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지기 문화원
신 미 숙 가평문화원
김 영 희 양평문화원
김 숙 이 화성문화원
지식인의 대명사 ‘네이버’에서 ‘文化院’을 검색하면 문화원은 ‘한 사회에서 이루어진 문화를 한 눈에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공간’이라고 알려준다. 그렇다면 지역문화원들은 그 지역의 문화를 한 눈에 접할 수 있는 곳인가. 함부로 장담하건대, 그 지역의 문화를 알려면 문화원 서고에서 자료를 찾는 것보다 문화원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빠를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화성의 옛날 마을 모습이 궁금한가. 그럼 화성문화원의 김숙이 과장에게 문의해라. 김숙이 과장은 화성문화원 발간 저널 “문화의 뜰” 기획 기사로 화성에서 아직 도시화되지 않은 마을 소개를 위해 화성 여기저기를 직접 찾아다닌다.
옛날 사람들은 양평에서 서울까지 배로 어떻게 이동했는지 궁금한가. 양평문화원의 김영희 과장을 찾아라. 김영희 과장은 양평의 문화 역사에 관련된 회원들의 문의에 정확한 답을 하기 위해 직접 옛날 자료를 찾고, 지역 어르신들에게 물으며 양평의 전문가가 되었다.
가평의 볼거리, 먹거리가 궁금한가. 가평문화원의 신미숙 간사에게 전화해라. 가평의 신미숙 간사는 가평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 숨어 있는 맛집, 친절한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펜션, 남이섬 주차장이 만차일 때 인근의 주차구역 등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없는 사사로운 하지만 중요한 정보를 알고 있다.
문화원에 어떻게 입사하게 되셨어요?
화성 김숙이
제가 다른 사회단체에서 일을 했었어요. 지금 문화원 건물로 이사 오기 전에 제가 일했던 사회단체랑 문화원이 같은 건물에 있었어요. 그래서 문화원 직원들과는 친분이 있었어요.
문화원이 이사가고 난 후 어느 날 원장님이 놀러오셔서 그 단체장님과 말씀을 나누시는데, 문화원 직원 한 명이 갑자기 그만 둬서 직원 채용한다고 하시는거예요. 그땐 말도 잘 못하고 숫기도 없었는데, 원장님 가시기 전에 ‘제가 이력서 내봐도 될까요?’하고 여줬더니 흔쾌히 그래라 하셨어요.
면접을 보고 원장님이 좋다고 하셨고 여러 가지 상황에서 그 사회단체보다는 문화원이 좀 더 나은 환경이라 옮겼어요. 2001년에 입사한 후, 이런 저런 상황에 원장님 네 분을 모셨어요.
양평 김영희
저는 96년에 입사했어요. 문화원이 첫 직장이에요. 아는 분이 그 당시 원장님이랑 친구셨는데, 공무원 시험 준비하면서 가볍게 다니라고 하셔서 그냥 입사했었어요. 그런데 문화원 일이 가볍게 다니면서 할 일이 아니잖아요. 어느 순간 공부는 뒷전이고 문화원 일을 열심히 하다보니 눈 깜짝할 사이에 15년이 지났네요. 처음엔 회원들이니 외부에 전화 하는 것, 받는 것도 참 어려웠었는데 이젠 문화원에서 왠만한 일은 다 겪어본 거 같아요.
가평 신미숙
고등학교 졸업하던 해에 IMF탓에 경기가 너무 안 좋으니 번듯한 직장엔 취업이 잘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아르바이트삼아 급하게 큰 음식점에서 일을 시작했었어요. 그런데 너무 힘들더라구요. 한 달을 겨우 채우고는 그만두고 집에 있는데, 담임선생님께 연락이 왔어요. 집에 있으면 한 번 가보라고 추천해 주신 곳이 문화원이었어요. 처음엔 문화원이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일하러 왔었어요. 인수인계 받는 동안엔 월급이 너무 적어서 집에서 문화원까지 걸어서 다녔어요. 아~정말 추워서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문화원은 어떤 곳일까요?
양평 김영희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지식인?!
양평 문화, 역사에 관련된 온갖 문의전화가 와요.
얼마 전에는 어떤 분이 정확하지 않아도 좋으니 양평에서 양수리 두물머리까지 배로 가면 몇 리냐고 물어봤어요. 문화원에서 알려주는 건데 되도록 정확히 알려줘야 하잖아요. 서고에 가서 군지를 뒤지는데 잘 못 찾겠는거에요. 그러다 예전 국장님께서 역사에 해박하셨던 기억이 나서 국장님께 답을 구했었죠.
양평 문화 관련 단체에 대해 묻는 전화도 많이 와요.
