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준 | 이천문화원 사무국장
1.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 그 이후 우리는 무얼 했나?
2013년 12월에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의 핵심적인 내용은 세 가지다. 지역문화와 생활문화, 그리고 지역문화 전문인력의 양성이다. ‘지역문화’란 지역별로 특색 있는 고유의 문화를 일컫는다. 여기서 지역이란 단순히 행정구역이나 지리적, 공간적인 개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성과 공동체성을 토대로 한 개념이다. 지역의 관점에서 문화를 주체적으로 바라보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행하는 활동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역문화진흥법에서는 지역문화를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유산, 문화예술, 생활문화, 문화산업 및 이와 관련된 유형·무형의 문화적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지역문화유산은 지역을 기반으로 형성된 유형·무형의 문화적 자산을 뜻하며, 지역문화예술은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의 문화예술인이 행하는 유형·무형의 활동과 예술 작품을 뜻한다. 그럼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은 무얼 말하는가? 지역문화는 무엇보다도 한 지역에서 역사적 공동경험을 통해 형성된 동질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따라서 지역문화에는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거기에 참여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복합적으로 지역과 문화의 화학작용이 일어나야 한다.
2. 지역문화 - 문화원은 지역문화의 진흥에 총괄책임을 지고 있는가?
그동안 우리는 ‘문화’하면 문화예술이나 문화재만을 떠올렸다. 그래서 ‘문화예술’하면 그쪽에 종사하는 예술인들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고 소수의 예술가들이나 전문집단을 위주로 하는 활동을 문화예술이라고 생각했다. ‘전통문화’하면 문화재 발굴과 보존이 전부이고 박물관, 미술관은 이를 전시하거나 재현하는 것이 주된 일이라고 믿어왔다. 그래서 전통문화는 과거의 것에 머물러 현재와 소통하기가 불가능했다. 또 예술 활동은 예술인들만의 리그에 머물러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지역문화진흥법을 통해 ‘지역문화’와 ‘생활문화’가 등장했다. 이런 개념은 사실 이천에는 매우 낯설다. 문화가 ‘지역’이라는 공간과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그리고 지역주민의 일상적 생활 속에 피와 살을 가진 구체적인 모습을 하고 나타나야만 비로소 ‘지역문화’가 뿌리내리고 ‘생활문화’가 꽃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천에 아직 이렇다 할 ‘지역문화’도 형성되지 않았고 지역주민도 진정한 ‘생활문화’를 향유하고 있지 못하다.
그렇다면 지금 지역의 상황은 어떤가? 지역의 예술단체들은 예술인들만의 문예활동과 창작에만 몰입해서 정작 그 지역의 예술인으로, 그리고 지역주민 속에서 활동하는 일들은 소홀히 해왔던 건 아닐까? 지방문화원진흥법에 따르면 ‘지방문화원’은 무엇보다도 ‘지역문화’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문화원은 지역의 문화를 세계화된 시각에서 바라보고 새롭게 가치를 창출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좁은 의미의 문화 영역에 갇혀서 그 지방의 향토문화만을 자신의 영역으로 고수해온 건 아닐까? 기초지방자치단체의‘지역문화재단’은 지역문화진흥에 관한 중요 시책을 심의·지원하고 관련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경기도에도 지역문화재단을 설립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12군데나 된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지역문화재단은 아직 독자적인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기 보다는 다른 문화단체의 사업과 유사한 사업을 수행하거나 행정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종속되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 광역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지역문화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사업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지방문화원은 잠잠하기만 하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지역문화 대신 향토문화에 대한 미련과 향수에 아직도 젖어있는 것은 아닐까?
3. 생활문화 - 주민의 일상적 삶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라!
