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한 미소와 날타로운 눈매를 가진 두 가지 매력의 소유자"
양평문화원
장 재 천 원장님
임 혜 선 글
지방문화원장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지역의 문화적 현주소를 읽을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방문화원 원장이 진단하는 현재 문화상황은 어떠하며, 그러한 문화적 상황에서 지역문화에 대한 현주소를 읽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기획된 인터뷰이다.
편집자 주
유려한 자연 속 따뜻한 인정이 넘치는 양평. 양평문화원에 도착하자마자 웃는 얼굴로 두 손을 꽉 잡아주시는 장재찬 원장님. 살가운 두 손에 원장님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다. 원장님은 자리에 앉자마자 타지에서 온 필자에게 양평 지역 소개와 문화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주신다. 체온만큼이나, 양평에 대한 애정과 문화원 사랑이 뜨거운 분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먼저 양평군이 되기까지의 양평의 역사를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지금 우리가 양평군이라고 부르게 된 이 양평은 고구려 때는 양근군(楊根郡) 또는 항양군(恒陽郡)이라 불렀고, 신라 때는 빈양(濱陽)이라 자칭하였으며 고려 때는 다시 양근으로 바뀌었다가 그 뒤 고종 때는 영화(永化)라 하고 1356년 공민왕 때 다시 양근군이라고 칭하다가 1908년 때 양근군과 지평군을 양근군의 양자와 지평군의 평자를 따서 양평군으로 부르게 되었고, 현재 12개 읍면의 인구는 10만 5천 명으로 양평읍은 1979년에 양평면이 읍으로 승격된 서울 면적보다 1.45배의 경기도에서는 제일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는 곳이 양평군입니다.”
Q. 원장님께서 양평문화원장에 취임하신 지 어느덧 4년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느낀 점 또는 양평문화원을 이끌어가는 수장으로서 가지고 계신 소신이 무엇인지요?
A. 그간에 느낀 점은 우리 문화원이 1983년도에 창립총회를 하고 1989년도에 국비를 받아 양평문화원을 건축하고 이전하였지만, 재정이 빈약하여 양평군에다 건물을 이관하고 양평문화원을 군민회관으로 개칭한 후 사무실 하나만 가지고 사용하게 되므로 문화원 운영상 어려움이 많아 다시 단독문화원을 건축해야겠다는 생각에 김선교 군수님의 적극적인 협조와 의회에 승인으로 2012년에 4,300평 대지에다 지하 1층 지상 3층에 842평 건물을 건축하고 이전하여 지금 문화원을 산하에 20개 강좌에 확장된 운영을 하게 되므로 이 부서들을 완전히 정책 시키고자 나머지 기간 동안 열과 성을 다해서 노력하고자 함이 저의 수장으로서의 소신입니다.
Q. 자서전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양평문화원장이 되시기 전, 한의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계신데요.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고, 문화원에 오시기까지의 계기가 궁금합니다.
A. 문화에 대한 관심은 1963년도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양평군 옥천면에 무의면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 방침에 따라 공중보건의로 발령을 받고 근무를 했습니다. 전기도, 수도시설도, 목욕탕도 없는 오지에서 환자를 돌보며 문화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농촌 지역인 양평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해야만 군민들에게 문화의 혜택을 받게 할 수 있을까 오랜 세월 고민하던 중 양평문화원이 개원되었습니다. 창립총회 때부터 문화원 이사로 있으면서 양평군의회에 의원으로, 교육발전위원회 이사장으로, 각종 사회단체의 회원으로, 문화원장으로 봉사하며 당시 고민했던 문제들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Q. 양평문화원에서는 어떠한 사업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또 지역에서는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금 양평문화원 산하에 1)현악기반, 2)클래식 기타반, 3)풍물반, 4)원어민 생활영어강의 초급반, 5)원어민 생활영어 중급반, 6)직장인을 위한 생활영어반, 7)생활호신술반, 8)드럼 오전반, 9)드럼 오후반, 10)여성 합창단, 11)오케스트라, 12)한문 서예반, 13)한글 서예반, 14)유학 교양강좌반, 15)사진반, 16)미술심리치료반, 17)역사문화탐구반, 18)전통요리반, 19)전통혼례 지도자양성과정반, 20)꽃누르미반 등 20개의 강좌가 있으므로 양평군민들이 많은 문화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양평군 내 사회단체에서 문화원의 강의실과 회의실을 이용하는 기관의 인원이 일 년에 약 만 명이 넘습니다. 현재 양평문화원의 기상은 예전의 문화원의 수준이 아닙니다. 저 또한 좀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많은 사회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양평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있습니다.
