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병 은 지혜로운봄 대표
2016년 11월 17일에 진행된 3차 지역문화아카데미의 강의 내용을 정리했다.
■ 사례1 | 도예작가 니시무라의 도전
제가 올해 5월, 우연치 않게 일본에 다녀오게 되면서 한 도예작가가 제 눈에 들어왔다. 이 사람은 흙으로 그릇을 빚는 작가이다. 이 분이 다음과 같은 고민을 하더라.
“도예 작품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시작했어요. 내가 만든 작품이 그릇이냐. 작품이냐 아니면 물건을 담는 그릇이냐 이거죠. 원래는 그릇이 본질이잖아요. 작품이기 이전에. 그런데 물건을 담는 그릇은 비어있어야 그 쓸모를 다한다고 하잖아요. 그럼 비어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담아야 하는데 이 담는 내용물에 대하여 내가 알고 있는 게 없다”
(니시무라는) 거기서부터 시작을 했다. 무엇을 담는다는 본질, 그래서 그 무엇이 무엇인 이유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래서 벼농사를 짓고, 만들어진 쌀로 도기 솥을 만들었다. 그리고 염전 밭에 나가서 소금 채취를 직접 한다. 그리고 소금 그릇을 만들었다. 그런데 다음번 고민이 무엇이냐면 도기 솥을 만들었는데 이 도기솥으로 밥 짓는 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동네 할머니를 섭외해서 밥을 짓기도 하고, 쌀 반죽을 해서 떡 만드는, 안이 울퉁불퉁한 것이 들어가 있는 (절구 같은) 도기 그릇, 그 안에다 쌀을 넣고 찧고 빻아가지고 만드는 것들을 한다. 그래서 그릇이라는 도구와 기능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바라보는 그런 활동들을 살면서 한다. 그냥 이게 (니시무라의) 삶이다.
그러고 나서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과 행위의 의미를 찾기 시작한다. 도기를 빚고 (그 그릇으로) 마시는 등의 행위들을 하면서 동네에 있는 다례를 하시는 분을 초빙을 해서 그 자리를 꾸민다. 그래서 다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마련한다. 작품으로써 유리관 안에 들어가 있는 다기가 아니라 차를 마시는 사람 앞에 있어야 되는 것이다. 이사람 표현이 ‘다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마련해서 이 다기를 이용해서 차를 마시는 행위를 한번 해봤더니 자부심마저 생기더라’는 것이다. 예의, 차를 마시는 행위가 갖는 예의를 보고 굉장한 느낌을 깊게 받는 거다.
그리고 술을 빚고 마을 축제를 관장하는 사제가 있다. 빚은 술잔을 준비하고 축제를 관장하는 사제를 초빙해서 술에 대한 배움을 같이 함께한다. 이게 축제에 술이 올라갔을 때 어떠한 의미인지를 만들어 가는 거다. 마을에서. 그래서 자기가 만든 주병과 술잔으로 있어야 할 자리를 만드는 거다.
나의 활동이 그냥 “하나 만들었어, 만들 때 느낌이 어때.”가 아니라 본질에 대한 고민을 같이하는 것이다. 이 분이 술 빚는 분을 모셔서 (마을에서)하는 거다.
그리고 직접 벌꿀을 친다. 아이들이 오면 자기가 빚은 꿀항아리에다 꿀을 담아서 먹는 활동을 한다. 이 아이들하고 얘기를 할 때, 벌에 대한, 꿀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러운 것이다.
니시무라가 운영하는 갤러리와 도예공방 앞(마당)에 이상한 것이 있었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가마를 만들었나 했다. 부엌이다. 부엌에서 이 사람은 노 플랜 파티라는 것을 한다. 그게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자급자족 파티다. 그래서 플랜이 없다. 그냥 지역 요리사들이 혹은 음식을 만들고 만들어서 먹는 사람들이, 그릇 만드는 사람들과 음식 만드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모임이다. 그릇을 쭉 가져온다. 본인이 만든 그릇이다. 그리고 음식 만드는 사람들은 본인 음식을 그 그릇에 담을 것이다.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여기에는 누가 요리사여야만 모이는 것이 아니라 (관심있는)젊은이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연령층에 대한 제한은 없다. 직접 불을 때서 만든다. 곤로나 가스가 없다. 하나씩 (아궁이?) 차지해서 음식을 만들고 상을 차린다. 테이블 세팅도 알아서 스스로 한다. 자급자족 파티가 되어 버리는 것인데, (공방 앞마당에서 진행하고 있으나 )지금 언덕 너머에 새롭게 짓고 있다.
동네를 다니면서 부뚜막 같은 것을 얻어온다. 이게 가만히 보면 부뚜막처럼 생겼는데 개량된 부뚜막이다. 구멍에 불을 집어넣고 불을 때는데 이것이 공기구멍이다. 이거를 사용하던 할머니한테 얻어왔다더라. 자기가 만든 그릇하고 바꿔왔다더라. 지금 집을 짓고 있는데 이 분(니시무라)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당신이 먹고 있는 음식은 저기 옆에 있는 밭에서 나온 것이고, 이 음식은 이 할머니가 이래 이래 이렇게 만들어 준거야. 그리고 당신이 먹는 그릇은 저 아래 공방에서 만들어진 거다. 우리 동네에는 두 개의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데 산 아랫마을에서는(지금의 공방) 도기 가마 굴뚝에서 연기가 나고, 산 위쪽에서는 산 속 부뚜막 굴뚝에서 연기가 올라올 것이다.”
이것을 상상하고 지금 만들어 가고 있다. 이거를 계획하면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살면서 하고 있다.
이 분이 결국은 나의 활동에 대한 고민을, 삶에 대한 태도에서 부터의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내가 이렇게 바쁘게 살고 있는데, 그리고 이 분이 시내에 갤러리를 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그런 카페도 운영하고, 작품도 만들고 있다. 재밌는 작업은 뭐냐면 작품을 의뢰받아서 만드는데 ‘우리 집 앞마당 흙으로 해주세요.’그러면 그 흙으로 작업을 한다. 요즘엔 태토 작업이 다 되어 있는 흙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분의 공방을 가보면 물레치는 실내 공방보다 태토 작업을 하는 바깥 공간이 더 크다.
손으로 다, 그야말로 전통적인 방법으로 시작과 끝을 맺는데 그 하나하나 활동에 새로운 관점과 태도가 있는 것이다.
결국은, 그릇 만들고 음식 담아서 차 마시는 프로그램을 하고, 술 마시는 프로그램을 하고..... (보이는 것은) 우리와 똑같다. 우리는 그 프로그램을 다 하고 있어. 라고 하지만 들여다보면 우리가 하고 있는 것과 다르다.
■ 사례2 | 누구나 학교
누구나 학교이다. 배움과 나눔에 대한 플랫폼이라고 한다. 수원시 평생학습원 정상훈 관장님이 쓴 글과 진행하고 있는 내용들을 심포지엄 가서 보고서 ‘와! 이거 재밌다’ 라는 느낌을 받았다.
말그대로 누구나 학교이다. 누구나 학교를 열 수가 있는 것이다. 누구나 가르칠 것이 있다라는 것이다. 자격증이 있어서, 그리고 누군가의 경험이 출중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지식과 경험은 누군가에게 필요하다. 그리고 누군가의 지식과 경험은 당신에게 필요하다. 그래서 학교, 나이, 직업, 자격증과 관계없이 누구나 가르칠 수 있는 학교이다. 그러니까 가르침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배움과 나눔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필요한 모든 주제가 강의가 된다. 그래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생활에 필요한 많은 것들은 학습기관에서는 미처 배우지 못한다. 지혜, 지식, 노하우 등은 사실은 살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면 소소한 일상도 경험도 재미도 삶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나누고 배우는 학교 안에서 학교를 개설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가르치고 배우며 서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배움이 비쌀 이유가 없다. 배우고 싶지만 비싼 비용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 지식 공유, 지식 공헌, 학습 문화를 만들어 가는 거다. 함께 성장한다. 그 다음에 마을과 사람을 연결한다. 우리 마을에 이웃들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평생학습형 마을 만들기 실현을 지금 이곳에서는 하고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겠다. 학생들이 여는 누구나 학교가 있다.
