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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서평> <정책/이슈>
연천 삼거리 선사유적의빗살무늬토기 연구1)
윤 한 택 문학박사


 이번 호 문화뜰이 찾은 경기도 문화원형은 경기문화저널 지난 6호의 ‘칠지도’ 철기 문화에 이어 ‘빗살무늬토기’신석기 문화이다. 

 21세기의 현 시점에서 문화원형이라는 범주로 새롭게 조명되는 신석기 문화, 토기는 어떤 의미로 읽혀야 할까? 지난 세기까지 역사의 시대구분 기준으로 사용되었던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 등에 어떤 새로운 옷이 입혀지는 것일까? 

 우리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등장하는 핵심적인 키워드가 경제니 역사니 하는 것으로부터 문화로 바뀌어 온 지속적인 트렌드를 포착하는 것이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경제는 물질에 갇혀 있는 것 같고, 역사는 과거로만 치닫는 것 같음을 현대인이 느끼고 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구태여 나누어 불렀던 물질문명과 정신문화의 구분도 모호해진 걸 느끼는 것은 필자만의 일은 아닐 듯하다. 

 과거 지향의 역사 인식이란 점에서 우리는 계급투쟁론도 빼 놓을 수 없다. 인류 역사를 계급투쟁의 역사로 규정한 것은 프롤레타리아 독재 권력을 중심축에 놓았던 사회주의자들이었지만, 자본주의자들은 자본의 독점이란 점에서 훨씬 더 계급투쟁론자들이었으며, 그 둘은 모두 철 지난 역사 인식이 되었음을 이제는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자본과 권력은 물신주의의 주관적, 객관적 양면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간 중심, 사람 중심의 역사가 우리 시대의 대안이 될 수 없음도 명백하다. 인간이 자주성·창조성·의식성을 가졌으며, 인류 역사는 인간 자주성 확대의 역사였다고 규정한 주체사상의 임의적, 결정론적, 관념적 성격을 지적하는 것은 군더더기에 지나지 않는다. 인문학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온갖 아류 인간중심주의가 기존의 물질주의, 황금만능주의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음도 명백하다. 물신주의가 인간의 소외를 낳았지만, 인간의 해방은 물신주의의 한계인 물질과 정신의 분리를 극복하는 곳에서 오는 것이지, 구호로서의 인간중심주의를 외친다고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1) 이우형, <연천 삼거리 선사유적의 빗살무늬토기 연구>,『경기향토사학』제2집, 경기도문화원연합회, 1997.

 그리하여 인류역사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계급투쟁의 역사가 아니다. 물신주의를 극복하는 원천으로서의 노동력 3 속성인 두뇌와 근육과 신경 중 그 원천의 원천인 신경이 세계의 중심에 자리 잡는 역사 발전의 획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근대와 현대를 구획하는 경계선이다. DNA의 발견과 양자역학이 그 역할을 해 내고 있다. 신경이 소프트웨어이고, 두뇌와 근육은 그 소프트웨어의 응축인 하드웨어에 불과해진 셈이다. 이제부터의 인류역사는 신경회복의 역사가 되고 있다. 그리하여 부와 권력의 ‘결정자’를 축으로 이해하여 원시공동체 - 고대노예제 - 중세봉건제 - 근대자본주의로 이어지던 계급투쟁의 역사는 ‘100% 확률자’를 축으로 하여 범신 - 다신 - 일신 - 물신 - 신경으로 이어지는 신경회복의 역사로 확장되었다. 



 물질과 정신, 존재와 의식의 대립이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출발점을 모색할 때 신석기 시대는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농업 혁명에 초점을 맞추어 신석기 시대를 근대 산업혁명을 부각시키기 위한 획기로서만 이해하던 시대를 현대는 훌쩍 뛰어넘고 있다. 현대 반도체 혁명은 신석기 혁명의 역사적 의미를 본질적으로 확장하였다. 그것은 단순히 산업혁명의 전기와 후기가 아니다. 그것은 물질과 정신, 존재와 의식을 포괄하는 소유의 혁명이다. 왜 그런가? 반도체가 역사 시대 내내 분리하여 이해해 왔던 물질의 두 속성인 파동과 입자를 ‘진동하는 소립자’로 연결시켜, 정신과 물질의 통로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소유의 혁명은 또한 그 3 구성 요소인 유기체적 자연, 비유기체적 자연, 개체 중 그 원천으로서의 개체의 의미도 부각시켰다. 삼라만상 각각이 그 자체 내부에 자신의 가치를 가능태로 보유한 확률자로, 우주의 본체로 새로 탄생하고 있다. 그 각각이 효율성과 합목적성을 가진 생명의 단위로 올라섰다. 드디어 개성, 다양성의 시대가 된 것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신석기 혁명에서 어떤 점이 반도체 혁명과 연결되어 부각되는가? 바로 그 지점에서 토기가 등장한다. 우선 형식적인 명칭에서부터 그 관련성은 드러난다. 도기류의 영어 명이 웨어(ware)이다. 반도체의 양 날개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이다. 물질, 정보의 저장 기능이 그 둘을 매개하고 있다는 말이다. 다음은 재질이다. 반도체의 원료가 모래임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토기의 태토가 사질성점토임에 유의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것을 우연성으로 몰아 억지가 아닐까 의심할 필요는 없다. 누 천 년을 뛰어넘은 신경 작용의 점핑으로, 더 적극적으로 끌어오는 작업만 남았을 뿐이다. 사물 자체의 개별성이 전면에 등장하는 점에서도 이 둘은 획기적이다. 기존의 원시공동체를 넘어, 범신의 시대를 넘어, 일부일처제적 단혼소가족이 등장한 것과 물신을 포함한 일체의 외부 결정자의 시대를 넘어 사물의 개체성, 다양성이 전면에 드러나는 시대로 돌입한 것에서 개성의 승리를 주목하자. 