지역문화와 함께 등장한 또 하나의 중요한 개념이 바로‘생활문화’다. 생활문화란 지역주민이 자발적으로, 일상적으로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문화적 활동을 말한다. 오랜 세월동안 문화는 특권계급만이 누려왔고 그래서 시민이 감히 누려볼 수 없었던 그들만의 전유물이었다. 그런데 그 문화를 이제 시민들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예술은 예술가의 전유물이라는 생각도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문화가 공급자, 예술가 중심에서 이제는 주민 중심으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생활문화란 과거 특권층이 남겨놓은 이른 바 ‘기름진 삶의 양식’을 누리는 단계에서 벗어나 주민 스스로 그들 자신의 삶의 방식과 삶의 기술을 생활 속에 양식화하는 과정이 과제로 남는다. 수동적으로 소비되는 문화가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꿈꾸고 상상하고 끊임없이 시도해보는 과정에서 소통하고 공감하며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해야 한다. 생활문화의 지향점은 분명하다. 일반대중이 일상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게 하는 것, 자기만의 호흡과 자기만의 속도로 길을 가게 하는 것이다. 창의성과 상상력은 수많은 외부적 자극과 도전에 직면해야 일어날 수 있다. 그들만의 독특한 대응방식이 그 지역의 문화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생활문화는 자발성, 일상성에 근거해야 한다. 생활문화는 지역이라는 토대 위에서 주민이 그들의 삶과 문화를 새롭게 해석하고 가치를 부여하면서 스스로 창출해 나가야 하는 작업이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 인간다운 삶의 질, 삶의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바꾸어 가는 것, 그게 바로 문화인 것이다. 과거 권력층이 누렸던 호사스런 문화를 우리도 한번 누려보자는 것이 아니다. 이제 문화의 주체로 나서게 된 주민이 새로운 삶의 양식을 스스로 창출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지점에서 지역을 토대로 일상적 문화 활동의 주체가 되는 사람, 창조적 인재로서의 ‘지역문화 전문인력’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이런 창조적 인재가 그 지역에서 얼마나 신나게,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느냐에 따라 그 지역의 미래가 좌우된다. 창조적 환경은 창조적 인재를 키우고 창조적 인재는 창조적 환경을 만든다. 그러니 진정한 지역문화의 진흥을 위해서는 먼저 사람을 키워야 한다. 그렇다면 요즘 수 없이 만들어지고 있는 동아리는 무얼 말하는가? 그저 모이기만 하면 동아리인가? 아니면 공동의 관심사나 취미, 친목도모를 위한 모임을 말하는가? 아니다. ‘동아리’는 새로운 삶의 양식을 창출하는 생활문화의 씨앗들이다. 지역을 기반을 해서 공동의 관심사에 대한 실천적 학습을 통해 그 지식을 생활현장에서 실행하며 자신의 삶 속으로 통합시켜나가려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지역을 살아가는 일상의 삶에서 새로운 삶의 대안과 양식을 모색하는 모든 문화적 활동의 주체가 바로 ‘생활문화동아리’다.
4. 생활문화동아리 - 공동체적 관심을 가진 동아리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제까지 그저 동아리만을 얘기해 왔다. 장르, 분야, 기능을 가지고 동아리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걸로는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모래알 같이 그저 자신의 이해에만 머물러있을 뿐이다. 이제는 공동체문화를 어떻게 만들까 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그 삶 안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방식의 문화를 우리가 공동체문화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천문화원에서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진행해왔던 문화학교를 쇄신하기 위해 문화학교 강좌의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 그것은 생활문화동아리로의 전환이다. 강사중심, 예술가중심에서 주민중심, 생활중심으로 전환을 시도했다.
이런 관점에서 학습자가 배운 것을 일상적 생활공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실행해보고 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시작했다. 생활문화의 확산을 위해서 문화원이 해야 할 역할은 동아리의 든든한 후원자요, 동아리 활동의 플랫폼이 되어주는 일이다. 이천문화원이 가고자 하는 생활문화강좌는 이런 것이다. 할머니를 강사로 모셔서 옷 잘 다리는 법, 밥 잘 짓는 법, 장 잘 담그는 법을 배우거나,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를 모시고 우리 동네에서 잘 자라는 약초를 알아보고 그 약초를 캐고 쓰는 법을 전수받는 강좌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동네 자원을 직접 찾아보고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는 과정과 활동이 바로 진정한 우리 동네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천은2004년 평생학습도시가 됐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평생학습도시가 153개나 된다. 평생학습도시란 시민들이 전 생애를 통해 학습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도시를 말한다. 하지만 시민들의 학습이 왜 필요한가? 배우는 즐거움? 급격한 사회변동에 따른 재고용 증대를 위해서?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이천시가 시민들의 평생학습 분야에 투자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거기서 이천의 미래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서다. 시민들의 인문학적 상상력이야 말로 창조도시의 기반이다. 하지만 이천에서 이루어지는 평생학습은 아직도 강좌 중심이다. 동아리 중심, 공동체 중심으로 가기에는 갈 길이 멀다. 평생학습의 기초가 되면서 지향해야할 목표가 있다. 바로 이천이라는 지역이다.