‘여고생 민경이의 재미난 미술사’는 민경이라는 여고생이 학교를 개설했다. 나는 미술에 관심이 있는데 미술사를 함께 해보자 모여라 이다.
‘장학생 성철군의 공부법’. 이게 마감됐을 거 같은 느낌인데 이 친구가 와서 나의 공부법을 얘기해주는 것이다.
‘예린이와 함께 보는 지식채널-e’. 지식채널이 짧은 시간동안 압축적으로 이야기가 돌아가는데, 그 안에는 굉장한 역사와 사회, 세계사, 인류학 다 들어있지 않나. 지금 잠깐 상상해보면 지식채널-e를 예린이와 함께 보고 난 후에 더 많은 이야기가 오고갈거란 걸 상상이 할 수 있다.
부모들이 여는 누구나 학교가 있는데 엄마들의 힐링 스쿨, 엄마표 생활영어 등이다. 평생학습에서 연장이 된 것 같은 프로그램이다.
전문가들이 여는 누구나 학교도 있다.
‘우리 동네 의사선생님의 굿바이 디스크’. 우리동네에 디스크 관절 전문의가 살고 있는데, 그 의사선생님이 디스크 관절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거다. 친절히 얘기해 주겠지만 이 의사 선생님은 고객확보에도 좋을 것이다.
‘수요일에 만나는 착한 가정 경제 멘토. 재무 상담사와 함께하는 보험 다이어트’. 지금 내주머니에서 새고 있는 돈이 얼마인지 잘 모른다. 아파트 관리비에 대해서 조목조목 알고 있는 분들도 얼마 없다. 얼마 전 후배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 너무 많은 보험료가 나가서 자기가 정리하려고 봤더니 아버지의 압력으로 가입했던 보험이 있는데 한 십 몇만원을 매달 내고 있다더라. 어느 날 보험사에 보험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봤다더라. 이게 도대체 어떤 보험이냐. 죽으면 타는 거냐. 죽으면 타는데 죽는데도 조건이 있다더라. 배를 타고 죽거나, 기차를 타고 죽어야 받는다는 것이다. 이 친구는 주로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즉시 해약했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지금 내 돈이 어떻게 쓰고 있는지 모른다는 말이다. 주체적 비용을 쓰고 있지 않다는 거다. 그만큼 잘 모르는 것이다.
이런 것들로 동네에서 즐겁고 재미있게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솜씨 좋은 이웃들’. 발렌타인 때 수제초콜릿 만든다고 난리지 않나? 막 그릇에 녹이고.
‘졸업맞이 꽃다발 만들기’. 꽃다발이 엄청나게 비싸다. 사실 알고 보면 하나 가격으로 만들어서 이웃집도 나눠줄 수 있는 그런 상황이다.
‘기관 실무자들이 여는 누구나 학교’도 시범을 보여 솔선수범을 하신 거 같다.
‘볼매녀의 프레지 맛만 보기’다. 이 분도 잘 못한다는 걸 학교이름에서 알 수 있다. 맛만 보기... (여러분)프레지를 알고 있나?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하나이다. 프레지는 파워포인트 보다 조금 더 역동적이고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다. 강의를 구구절절이 하지 않고 맛만보기 활동을 하는 거이다. 학생들한테 꽤 인기가 있었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관장님이 사진을 찍는 걸 좀 하시는 거 같다. 사진을 찍고나서 보정하는 거다. 소위 말하는 포토샵. 요고를 개설했다.
환경지킴이들이 여는 누구나 학교. 동네에서 활동하는 환경지킴이들의 학교라 생각되는데 버려진 종이로 만드는 쇼핑백, 패트 병을 이용한 수경 재배 만들기, 흙, 식물을 이해하고 친해지기. 이런 것들을 지역의 활동가들을 함께 엮어 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시니어가 여는 누구나 학교는 ‘생생놀이단’. 여기 평생학습원에 생생놀이단이 있다고는 하시더라. 이 분들이 우리가 어떻게 전통 놀이들을 가지고 아이들과 노는지 풀어내는 것이다.
요렇게 활동들을 하고 있어서 누구나 학교인데, 이곳에는 “뭐라도 학교”가 또 있다. 누구나 학교는 누구나 학교를 열어서 배움을 나눌 수 있다는 거고, 뭐라도 학교는 뭐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구나가 주최에 방점이 있다면 뭐라도는 하는 활동의 내용에 방점이 찍히는데 뭐라도 학교는 시니어 클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것도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회가 되면 뭐라고 학교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이 사례는 아마 문화원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거 같다. 뒷수발이 만만치 않은 것 같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지역에서 자원, 역량 있는 분들이 치고 나가 주어야 한다. 관리는 문화원 기획자들이 지지해 주셔야 되고 나름의 룰을 만들어 나갈 때 조정해 주어야한다. 그러데 하나둘씩 정착해 나가면 굉장히 증식이 빠를 거 같은, 세포분열처럼 빠를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티칭에서 러닝으로 바뀌었다는 느낌이다. 일방향적인 가르침이 아니다. 공급자 중심의 프로그램 제공이 아니다.
그동안 해왔던 것들은 옆동네 주민자치센터에 ‘야 이거 대박났대.’ 그러면 우리도 한번 해볼까 해서 만들었다. 어느 날 요가가 유행하면 요가가 쭉 간다. 어느 날 밸리 댄스가 유행하고 있으면 밸리댄스가. 같은 강사가 지역을 쫙 돈다. 공급자 중심은 어디까지나 이런 한계가 있는 거다.
주민 중심 프로그램을 주도했다라고 보여진다. 기관의 자원과 능력, 제한된 기획력이란 한계를 공급자 중심의 프로그램에서는 가끔 있다. 우리 기획자들은 램프에서 나오는 ‘지니’가 아니다. 문지르면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란 말이다. 그러면 어쨌든 기획력에 한계는 있다. 기획력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들을 동네 주민들로부터 찾아가는 거다.
그다음에 유행에 따른 변별성 없는 프로그램에서 다양성과 세분화된 내용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소수가 와도 진행이 가능하다는 거다. 그동안 강사비가 뽑아지지 않으면 폐강됐다. 이것에 대한 불합리함을, 소수자가 요청하는 것에 대해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그것들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리고 시민참여형에서 시민 주도형으로 진행이 가능하다. 강의실 배움에서 삶의 현장이 배움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전문가들의 지식에서 개인의 지식과 경험도 배우고 나누는 꺼리가 될 수 있다는 생활 속에서의 앎과 배움의 나눔이다. 수강생은 끝나도 수강생이었다. 초급부터 중급, 고급, 끝나면 다른 거(강좌) 초급. 이렇게 진행됐다. 수강, 어떤 강의를 들을까를 이렇게 건너뛰기 널뛰기 하듯이 다니는데 그게 아니라 내가 한번 해봄으로 인해서 마을의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담보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주도 해봤으니까 거기에 대한 욕구의 또 다른 방향으로 머리를 쓸 수 있게끔 계속 상호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특정 강좌 안에서 머물렀던 것이 연계와 융합이 되는데 결국 그것이 뭐냐하면, 민정이의 e-채널 같이 읽기를 했는데 영상물을 같이 봐줘야 되지 않나. 영상을 같이 보면서 옆에서 연주하는 팀과 엮어서 공연을 좀 더 활발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고, 수강생의 강좌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다른 방식의 연계 융합이 일어날 수 있는 시너지를 감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방법을 좀 적용을 한번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사 중심은 강사 주도형으로 강제성이 많이 흐르기도 하는데, 이것이 꼭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주민 주체의 형태로 만들어 가는 것도 좋지 않겠나 하는 것이다.
■ 사례3 | 희곡 읽기
희곡 읽기이다.
참여자로 완성되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있다. 언젠가부터 낭독 프로그램이 유행을 하고 있다. 낭독 프로그램, 낭송 프로그램. 함께 읽어가는 것이다.
