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원에 전하는 진솔한 이야기
강진갑 경기문화재단 문화협력실장
2012년 한국문화원연합회 창립 50주년을 맞이하였다. 50년 세월 속에 전국에는 200여개가 넘는 문화원이 생겨나면서, 지역문화계의 발전, 넓게는 한국문화계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경기도 역시 31개 시군 문화원을 통해 경기도민들이 좀 더 문화인으로서 성장하고,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펼쳐 왔으나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경기도 내 문화원의 현모습, 그리고 미래를 현재 경기도 문화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경기문화재단의 강진갑 실장을 통해 문화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Q. 경기문화재단에서 오랜 시간 활동하였지만 문화원과도 지속적인 관계를 가져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문화원과 어떠한 활동을 해오셨나요?
A. 처음 문화원을 통해 지역 문화를 위해 일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89년 용인 문화원을 통해 용인군지 편찬상임위원으로 위촉이 되면서 문화원에 첫 발을 내딛게 되었고, 이 후 양주와 파주의 군지 편찬위원 및 지명유래집 편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문화, 그리고 문화원과 관계되어 활동하기 시작하였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도사 편찬 상임위원을 맡아 도에서 일하게 되면서 지금의 경기문화재단에서 전통문화 쪽의 일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활동이 자연스레 문화원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경기도 단위의 향토 연구단체에 대한 필요성으로 1990년대 당시 수원 문화원장을 추대해 향토 사업을 진행하며, 문화원과 긴밀한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도 수원문화원에서 『수원사랑』 편집주간일과 수원학 연구소에서 연구위원장으로 활동 하고 있고, 용인문화원 향토사연구소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Q. 지명유래집이나 군지 편찬에 대한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화원 내 이러한 것에 대한 편찬을 계획하고자 있는 문화원, 편찬위원들 혹은 담당자들에게 전할 수 있는 포인트나 노하우는 무엇이 있을까요?
A. 시군지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이해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시군지가 처음 만들어질 당시에는 각 지역을 연구할 전문 인력이 없어 지역에 관심을 둔 사람들이 이 일을 대신하였습니다. 전문 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수가 부족했기에 객관적으로 그 지역 문화를 바라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또한 비교연구를 통해 위상이 잡혀야 하는데, 다른 지역을 연구할 역량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본인 지역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즉 그들이 지역문화를 발굴하는데 많은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정확하게 평가 했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로 이것이 80년대 중반까지의 현상입니다. 80년대 말부터 향토문화 협의회 같은 단체들이 만들어지면서 학자들끼리의 교류로 시군지의 수준이 많이 올라갑니다. 전문 학자들이 지역사 연구에 투입 되면서 시군지들이 학문적으로 연구 되었고, 질적․양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지금에 있어서는 시군편찬위원회가 상설화되어 각 지역사가 연구 발굴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그 양도 무조건 방대하기 보다는 자료집 형식의 자료편과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본편을 구분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자료편은 디지털화 함으로써 쉽게 그 자료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본편은 연구자만 찾아보는 책이 대한민국 시민이라면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책을 내야 한다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재정 면에서도 큰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줄여진 비용만큼 편찬위원회에 더 큰 지원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매해 문화원들이 책을 내고는 있지만, 편찬위원들이 바뀌고, 위원회가 상설기관으로서 유지되지 못하다 보니 중복되는 내용도 많은 게 사실 아닙니까? 이런 것보다는 자치단체에서 지원을 함에 있어 오히려 전문 인력을 상설기관으로 만들어 정말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드는 것이 경제적 지원에서도 부담이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Q. 일찌감치 디지털시대의 콘텐츠에 대한 관심으로 인문콘텐츠학회를 설립하셨습니다. 문화원 역시 문화원형을 콘텐츠화 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인문학을 콘텐츠화 시킨다는 것,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A. 90년대 말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지식체계가 바뀌었고, 이는 곧 인문학에 위기로 다가왔습니다. 문학, 철학, 역사는 글자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미술이나 음악은 이미지나 소리의 형태로 사람들을 만나지만 인문학은 글자로 나타나죠. 사람들은 글자보다는 이미지를 원합니다. 대학에서 인문학과 관련 수업의 수강신청이 미달되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저는 디지털시대에 그 변화를 잘 읽으면 새로운 기회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1989년도 전국향토사학술회의를 통해 정보화시대의 향토사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정보화시대에는 그 전달 방법이 글씨가 아닌 이미지화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문화현상의 소스(sauce) 대부분 문학, 철학, 역사에서 나온다는 생각, 이것이 인문콘텐츠학회를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콘테츠라는 단어는 내용물을 의미합니다.
