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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조직/경영>
지방문화원,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김 장 환 | 용인문화원 사무국장

지금까지 문화원은 열악한 재정 형편과 부족한 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문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향토사료 수집 및 발간, 지역 문화행사의 개최, 문화교육과 향수기회의 확대, 시민문화 프로그램 운영, 각종 경연대회, 공연과 전시 등 지역문화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특히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 선인들과 지역민들의 사라져 가는 삶의 모습들을 기록으로 정리하는 지역문화의 ‘기록자’ 및 ‘청지기’로서의 역할과, 이를 오늘에 되살려 재현하는 ‘보존과 전승자’로서의 역할은 거의 전적으로 문화원의 성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뿐만 아니라 취약한 지역사회의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공공 문화서비스와 주민들의 생활문화의 질적 수준 향상에도 힘을 기울여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고루 나누어 주는 ‘분배자’ 또는 ‘공급자’로서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는 문화원의 기여라 할 것이다.
오늘날 세계화의 큰 흐름이 지역화를 동반하고 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지역문화가 정책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지역문화와 그 진흥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화의 거센 흐름과 지역발전이 곧 나라의 발전이며 지역문화의 진흥이 국가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에서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문화의 중심에 있는 문화원이 부여된 과제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데는 수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예컨대 전문 인력의 부족, 예산확보의 불안정성, 세대간의 소통 통로의 미흡, 지역의 다양한 문화단체 및 기반시설과의 유기적 협력체제 결여 등은 개선해야 될 취약점으로 꼽힌다.
이에 반세기 동안 지역 문화사업에 중심적 역할을 해온 지방문화원이 문화가 국가 경쟁력으로 강조되는 시대를 맞아 그 역할을 어떻게 재정립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몇 가지 제시해 보고자 한다.



■ 문화원장의 리더십과 조직력 강화

지방문화원 조직에는 중요한 의결기구인 이사회가 있지만 실제로는 원장 중심체제로 운영되는 문화원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문화원장의 자질과 리더십은 문화원 조직과 방향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화정체성에 까지 영향을 미치므로 매우 중요하다. 지역사회 정신문화의 축으로서의 문화원장은 무엇보다도 지역문화에 대한 비전 제시가 있어야 한다. 지역문화는 지역의 정체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지역문화를 이끌어 가는 문화원장은 문화에 대한 관심은 물론 전문적 지식을 갖추어야 할 뿐만 아니라 문화발전을 조망하고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추진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와 함께 문화원의 조직력을 강화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비영리 단체인 지방문화원은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이사나 회원들이 일반 기업이나 이익단체와는 달리 문화적 동기에 의해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조직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조직력의 생태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문화원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분과위원회와 소위원회 제도를 상설화하고 이사나 회원들에게 업무를 분장하여 소속감과 책임의식을 갖게 함으로써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 전문성 확보와 인력 확충

문화원이 지역주민들이 기대하는 문화예술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을 확보하여 기획능력을 높이고 효율적인 경영을 도모해야 한다. 문화원 업무의 다양성과 업무량, 그리고 역할과 기능을 감안할 때 문화원 상근 인력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고 보수가 낮기 때문에 전문 인력의 확보가 어려운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아무리 풍부한 문화자원과 좋은 문화공간을 갖추었더라도 기획 및 경영 능력을 갖춘 전문 인력이 없다면 효과적인 문화사업은 이루어질 수 없다. 현재와 같이 말단 공무원 수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직원 급료 체계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력의 확보나 직무능력 향상에 대한 직원들의 의지나 노력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고 이런 현실에서 문화원의 창의적인 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직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건비 예산을 확대하여 사무직원들의 직무 의욕을 높이고 동시에 업무 연수를 강화해야 한다. 업무 연수는 형식적인 교육이 아니라 기획과 경영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전문화된 문화 실무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의 인건비 예산 지원도 현재와 같이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지방문화원진흥법에 의거하여 연합회 차원에서 공무원 급료체계에 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원활한 문화원 업무를 위해서는 사무국장을 중심으로 향토문화 전문가, 문화교육 담당, 행사기획 및 문화 컨텐츠 담당, 일반행정(회계) 담당 등 분야별 최소한의 전문 인력 수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 문화원 재정구조 개선

지방문화원의 사업을 소신껏 추진할 수 있는 안정된 재정확보는 전문인력 충원, 사업 프로그램 개발, 시설확충, 정보화 추진 등의 전제조건이 된다. 문화원의 열악한 재정구조 개선을 위해 자립화 방안과 외부 재원의 유입방안, 그리고 기금 조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선 수익자 부담원칙을 적용해 자치단체의 문화 관련 수익사업 중 가능성이 있는 것을 문화원에 위탁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고,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과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해 기업인들이 참여하는 지역메세나협의회를 조직하여 문화원 지원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또 문화예술진흥에 필요한 기금을 확보하기 위해 자치단체별로 ‘지방문화원육성기금조성조례’를 제정하여 운영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볼 수 있다. 최근 지방문화원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고 세부 시행령이 대통령령으로 공포가 되면 조례의 제정이 훨씬 수월해 질 것으로 본다. 