지역사회에 제대로 뿌리내리는 평생학습이란 시민들에게 지역 정체성을 반영한 인문정신을 갖게 만들며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지역 고유의 문화자원을 활용한 창조적인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결국 평생학습이 나아가야 할 목표는 주민이 개별적으로 지식과 기능을 습득함으로써 학습욕구를 채워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관심이 지역공동체로 확산되도록 하는 것이다. 동아리를 만들고 뭔가 지역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시도하고 새로운 작업과 일들을 벌여보는 것이다. 이렇게 지역마다 자생적으로 다양한 모임과 문화운동이 일어나는 것이야 말로 평생학습의 바람직한 미래 모습이다.
5. 지역문화전문인력 - 여기에 미래가 달렸다!
지역문화의 진흥이라는 지방문화원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사업도 중요하지만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문화도 결국 그 지역에 사는 주민에 대한 고려와 접근이 중요하고 주민이 주체가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천문화원은 지역문화의 창조적 인재를 키우기 위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4년째 이어가고 있다. 인문학을 통해 사람을 남기려는 시도다. 2014년 ‘인문학으로 이천 읽기’, 2015년 ‘이천을 스토리텔링하다’, 그리고 2016년 ‘모든 길은 이천으로 통한다’ 등으로 이어지는 인문학 과정을 통해 이천문화원은 이천이 필요로 하는 지역문화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2015년에 시작된 ‘이천이야기꾼’은 이천에 구전되는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시민들에게 들려주는 사업이다. 이천이야기꾼은 케이팝스타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참여자는 1차 관문을 통과하면 2개월간 전문가의 멘토링 지도를 받으며 이야기 대본을 완성한 후 본선 발표를 통해 이천이야기꾼으로 탄생한다.
‘조각작품 도슨트’는 20회에 이르는 국제조각심포지엄을 통해 만들어진 200 여점의 조각작품을 시민들에게 쉽게 해설하는 프로그램이다. 조각작품 도슨트는 시민들이 공원에 배치된 작품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조각공원 지도를 만들고 관객의 눈높이에 맞게 작품을 해설함으로써 시민들에게 큰 호응과 반향을 일으켰다. ‘문화유산교육교사’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우리고장 탐구학습을 보다 생동감 있게 교육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이천시와 교육지원청, 그리고 문화원이 MOU를 체결하고 권역별 체험학습 코스와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학생들을 지도했다. 학교현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올해는 사업이 관내 모든 학교로 확대되어 1500여명의 학생이 참여하게 된다.
6. 원천콘텐츠발굴 목록화 사업이 놓치고 있는 지점들...
2017년 모든 지방문화원이 참여하고 있는 ‘원천콘텐츠 발굴 전수조사 및 목록화 사업’은 그동안 지방문화원이 조사․발굴했거나 간행했던 향토자료와 지역의 원천자료들을 모두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이를 잘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하지만 이 사업이 지역문화의 원천자료들을 모두 포괄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혹시 일반 서적류나 문화원 간에 발송한 발간물들을 원천콘텐츠로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그동안 문화원이 발간한 간행물이나 관내에서 조사․수집한 자료가 1차적인 목록화의 대상이 되겠지만 문화원은 다음 네 가지 분야의 목록화 작업을 시급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첫째, 중앙기관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지역에 관한 모든 정보와 자료를 망라하여 업데이트된 목록을 시민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그 지역의 문중이나 기관 등이 보유하고 있는 문집류, 유물 등의 자료를 모두 조사하고 국역작업 등 메타데이터 작업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셋째, 사라져가는 근현대 문화유산과 관련된 자료의 조사와 더불어 주민의 기억과 증언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확보해 나가야 한다. 넷째, 지자체마다 시군지 편찬을 위해 선행적으로 조사, 수집했던 기초조사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이를 후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관에 책임 있게 이관하여야 한다.