이 팀은 희곡을 읽는다. 시를 낭독하고 낭송하는 것도 좋은데 희곡이라는 것은 대사로 만들어져 있다. 그러니까 무대에 올리는 것을 전제로 해서 만들어 지는데 희곡이기 때문에,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결국은 혼자 읽기보다 여러 명이 낭독과 낭송을 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읽기 낭독 프로그램인데 희곡을 선택했다는 것이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이 프로그램은 서울 마포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처음엔 극짓는 사람들 000 이라는 창작 극작가 분들이었다. 이 분들이 글 쓰시는 분들이다. 그리고 이 글을 올려서 연극화 해내는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다. 이 분들이 이제 책읽기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셰익스피어를 하겠다고 나왔을 때, 이것을 어떻게 진행할까 궁금했다. 가서 봤는데 낭독 공연도 하고 희곡 읽기를 한다. 올해가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이다. 어떻게 보면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두 개를 작품을 읽는다. <한여름 밤의 꿈>을 읽고, 그 다음에 <부르주아 귀족, 검찰관>이라고 하는 또 다른 몰리에르 작품을 읽는다. 희극을 읽다 보니까 즐겁고 재미있어진다. 이것들을 서로 나눠서 읽으면서 낭독 공연을 하는데 이게 짝을 지어서 자기가 읽었던 부분에 밑줄 긋기, (밑줄 그인 글들에 대한 느낌을)서로 나누기 이런 작업들도 한다. 그리고 테이프로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쭉 금을 긋는다. 이쪽이 무대이고, 저쪽이 객석이다.
그거 아시죠? 마당에서, 동네 운동장에서 아이들하고 놀 때, 동그랗게 원을 긋고 선을 긋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게임의 세계가 된다. 선을 긋는 순간 게임의 세계에 들어가 버리기 때문에 그 안에서는 평상시의 룰과 다른 룰을 적용하게 된다. 그래서 이게 놀기에 아주 훌륭한 조합인데, 이 분들은 줄을 쭉 그으면 이쪽은 무대고 저쪽은 객석이 된다.
굉장히 재밌게 나름대로 작품을 해석 한다. 왜 그렇게 했느냐 라고 물어보면 거기에 대한 답을 굉장히 잘 만들어 가시는데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고전이 갖는 특징은 세대를 초월한다는 것이다. 부르주아 귀족 이라고 하는 작품이 졸부들의 얘기다. 지금이랑도 다르지 않다는 거다. 그것에서 사람들이 세대를 뛰어 넘는, 시대를 뛰어 넘는 공감대가 형성이 된다. 고전이 갖는 강력한 힘이다. 그래서 그 안에서 얘기를 나누어도 그 시대 16세기, 17세기가 아니라 지금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통해서 그 시대를 성찰해 볼 수 있다.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동네 축제에 와우북 페스티벌이 있는데 한 꼭지 낭독공연이 진행된다. 라디오 드라마, 이런 거와 같은 형태로 낭독공연을 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뭐냐면 공연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와우북 페스티벌에 나가 가지고 뭔가 한다는게 압박감을 받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은 다른 일들을 한다. 소품을 담당하거나, 무대를 담당하거나 각 역할에 맞는 일들을 맡긴다. 그것은 기획자의 촉이다.
또 특강도 한다. 해외 낭독공연 사례를 보여준다. 마포구에 있는 극단들, 관계되는 배우를 초청해서 내 목소리로 희곡 읽기를 같이 한 번 해 보는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건 배우들이 좋아한단다. 와서 같이 읽고 하는 행위를.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서 연극도 관람했다. 한여름 밤의 꿈을 읽고 가서 볼 때와 그냥 볼 때는 엄청나게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갔다 와서 다시 한여름 밤의 꿈을 같이 낭독을 한다고 하면 또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여기의 특징은 사업 장소, 사업 대상, 사업 시간의 케미가 잘 이루어 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탈 우정국, 옛날에 우체국이었던 장소인데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 돼서 근대건물 느낌이 난다. 젊은이들 이런 거 좋아하지 않나. 그리고 두 개의 프로그램이 크로스 돼서 진행이 된다. 두 개가 주 2회씩 크로스 돼서 진행이 된다. 왜냐면 하나는 월요일 저녁 7시 30분이고, 하나는 수요일 오전 10시 30분이다. 그리고 특강은 금요일 날 이루어진다. 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은 밤에 올 수밖에 없고, 주부들은 오전이 편하다. 그리고 특강은 주로 배우들이 와야하니 저녁때 모여서 하는 게 좋을 것이다. 크로스 돼서 진행이 되니까 두 개를 다 참가할 수도 있다. 아니면 내가 편한 곳으로 갈 수도 있다. 그리고 재미있는 건 책을 한권만 갖고 하는 게 아니라 책이 바뀌지 않나. 그러면 내가 여기 참여했다가 여의치 않으면 이쪽으로 참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한참 리플렛을 보고 들여다봤는데 마을에서의 이런 크로스 된 시간의 변화가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재미있는 현상은 이들이 대학 잔류학생이라고 표현하더라. 졸업하지도 못하고 공부하지도 못하는. 졸업하자면 취업난을 겪고 공부하자니 졸업해야 될 거 같고. 그래서 휴학계를 내놨지만 그렇다고 사회인은 아니다. 그것을 대학 잔류학생 이라고 표현한다. 마포구 거주하는 이런 친구들이 저녁시간 때에 와서 참여를 한다. 소위 말하는 인문적인 소양을 갖고 싶은데 인문학을 가르치는 학원도 없고, 그렇다고 학교에서도 해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혼자 하자니 자기 주도성은 좀 떨어지고. 이런 친구들이 찾아와서 함께하는 것이다. 결국은 지역성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사업의 특징을 갖고 있다.
그리고 재미있었던 것은 이미 읽는다는 기본 활동에 대해 누구나 공감하고 시작했다는 것이다. 희곡 읽기기 때문에 제목에 목적성을 강하게 띠고 있다. 그래서 읽고 가야 되겠다 라는 목적이 있다.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은 이미 책을 읽는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진행자가 ‘이걸 이렇게 해야하구요, 다음엔 꼭 참석해 주셔야해요.’라는 구구절절한 설득을 생략하고 할 수 있다. 재밌는 거는 강사를 기다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앉아서 읽기를 시작하면 되니까. 그리고 강사의 특별한 스킬이 필요하지 않는다. 여기에 스킬이 들어가면 오히려 여기 있는 사람들이 거부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책을 읽으러 왔는데 뭘 또 딴거 하자고?가 된다. 그러니까 참여자들의 적극성마다 진행수위는 달라진다. 그러니 그 적극성을 강사와 기획자들은 바라보고 맞춰 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 된다. 어찌보면 용이하게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일 수 있다. 여기에서 다른 방향으로 뛸 수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이 있다. 낭독극으로로 간다던지, 아까 얘기했듯이 라디오 공연으로 간다던지 아니면 연극 쪽으로 아예 가보겠다 해서 갈 수 있다. 희곡 읽기 프로그램에서 새끼 칠 수 있는 여지가 굉장히 많다. 그리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읽기의 반복이라고 하는 프로그램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무엇을 할 것이라고는 명확성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그리고 목적과 활동 내용이 다르지 않다. 아주 명징하다. 날것 그대로 원재료의 맛을 살려서 이것을 꼬고 엮고 해석하고가 아니라 ‘책을 읽는다. 그리고 함께 낭독한다. 그리고 감상한다. 이야기 한다.’이다. 그러니 처음에 책 읽고 독후감 쓰세요 했으면 아마 안 되었을 것이다.
이게 문화예술 프로그램이니 문화예술 이라고 하는 틀에 들어가냐 안들어가냐 굳이 따진다. 사실 따질 이유가 없는데 지역으로 내려가고, 생활로 내려가면 따질 이유가 전혀 없는데 도서관 프로그램이니 문화원 프로그램이니 이걸 굳이 따진다. 그럴 경우에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되게 재밌었다.
■ 사례4 | 음악으로 함께 무엇을 보다 OO보다
음악으로 함께 무엇을 보다 OO보다. 우리 한국말에는 보다라는 말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눈으로 보는 것도 보는 거지만 만져 보는 것도 만져 보다. 얘기해 보다, 만들어 보다, 연주해 보다, 함께 보다. 뒤에 붙는 서술어 접미사에 –해 보다라는 말이 많다. 그래서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음악으로 OO해 보는 거다.
