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책상머리
시(詩)는 함축적인 언어다. ‘함축’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그 안에 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시인의 시는 마을과 사물, 그리고 사람의 본질, 그리고 삶의 가장 밑바닥까지 사유의 깊이를 끌어낸 것이다. 시(詩)를 통해 삶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고통스럽고 치열한 사유의 과정이 필요하다. 예술로 승화되기 위한 인고의 과정을 거칠 때 비로소 세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를 통해 세상을 읽고, 세상을 통해 시를 이해하는 선순환의 과정! 이것이 경기도문화원연합회가 고민하는 중심축일 것이다. “詩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고, 비움과 쉼을 주기도 하며,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진하게 우리에게 다가와, 사람 그 너머를 보게 하는 것이라 정의해봤습니다.”는 것이 첫 번째 시낭송의 밤 기획의도였다.
두 번째 시낭송의 밤에서는 기획의도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영화 <일 포스티노>에서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이렇게 말합니다. <난 내가 쓴 시 외의 말로는 시를 설명하지 못하네. 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감정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뿐이야!>라고. 그러면서 그 해의 주제는 <시는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이라고 정한다.
그리고 앞으로 문화원이 지역의 인문학적 가치의 중심에 서겠다고 선언하는 형식으로 변화, 발전하여 왔다.
그리고 올해로 네 번째인 본 행사를 통해 이제는 시낭송의 밤이라는 차원을 넘어 ‘경기도문화원 중심의 인문학축제’를 지향한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그러면서 사업의 성격을 브랜드화하여 <시가예찬 2014>라는 브랜드명으로 진행된다.
인문학은 가치의 문제와 변화의 문제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즉, 기존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것은 변화를 예고한다. 그 변화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문학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일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지금은 진실과 정의를 말하지 않는다. 모두가 길을 잃고 방황하는 시대를 사는 사람들 같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를, 지역을, 사회를, 국가를, 그리고 후세에게 물려줄 세상을 보다 더 아름답게 물려주기 위해서 우리는 인문학적 고민을 즉 성찰과 대안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개최되는 <시가예찬 2014 -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방법>은 앞으로의 변화, 발전이 더 기대되는 사업이다. 새로운 감성을 이야기하고, 가치와 변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고, 새로운 대안을 위한 인문학적 성찰이 이 행사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문화원이 지역의 인문학적 가치의 중심에 서겠습니다.” 이 슬로건이 지역을, 경기도를, 나아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꾸게 될까? 말할 수 없는 것이 글로 표현될 때 그것을 시(詩)라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는 힘을 ‘감수성’이라 정의해보았다. 우리 아이들은 어머니의 언어보다 기계의 말을 더 많이 배우고 자란다. 현대사회는 언어의 의미가 과잉되고, 정보화되고 기계화된 소통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사업은 “시를 통해, 시각보다는 청각에, 청각보다는 우리의 세포 하나하나의 작을 떨림을 감지하는 ‘감각의 회복’이 필요한 때이다!” 라고 말한다.
인문학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낯설게 만들어 기존의 가치와 의식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게 하기에 중요하다. 이 사업을 통해 온몸의 감각을 열어 감수성을 회복하고, 그동안 말할 수 없었던 새로운 대안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해본다.
심보선 시인의 한 문장에 담긴 울림이 너무 커 옮겨본다.
詩여!
너는 내게 단 한 번 물었는데
나는 네게 영원히 답하고 있구나.”1)
1) 심보선 시집 <눈 앞에 없는 사람 2011 문학과지성사> 중 시인의 말
시가예찬 詩歌禮讚 2014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방법”
경기도문화원연합회(회장 염상덕)에서 오는 9월 18일(목) 오후 7시(남한산성 행궁 외행전)에 시낭송의 밤을 개최했다. 경기도문화원연합회에서 주최하는 시낭송의 밤은 시를 통해 지역의 삶을 문학적 감성으로 재조명하여, 인문학적 소통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하였다. 본 행사는 “시가예찬 詩歌禮讚 2014-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올해 4회를 맞으며, 경기도 문화원의 주요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시와 예술을 통해 경기도 인문학적 가치의 중심에 문화원이 있음을 선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경기도문화원연합회 염상덕 회장은 이번 행사를 “시를 매개로 지역문화를 다시 성찰하는 활동의 결과입니다.”라고 표현하며 “경기도문화원이 지역의 인문학적 가치의 중심에서 지역을 일깨우고, 새로운 지역문화를 만들어가겠다 선언하는 자리이고자 합니다.”라며 이 행사의 의미를 밝혔다.
경기도문화원연합회에서 주최하고, 광주문화원, 성남문화원, 하남문화원에서 공동 주관한 <시가예찬 2014 -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방법>은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한국문화원연합회, 경기문화재단,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의 후원으로 개최됐다. 올해의 무대는 경기도의 대표적 명소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남한산성이니만큼 웅장한 장관과 화려한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시가예찬 詩歌禮讚 2014”는, ‘시의 초대’, ‘시의 명명’, ‘시의 공명’, ‘시의 찬미’라는 네 개의 주제로 구성되었다. ‘시의 초대’에서는 경기도 평택, 성남, 부천, 하남문화원장의 합송과, 시흥, 용인문화원장의 독송으로 시낭송의 밤의 문을 열었다.
이어 ‘시의 명명’에서는 기성 시인이 다수 참여해 시를 낭독함으로써 이번 행사 주제의 의미를 확고히 했다. 특히 ‘시인과의 만남’에서는 저명한 시인인 손택수, 유형진과의 대화를 통해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는 방법’이라는 주제의 깊이를 더했다. 더불어 댄싱9으로 잘 알려진 한국무용가 이호준의 공연으로 비언어적 표현인 음악과 무용이 만나 의미의 파장을 관객들에게 전달했다.
또한 ‘시의 공명’에서는 광주, 성남, 하남 등 지역의 인문학 동아리의 무대로 경기도 지역의 인문학적 교류를 통한 도민 화합의 장이 되었다. 하남문화원의 ‘시누리’는 시창작 동인으로 하남지역의 도미설화를 소재로 한 시를 선보였다. 또 광주문화원에서는 ‘우리 동네 노래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들이 직접 쓴 시에 곡을 붙여 시노래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는 광주오페라단의 무대를 통해 그 숨결을 더해 시가 노래로 공명하는 순간을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시의 찬미”에서는 시를 예찬하는 지역 시인들의 무대로 꾸며져 지역의 이야기가 시와 노래로 탄생되는 환희의 순간을 보여줬다. ‘성남문화원 수필교실’의 연명지, 이규한, 이영자, 이경숙, 장순교, 노재훈은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 지역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시로 노래했다. 이천문화원의 ‘이천문화원정대’는 인문학적으로 지역을 해석하고 연구하는 인문학동아리이다. ‘이천문화원정대’는 특히 이번 시낭송을 위해 설봉산을 오르고 시를 지었을 정도로 열정이 남다른 동아리였다.
그 외에도 퓨전국악 슬기둥의 보컬 오혜연의 공연과, 성남분당구어머니합창단의 시노래 등 다양한 공연을 통해 가을밤 인문학적 감수성을 일깨우는 축제의 장이었다. 이번 시낭송의 밤은 단순히 시낭송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시노래, 무용, 타악 퍼포먼스 등의 전방위 예술 공연을 통해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는 방법’에 대해 보여준 공감각적 인문학축제로 자리매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