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낮게, 이상은 높게"
조선희
지방문화원장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지연의 문화적 현주소를 읽을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방문화원 원장이 진단하는 현재 문화상황은 어떠하며, 그러한 문화적 상황에서 지역문화에 대한 현주소를 읽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받을수 있지 않을까 하는 파원에서 기획된 인터뷰이다.
편집자 주
‘파주’하면 떠오르는 것은 ‘헤이리마을, 영어마을, 프로방스, 출판단지’ 등 세련되게 기획된 문화조성 도시라는 이미지였다. 이런 환경 속에서 ‘파주문화원은 어떤 위치와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까’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파주문화원을 대표하는 반가운 얼굴, 우관제 원장님을 만났다. 조금 일찍 도착한 필자가 문화원을 둘러보는 동안, 복도에서 바쁜 걸음으로 돌아오시는 원장님이 보였다. ‘율곡문화제’를 앞두고 오전부터 일정을 소화하고 오셨다고 한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호방한 웃음, 언제나 일을 의욕적으로 해내고 계시는 분인 것 같다는 인상이 강했다.
Q.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마침 오늘 전미란 과장님 생일이라고 원장님 도착하시자마자 다 같이 축하파티를 하게 됐네요. 전 직원이 화목해보여서 참 좋습니다.
A. 어떤 일을 하던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제가 파주문화원에 들어오고 나서 가장 많이 애쓰는 것이 역대 파주문화원장님들을 포함한 문화원 임직원들을 챙기는 것입니다. 문화원을 이끌어 가는 수장으로서 위아래 사람과 함께 갈 줄 알아야 문화원에도 미래가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Q. 말씀 중에 전화가 계속 오는데요. 바쁘신데 인터뷰 일정을 잡은 건 아닌지요.
A. 바쁜 거야 오늘이든 내일이든 매한가지이니 이렇게 서로 시간 내서 만나지 않으면 못 만나요. 마침 또 전 원장님께서 지나가는 길에 생각나서 연락하셨다고 합니다. 근처까지 오신 김에 점심식사 모시기로 했는데, 도연합회에서도 멀리서 오신 김에 오늘 같이 점심식사하시지요. 제가 전 원장님들을 하늘같이 모시고 또 형님 아우하면서 알뜰살뜰하게 챙겨드리는 편입니다. 제 1대 원장님부터 이력사항이나, 문화원 연혁도 정리하고 또 자주 찾아뵙고 안부도 전하고 하는 것을 자부심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사회도 매달 열어서 각 지역 단체 구성원이 모이는데 매달 의제가 없어도 보고싶어서 찾아올 정도로 아주 각별한 관계입니다. 문화원을 비롯한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또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다는 게 큰 기쁨입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전원장님들 현황이나, 문화원 연혁을 손수 정리하실 정도로 애정이 각별하신 것 같은데요. 원장님께서 살아오신 발자취도 궁금합니다. 파주문화원에 오시기 전 원장님이 걸어오신 길은 어떠셨나요?
A. 젊어서 고생을 많이 했지요.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파주의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 아주 열심히 살았어요. 어려운 생활 속에서 ‘무엇을 해야 내 자신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가난에서 깨어나려면 저축이 필요하다 생각하여 새마을 운동 때 새마을금고를 창립하여 그 시골에서 제일 큰 은행으로 키웠습니다. 그런 성과를 인정받아 농협 최연소 이사로 선출되기도 하고…. 열심히 한만큼 또 인정받을 정도로 일했어요. 그러던 것이 여러 단체의 일을 맡아서 하게 될 정도로 점점 넓은 사회로 진출하게 되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죠. 젊어서 고생하면서 일궈온 모든 것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기 위해서였는데, 문화원에서도 또 그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몸은 바쁘더라도 마음이 아주 보람찹니다.