이 팀의 사업대상은 효자동 주민과 청소년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이 프로그램으로 들어간다. 효자동에 시각 맹학교, 옛날 표현대로 하자면 맹학교 두 개가 있다. 시각 장애인들이 다니는 학교가 있는데, 이 기획자는 사업이 처음이다. 맹학교 아이들하고 저질러 보는 건데 맹학교에 가서 음악을 가르치던 선생님이이다. 아이들은 고등학교 졸업하면 학교에 더 이상 못 온다. 그냥 나가야 된다. 그런데 사회로 나가서는 앞이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이 동네에 이 친구들이 많이 살고 있다. 그래서 이친구들이랑 뭔가 해보고 싶다. 그런데 이 동네의 특성 상 이친구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하면 좋겠다. 성인 누구나 다 함께하면 좋겠다는 것이 시작이다.
처음에 몇 명 왔을까요? 맹학교 관련하여 시각장애인 가족들이 네, 다섯 가족이 왔는데 그렇지 않으신 분들이 한 분인가 두 분이 왔단다. 그런데 여기의 목적은 통합교육이다. 그러니까 교육의 내용도 통합이지만 참여하시는 분들도 통합이다. 장애와 비장애라는 것의 통합인데 진행하기 힘드니까 어머님들, 부모님들도 함께하자가 된 것이다. 보통 어머님들은 로드 매니저만 했었다. 데려가고 데려오고 바깥에서 기다렸다가 아이 끝나면 데려가고. 그러지 말고 같이 해보자가 된 것이다.
어쨌든 음악을 전공했던 학생들과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게 되면서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면 시각장애 아이들은 악보를 못 보지 않나. 그래서 미리 음원을 인터넷으로 보낸다. 그럼 인터넷에서 듣고 악보를 다 외워가지고 온다.
색소폰 한 명, 클라리넷 한 명, 오보에 한 명, 바이올린은 없었고, 클라리넷 두 명이었고, 초창기에는 심벌즈도 있었고, 기타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이 친구들이 음원을 듣고 다 외워 온다. 외워 오면 누가 더 잘 할까? 비장애 아이들은 악보 보기도 바쁘다. 그러니까 선생님이 가르치시다가 잠깐 누구야 한 번 연주 해줘봐 그러면 연주를 해준다. 그러면 옆에서(비장애참여자들이) 그걸 듣고 따라 한다.
어떤 의사 선생님 한 분이 참여를 했었는데 “다음 번에도 나 가르쳐줘.” 이러면서 가더라. 장애와 비장애라는 경계가 그 순간 사라진다. 음악을 하는 순간.
또 재미있는 건 아이들마다 수준차이가 있지 않나. 그럼 각 수준에 맞게 악보를 편곡해서 준다.
이들이 악기는 클래식 악기로 연주하지만 트로트, 동요, 클래식 장르를 가리지않는다. 그래서 발표회 할 때는 동네 할머니들이 오시니 트로트를 연주 하면서 놀듯이 진행한다.
부모님들이 함께 참여를 하게 되면서 그런 얘기를 하더라. 내 딸아이 지혜, 지혜랑 음악으로 함께 몰입해서 연주하고 얘기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고 하더라. 맨날 부모님은 옆에서 거들어 주는 보조자 역할이었는데, 아이는 도움을 받는 역할만 했었는데 음악을 연주할 때는 엄마가 이 아이한테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예전에는 주민자치센터에서 대관 시간이 끝나면 나가라고 그랬는데, 지금은 현수막을 걸어주고 나서서 홍보를 해주고 있다. 통인시장서 길거리 연주를 한 번 했는데, 그 이후 섭외가 들어왔단다.
내년과 후년에는 길거리 공연을 계획하고 있단다. 동네에 전라도에서 이사 오신 분이 한 분 있었는데 그분이 첼로 전공자란다. 그래서 기획자가 그 분을 마을 강사로 섭외하려고 쫙 째려보고 있다고한다. 기획자가 언제까지나 효자동 오케스트라를 책임질 수는 없다. 그러니까 내가(기획자가) 여기를 떠나도 이 오케스트라가 유지될 수 있는 방향, 고민을 시작했다.
세종대왕 축제인가, 세종 축제, 마을 축제가 일주일간 열리는데 오프닝 연주를 해달라는 섭외를 받아서 들떠있었다. 연주만 하는 게 아니라 시 읽기도 하고, 책 읽기도 하고, 무용선생님이 오셔서 간단한 음악을 하면서 몸을, 왼발 오른발 옮겨 가는 정도로 해서 같이 춤추고 음악을 몸으로 느낀다. 이런 활동들을 한 다음에 연주를 하게 되면 연주에 몸을 싣는다.
■ 사례5 | 동시를 낳는 항아리 시시콜콜한 인생 상담소
동시를 낳는 항아리 시시콜콜한 인생 상담소는 단순하다.
언어를 초과하는 감성의 열림이라는 부제를 달아 봤다. 단어가 갖는 개념이 시 속으로 들어가면 그 개념을 초월해 버린다. 그래서 단어의 정의, 어떤 한계성을 시로 표현할 때는 그것을 초월하게 되고, 내 감정이 거기에 실렸을 때, 또 다른 효과들이 나타난다. 시시콜콜 시가 나를 부른 것이다.
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인문학 프로그램이 각 권역별로 진행됐는데 내 기억으로는 충청권 프로그램으로 기억한다.
어쨌든 시를 항아리에서 뽑는다. 그 뽑은 시를 가지고 아이들과 어른들이 놀이하는 프로그램이다. 놀이로 풀고, 만들어 보기, 아니면 동시를 몸으로 표현해 보기, 고전적인 방법 등 다양한 방법으로 풀었다. 그리고 동시를 써보고 발표한다.
첫 번째 워크숍은 때 벗기는 작업이었던 거 같다. 인문학 캠프, 캠프라고 하는 것이 일종의 하나의 단절이다. 선긋기이다. 사회 속에서의 내 생활과 일단 선긋고 캠프에 들어오면서 또 다른 세계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의미에서 캠프를 진행한다. 이 캠프에서 때를 벗기는 첫날을 한다. 두 번째 날은 아이들은 다른데 가서 놀고 어른들과 상담소를 진행한다. 부스를 열어서 상담소를 만든다. 여기에는 두 분, 시인과 비평가가 한 분씩 들어가 있다. 그래서 어른들이 누군지 사실 모른다. 불특정한 분이 오셨기 때문에 아는 분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 와서 어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이다. 상담을 하면서 쭉 들어준다. 그런 다음에 시로 처방을 해준다. 시 한 구절. 예를 들면 ‘나는 걷기에는 너무 멀고, 뭘 타기에는 너무 가까운 애매한 길을 하나 가지고 있다’든가 그리고 뭐. ‘병따개는 통니 하나가 생명이다.’ 이런 시 한 구절을 처방으로 툭 던져준다.
이 처방이 묘하다. 점집에서 처방해 주는 거, ‘앞으로 뭐 교통 조심해.’ 이런 처방을 받으면 알아서 해석하지 않나. ‘조심해야겠네. 나 어저께도 사고 날 뻔 했잖아.’라고
처방전을 갖고 약국으로 가지 않나. 이 시 한 구절 처방전을 들고 본부석으로 가면 그 시가 들어있는 시의 전문을 뽑아준다. 그 시가 일종의 나의 처방전이다. 이게 일종의 부적 같은 것이다. 나를 설명해 주고, 나를 이해해 주는 그런 시가 되는.
시가 내 삶을 말하고 있음을 경험하게 해주는 거고, 직관, 예언, 영감, 자기 암시 이런 보이지 않는 세계를 놀이로 장난처럼 접근을 했는데, 드러나지 않는 것을 드러나게 하는 경험 아니겠는가. 사실은 시가 갖고 있는 것은 내가 정말 이거를 콜하지 않을 때는 드러나지 않는다. 내가 이 시를 불러냈을 때에 이게 나한테 와서 작동을 하는 거다. 이게 참 재미있었다. 이건 아마 직원들끼리 한번 해봐도 재밌을 거 같다. 수호천사, 마니또 그런 것처럼 응용을 해서 한 번 진행을 해 봐도 아주 쉽게 할 수 있을 거 같다.
