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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사업>
평택문화원 웃다리문화촌

 

 글 :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 : 전형민기자 hmjeon@kyeonggi.com      


흉물스런 '폐교'웃음소리 꽃피는 문화공간으로 '활짝'
"아이고, 오늘 파란 눈 손님들 오는 날인데 빨리들 준비혀." 
"오전에 밭에서 배추 뽑다 말고 택시 타고 왔어~" 
"콩고물은 준비된 겨?" 
  
 2012년 11월 10일 초요일 오후. 평택시 서탄면 한적한 시골 학교 운동장에서 70~80대 어르신들이 손님 준비가 한창이다. 인절미도 보이고, 무슨 잔칫날이라도 되는가 싶어서 여쭸다.
  
"잔치는 무슨, 웃다리촌은 핵교여 핵교, 오늘 강의 있는 날이라 수업 준비하느라 바쁜 것이구먼"
  
 흰머리가 검은머리보다 많은 할아버지와 허리도 못펴고 꼬부랑 자세로 서 있는 할머니 들이 핵교(?)에서 도대체 무슨 수업을 하신다는 건지. 궁금해서 반나절을 지켜봤다. 




폐교 금각초교에 2008년 개관해마을 주민 힘 합쳐 전통+놀이 결합한 문화메카로계층. 나이 불문 프로그램들 외국인도 "원더풀“
  
꼬무랑 할머니와 흰머리 할아버지 선생님  
 오늘의 강사는 정용녀, 심성자, 이민회, 임재혁, 정난옥, 허삼열, 이근우, 이경태 어르신. 어르신들의 미션은 평택 미군부대에 근무하는 80여 명의 장병 가족들을 위해 떡메치기 체험과 장승 만들기를 강의하는 것. 이경태 어르신은 박동린 평택시 문화해설사의 영어 통역으로 장승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자세한 설명부터 이어갔다.
  
“장난감 같이 생겼지요. 장승은 수호신의 역할을 합니다. 마을이나 절에 들어올지도 모르는 나쁜 기운이나 병마·재액·호환을 예방하는 동시에 마을의 풍농과 화평, 출타한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지켜주는 것이 바로 장승입니다. 자, 그럼 이제부터 따라 맹글어 봅시다.” 
  
 신이 난 미군 장병 가족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장승 주재료인 나무를 자르고, 붙이고, 감고 손을 바삐 움직였다. 특히 장승 만들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얼굴 표현. 외국인들이 봐도 해학적이어서 우락부락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무섭게 보이면서도 다정다감하게 느껴져서 신기하고 재미가 있다. 외국인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강사의 도움을 받아 장승 만들기를 완성했다. 뒤에 진행된 인절미 떡메치기 체험은 빵 문화에 익숙한 외국인들에겐 그야말로 서프라이즈한 체험이었다.“인절미는 한국식 빵이라고 보면 되는 겨. 떡 드셔보셨지요. 찹쌀을 쪄서 떡메치기 틀에 붓고는 떡메를 쳐서 잘 부숩니다. 찰진 반죽이 될 때까지 치고 또 치고 해야 쫄깃쫄깃한 인절미가 만들어집니다. 맛보고 싶은 양반들은 떡메치기부터 하고 줄 스셔.”  노란 콩고물을 꾹꾹 눌러 묻힌 쫄깃쫄깃한 인절미를 한입 베어 문 외국인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oh~ It‘s delicious”를 연발하며 떡 맛에 매료됐다. 




2000년 폐교에서, 문화를 꽃피우다
 어르신들 말씀대로 학교는 학교인데 뭔가 좀 특이하다. 교장선생님도 없고 산수, 국어수업도 없고 무엇보다 시험이 없는 학교다. 
    
 ‘웃다리문화촌’의 정체는 뭘까. 웃다리는 농악의 한 종류다. 농악은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조금씩 다른데 충청·경기도 지역의 농악을 ‘웃다리 농악’이라 부른다. 그 중에도 평택농악은 지난 1985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웃다리 농악을 대표한다. 이 곳 문화촌을 웃다리라 지은 것도 이러한 자부심 때문이다. 
    