 경기도 지역에서 임진강 일대의 연천은 세계 구석기 시대의 역사를 새로 쓰게 한 곳이다. 이와 아울러 연천군 내에서는 1991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실시한 <군사보호구역 내 문화유적 지표조사>에서 구석기시대부터 역사시대까지 다양한 문화유적이 분포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경기북부, 특히 군사분계선과 인접한 연천·철원군 지역에 1996년 7월 26~27일 양일간 집중적으로 70mm 이상의 국지성 호우가 퍼부었다. 이로 인해 임진강·한탄강이 범람하고 가옥이 유실되고 침수되어, 인명과 재산의 엄청난 손실이 발생하였다. 

 이로 인한 유적의 피해 상황 조사가 이런 지역에서 향토사를 연구하면서 1995년에 연천문화원에서 발간한 <향토사료집>을 편저한 이우형 선생의 손을 피해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 논고의 대상인 삼거리 유적은 큰 배를 뒤집어 놓은 것 같은 남북 약 800m 길이의 장타원형 사구이며, 정상부의 높이는 해발 40m 가량이다. 섬말이라고 불리는데, 그것은 강하반이 우기 때만 되면 상습적으로 범람하는 임진강으로 인해 마치 섬처럼 고립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이때 채집된 빗살무늬토기편은 모두 28점인데, 각각 구연부편 7점, 동체부편 19점, 저부편 2점이었다고 한다. 이들 특징을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토기편은 모두 빗살무늬의 유문토기이다. 기형은 우리나라 세 개의 지역군 가운데 서해안 지역의 첨저형 서한토기이고, 함께 채집된 점열문 토기의 바닥은 평저로 추정된다. 무늬는 구연부에는 5열의 평행단사선문과 능호문을, 동체부에는 점열중호문·사격자문·종주어골문을, 저부에는 횡주어골문으로 장식하였다. 구연부의 추정 구경은 18 ~ 35cm 내외이고, 전체 높이는 알 수 없으며, 두께는 0.6 ~ 1.1cm이다. 태토는 사질성점토에 운모·석면·석립 등이 섞여 있고, 소성상태는 대체로 양호하며, 성형방법은 윤적법이다. 

 이 유적이 차지하는 시·공간적 실체를 필자는 두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첫째, 임진강 유역 신석기 문화의 실체를 확인하였으며, 인근 문화와의 상호연계성을 밝히는 기초자료가 된다. 둘째, 문화 단면이 암사동 유적과 유사성을 띠며, 소량 채집된 점열중호문편이 암사동, 미사리·시도, 북한 지탑리 제 2지구의 것과 유사한 것에 주목하여 연계성, 전파 경로, 편년 연구가 기대된다. 



 2011년 중앙문화재연구원에서 발간한 <한국선사시대 사회와 문화의 이해> 한반도 신석기시대의 문화 변동에서는 빗살무늬토기 문화의 변동 과정을 검토하고 동북아시아 신석기문화의 변동과 한반도 빗살무늬토기 문화를 정리하고 있다. 또한 세계 학계에서는 신석기 3기에 해당하는 토기 신석기시대는 기원전 6500년 전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며, 터키, 시리아, 북메소포타미아의 할라프 문화와 남메소포타미아의 우바이드 문화가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 시야의 확대와 더불어 문화원형으로서의 그 가치를 대중적으로 확산하는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라야 이 문화뜰 기획의 의도가 달성될 것으로 생각된다. 밀리언셀러 해리 포터의 ‘포터’가 ‘도공’임에도 주목하자. 

 그럴 때 우리가 한시라도 놓쳐서는 안 되는 관점은 현대의 역사 시대가 ‘개성의 시대’라는 것이다. 그 작업 과정이 아무리 지난하고 고단하며 배고프더라도 권력의 시녀가 되거나 자본의 노리갯감이 되는 길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지점이 바로 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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