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책상머리
경기도의 문화는 대한민국 문화의 중심이다. 때문에 전통 민속예술의 중심이라 할 만한 소재도 대단히 많다. ‘민속(民俗)’ 예술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이 예술적 형태로 녹아 있는 문화자산이다. 지금은 국내나 세계 어디를 가든지 높은 빌딩 숲과 인공으로 조성된 공원, 상가, 쇼핑몰 등 비슷한 풍광을 가진다. 때문에 요즘엔 타지를 여행하며 의미를 찾고자 그 지역의 민속을 경험하고 싶어 한다. 즉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생활상을 함께 겪기에는 여행 시간이 너무 짧다. 그래서 그 지역의 전통문화와 생활상이 응축되어 예술적 형태로 승화된 민속예술공연을 보면서 그 곳의 문화와 역사를 체험하게 된다. 때문에 전통민속예술은 대단히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다. 그렇기에 경기도의 민속예술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경기도청소년민속예술제는 대단히 의미 있는 사업이며, 각 지역의 민속예술을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전승·보급한 결과를 경기도 차원에서 함께 공유하며 즐기는 한마당 축제이다.
지난 10월 16일(목) ~ 17일(금) 양일간, 경기도문화원연합회가 주최하고 의정부문화원이 주관한 제10회 경기도청소년민속예술제가 의정부 실내체육관 일대에서 펼쳐졌다. 이번 축제에서 경기도의 31개 시·군 중 25개 시·군문화원 청소년대표팀이 참가하였으며, 우열을 가리기 힘든 열띤 경연의 장이었고, 경기도에 소중한 민속문화 자산이 다양하고, 가치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자리였다.
이번 축제는 의정부문화원의 사업수행능력과 경기도문화원연합회의 기획이 잘 맞물려 올해 성년이 되는 청소년 민속예술제가 명실상부한 경기도의 대표 민속예술축제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청소년민속예술제가 단 이틀에 걸쳐서 진행되지만, 이 날을 위해 지난 3월부터 무려 7개월간 경기도 지방문화원 관계자들의 헌식적인 노력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우리 것의 소중함과 가치를 알고 있는 청소년들의 열정과 참여가 있었기에 성공리에 막을 내릴 수 있었다.
지방문화원은 각 지역의 전통, 역사, 지역의 정체성을 문화사업의 형태로 다양하게 전개하는 단체이다. 때문에 이 민속예술제를 문화원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은 입시 중심의 학교생활로 인하여, 축제 참가를 꺼리는 학교들이 많아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지역의 대표를 준비하는 지방문화원에서도 대단히 고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른 해에 비해 금년에 참가 지역이 적었고, 초등학생의 참가율이 높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올해 참가한 청소년들은 더 대견스럽다.
과학기술과 스마트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감히 기성세대가 쫒아가기 어려울 만큼 눈부시게 변하고 있으나 우리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놀랍게 잘 적응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의 불합리함과 기성세대가 후세에게 남겨줘야 하는 미래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그리 달라지지 않고 여전히 어둡다. 하지만 우리가 어른들에게 반항했던 시대에 그것을 극복하고 적어도 그때보다 더 나은 발전을 이룬 것도 사실이다. 다시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시대가 되었다.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 것은 지금의 청소년들이 기성세대가 감히 따라가기 어려운 발전의 속도를 저항감 없이 따라가고 있고 더 나아가 그 기술을 영위하고 있다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러한 때에 우리는 민속예술을 들고 청소년 앞에 섰다. 과학과 테크놀로지는 기성세대와 분리되어 세대간의 소통을 단절시키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는 이 때, 우리의 전통예술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관계를 잇고 할아버지와 손자들의 관계를 연결시키는 중요한 매개다.
발전한다는 것은 과거의 전면적 부정이 아니다. 과거의 전면적 극복. 그것이 발전이고 진보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민속예술제는 단순히 전통, 민속을 발표하고 지역끼리 경쟁을 하는 차원의 사업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소통하고, 세대와 세대 간의 관계가 회복되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마당을 만들고자 기획된 사업이다.
민속예술을 통해 마당을 만든다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과거와의 부정적 단절이 아닌 긍정적 극복을 원하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이루어놓은 것들을 자라나는 우리의 희망, 청소년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삶의 기쁨과 슬픔, 삶의 환희와 질곡 또한 물려주어야 한다. 그것을 민속예술제라는 장(場)을 통해 우리의 심장소리인 북소리로, 호흡인 장구소리로, 꽹가리로 징소리로 전해주려고 한다.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할아버지인 또는 아버지인 기성세대가 여러 청소년에게 주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경기도 청소년 민속예술제는 올해로 20년이 되었다. 미래에는 지금 자라나는 청소년의 삶이 예술적 형태로 승화되어 나타날 것이고 또 그것을 미래세대와 나누는 일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렇게 희망할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손을 내밀고, 전통예술을 통해 우리들의 삶을 받아 안은 오늘의 청소년들이 있기 때문이다.
같이 손잡고 이 청소년들이 그리는 새로운 미래를 위해 우리가 너희와 함께 하겠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