이 프로그램의 전신과 같은 행사가 있었다. 이런 문화기관의 운영자들 모임에서 텐트를 쫙 치고 놀았다. 저녁에 부침개 부쳐 먹으며 술 마시면서 텐트를 순례하는 것이다. 그러다 한 텐트에서 ‘야 손금 좀 줘봐’ 이렇게 해서 시작된 거다. 운영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더라. 단체 운영자들은 힘들다.
■ 사례6 | 시카고 공동체 이야기
시카고 공동체 이야기이다. 머나먼 시카고 이야기인데, 우리랑 전혀 다를 거 같은데, 제가 여기에 꽂힌 거는 뽑아낸 질문 때문이다. 교사, 예술가 협력으로 시작된 학교통합 프로그램인데. 결국은 교사가 기획자 역할을 하고 있고 지역의 예술가들과 협력을 했는데 어떻게 학교의 교육 학습과 이 통합된 프로젝트가 되었는지 한번 보자. 여기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한 이야기는 패스하고, 두 번째 사례만 이야기하겠다. 2만 대이동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시카고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학생들이 대이동 이주자들의 후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남부의 흑인들이 인종차별과 가난을 피해서 북부 도시로 이동했다. 민족 대이동인 것이다. 시카고로 대이동을 해 갔기 때문에 시카고의 대부분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상으로 쭉 가보면 남부 흑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분들이 왜 이쪽으로 이동을 했는지 알아보자. 결국은 뿌리 찾기인데, 이 대이동과 관련한 역사를 배우고 역사를 예술로 만드는 과정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통합 교육이다. 학교 선생님과 예술가들이 함께한다. 이들이 모여서 대이동을 직접 실행해 본다. 직접 쭉 오가면서 고민들을 함께 한다. 교사, 예술가, 예술학자, 역사가, 커리큘럼 컨설턴트들이 함께 모여서 프로젝트 컨설팅을 위한 순례여행을 한다.
순례여행을 한 다음에 커리큘럼이 나온다. 지루하지만 주요 활동을 읽어보겠다.
남부, 특히 소작농의 생활 환경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아이들하고 함께 표현해 보는 활동을 한다. 한국의 기획자 또는 선생님들이 남부라고 생각하지 말고 우리 지도를 넣어서 활용해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부 흑인을 시카고로 불러들였던 시카고 디펜더 신문이라고 있었던 거 같다. 조사해 보고 보고서를 써 본다.
흑인을 시카고로 불러들인 힘을 표현하는 인간 구조물들을 만든다. 이제 예술가들이 협동, 협력하겠죠.
대이동과 관련해서 학생들 혹은 부모가 경험한 이야기를 글로 써서 발표하고 그 이유를 토론한다. 내가 처음 시카고에 도착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어디에 정착할 것인지 그 당시의 상황을 상상해서 표현한다. 단, 지도에서 정해진 구역을 벗어날 수 없다.
미시시피 델타의 소작농과 시카고 시민들의 생활을 비교하고 도표를 완성한다.생활 비교하기는 아마 사회 교과 활동, 글로 쓰는 것은 읽기, 쓰기, 발표하기 교과 활동, 인간 구조물 만드는 것은 예체능 활동에 해당될 것이다.
1900년도, 50년도, 80년도, 2003년 인구변화를 도표로 작성하고 그 표를 보고 토론한다. 그다음에 현재 시카고에 사는 인종 분포를 시대별로 알아본다. 그리고 당시 생활을 표현한 시와 노래를 학습하고 의미를 연구한다. 그 시대에 나왔던 시, 그 시대에 유행했던 노래가 그 시대를 상징하는 것이다.
대이동과 관련된 정치만화를 연구하고 설명한다. 수업시간에 웹툰이나 카툰, 신문의 한 컷짜리 만평 가지고 수업하는 학교도 있다. 그게 굉장히 함축적으로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오래된 사진을 보고 당시의 생활을 서로 이야기한다. 이것들은 많이 하고 있다. 어머니 아버지 어렸을 때, 엄마 아빠 사진 내 사진. 그래서 이런 것들을 통해서 지금까지 배우고 느낀 내용을 시, 노래, 연극, 무용, 멀티미디어 발표 등의 다양한 형태로 표현한다. 그게 구체화 된 것이 연극 수업이었다.
최종과제는 ‘북으로의 대이동’이라는 연극을 올린다.
이렇게 해보겠다는 콘티를 짠다. 7학년과 4학년 중심으로 진행이 되는데, 연극을 하려면 연극 대본이 있어야 한다. 대이동을 소재로 한 책, 12가지의 활동에서 활용한 책, 편지, 시를 활용해서 희곡을 한 편 완성한다. 그리고 음악은 음악교사가 흑인영가를 타악기를 이용해 편곡한다. 무대배경은 미술 교사의 지도로 4학년이 제작한다. 그리고 나레이션, 노래, 연기는 7학년들이 조별 활동으로 분담해서 맡아서 진행한다. 단체무용은 무용교사 지도로 4학년이 진행한다. 그동안에 쭉 이어서 해왔던 것들을 하나의 연극 수업으로 발표를 한다. 여러분들 우리 지원 사업의 한 팩 같지 않나?
이렇게 진행이 되면, 만약에 이대로 벤치마킹 할 수 있다면 그래서 정말 이대로 갈 수 있다면 훌륭한 하나의 프로세스가 된다. 지원 사업을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정말 훌륭하겠다 싶어서 사례로 소개했다.
문화예술 전문지 ‘새야’라고 하는 잡지가 있다. 지금은 발행되지 않지만, 이 새야 책을 보면 문화예술계와 관련한 굉장히 훌륭한 사례들이 많이 나온다. 그 중에서 한 사례를 소개한 것이다. 책 구하기가 어렵지만 구해서 읽어보면 좋겠다.
■ 사례7 | 아리마후지 공원
다음으로 아리마후지 공원이다. 커뮤니티 디자인이란 책을 읽어 보면 좋겠다. 이 책 내용에 들어 있는 사례이다. 책에 굉장히 자세하게 나와 있다. 이게 디자인에 관한 얘기지만 디자인이란 말을 많이 쓰고 있다. 프로그램을 디자인한다, 내 삶을 디자인 한다와 같은 표현을 한다. 커뮤니티 디자인이 옛날에는 아파트단지를 만들었을 때 커뮤니티 공간을 만드는 것, 커뮤니티 디자인이라고 하는 아주 작은 영역에서 쓰였던 단어라고 한다. 지금 하는 커뮤니티 아트, 디자인 이런 말을 많이 쓰는데 결국은 해당되는 당사자들이 모여서 함께 얘기하고, 함께 설계하고자 하는 것이 커뮤니티 디자인이다.
제가 재미있었던 거는 만들지 않는 디자인이었다. 아리마후지 공원에 어떤 문제가 있었냐하면, 주민을 위해 만들어 진 곳인데 주민이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공원을 활성화 시키고자 스튜디오 랩이라는 이 책 쓰신 분에게 의뢰가 들어왔던 것이다. 이 분은 공원 매니지먼트에 대해 알 필요성이 있겠다싶어서 디즈니랜드에 가봤다고 한다. 디즈니랜드도 일종의 공원이다. 공원이면서 놀이가 합성된 공원인데, 그럼 우리가 있는 뒷동산의 공원과 여기에 있는 디즈니랜드라는 공원이 뭐가 다를까 라는 거다.