Q. 원장님 프로필을 보니, 독특한 이력들이 많이 보입니다. 풍수지리사 자격도 주목할 만하지만, 특히 예의범절 교육이나 전례문화에 관련된 이력들이 특히 많으신 것 같습니다.
A. 하하. 풍수지리 쪽은 제가 파주에서 아주 유명합니다. 여기저기 여러 유명인사들이 대소사 앞두고 잠시 봐달라고 해서 불려 다니느라 바쁠 정도지요. 어려서부터 어르신 뒤를 따라 차례를 지내는 것으로 시작해서 제례를 익히고 조상을 모시는 것에는 도가 텄습니다. 그러다 장차 나이가 들면서 아버님께 축문 쓰는 법, 족보 보는 법도 익히고, 한문도 독학하여 공부해뒀습니다. 예의범절과 한국 전통 유교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보니 저절로 공부하고 깨우치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인지, 군대에 있을 때도 예절교육을 하게 되고, 파주 교하향교 장의로 선출되기도 하는 등 자연히 전례전통문화를 전승하는 일을 많이 맡게 됐습니다. 방촌 황희선생 영묘제, 파주 개성인삼축제 고유제 등 맡게 되는 역할이 점점 크고 다양해졌습니다. 그러다 무형문화제 제85호 석전제를 제1기로 전수받고 향교에서 활약을 했지요. 그 이후로도 한국 전례연구원 수료, 성균관 실천예절지도사, 풍수지리사를 취득하는 등 재밌는 공부도 많이 했어요. 그랬던 것이 지금와 문화원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향교와 서원, 유적지 등 전통문화 보존 뿐 아니라, 문화학교를 정착시켜 전통문화의 재현과 계승을 위한 교육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Q. 말씀나누다보니, 파주문화원의 사업이 보이는 것 같은데요. 간략한 파주문화원 소개와 주력하고 계신 사업 소개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A. 파주문화원에서는 첫 번째로, 향토사 연구를 위해 발간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고유의 전통문화를 발굴, 보존 및 전승하기 위한 활발한 연구활동과 함께 파주실록, 파주문화유적지, 파주역사 문화기행, 역사 속의 임진강, 파주금석문대관, 파주지명유래와 전설, 의례해설전서 등 파주의 문화원형을 발굴하고 기록하는 발간책자와, 파주의 소식을 전하는 파주문화도 열심히 발간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향토유적답사를 통해 시민들로 하여금 우리지역의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하여 매년 5월부터 12월까지 ‘향토유적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청소년들의 향토애를 고향시키기 위한 청소년문화유적지 순례, 우리민족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선진문화유적지 순례 등 다양한 유적답사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 파주지역의 다양한 문화를 시민과 함께 나누고,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나가기 위해 ‘율곡문화제’, 전국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한 ‘임진강 민속축제’, ‘파주짚풀문화공예품공모전’ 등 시민과 함께하는 지역문화창달에 힘쓰고 있습니다. 또 교육 강좌를 통해 선진 문화시민양성과 동호회를 통한 생활문화예술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경기도문화원연합회에서 개최하는 페스티벌 31에도 파주문화원에서 수업을 들었던 어르신들이 짚풀공예작품으로 전시에 참여하고, 또 난타동아리가 대표공연으로 참여할 예정입니다. 열정도 열정이지만, 그 실력이 수준급입니다. 사실 모든 사업이 다 의미가 있고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 “율곡문화제”는 파주문화원이 특히 주력하고 있는 사업입니다. 파주가 낳은 대선현인 율곡 이이 선생의 유덕을 추앙하고, 문화예술을 통해 지역과 시민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축제의 한마당입니다. 지역의 문화적 자긍심을 고취하고 무엇보다 시민이 참여하면서 즐길 수 있는 축제라 지자체에서도 앞장서서 축제를 홍보하고, 시민의 호응도도 높은 편입니다. 대붓을 이용한 서예 시연과 꽃남 어름산이의 전통줄타기는 매년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프로그램이고, 율곡선생의 구도장원을 기리기 위해 과거에 급제한 후 귀향하는 모습을 재연한 유가 행렬은 아주 장관입니다. 율곡 선생의 후예임을 자랑스러워하는 시민길놀이 행렬에 30여개 단체의 천여명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파주시민의 화합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가 있기에 초기 이천만원 단위의 예산규모를 27회째를 맞는 올해는 억 단위의 파주의 대표축제로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 만큼 그 규모와 성과면에서 파주문화원이 이렇게 일을 잘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Q. 그러고보니 경기문화저널에서는 지난 호 ‘파주이야기 할머니’를 주제로 기사가 나갔었는데요. 읽어보셨는지요? 지역 어르신들이 직접 참여해 파주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쉽고 재밌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기획이라 생각했습니다. 원장님이 그리시는 파주문화원이 나아가야 할 미래상은 무엇일까요?
A. 파주문화원을 포함한 지역사회 기관의 역할은 지역의 문화를 발전시키고 시민이 함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헤이리는 문화지구로 지정된 만큼 그 역할을 확대하여야 합니다. 새로운 문화 산업지역의 메카로 급성장하고 있는 출판단지 또한 세계의 출판도시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영어마을도 현재 운영적자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는데, 영어대학으로 승격하여 운영시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파주지역이 브랜드를 가지고 또 문화원이 함께 연계하여 지역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파주일대의 탐방코스를 만들고자 하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 출판단지 → 통일동산 → 임진각 → 도라산 → 판문점
· 통일동산 → 헤이리 → 황희유적지 → 자운서원 → 윤관장군묘소 → 혜음사지
이런 식으로 지자체와 문화원이 협력하여 파주시민과 관광객들이 파주를 더 잘 이해하고 파주의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기획사업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Q. 원장님이 그리시는 파주문화원의 미래는 굉장히 큰 그림인 것 같습니다. 파주지역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도 엿볼 수 있었는데요. 지금까지 원장님께서 파주문화원을 이끌어 오시면서 ‘아, 이런 건 좀 아쉽다.’, ‘이런 점은 꼭 바꾸고 싶다.’라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으신지요?
A. 아무래도, 문화원과 직원들의 복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야 지역사회에서 문화원장이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고, 또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일이라 생각하며 명예롭게 일하고 있지만, 문화기관의 복지나 형편이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문화원조례나 문화원진흥법을 개정해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처우가 개선이 됐으면 합니다. 지역에서 문화원이 하는 일이 많은 만큼 직원도 충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파주문화원 같은 경우, 얼마 전에 문화원 차량을 마련했는데 이제 문화원사만 지으면 내 할 일은 다하고 가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아있는 만큼 비전을 가지고 문화원을 운영해나갈 생각입니다.
우관제 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니 자신을 낮춰 주변사람을 높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파주문화원 뿐만 아니라 파주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넓게 보고 사업적 이상이 높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를 나누는 한 시간여의 시간동안 숨이 가빠보일정도로 바쁜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직원들과 선임 원장까지 챙기시며, 문화원과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본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높이 볼수록 멀리 볼 수 있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싶다. 그렇기 때문에, 파주의 전통문화와 기획된 문화단지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파주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인터뷰를 마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