Q. 양평문화원에서는 전통문화를 잘 보존하고 살려나가는 사업이 중심인데, 특별히 중요하게 여기고 강조하는 사업이 있다면 무엇인지. 또 어떠한 방향으로 문화원을 이끌어나가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A. 우리 양평군에는 많은 문화재가 산재해있습니다. 그 예로,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7호인 양평의 상여 희다지소리, 보물 제531호인 국가지점 문화재 용문사의 정지 국사 무도 및 비, 국내에서는 1100년의 수명으로 제일 오래된 천연기념물 제30호 용문산의 은행나무, 경기도 지정문화재 72호인 사나사 원중국사 석종과 석종비,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72호인 금동관음보살좌상, 경기도유형문화재 제180호의 지평리 삼층석탑, 경기도 무형문화재 171호인 상자포리에 마애여래인상, 경기도유형문화재 제105호인 서종면의 이항로 생가, 이항로 선생 위패와 영전을 모신 경기도 기념물 제34호 노산사, 경기도유형문화재 제62호인 유관선생 묘, 경기도유형문화재 제89호인 한음 이덕형 선생 묘, 경기도유형문화재 제92호인 이순몽 장군 묘, 경기도유형문화재 제96호인 이준경 선생의 묘, 경기도민속재료 제5호인 김병호 고가, 고가 문화재 자료 18호인 운계서원, 제19호인 양근 향교, 제20호인 지평 향교 등이 있습니다. 따라서 전통문화를 잘 보전해야 할 후대들에게 우리의 보물인 문화재의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학생들을 순회 방문하도록 하는 사업 기획과 점점 사라져가는 전통혼례식을 계승 발전시켰으면 하는 바람으로 문화원을 이끌어나가고 있습니다.
Q. 직원들 자랑, 우리 문화원 자랑 좀 해주세요.
A. 30여 년 동안 군청에서 근무하던 행정에 밝은 사무국장이 업무를 맡아 군과의 우대가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 곳 양평문화원에서만 18년을 근무한 문화원의 산역사인 과장이 있어 어려움 없이 업무를 처리해 나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양평문화원은 어느 문화원보다 잘 운영해 나가고 있음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Q. 문화원을 이끌어 가시면서, ‘이런 점은 정말 아쉽다’, 혹은 ‘이러한 것은 꼭 바꾸고 싶다’라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으신지요?
A. 얼마 전 군에다 차량을 신청했습니다. 문화원에서 차량을 운행하게 되면 양평읍 중심이 아닌 타 면소재지에까지 문화 혜택을 확대할 수 있어, 더욱 지역문화육성발전이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Q. 정부에서는 4대 국정기조중 하나인 ‘문화융성’을 실현하기 위해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하며 국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원장님이 생각하시는 문화원이 할 수 있는 ‘문화융성’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정부에서 각 지역에다 문화융성을 실현하기 위해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한 것은 참으로 좋은 취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관심을 갖게 하기까지는 어느 문화원이든 충분한 예산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그러한 예산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생각뿐이지 문화원이 같이 참여하여 실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Q. 경기도 내 문화원들은 경기도 또는 각 시,군 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치단체들이 지원 또는 정책이 가끔은 문화원 운영의 걸림돌로 작용할 때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문화원이 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문화원 운영 예산을 자치단체의 지원에만 맡기며 사업을 운영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재정이 넉넉한 각 시·군은 하고자 하는 사업을 할 수 있지만, 재정이 빈약하여 어려움을 겪는 시·군은 예산이 부족해서 하고자 하는 사업을 할 수 없습니다. 시군자치단체 지원뿐 아니라, 국비나 도비를 통해서도 지원을 좀 해주어야만 대한민국 곳곳 고루고루 지역 문화발전 활성화가 이루어지리라고 믿어 변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Q. ‘나에게 있어 문화는 [ ] 이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A. ‘나에게 있어 문화는 에너지(힘)이다.’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생물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을 유지하고 지탱하기 위한 에너지입니다. 특히 사람에게는 정신적 육체적인 면에서 에너지가 필요하죠. 짐승같이 육체적인 것은 무엇인가 먹으면 살아가는 데 있어 문제가 없지만, 정신적인 것은 짐승과 다른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문화는 정신문화에서부터 생활문화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모든 것이 우리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보람 있게 살아가게 합니다. 그것이 곧 문화이며 사람과 지역을 신명나게 하는 에너지라고 생각합니다.
Q. 양평문화원의 브랜드는 무엇일까요?
A.올해에는 3.1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3.1절 음악회를 가졌습니다. 앞으로는 양평의 3.1 운동 역사와 교육지침서로 활용할 수 있는 역사서를 발간할 계획을 가지고 추진 중에 있습니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고취시키기 위한 정신문화 교육이야말로 양평의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겨운 말투와 웃음소리에 시골 할아버지와 담소를 나누는 듯 인터뷰는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원장님이 문화원을 이야기할 때의 안경 너머 눈빛은 깊고 날카로웠다. 문화원에 취임하고, 지금의 양평문화원을 만들기까지 원장님께서 흘리신 땀과 눈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번 마음먹고 약속했으면 지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병중에도 아픈 몸을 움직여 양평문화원을 일으켜 세웠다는 원장님. 이러한 애정과 노력이 있기에 지금의 양평문화원이 있는 게 아닐까하고 생각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