이천문화원은 이런 관점에서 2017년 인문학 주제를 ‘이천의 일상을 기록하다’로 정하고 ‘시민기록자 양성 과정’을 6월에 개설했다. 지역의 원천자료들을 지속적으로 아카이빙해가기 위해서는 시민 아키비스트를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천에 대한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기억을 기록으로 바꾸는 작업이 시급하다. 그런데 누가 이 일을 할 것인가? 주민 인터뷰를 통하여 구술된 기록과 개인적 논평들은 근현대의 역사적 사건들을 이천의 주민이 어떻게 경험했는지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다.
이천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주민의 기억과 일상적 삶의 내용을 기록하는 전문적인 구술기록자가 있어야 한다. 서울에서는 기억수집가’란 이름으로, 원주, 파주, 시흥에서도 아키비스트 양성을 위한 강좌를 시도하고 있다. 과거에는 구술의 주관적 성격과 개인적 경험의 한계를 이유로 구술 작업에 비중을 두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구술자의 주관성이 오히려 역사적 기록의 배후에 있는 주민의 경험과 그들의 삶에 끼친 변화의 내용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과거에는 기록 작업이 권력자 중심, 중앙사 중심의 실록편찬으로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지역민들이 삶의 주체로 나서서 주민 관점에서 지역의 역사와 이야기를 발굴하고 새롭게 써내려가는 시대가 되었다. 시민기록자란 이렇게 평범하게 살아가는 주민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기록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사람이다.
7. 시민기록자 - 이제 주민들이 자신의 삶의 기록을 남겨야 한다!
6~7월에 실시된 시민기록자 인문학과정의 후속과정으로 9월 초에는 시민기록자 워크숍을 실시하여 시민기록자들이 구술채록 방법론, 인터뷰방식, 마을조사와 공동체에 대한 이해 등 시민기록자 활동에 필요한 구체적인 지식과 방법론을 배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시민기록자들이 마을로 들어가 마을답사, 주민인터뷰, 사진 찍기, 구술채록, 기록관리 등 이천에 대한 생생한 기억들을 수집하고 기록하는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두 개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첫째는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이천시지 대중서 편찬사업에서 시민기록자들이 한 챕터를 맡아 공동집필하는 프로젝트다. 지역주민이 주체적으로 시지 집필 작업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자못 크다. 둘째는 이천문화원이 그동안 지역을 주제별로 집중 취재하여 발간해온 아카이브 형식의 문화지 ‘설봉문화’를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집필하는 프로젝트다. 이번에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이천의 노거수’다. 마을에서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지켜보며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노거수를 통해 마을의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를 다루어보려고 한다. 노거수는 역사적으로 마을단위 제의의 중심이 되는 장소요, 주민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하고 음식을 나누며 더위를 피하는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 노거수 취재를 구실로 주민들을 인터뷰하는 작업은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와 마을구성원의 삶을 복원하고 정리하는 일이기도 하며 마을에 대한 애정과 공동체성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8. 마을기록사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시민기록자가 주력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가 바로 이천의 마을기록사업이다. 마을기록사업은 마을의 역사와 주민의 생활상을 조사, 기록하여 마을 문화의 정체성을 밝히고, 문화자원을 발굴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그동안 지역의 시군지 편찬이 지역의 통시적 기록사업으로 이어져왔지만 주민의 일상적 삶의 내용을 담아내기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그런 일들은 소수의 외부전문가 중심으로 수십 권의 방대한 시군지 편찬사업으로 확대하기 보다는 주민 중심의 마을지 만들기 사업으로 이어지게 함으로써 지역민의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아래로부터 다양하고 다선적인 역사해석의 지평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는 과거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왔던 지배권력 중심, 관찬 중심의 역사이해에서 벗어나 평범한 개인들의 삶의 내용들을 지역의 역사로 만드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천문화원은 앞으로 시민기록자들이 주민들의 일상적 삶의 모습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고 되살리는 활동을 통하여 아키비스트로서의 전문성을 키워나감으로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이천형 문화일자리로 정착시켜나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