디지털문화와 결합된 다양한 결과물들이 나타나면서 콘텐츠라는 말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었고, 모든 문화유산, 영화, 공연 등 콘텐츠라고 말은 다양하게 사용됩니다. 문화원 입장에서는 전통문화에 대한 연구 결과물들을 콘텐츠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신 여기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전통문화를 콘텐츠화 할 때, 문화원들은 그것을 연구, 발굴하는 것에 있어 두각을 보입니다. 대신 예술작품으로 콘텐츠화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반면 예술인들은 하나의 원형을 작품화시키는데는 뛰어나지만, 발굴하는 힘은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단체와의 적극적인 협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며, 필요한 재원은 문화재단이 앞장설 수 있을 것입니다.
Q. 한국사회의 변화와 비교했을 때 문화원들은 그 흐름을 제대로 읽고 있는가? 라는 고민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어떠한 형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A. 문화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예술기관이 한국사회에서 자기 역할에 맞는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문화원의 경우에는 재원의 대부분을 공공 재원에 의존하다 보니 가장 큰 힘이 되면서도 결정적인 한계로 나타나면서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고 봅니다. 문화원에서 다양한 사업을 펼치기는 하지만, 이에 비해 넉넉한 자본지원이 되지 않고 있고, 자치단체의 사업을 위탁하는 문화원의 경우, 인력부족의 문제점을 안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문화원은 사람과 돈이 있어야 되는데, 일반 공연단체들을 시장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정말 치열하게 싸워나가고, 자연스레 한국사회의 요구를 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문화원은 시장을 대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 변화에 둔감합니다. 이것은 문화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재단이나 예총과 같은 공공재원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단체가 비슷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공공재원에서 탈피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재원을 회원들의 회비나, 임원진들의 후원으로 대체하여 운영 해야만 합니다. 원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돈 많은 자의 명예직이 아닌 실제 문화예술발전에 큰 뜻을 지닌 자들이 그 자리를 담당해야 합니다. 대신 다른 곳으로부터 후원을 받을 수 있을 수 있도록 원장들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하겠지요. 그리고 사업은 사무국에 맡기면 넉넉한 자본지원 하에 제대로 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죠. 앞으로는 후원금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 해야만 합니다.
Q. 다른 재원구조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은 동감하는 부분입니다. 문화원 내 필요한 또 다른 변화는 무엇이 있을까요?
A. 문화원 직원들을 위한 자체 교육이 필요할 것입니다. 문화원이 전문 교육기관도 아니고, 일반시민을 교육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직원교육은 문화원이 충분히 담당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문화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단체가 직원교육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아이디어, 지식을 가지고 5, 10년 후를 생각해 보십시오. 과거의 생각으로 미래를 견딜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 근무 시간에 5%라도 직원교육을 위해 힘쓴다면 미래에 한국문화계에 문화원이 앞장 설 수 있으리라 봅니다.
Q. 문화재단이 존재하기 이전에는 문화원들이 그 역할을 담당했으나, 지금은 경기도 대부분의 시군에 문화재단이 있어 문화원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작아졌다. 어떠한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할까요?
A. 문화재단은 문화원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예술단체와 파트너십 관계를 가져야만 합니다. 우리는 지원을 할 뿐이지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는 것은 아닙니다. 문화원의 경우에는 특별한 파트너십을 가질 수 있는데, 첫째는 전통문화와 관련된 것으로 문화발굴, 보존, 콘텐츠화에 관한 것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소외 계층이나 다문화 가정을 위한 바우처 사업, 또는 직원교육사업 등에 문화재단이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있어 지원을 안 할 이유는 없습니다. 더구나 요즘 추세는 단지 모여 노는 사업이 아닌 교육하고 공유하는 자리 아니겠습니까? 앞으로 문화재단이 해야 할 지원과 역할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문화원에 한마디 해 주십시오.
A. 첫째로는 스스로 더 많은 사업을 찾고 실행할 수 있도록 변화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사람들이 문화원에 있어야 하고, 다양한 지원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합니다. 둘째로는 문화원 내 연령층이 다양했으면 한다. 예를 들어 20대 청년 이사진이 문화원에 존재한다면, 변화하는 세상에 감각 있게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꼭 청년 이사진이 아니더라도 일반 회원으로서도 문화원에 청년들이 가득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문화원의 영역을 넓히고, 이는 곧 문화원의 위상이 높아짐을 의미하는 것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