 평택시 서탄면 금각리에 소재한 웃다리문화촌은 사연이 많다. 2008년 8월 문을 연 웃다리문화촌은 옛 금각초등학교 자리에 들어섰다. 1945년 개교한 금각초등학교는 서탄초등학교 금각분교를 거쳐 지난 2000년 폐교됐다. 미군부대 때문에 개발이 제한돼 젊은 주민들이 하나 둘 마을을 떠났기 때문.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학교는 이내 마을의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흉물스럽게 남아 있던 폐교가 전통과 놀이가 결합된 문화체험공간으로 태어난 건 2006년의 일. 평택문화원이 주축이 돼 천연염색, 생활도예, 공예, 놀이미술, 민속체험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접목시킨 웃다리 문화촌을 조성하면서부터다.


  
 웃다리문화촌이 자리 잡기까지는 마을 주민들의 힘이 컸다. 초창기 땐 매일 문화촌에 나와 부족한 일손을 보탰고 동물을 기증하거나 농장을 조성하는 데에도 내일처럼 나서 품을 들였다. 잡초만 무성하던 흉물스런 폐교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웃다리문화촌은 개관 5년 동안 평택의 새로운 문화메카로 거듭났다.  인구 43만 명의 평택시는 박물관·미술관이 없다. 그리고 문화원 원사도 없다. 그만큼 문화적 척도가 낮은 지역이 평택이었다. 
  
 그러나 웃다리문화촌이 체험하는 문화촌, 즐기는 예술의 장으로 전국적인 인기를 끌면서 연간 5만 여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게다가 지게, 양철도시락, 딱지 등 1950~80년대 부모님 세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물건들이 전시된 ‘웃다리박물관’과 도시생활 속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닭, 염소, 돼지, 거위 등 다양한 동물들이 있는 ‘동물농장’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무엇보다 웃다리문화촌은 프로그램이 짱짱하다. 
  
 어른신을 위한 프로그램, 외국인 프로그램, 다문화가정 프로그램, 군 장병 프로그램 등 지역적 특성을 감안한 계층 위주의 맞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웃다리문화촌 프로그램 운영담당자 김윤겸씨는 “장애인, 어르신, 소년소녀가장, 군 장병, 어린이, 어른 등 계층을 불문하고 누구든 오면 60여가지 체험이 가능한 곳이 바로 웃다리문화촌”이라며 “미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군사도시 평택에서 그나마 웃다리문화촌이 ‘문화인큐베이터’ 역할을 자처하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70대 사장님입니다!”…
실버세대가 만드는 희망의 안테나
 예전 평택하면 ‘미군부대’, ‘송탄햄버거’, ‘평택항’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엔 평택하면 ‘웃다리문화촌’, 웃다리문화촌 하면 바로 실버기업 ‘희망솟대’다. ‘희망솟대’는 
  
 이경태(79·평택시 서탄면 금각리) 대표를 주축으로 ‘땡땡땡! 실버문화학교’ 수강생 30명이 주주가 되어 세운 회사다. 평택시 거주 60세 이상 남녀 어르신들이 주축이 돼 솟대 만들기 강습활동을 통해 얻어지는 강사비와 문화관광상품으로 개발한 솟대를 판매한 수익금이 이 회사의 주 수입원이다. 이경태 대표는 “오늘 수업 잘 한 것 같어? 외국인 상대로 한 수업은 더 긴장된다니께.(하하) 7년 전, 노인들을 대상으로 짚풀공예, 장승·솟대만들기 교육을 한다기에 참여했는데 우연한 배움이 70대 노인의 인생을 바꿔버렸수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지키면서 어린이, 성인, 외국인까지 가르치고 돈도 벌게 되니 그야말로 신나는 노년을 살고 있수다. 오늘도 일하다 말고 수업이 우선이라 한걸음에 달려왔지 뭐”라고 말했다. 
  
 급속한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문화를 매개로 세대 간 소통과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의 롤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실버기업 ‘희망솟대’ 지난 2007실버문화축제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해 평택시가 실버문화를 이끄는 전국 최고의 도시로 평가받았다. 
  
 김은호 평택문화원장은 “서탄면의 폐교가 지역의 애물단지가 아닌 문화예술 체험장이자 쉼터로 환골탈태할 수 있었던 것은 발상의 전환과 지역 주민들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프로젝트였다”며 “앞으로 웃다리문화촌이 경기도를 대표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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