디즈니랜드를 가봤더니 캐스트가 있더란다. 탈을 쓰고 돌아다니는, 소위 말하는 전문용어로 삐끼들. 그러니까 이 공원을 활성화시키는, 공원을 다른 새로운 곳이 라고 알려주는 캐릭터들 있다. 디즈니 캐릭터들이 디즈니랜드에서 계속해서 와서 이 공원에는, 너희들은 이 세계에 들어와 있는거야 라고 말한다. 그런데 일반 공원에는 그런 삐끼들이 없다. 올테면 오고, 갈테면 가라는 거다. 그런데 디즈니랜드에 오는 소비자들에게 카스터머라고 얘기를 하지 않고 게스트 개념으로 본다는 것이다. 결국은 너나 나나 같은 주인공이라는 개념이다. 이 탈을 쓰면 니가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 내가 필요한 거고, 나는 촉매제 역할이고 너는 이 공원의 주인공이야 라는 것을 끊임없이 얘기를 해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리마후지 공원에는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다. 돈이 들어가면 주민들이 이런 거 한번 해볼까 라고 이야기 한다. 쉽게 얘기한다. 우리 늘 자주 쓰는 주민의 주체화이다. 주체화가 뭔데, 도대체 어떻게 하는건데. 그들로 하여금 공원을 이용하게 하는 것은 무얼까 라는 고민을 시작했고, 그래서 결국은 약간 마을 만들기 형태의 조직을 짜는건데, 아리마후지 공원의 주변에 있는 박물관, 행정 담당 공무원, 지역에 있는 NPO, 자원 봉사단, 대학생들을 모았다. 아리마후지를 조금 더 재미있고 주민이 많이 찾는 공원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할테니까 모여라라고. 이 모임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공원 입지 환경 운영 프로그램, NPO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공원 관련 마케팅, 신.구 주민의 교류하는 방법, 법인 운영은 어떻게 할지, 문화 프로그램과 공원의 미래 산업은 무엇인지, 곤충 채집도, 도시 활동까지 다양하게 공부했다. 우리가 다룰 수 있는, 마을에서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내용이 이 안에 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들이 하고 있는 문화기획하고 크게 다르지는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다와 시라고 하는 시, 아리마후지 공원이 있는 시, 공원 협회, 토목 사무소, 공원 녹지과, 인간과 자연 박물관이라고 하는 공공시설, 관련 전문가, NPO 주민 위원들이 모여서 협의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협의회가 돌아갈 수 있게 지원하고자 사무국을 만들었다. 여기엔 스튜디오 엘이라고 하는 여기를 움직이는 간사회가 따로 있었다. 간사회는 이걸 어떻게 할까 하는 공부 모임이기도 하고, 지원하는 팀이기도 하다.
코디 시안 부회와 장소 만들기 부회가 사무국에서 따로 만들어 지는데, 이게 왜 만들어 지냐면 사무국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했더니 ‘우리가 놀 수 있는 공간 좀 다오.’, ‘우리가 모여서 공부 좀 하려고 하는데 프린트 할 수 있는 자리가 없더라.’, ‘우리가 모여서 연주를, 기타도 치고 뭘 좀 하고 싶은데 공간이 없더라.’ 등의 주민들의 요구가 나왔다. 우리는 공원이 잘 안된다고 하면 뭘 자꾸 갖다가 짓기부터한다. 그런데 여기 코디네이션부에서는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한다. 주민들로부터 프로그램 수요조사를 한다. 그리고 장소를 제공하는데 지지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든다. 놀이왕국 같은 것을 만드는데 이것들도 주민들의 욕구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세미나도 이루어지고 포럼도 만들어 진다. 산길로 난 길을 만들고 싶다고 해서 길을 주민들이 함께 만든다. 동참한 주민들이 디즈니랜드의 캐스트다. 주민들이 직접 와서 만드니 자주 와서 걷고 싶은 것이다.
■ 사례8 | 호츠미 제재소 프로젝트
호츠미 제재소 프로젝트도 결국 커뮤니티 디자인이다. 도시 재생이라는 것들 많이 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여기는 도시 재생이고 뭐고 간에 20년 이상 된 제재소가 있는데, 개인 제재소다. 지금은 제재소에 가서 나무 켤 일이 없다. 다이소에 가면 다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 집은 이 제재소를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이다. 자식들이 받아서 했으면 좋은데 후계자도 상속자도 이것을 하고 싶지는 않은 거다. 그래서 공원으로 만들고 싶다고 제안을 한 것이다.
제재소를 철거하고 제재소 공원을 만든다는 얘기가 아이러니하지 않는가?에서 출발한다. 보통 제재소 건물을 훅 까내고 제재소 박물관을 만들거나 체험관을 만들거나 할 것이다. 이게 앞뒤가 맞지 않지 않느냐? 콘셉트를 변경하여 사람이 찾아오는 제재소를 만들자가 되었다. 있는 제재소를 그냥 활용을 해서 사람이 올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환시키자 라는 거였다.
사람이 와서 무언가를 하려면 먹고, 자고, 놀고가야 되지 않나. 그런데 보니까 여기는 먹을 만한 장소가 없는 것이다. 굉장히 오래된. 먹고, 마시고, 놀고 뭐 이럴 잠자고 할 만한 곳이 없는 오래된 동네이다.
제재소 법인 카페에 NPO 법인이 있었는데. 안주인 모임이라고 하는 모임에다 의뢰를 해서 그 동네 로컬 푸드로 만드는 식사를 제공 해 달라고 요청하게된다. 그리고 현지 온천 목욕탕하고 연결을 했다. 잘 어울리지 않나. 목공 열심히 하고 온천 가서 온천 하고.
그리고 인근 활동 건축가들 6명한테 활동이 가능한 공간마련을 위해 오두막 제작을 의뢰한다. 건물 건축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들이 붙어줘서 건축가가 나름의 집을 짓는다.
목재 텐트 6채를 짓고 6팀이 참여해서 4주간 일정으로 주말마다 목공활동을 하기 위해 방문한다. 문제는 활동이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우리 프로그램은 그날 시작해서 그날 끝내고, 그날 가져가는 프로그램이 많고, 1회성으로 돌린다. 그런데 여기는 4주간 일정으로 진행한다. 내가 만들던 거는 그냥 두고 다음 주말에 와서 이어서 작업한다. 그 오두막은 4주 동안 그 사람에게 유효 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4주 동안 1팀한테 주는 것이다. 이런 오두막을 더 짓고 있다고 한다.
재밌는 점은 산림탐사와 벌목을 함께한다. 지금은 사람들이 산에서 나무를 많이 해가지 않는다. 간벌이라고 하는데. 산이 건강하려면 간벌을 해줘야 한다. 간별을 정부에서 모두 담당하기 버겁다. 이 제재소는 간벌 활동을 하면서 벌목과 통나무 손질이 함께 가능한 곳이기 때문에 정부는 NPO 단체들과 함께한다. 공공성이 굉장히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러니까 20년간 운영했던 재제소를 공원화시킨다 라고 하는 콘셉트에 잘 맞게 기획이 풀어져 가고 있다. 그러다 보면 가구도 제작을 하게 되고.
천천히 추진하는 프로젝트라고 하는 이름을 여기다 실었다. 제가 감동했던 것이 다음 부분이다.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도’ 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외부사람들이 들어가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그런데 그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은 외부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것이다. 외부 사람들이 우리 동네에 들어와서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만남이 준비가 안되어 있는 주민들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분들의 마음 속도에 맞춰서 프로젝트를 천천히 진행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자금이 있어야 하는데, 어쨌든 이거는 국.공립 사업이 아니고 개인의 집을 변환 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돈을 어디선가 차용해 와야 했다. 그래서 단기간에 진행을 하게 되면 문제가 생기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래저래 천천히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 가고, 사람들이 찾아오고 그리고 이 동네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 무엇일까 라는 고민을 하면서 목재 접시, 포크, 나이프 제작을 하고 갤러리를 만들어서 판매가 가능하게끔 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민과 함께하는 활동은 하고 싶은 것, 기획자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리고 예술가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그리고 지역에서 요구되는 것이 있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취미 활동이다. 요구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하게 되면 일이 된다. 요구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맞아 떨어지면 이상적인 것이 되는 거지만 꿈같은 얘기다. 그래서 커뮤니티에 의해서 뭔가 만들어 낼 때는 이 3개가 맞닿아 있는 지점에서 기획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거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 기획에서 ‘이 모임이 즐거워서 와야 된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한다는 것이다. 주민들 쭉 모였는데, ‘오라니까 왔지.’ 이런 경우 많지 않나. 물론 그것도 필요하지만 즐거움을 얻을 요인을 넣어야 하는 거다. 그게 기획자가 고민해야하는 부분이다.
