 수 있을 것이다.
율곡 선생이 일러주신 ‘경장(更張)’의 정신을 늘 마음에 새겨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