■ 향토사 연구기능 확대

각종 지역사회개발 사업으로 인해 문화유산이 훼손되기 쉬운 현대사회에서 문화원은 향토사료 조사 및 보존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나아가 이러한 자료와 정보를 적극 활용하기 위한 사업도 병행해야 한다. 또한 문화원의 활동은 기존의 관행에 따른 고답적이고 과거 회귀적인 접근보다는 변화하는 사회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산시켜야 한다. 
어느 시군이나 마찬가지로 지역민의 기억을 통해 구전되고 있거나 공개되지 않고 개인이나 문중이 소유하고 있는 사료들이 허다하다. 따라서 지역에 산재해 있는 다양한 문화자원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지역 고유의 문화자원이 소실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프로토콜 타입의 문화원형을 발굴하여 콘텐츠화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지역민들의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역사자료들을 텍스트화 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격랑의 현대사를 지역사회와 함께 해 온 각 분야의 원로들을 대상으로 구술생애사를 정리하는 것도 중요한 사업이다. 더불어 데이터베이스를 활성화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 지역 특성에 맞는 특화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오늘날 지역문화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대다수 문화원들이 주민자치센터나 평생학습센터와 같은 여타의 시설과 차별화되지 않는 유사한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한다. 즉 여러 문화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보면 시민들의 취미나 흥미 위주의 여가생활과 관련한 프로그램들이 대부분이고 오히려 문화원의 특성을 살리거나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전문성 있는 프로그램은 상당히 빈약한 형편이다. 물론 시민들의 취미생활을 위한 일반 여가 프로그램 운영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여타 시설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굳이 문화원에서 까지 중복 운영할 필요가 없고, 전문성을 갖추어야 할 문화원이 주민자치센터 등과 다를 것이 없다는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된다면 문화원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다. 문화원의 성격에 맞고 문화원만이 할 수 있는 독창적인 문화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지역의 문화 환경을 기반으로 한다면 더더욱 좋다. 지역에 내재된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인식을 확대하여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문화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야 한다. 타 지역의 문화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되 그 지역의 특색에 맞게 재구성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나아가 문화원연합회에서는 전국에 산재한 문화원만의 독창적인 프로그램들을 표준 모델화하여 커리큘럼을 각 지역 문화 환경에 접목시키는 노력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 지역 문화축제

많은 지방문화원들이 지역에 내재한 고유한 문화자원을 기반으로 다양한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그런데 많은 축제들이 고유의 소재들을 부각시키지 못하거나 명칭만 다를 뿐 타 축제와 거의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차별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획일적 이벤트 행사로 운영되는 경우도 있다. 지역문화축제는 지역의 문화자원을 소재로 하기 때문에 그것을 축제에 얼마나 많이 동화시켰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축제의 소재인 문화자원은 지역을 상징하는 것이며, 행사를 관람하는 방문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즉, 축제를 구성하는 콘텐츠가 주제와 얼마나 부합되게 구성되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고답적인 전통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축제는 대중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획자는 축제의 테마를 명확히 설정하고 그 테마를 다양하게 확대하여 유희성, 교육적 가치들을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축제 기획은 무엇보다도 전문가의 식견이 중요하지만 문화원의 환경을 감안한다면 현실적인 대안으로 전국의 잘 나가는 유사한 축제들을 찾아다니며 축제의 이면까지 살피고 창의적으로 수용하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 문화 네트워크 구축

다양한 채널을 통한 문화 네트워크의 구축이다. 지방문화원이 답보 상태에 머무는 원인은 지역사회의 문화 소프트웨어가 부족한데서 기인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므로 장기적으로는 지역문화 콘텐츠의 개발 등 적극적인 문화 활동을 통한 내재적 변화가 필요하겠지만, 중앙과 지역 간, 지역과 지역 간, 그리고 지역 내의 물적, 인적 문화교류 활동을 촉진시키기 위한 문화네트워크의 구축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 내에 소재하고 있는 대학이나 연구소, 문화 전문 기관과의 유기적인 교류는 문화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원은 다양한 채널의 문화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문화원과 지역문화 활성화를 꾀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 문화원에 대한 인식제고를 위한 노력 필요

문화원이 어떤 조직이고 어떤 일을 하는가를 지역민들에게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시민들 중에는 문화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문화원을 홍보하기 위해서 우선 주민들이 문화원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수요를 조사하여 고객 지향적인 계획을 세우고, 차별적인 이미지를 개발하여 이를 경영에 활용해야 한다. 또한 자치단체와 시군 의회의 인식의 변화이다. 경기도내 일부 자치단체는 지방문화원의 사업에 대하여 여전히 ‘부수적’으로 수행하는 것이거나 ‘시혜적’으로 베푸는 듯한 관행을 가지고 있는 곳이 많다. 지역문화의 진흥과 육성은 법률에 규정된 국가의 의무사항이므로 자치단체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은 결코 시혜적이거나 부수적인 협조사항이 아니라 당연한 의무사항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특히 시군 의원들은 문화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하여는 다 같이 공감하고 있으나 예산 지원이나 피부로 와 닿는 관심 면에서는 거리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시군 의원들의 문화원에 대한 관심과 문화적 마인드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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