■ 사례9 | 수집이 창조가 될 때
수집이 창조가 될 때는 어떤 미술관 전시에서 이름을 차용했다. ‘이천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 전시 사례를 얘기하고자 한다.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 전시 프로젝트를 할 때, ‘동네 사람들 이야기 구술을 채록하고 동네만이 갖는 특별함을 추출한다’고 고민 하고 있을 때, 그 동네에 있는 70년된 미미 사진관이 갖고 있는 자료를 얻게 되었다. 옛날에는 동네마다 오래된 사진관이 있었다. 왜냐하면 증명사진은 삶의 단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었으니까. 중학교를 가든, 고등학교를 가든 지금은 다 핸드폰으로 찍어서 캡쳐해서 올리지만 말이다. 어느 동네든 오래된 사진관이 있었다. 허바허바 사진관, 미미 사진관 이런 이름으로 많이 있었다.
이천의 미미 사진관은 3대째 운영하고 있다. 예전에는 사진을 찍으면 원판을 안줬다. 그래서 다음에 또 갔을 때 새로 찍지 않고 그냥 뽑아만 주세요라고 했었다. 원판에 소요되는 비용을 세이브하고 그냥 뽑아만 주세요라고 했다. 옛날에는 학교에서 사진을 많이 가져오라고 했었다. 이 사진관은 1964년도 원판부터 갖고 있었다. 그 사진들을 보면 졸업사진, 어디 야유회 갔을 때 사진, 이런 것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동네에서 사진관이 여기 한군데 밖에 없었으니까 이 사진관에서 학교 사진 촬영, 제작을 많이 했었다. 60년대에서 90년대까지 사진의 원판을 보관하고 있어서 이천의 보통 얼굴을 발굴을 해봤다. 65년도 사진 100장을 레이어드 했다. 증명사진은 똑같은 포즈로 똑같은 크기로 찍으니까 계속 겹쳐봤다. 2000년대 원판도 겹쳐봤다. 1984년 모 미술학원 졸업생 애들 사진도 겹쳐봤다. 그런데 되게 잘생기게 나왔다. 시대별로 큰 차이는 없는데 얼굴이 좀 둥그러졌다.
수집된 것들이 모여지니까 어느 순간 창조적인 작업이 되었다. 재밌었다.
■ 사례10 | 대동 모놀로그
대동 모놀로그이다. 마을 사람들 이야기가 공연이 될 때이다. 문화원에서 구술 채록 많이 할 것이다. 그 구술 채록을 연극으로 만들었던 거다.
충청도에서 공동체 프로젝트라고 기획했다. 문학이라는 장르를 가지고 말이다. ‘이야기의 힘을 믿고 한번 가보자. 마을이 살아있다는 것은 이야기가 있는 마을과 연결이 되지 않는가.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낼 것이다. 문자가 가지지 못한 힘을 우리는 말로 하는 것이다. 문학으로 접근을 했지만 텍스트로 간 것이 아니라 말로, 글자 문자로 간 것이 아니라 말로 풀어보자.’는 것이다.
말이 살아 있어야 마을이 살아 있다. 혼자 할 수 없으니까. 사람을 찾고 마을을 찾고, 이야기를 찾고. 함께할 작가를 찾고, 말이 살아 있는 이야기가 있는 지역을 기관, 대학과 연계한다. 그래서 역할과 협력을 나눈다. 참여 학생들이 각색과 연출을 해준다. 할머니 원작자들이 피드백을 해준다. 그래서 나온 것이 대동리에 사는 할머니들의 모놀로그. 1인극, 독백 연극이다.
이 할매들의 이야기가 모놀로그라는 콘텐츠로 나오는 것이다. 기획자가 작가를 만나고, 대전대학교의 학생들을 만나고, 이들을 통해서 어르신들을 만나서 사회복지관을 통해서 대동리를 선택하게 된다. 그래서 대전대학교 학생들이 할매들의 이야기를 채록을 해내고 채록한 내용으로 학생들이 연극을 한다. 할머니들에게는 학생들이 연극을 하면 할머니가 손봐주신다.
우리가 비슷한 프로젝트를 할 때 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할머니들을 자꾸 연극 배우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할머니들은 그거 되게 쑥스러운 거다. 무언가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힘든데 자기 얘기를 하는 거는 힘들다. 내 얘기를 내가 하면 가장 좋다. 감정이 전달 될 수 있으니까. 그런데 할머니들한테는 그게 중압감일 수 있다. ‘내 얼굴 그려보세요. 내 얼굴을 왜 그렇게 그렸는지 한번 발표해 보세요’하면 “됐다. 챠라! 나 간다!” 하고 나가버린다. 쑥스러운거다. 그런데도 자꾸 연극 배우로 무대에 세우려고 한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에서는 전문 연극인이 최종 발표를 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채록하고, 윤문하고 그 내용을 할머니들이 손봐준다. 젊은 손자뻘, 손녀뻘 되는 친구들이 팀이 되어 움직여 주면서 대본을 나누고 그걸로 연극을 한 번 해보는 거다.
모놀로그기 때문에 여러 가지 동작이 많이 필요하지 않는다. 주로 이야기, 말이 중심이기 때문에 그 말을 전달하는 과정들을 할머니가 쭉 한 번 더 보면서 또 다른 나를 보게 되는 거다. 애들이 다 분장하고 한다. 처음에는 할머니들이 머쓱해 하다가 나중에는 정말 보조 연출가가 되어 얘기를 해준다. 그 상황에서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케미가 이루어진다. 그렇게 한번 해보고 전문 연극 극단에서 따로 와서 제대로 된 기획과 연출과 연극을 이 안에서 이루어서 공연하는 프로세스다. 전시도 했다. 대본이 아까우니 출판까지 하게 된다.
