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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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zine 제13호

<특집> <정책/이슈>
새 정부 문화정책을 논하다문화, 쉼표의 자리: 최실비(평택문화원 학예연구사)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것이 문화 정책의 기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전 정부의 잘못된 관여가 위축시킨 문화계의 분위기를 환기하고 자율성과 독립성을 고취시키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문화원은 이름 그대로 ‘지역’이라는 모체에 속해있다. 이 말은 여러 가지를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지방문화원이 지역을 이용하여 지역 문화의 발전에 구심점 역할을 한다는 것과 다른 한편으로는 지자체의 지원에 의존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점이다.
문화원이 지자체의 지원에만 의존하게 된다면 지자체의 감시와 정치의 개입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 그들이 지원을 빌미로 간섭하기 시작하면 결국 지역에서의 문화원의 역할은 시정 홍보(이를테면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적 보은을 갚는 수단으로서의 행사 등을 포함하는)를 담당하는 지자체의 ‘하부조직’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문화원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보장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지역의 문화가 발전하기는커녕 단순히 보여주기 식의 저급한 일회성 행사 등이 판을 치게 될 것이다.
새 정부는 문화예술계에 대한 공정하고 자율적인 장치 마련에 집중하려는 것 같다. 이를 위해 정부·문화예술지원기관·문화예술계 간 공정성 협약 체결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이처럼 정치·관료가 지원 대상과의 적절한 거리두기를 하겠다는 정책은 참 반갑다. 지금이야말로 문화원이 정부의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계획을 세워야 할 때이다.

문화정책 톺아보기

문재인 정부의 문화정책 중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으로 문화유산의 가치 제고’,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해 문화 균형 발전 이룩’, ‘생활문화시대 창조’가 문화원에서 자세히 살펴보아야 하는 정책들이라 판단된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이 항목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지방문화원의 역할을 고민해보려 한다.

첫째,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으로 문화유산의 가치 제고
이 정책에서 새 정부는 ‘지역의 근현대 문화유산 보존 및 활용 확대’와 ‘문화유산 교육 및 활용 확대’를 언급했다. 이는 문화유산을 활용한 다양한 축제 및 행사를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및 광역자치단체의 공모사업 신설 및 기존 공모사업의 확대 등이 이루어 질 듯하다. 이에 ‘지역’을 이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강점이 있는 지방문화원은 문화유산을 활용한 창의적인 콘텐츠를 개발하여 정부와 광역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 행사 등을 진행하여 지방문화원이 지역을 이용하여 지역을 뛰어 넘는 역량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콘텐츠 개발은 단순히 예술 분야에 국한되거나 유물 자체에 대한 이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의 문화유산이 속한 당대의 정치, 사회, 문화 등 여러 측면과 연관시켜 당대의 문화유산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 즉 그 문화유산만이 가진 이야기와 마을의 이야기가 담긴, 특화된 지역문화 콘텐츠를 발굴하고 진행하여 ‘우리 지역만의 것’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문화유산에 그런 특별한 이야기들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가상의 생활모습을 구성하여 당시의 문화를 생활 속에서 결합할 수 있도록 하여 참가자가 그 안에서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둘째,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해 문화 균형 발전 이룩
이 정책에서는 ‘폐산업시설, 노후건물, 지하상가 등을 활용한 지역문화재생사업 확대’와 ‘문화도시 조성 활성화’가 눈여겨 볼만 한 이행과제이다. 근래에 폐공간(폐시설)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하면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공간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공간에 담겨있는 ‘시간성’과 ‘역사성’을 기반으로 시설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기능을 발굴하여 죽어버렸다고 판단되었던 공간을 다시 살리는 방식이다. 이는 공간이 담고 있는 문화적 자원을 발굴하고 활용함과 동시에 지역의 고유한 특성, 즉 정체성과 주변 주민들의 생활문화도 함께 지켜내야 한다. 지속가능한 도시 속 공간을 만들어내고 거기에 그 공간만의 시간적·역사적 문화의 숨결을 더한다는 것은 지역을 모체로 가지고 있는 문화원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셋째, 생활문화시대의 창조
본고에서는 세 번째로 다루지만, 이번 문재인 정부의 문화정책에서 역점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생활문화시대의 창조’이다. 이는 바로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의 시대를 열겠다는 말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동네생활문화 환경 조성 및 생활문화동아리 활성화 등이 제시됐다.

벌써 기초문화재단과 몇 문화기업들은 발 빠르게 새 정부에 정책에 대응하여 생활문화동아리 육성 사업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문화원도 이에 뒤처지지 말고 생활문화동아리 육성에 발을 내딛어야 한다. 이름만 바꾼, 또 다른 문화학교나 주민센터의 강좌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단순 동호회 지원 형태의 강좌에서 벗어나 주민을 창조활동의 주체로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먼저 지역(마을) 내 자발적·지속적으로 모이고 있는 문화예술 동아리를 파악하고 수요조사를 통해(마을별, 세대별, 장르별로) 전문예술가를 파견하여 전문화된 교육기회를 부여한 후 ‘마을문화기획자’¹⁾를 양성해야 한다. 이 마을문화기획자는 본인이 속한 동아리의 콘텐츠로 지속적인 창작과 공연을 하도록 하여 마을의 이야기를 창작물로 생산하도록 해야 한다. 결국 그것들이 모여 지역의 스토리텔링의 원천소스가 될 것이다.

1) 주민이 기획자가 되어 마을의 역사를 비롯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어 콘텐츠화 하는, 창조적 문화발산자를 의미함.

쉼표를 넣다,

문화원은 지역을 지킨다. 그것은 시간이기도 하고, 역사이기도 하고, 사람이기도 하고,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방문화원은 지역의 자원들을 이용하여 창의적인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그것을 활용하여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퍼뜨려 지역주민들에게 문화가 삶의 가까이에 위치할 수 있도록 지역 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문화원은 문화적 자율성을 가지고 활동하며 재정 또한 자유롭게 확보하는 단단한 위상을 가진 조직이 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여러 문화정책 중에서도 ‘쉼표가 있는 삶’이라는 말이 참 기분 좋다. 문화를 통해 쉼표를 얻는 삶, 그 쉼표로 사람이, 이 사회가 숨 쉬어 갈 쉼을 얻기를. 또한 그 쉼표를 문화원이 넣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