한 번은 모르는 단체에 대해 물어봐서 지역 문화 단체들이 문화원에 등록하는 것도, 문화원에서 관리하는 것도 아니라 문의하신 내용은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왜 모르냐고 세금받고 일하면 알아야하는 거 아니냐며 항의 받은 적이 있었어요. 모르는 내용이면 자료를 찾고 지인들에게 연락해가며 최선을 다해서 조사하고 정확한 정보를 알려드리려고 노력하는데 이런 항의 받을 때면 속상해요.
아! 그래도 한 번은 군청 홈페이지에 ‘칭찬합니다’에 글 올라왔었어요.
화성 김숙이
맞아요. 화성은 어르신들이 길 가다가 안내판이나 표석에서 잘못된 내용을 발견하시면 문화원으로 전화하세요. 옛날 마을 이름을 한자로 옮기면서 발음과 표기음이 달라진 지명이 있나봐요. 어느 어르신께서 “내가 여기서 몇 년을 살았는데, 이 동네 사람들에게 다 물어봐라. 이거 발음이 안 맞는 한자다”라고 하셔서 그 안내판은 시청으로 문의하셔야한다고 안내했는데 그래도 문화원에서 다 알아야하는 게 아니냐며 말씀하시더라구요.
회원들은 문화원이 무엇이든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가평 신미숙
지역문화원은 그 지역의 120 콜센터가 되어야 하나봐요. 향토사, 문화와 관련되지 않은 문의도 많이 와요. 가평은 잣이 특산물이잖아요. 잣이 워낙 비싸니까 잣을 조금이나마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매장에 대한 문의 전화도 와요. 우리 주최도 아닌데 자라섬 페스티벌 티켓 어디서 구하냐고도 묻고요. 그래도 그런 문의에 답하느라 하나씩 알게 되는 건 있으니까 좋아요.
화성 김숙이
문화학교 강좌가 많은 날에는 정신이 없어요. 첫 번째 강사 한 분과 대화를 하다보면, 회원이 오세요. 그럼 강사는 가신다고 자리를 뜨고 회원님과 대화를 하죠. 그러다보면 다른 회원님이 오세요. 그럼 대화를 나누던 회원님은 “나 갈게.”하고 일어나시고 다른 회원님과 대화를 하게 되죠. 그러다 다른 강사와 대화를 하게 되고... 때로는 6시 이후에 낮에 못한 행정 업무를 해야하니까 힘들기는 하는데, 문화원에서는 사람들과 항상 교감할 수 있어요. 문화를 하는 사람이 지역민들과 교감하는 것이 기획의 첫 번째 일인 것 같아요.
원장님 자랑 딱 하나씩만!
화성 김숙이
직원들의 의견을 잘 경청해주세요. 제가 문화원에서 오래 일을 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문화원 운영에 관해서 의견 물으시고, 직원의 입장에서 같이 생각해주세요.
양평 김영희
역시나 저희 원장님도 직원들의 입장에서 많이 생각해주세요. 직원들 연봉 인상에도 신경써주시고요. 다들 아시다시피 문화원사 건립에 10억을 기부해주셨잖아요. 덕분에 꿈에 그리던 독립 문화원사로 얼마 전에 이사를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원장님께서 제 결혼식 때 주례를 서 주셨어요. 주례사 한 문장, 한 문장이 저와 관련된 내용이라 ‘아~ 저를 관심 갖고 지켜봐주셨구나’ 싶어서 더 큰 감동 받았어요. 올 초에 원장님 건강이 안 좋으셔서 걱정 많이 했는데, 그래도 개관식 때 건강한 모습으로 인사말 하시는 모습 뵈니까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가평 신미숙
저희 원장님도 저에 대해 배려 많이 해주세요. 저희는 직원이 국장님과 저, 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잠깐 은행에 갈 때도 신경 쓰이고는 했었어요. 임신으로 병원을 자주 가게 되는데 원장님께서 마음 편히 병원 다니게끔 따뜻하게 배려 해 주시더라구요. 더불어 국장님도 걱정 많이 해주시고 도와주세요.
문화원에서 일을 하려면 무엇을 잘 해야 할까요?
아침에 출근해서 사무실 청소 잘 해야지
손님들에게 커피도 맛나게 잘 타드려야지
행정도 해야 하고
다른 곳 보다 문화기획도 잘 해야 하고
문화원을 믿고 지지해주시는 회원 관리도 해야 하고
우리 지역 향토사도 알아야지
답사도 다녀야 하니까 체력도 좋아야하고
문화원에서 일을 잘하려면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야해요. 그런데 열심히 하다보니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는 것 같아요. 일은 하나씩 배우게 되고, 사람을 많이 만나다보니 성격도 바뀌고요.
우리는 만능 엔터테이너에요!