우리가 이런 것을 소위 말하는 격대교육, 아이들을 통해서 할머니뻘되는 2대 위의 할머니뻘의 이야기들을 채록하고 수록하는 격대교육이라고 얘기한다. 결국은 할매들의 사는 이야기가 할매들의 아름다운 독백 이라고 하는 모놀로그로 콘텐츠화 되어졌다. 이것이 갖는 과정의 의미를 결국 젊은이들이 받아쓰고 할머니들은 말을 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노인들이, 젊은이들이 변화를 한다는 거다. 내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내 생각을 한 번도 내가 얘기해 본 적이 없다는 할머니들이 많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이거다고 한 번도 말해 본적이 없다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내 삶에 대해서 나는 이렇게 살았다라고 말하는 분들이 거의 없다. 말을 하는 순간, 이 분들한테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고, 이 말을 받아쓰는 젊은이들도 할머니들의 삶이 이랬었구나 하고 이해한다. 중요한 거는 이 젊은이들이 할머니들의 삶을 이해하는 순간, 우리 엄마, 아버지들이 할머니한테 왜 저렇게, 할머니를 대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우리는 너무 압축적인 성장을 해왔다. 짧은 시간동안 훅... 할머니의 세대 다르고, 엄마, 아빠 세대가 다르고, 지금 세대가 너무 다르다. 그래서 엄마 아빠가 도대체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왜 저렇게 들이대고 저러는지 이해를 못한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왜 저러는지 왜 저렇게 꼰대 같은지 이해를 못했던 것들이 글쓰기를 통해서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또 하나가 우리 엄마 세대와 할머니세대가 같이 늙어가는 입장에서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다는 거다. 이러한 것들이 일어난다는 것은 곧 삶의 정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문재 시인이 그렇게 얘기한다. 격대 글쓰기라는 것, 격대 글이라고 하는 것들이 그냥 ‘니 얘기해봐 써 볼게.’, ‘어르신들의 지혜’ 이 차원을 넘어선 또 다른 틀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문화원에서 생애 글쓰기, 구술 쓰기 이런 활동 많이 하지 않나? 이런 활동들에 대한 생각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돌아가시면 사라질 이야기니까 없어지기 전에 얼른 기혹해야지...이게 아니라 여기서 일어나는 상호작용 이런 것들을 조금 더 다른 각도에서 의미심장하게 풀어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덧붙여 보면 북유럽 신화에 오딘이라는 신이 있다. 오딘은 외눈박이다. 눈알이 왜 하나 뿐일까? 기억의 우물을 관장하는 이미르라는 신이 있다. 오딘이 기억을 갖고 싶어서 그 우물물을 떠먹는 대가로 눈알 하나를 준 것이다. 그만큼 기억이 중요하다 것을 강조 하는 이야기다. 오딘은 두 마리의 까마귀를 데리고 다닌다. 이름이 한 마리는 생각이고, 한 마리는 기억이다. 생각은 사람이 총명해지기 위해서 중요한 거지만, 기억이라는 것은 불가결한 것들, 인생에서 살아가는 데 삶에서 해결하지 못한 것들을 해결해 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삶의 모든 대부분의 문제점들, 살면서 생기는 생태계적 문제점들의 대부분은 생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거다. 새로운 것을 어떻게 적용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살아오면서 했던 기억들에 의해서 해결되어 지는 것이 거의 100% 라는 거다. 그만큼 생각과 기억이라는 것들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고, 인터넷에 영상 시대가 갖게 되는 즉흥성들, 그리고 생각하지 않고 기억하지 않으려는 것들이 갖는 단순화된 문제를 이런 과정을 통해서 보완할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글쓰기 작업에 대해서, 생애 구술사 작업에 대해서 할머니 이야기들, 없어질 이야기를 복원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조금 더 다른 철학적인 관점의 것들을 끄집어서 정당화시킬 필요, 아니면 의미화 시킬 필요는 있겠다. 그리고 우리 나름대로의 정의를, 새로운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 라는 생각을 했다. 이문재 시인이 삶의 정치를 얘기하는데 아 맞다! 그러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사례11 | 가능한 변화들
제목 멋있지 않나?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파일럿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이 제목을 붙였던 거 같다. 짚풀로 놀이터 도전이다. 사실 1차시만 진행하는 거를 봤기 때문에 그 뒤에 어떻게 진행 됐는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굳이 사례로 가져온 것은 경기도문화원 중에서 짚풀 활동하는 곳이 많아서다. 네, 다섯 군데 되는 거 같다. 가보면 언제나 짚새기 꼬고 계신다. 늘 여치집 만드시고, 계란 꾸러미 만드신다. 이 팀도 계란 꾸러미 만든다고 기획서를 썼었다. 짚으로 할 수 있는 게 그거밖에 없을까라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얘기를하는 중에 기획자가 그러는거다 ‘우리 동네에는요 허허벌판이 다 논이구요. 앞에 가면 냇물이 있구요. 애들이 맘껏 뛰어 놀 수 있는데....’라고 막 얘기를 하는 거다. 그럼 우리 거기서 놀이터를 만들어 봅시다. 옛날에는 쥐불놀이 하면서 놀았고 팽이 돌리고 놀았고, 뭔가를 태우면서 놀았다. 그러니 한번 해보자고 얘기를 했다.
어르신들이 짚풀을 활용해서 애들이 놀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어르신들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거다. 불가능에 도전이다. 불가능하지 않다는 거다. 가능한 변화들이 분명히 있는데 이 분들은 불가능 할 거야 하고 (기획자가 지레) 생각하니까 그랬던 거다. 그리고 어르신들에게 나와서 설명을 하라니까 너무 잘하시는 거다. 그리고 파일럿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2달밖에 없으니까 어르신들이 하고자 하는 걸 다 할 수 없었다. 우선순위를 정했다. 날씨가 추우니까 우선으로 할 것과 있는 걸 찾아서 만들어 나갔다. 참가하는 어르신들 중에 목공하시는 분들이 계셨다. 동네에 가면 소목, 대목 한 분씩 계시지 않나. 놀이터를 만드는데 피라미드 모양의 움집 같은 걸 세우는 게 첫 번째 였다. 날이 추우니까. 목공하시는 분들이 뼈대를 세웠다. 그 동안 다른 분들은 뭐하실까? 열심히 짚풀을 꼬았다. 나무 뼈대에 짚을 입혔다. 지금도 계속 만들어 나가고 계실 것이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려면 놀이라는 행위가 들어가야 한다. 다음 단계를 고민하게 된다. “뭐하고 놀까?”를 고민하니 또 뭐가 필요해, 그래서 뭔가를 또 만든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지속가능한 프로그램 중의 하나이다. 계속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나가고 발전해나갈 수 있는 꺼리를, 물꼬를 터나가는 거다.
놀이가 작년, 제작년 유행했다. 꿈다락도 그렇고 집행사업도 그렇고 동네마다 하는데, 놀이 프로그램에는 세 가지로 대략 나타난다. 퍼포먼스형 놀이. 고무줄놀이, 비석치기 이러한 놀이들이다. 아무것도 없이도 할 수 있는 삔치기 이러한 놀이들, 전래놀이 형태로 가는 놀이가 있다. 또 하나는 하드웨어형 놀이로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다. 흔히 보는 동네 놀이터가 아니라, 거대한 나무와 나무를 잇는 사파리형 놀이터를 만드는 팀도 있다. 만들어만 놓으면 그 다음 소프트웨어가 필요 없다. 출렁다리를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아이들이 알아서 룰을 만들어서 놀면 된다. 그 다음 전래놀이와 소품이 결합된 놀이가 있다. 세 가지 정도로 나뉘어져서 진행이 되는데, 소품이 결합된 놀이는 굳이 전래놀이가 아어도 나름대로 창작을 해서 놀이교구를 만든다. 흔히 돌아다니는 박스로 글자를 만든다거나,,, 박스를 세워서 글자탑을 만든다. 이런 식으로 개발을 한다. 이걸 응용을 해보면, 산에서 끌어온 목재들에 판을 하나 대면, 위는 다락방처럼 되고 밑은 본부처럼 된다. 그럼 여기다가 계단만 만들어주면,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은 끊임없이 올라가고 내려오고 한다. 그걸 끊임없이 한다. 정말. 줄서서. 무슨 재미가 있을까? 그런데 한다. 그러한 창작형 놀이. 이렇게 동네에서 놀이 프로그램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는데, 권장할만 하다. 이 안에서 놀이하는 방식을 가르치는 것들이 아니라 규칙만 가르쳐주면 그 안에서 아이들이 놀이형식을 만들어 나가는 거다. 정말 떡볶이, 오뎅이 끓고 있어도, 먹고하라고 해도 아이들은 딱지를 따야되니 안 먹는다. 그 딱지가 뭐라고. 그게 바로 놀이가 갖는 흡입력이다. 줄그어 놓고 시작해버리면 애들은 그쪽 세계로 확 빠져버린다. 창작형 놀이로 가게 되면 그 안에 서사가 들어가기도 한다. 딱 영상으로 표현하면 게임이죠. 리니지나 이런 게임에 다 서사가 들어간다. 그 안에 몰입한다. 그런 것처럼 서사형 놀이도 가능할거다. 너는 뭐해, 너는 엄마 해, 나는 애기할게. 그때서부터 롤 플레이가 시작되는 거 아닌가.
이 프로젝트에서는 어르신들이 만들었지만 아이들 이 안에서 어떤 놀이를 하는지,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직접 보면 또 다른 상상을 하게 될 것이다. ‘아 저 부분은 조금 이렇게 했었으면...’ 아니면 ‘아 좀 작다 좀 더 크게 할 걸.’ 이런 고민들을 하게끔 하는 것. 그리고 이 분들에게서 ‘내년에는...’이라는 말이 나오면 이 프로젝트는 성공이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200% 성공한 것이다.
많은 작은 사람들이, 많은 조그만 장소에서, 많은 조그만 일들을 이루어가기 시작하면 세상은 변화한다. 내가 하는 일이 거창하고 크고 중요한 게 아니라 작은 곳에서 작은 일을 일단 하는 것. 일단 실천하는 것. 하고 있다는 것으로 변화는 시작인 것이다. 지역에서 작아도 의미있는 활동을 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